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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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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진경환
  • 출판사 : 소소의책
  • 발행 : 2018년 07월 16일
  • 쪽수 : 3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94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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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그 시절 서울 양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조선 최초의 세시풍속지인 유득공의 [경도잡지]를 새롭게 해석,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18~19세기는 정치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당시의 지배층이었던 양반, 특히 조선의 중심지였던 서울 지역의 양반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써내려간 유득공의 [경도잡지]는 조선 후기의 풍속을 한눈에 보여주는 중요한 문헌이다. 이 책은 [경도잡지]에 기록된 원전 텍스트를 통해 양반들의 삶과 그에 관련된 것들의 유래, 취향 등을 짚어보고 그동안 잘못 전해진 오류들을 바로잡아준다. 권위와 격식, 체면을 앞세웠던 양반들이 점차 실용과 효용, 유행을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하는 시대를 읽어가는 역사 읽기의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조선 후기 양반의 사소한 일상과 사회 풍조를 들여다보는 생활사!
    원문 텍스트를 바탕으로 새롭게 번역, 구성한 대중교양서
    "격식과 체면은 차리되 변화하는 세태와 유행에 뒤떨어지고 싶진 않으이!"


    조선시대 최초의 세시풍속지인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경도잡지(京都雜志)]는 18~19세기 서울 지역의 풍속과 양반의 생활상을 저술한 책이다. 제1권 [풍속] 편, 제2권 [세시] 편으로 구성된 [경도잡지]는 각각 19개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표적인 실학자 중 한 명인 유득공은 그 자신이 서울 출신인데다 양반층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서 접하거나 경험했던 만큼 [경도잡지]에서 당시의 풍속과 세시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 제목에 ‘잡지(雜志)’를 붙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경도잡지]는 특정한 기준에 맞춰 항목을 구분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짧게 핵심만 서술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후에 나온 김매순(金邁淳, 1776~1840)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홍석모(洪錫謨, 1781~1857)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세시풍속기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민속사적 측면에서 중요한 저작이다.
    이 [경도잡지]에는 서문이나 발문이 없다. 유득공이 [경도잡지]를 왜 서술했는지 직접 밝히지 않은 만큼 집필 동기와 그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17세기 중엽 이후 조선에는 변화와 개혁을 주장하는 새로운 사상 조류가 생겨났는데, 바로 실학사상이다. 유득공 역시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등과 더불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북학파)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이들은 이전의 관념론적 성리학에서 벗어나 나라 밖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실용성과 효용성을 우선시하며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그런 관점에서, 즉 당시의 사회 변화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생활사 자료가 바로 [경도잡지]다. 그런 만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원전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도잡지] [풍속] 편의 19개 항목을 토대로 한 이 책은 원전의 의미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조선의 잡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또한 현대의 독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경도잡지]에 나온 항목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19개 항목을 4개 장에 나누어 정리했으며, 각 항목의 시작 부분에 해당 원문을 번역하여 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진경환은 그동안 전통문화를 공부하고 강독했으며 조선시대 생활사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대중교양서로 서술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중에 [경도잡지] [풍속] 편을 접하게 되었는데, 기존에 출간되거나 인터넷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내용들 중 많은 부분에서 심각한 오류들을 발견했다. 이에 [경도잡지] 내용 번역의 오류 문제들을 글로 지적했지만 별달리 수정, 보완되지 않은데다 고전 텍스트의 번역과 주석의 방식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예시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의 원전인 [경도잡지]는 핵심만 짧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단어 하나도 여러 논란과 주장을 낳을 수 있다. 번역은 제각각, 해석은 동서남북인 부분도 있다. 그런 만큼 당시 양반들의 의식주부터 취미와 놀이, 유흥과 공부, 그리고 의례까지 잘못 전해진 부분이 적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은 어떠한가? 머리에 상투 틀어 갓 쓰고, 아랫사람들에게 호통치고, 서책만 끼고 앉아 멋이라곤 찾아볼 길 없고, 가난하여 끼니를 때우지 못해도 남에게 절대 굽실거리지 않고 꼿꼿하기가 이를 데 없는...... TV 사극이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양반의 모습이 전형이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왠지 낯설고 어색해 보이지만 친근한 듯하고, 여전히 격식에 얽매이면서도 이전보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강해져가는 새로운 양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천원권 지폐 속 퇴계의 복건 차림은 근거가 없고,
    [천자문]은 한자 학습용 교재가 아니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오류들과, 고전 텍스트에 관한 다양한 주장들


    이 책은 조선시대 양반의 차림새, 그중에서도 남성 양반의 쓰개부터 살펴본다. 복건, 방관, 정자관, 동파관 등 그 종류도 다양한데 제각각 때와 장소에 따라 구분하여 썼다고 한다. 그중 검은 헝겊으로 위는 둥글고 삐죽하게 만들고, 뒤에는 넓고 긴 자락을 늘어지게 대며, 양옆에는 끈이 있어서 뒤로 돌려 매개 한 쓰개인 복건은 크게 두 가지 관점이 대립하고 있다. 우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한가로이 노닐 때 복건을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퇴계 이황은 복건을 중들이 쓰는 두건과 같아서 선비나 학인이 쓰기에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천원권 지폐에는 복건 차림을 한 이황의 초상이 들어 있다. 이는 사상, 문화사적으로 깊이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한편 정약용은 복건이 중국 진나라 때부터 사부의 복장이 되었고 주자에 이르러 예복이 되었으며 송대에 이르러 유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복건의 제작 방법을 당파와 관련하여 설명한 연구도 흥미로운데 이황이 복건을 중의 모자라 하고 대신 정자관을 쓴 이후로, 남인들은 이황의 선례에 따라 200년 가까이 복건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초상화를 보면, 남인인 허목이 복건과 심의를 착용한 것이 발견되고 있어 일률적으로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복건이 조선시대에 주자학이 전래되면서 유학자들이 유가의 법복으로 숭상하여 착용했지만, 그 모습이 매우 괴상하여 일반화되지는 못했고 소수의 유학자들에 의해서만 조선 말기까지 이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쓰개 하나에도 다양한 관점과 주장이 상존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잘못도 있다.
    흔히들 [천자문]을 한자 학습용 교재로 여기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네 자 두 구를 한 문장으로 모두 125개 문장인 [천자문]은 원래 산문으로 지어졌지만, 이후에 다시 운을 넣어 사언고시 형식으로 편찬되었다. 또한 [천자문]은 동아시아 고전의 주요 테마인 문, 사, 철을 모두 담고 있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한자 교재로 활용되어온 [동몽선습]과 [격몽요결]이 인간의 기본 덕목인 오륜을 중심으로 철학적 내용이 집약되어 있고, [훈몽자회]가 초학자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익히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천자문]은 문장 구성이 시적이고 역사, 천문, 지리, 인성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따라서 학동들이나 초학자들에게 다양한 교양 지식과 표현법을 익히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학동들이 읽기에는 내용이 조금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천자문]은 오랫동안 기초 학습 교재와 입문서로 활용되어왔다.

    양반들의 사치 풍조와 명품 선호, 그리고 마니아의 등장
    "이 정도는 가져야 그럴듯해 보이고,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걸 갖고 싶네!"

    남들보다 더 고급스러운 것, 더 값비싸 보이는 것, 더 특별한 것을 갖고 싶다는 사람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18~19세기 서울 양반들도 마찬가지였다. 의식주에 소용되는 것들부터 주로 여성들이 지닌 노리개나 패물, 말, 집, 혼례, 담배, 문방사우, 꽃과 나무 등 명품을 선호하고 유행을 좇다 보니 양반 사회의 사치 풍조가 절정에 다다랐다. 그러한 세태를 비판하거나 일침을 가하는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왔다. 이는 곧 신분제 사회가 무너지고 개인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전조이기도 했다.
    칼은 사치스러운 패물이었다. 여성이 정절을 지키는 데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은장도 역시 노리개 중 하나였다. 장도의 칼자루와 칼집을 만드는 데 쓰인 재료로는 은뿐 아니라 옥, 코뿔소의 뿔, 바다거북의 등딱지, 검은 물소 뿔 등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희귀한 상품들이었다. 견마잡이들도 덩달아 허세를 부려 더 좋은 고삐를 가지려 했다. 질 좋은 매끈한 가죽으로 만들어 번쩍번쩍 광을 내고 거들먹거리고 다녔는데 ‘거덜 났다’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 견마잡이 주제에 우쭐하고 다니니, 그나마 알량한 재산이나 살림 같은 것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진다는 뜻이다.
    혼례 때 신랑이 백마를 타고, 과거 급제자가 삼일유가를 치르는 것 또한 축하하는 의미를 뛰어넘어 당시의 허례허식 풍조가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디 그뿐인가. 가문을 드러내기 위해 대문을 크고 높게 만들고 처마를 노송취병으로 치장하는가 하면, 서울의 호사가들은 여덟 칸짜리 비둘기 집(용대장)을 만들어놓고 누가 더 많이 희귀하고 값비싼 비둘기를 사들이냐를 놓고 경쟁했다. 체면 때문에 품위 없이 쌈지 따위를 갖고 다닐 수 생각한 양반들은 쇠로 만든 담배합에 은으로 매화나 대나무를 장식하고, 자줏빛 나는 사슴 가죽으로 끈을 달아 담뱃대와 함께 말꽁무니에 달고 다니면서 멋을 부렸다. 담뱃대를 걸어놓는 연관대, 담뱃대를 청소하는 찔개와 꼬질대, 담배를 빤 후 침이나 가래를 뱉는 그릇인 타구나 재떨이 등도 명품을 추구하는 양상이 심화되었다.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먹고 마시는 풍속도 달랐다. 북촌에는 부귀한 집이 많아서 음식 사치가 대단했는데, 갖은 편이라고 하는 떡 만드는 솜씨가 발달했다. 반면 남산 밑에는 구차한 샌님과 형편이 넉넉지 않은 무반들이 사는 곳이라서 손쉽게 얼근하여 불쾌한 것을 잊자는 데서 술 빚는 솜씨가 좋았다는 것이다.
    양반들의 명품 선호와 함께 특정한 것에 매달려 즐기는 마니아들도 등장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웰빙 붐을 타고 크게 성행한 화훼 재배와 정원 경영이었다. 같은 꽃이라도 특이한 품종과 양태에 관심을 가졌으며 남들과 다른 것을 갖고 싶어 했다. 마니아들이 애호한 것들 중 하나인 비둘기 역시 그 색깔이며 생김새, 그리고 습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작은 몸집에 순백색으로 이마에는 검은 화점 하나가 있는 점모가 제일 비쌌는데 한 쌍에 백 문(1,000전)이 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 후기의 문인인 이옥은 스스로 담배를 몹시 사랑하고 또 즐긴다며 자신에게 담배벽이 있다고 했다. 이렇듯 조선 후기에는 꽃이나 나무, 애완동물, 담배, 악기 같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칼, 과일, 그림, 수집품, 표구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진 마니아층도 있었다.
    조선 후기, 특히 18~19세기는 권위적이고 형식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개인의 취향과 행복이 더 중시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왕조시대의 종말과 양반의 몰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은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너무 가까워서 쉽게 느껴지지 않는 일상적인 변화와 함께 서서히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목차

    -서문

    제1장 의관 갖추어 행차할 제
    1.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갖가지 쓰개
    각자 취향에 따라
    당초무늬 당혜, 구름무늬 운혜
    ‘두루 막힌’ 두루마기
    모선 들고 장도 차고
    장옷과 곁눈질
    2. 견마 잡혀 말을 타고
    말도 말도 많고 많군
    견마잡이 거덜 났네
    나귀는 아무나 타나
    명마보다 백락
    3. 장가들고 시집가네
    혼인 축하
    신랑은 백마를 타고
    신부는 팔인교 타고
    4. 물렀거라, 양반님 나가신다
    꼴 보기 싫어 피맛골
    산자관원이면 어때
    삷우, 삷우!
    5. 어사화 입에 물고 신나게 놀아보세
    용문에 오르다
    게 두 마리, 열매 달린 연꽃
    삼현육각 울리며 삼일유가
    가난한 아버지는 잔치 대신 시 한 수
    고약하고도 지독하네, 그놈의 신고식

    제2장 폼에 살고 폼에 죽고
    6. 위엄 있고 탈 없는 집
    대문은 높이고 처마엔 노송취병
    화문석 깔고 은낭에 기대어
    강태공 써서 동티를 막고
    7. 서재에 사는 네 친구
    문방을 들여다보니
    족제비 꼬리털이 최고
    종이–눈꽃, 대나무, 매미 날개
    설도와 시전지
    종이값에 소설은 짧아지고 길어지고
    검은 벼루, 붉은 벼루
    수필 같은 청자연적
    8. 꽃 키우고 나무 심고
    하나뿐인 이불은 매화에게
    나무 중 기이한 건 소철이라네
    온실만 있으면 문제없지
    매화를 사랑하려 백발에 도달함이라
    웬만한 집이라면 국화 화분 몇 개쯤은
    여유가 없으면 상상 속의 정원이라도
    9. 여덟 칸짜리 비둘기 집
    이름이 수십 가지
    유행은 정말 빠르기도 해
    비노 혹은 축부

    제3장 먹는 낙이 으뜸일세
    10. 술 한 잔, 고기 안주
    도화주며 두견주는 다 어디로 갔나
    벙거짓골 바비큐 파티
    탕평책과 탕평채
    복사꽃 떠내려오면 행주 앞강에 그물 치고
    11. 차 한 잔, 담배 한 모금
    언제부터 차를 마셨을까
    작설차와 녹차
    백두산의 전나무 싹도 차로 달여서
    담배 쓰나미–입 있는 사람은 누구나
    맞담배질, 안 돼!
    담뱃가게와 대중소설
    12. 과일 사랑, 호박 반찬
    맛있는 봉산배, 칠절 홍시, 귀신 쫓는 복숭아
    황금빛 진상품들
    독점과 입도선매
    옛날엔 없던 것, 호박
    13. 안성맞춤 놋그릇
    놋점과 모춤
    놋그릇 수난사
    놋그릇 예찬
    14. 시장엔 온갖 먹거리에 사기꾼과 이야기꾼
    동부의 채소, 칠패의 물고기
    부자 사기단, 그리고 소설 낭독자
    남산 아래 술, 북촌의 떡
    약포와 봉사

    제4장 멋들어지게 한판 놀아야지
    15. 꽃놀이는 여기서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버드나무와 연잎주
    탕춘대에 올라 술 한 잔, 시 한 수
    다 같이 돌자, 도성 한 바퀴
    16. 연주하고 춤추고 연극하고
    내취와 세악수
    느린 곡조는 싫어
    춤, 혼자서는 안 추지
    의녀와 기녀
    산희와 야희
    17. 글 읽고 지어서 읊조리고
    학동의 교과서
    초본당시 ‘마상당음’
    접과 운
    18. 멋진 글씨, 뜻 깊은 그림
    ‘순박한 서풍’ 촉체와 큰 글씨 액체
    버드나무 끝을 갈라
    귀신 잡는 종규
    누워서 유람하고 ‘부귀옥당’ 두르고
    19. 투전판 타짜들
    노름과 노름꾼
    투전 세상 좋을시고
    타짜의 출현

    -주

    본문중에서

    견마잡이는 거덜(巨達)이라고도 했는데, 사람이 탄 말이나 당나귀를 끄는 마부를 일컫는다. 견마는 원칙적으로 문무관에게만 허용되었지만, 후대에는 민간에서도 유행하여 양반이라면 최소한 과하마(果下馬)라도 타야 체면이 섰는데, 그때에도 반드시 견마를 잡혔다. 과하마는 우리나라 토종인 조랑말의 일종으로, 그것을 타고서 과실나무 아래를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는 뜻이다. 결국 아무리 보잘것없는 말을 타더라도 반드시 견마잡이를 붙여야만 체면이 섰다는 것이다. 먼 길을 갈 때에는 마방(馬房)에서 말을 빌려 타야 했는데, 그때도 견마잡이는 반드시 따라왔다. 그런데 견마잡이는 말만 잘 몰았던 것이 아니고, 지리도 잘 알고 있어 대단히 편리했다.
    그런데 [경도잡지]에서 특히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견마잡이의 위치와 숫자이다. 조정에서 임금을 알현하는 등의 의례에서 당상(堂上)의 교의(交椅)에 앉을 수 있는 고위 관직의 당상관들은 견마잡이 둘을 둘 수 있었다. 말 오른쪽과 왼쪽에 한 사람씩 세워두고 가야 권위가 선다는 말이겠는데, 지나친 허세가 아닐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거들먹거리는 고위 관리는 참으로 꼴불견이다.
    (‘제1장 의관 갖추어 행차할 제’ 중에서)

    비둘기는 성품이 사치스럽다. 그래서 "비둘기를 기르는 집에서는 비둘기 집을 만들고 아로새기는 장식으로 지극하게 꾸민다". 실제로 비둘기가 그렇다기보다는 비둘기를 기르는 사람들이 사치스럽다고 해야 옳다. 비둘기 집(鴿閣)을 장(藏)이라 하는데, 심지어는 여덟 칸짜리인 것도 있다. 그것을 용대장(龍隊藏)이라 한다. "서울의 호사가들은 새장 기둥 위에 산 모양을 새겨 넣고 수초 그림을 그리고는 동(銅)으로 된 철사로 망을 만들어서 한 조롱의 값이 많게는 수천 전(錢)에 이르렀다." 거기에 비둘기, 특히 진귀한 비둘기를 채우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것이다. "작은 몸집에 순백색으로 이마에는 검은 화점(花點) 하나가 있는 점모(點毛)가 제일 비싸서 한 쌍에 백 문(文)을 넘기도 하였다"고 하니, 보통의 재력으로는 애당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서울 양반들은 누가 더 비싼 비둘기를 많이 사들이냐를 놓고 경쟁했다. 앞에서 말한 여덟 칸 용대장에 "여덟 종의 상품 비둘기를 모아서 각각의 방에 들여놓는 것을 다투어 좋아했다".
    (‘제2장 폼에 살고 폼에 죽고’ 중에서)

    배오개시장은 동대문 안쪽으로, 현재 광장시장의 뿌리가 된 곳이다. 이현(梨峴)은 종로구 인의동에 있었던 고개를 말한다. 창경궁 동남쪽에 있던 이현은 원래 숲이 울창해서 짐승과 도깨비가 나온다고 하여 도깨비고개라고도 했고, 고개가 험해 대낮에도 100여 명이 모여야 넘어갔다고 하여 백고개 혹은 백재 또는 백채라고도 불렀으며, 고개 입구에 배나무가 많아서 배고개, 배오개라고 불렀다. 길을 넓히면서 고개를 없애버렸고, 지금의 예지동과 인의동에서 종로 5, 6가에 이르는 거리를 아울렀다.
    ‘배오개시장은 동북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상품들이 일차로 모이는 시장이었다. 그러므로 함경도 지역에서 운반된 북어가 팔렸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 근교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된 채소들이 주로 팔렸다.’
    동부채칠패어(東部菜七牌魚)는 배오개의 대표 상품인 채소와 칠패의 대표 상품인 생선을 강조해서 부른 말이다. 물론 이외에도 "가로상에 다양한 잡시(雜市)와 땔감 시장이 있었고, 도심 곳곳에 독자적인 점포를 설치하여 영업하는 점포 상업도 번성하였다. 이에 따라 서울의 상업은 시전 중심에서 점차 난전시장인 이현시장과 칠패시장, 그리고 점포 상업으로 다양화되어갔다".
    (‘제3장 먹는 낙이 으뜸일세’ 중에서)

    [경도잡지]는 18세기 후반 서울의 기녀, 곧 경기(京妓)에 대해 설명하면서 내의원 혜민서의 의녀(醫女)와 공조 상의원의 침선비(針線婢)를 지방, 곧 관동과 삼남에서 뽑혀 서울 관아에 속한 기녀라 하고 있다. 지방에서 뽑아 올렸다고 해서 선상기(選上妓)라 한다. 잔치가 있을 때는 그녀들을 불러 노래를 시키며 춤을 추게 했다.
    그런데 의녀와 침선비가 왜 기녀인가? "임진왜란 이후 (궁중의) 행사가 대폭 축소되었다. 왕이 궁궐 밖으로 행행(幸行)하는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던 것은 물론이고, 왕실의 연희 역시 드물었다. 중국 사신을 접대하는 일 역시 현저히 줄어들었고, 여진과 일본에서는 거의 사신을 보내오지 않았다. 게다가 성리학이 점차 사회화되자, 기녀를 국가의 행사에 동원하는 일을 부도덕한 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었기에 국가와 왕실에서 기녀의 수요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 줄어든 만큼을 의녀와 침선비로 대체했고, 국가와 왕실에서 벗어나게 된 기녀는 시정(市井)으로 활발히 진출하여 기방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제4장 멋들어지게 한판 놀아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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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고전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양기초학부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집 잃은 개를 찾아서 : 리링, 다산, 오규 소라이, 난화이진과 함께 떠나는 진경환의 논어 여행](1 2권), [백마강, 한시로 읊다](편역주), [전통, 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공저), [고전의 타작] 등이 있고, 옮기고 주석을 단 책으로 [서울 세시 한시] 등이 있다.
    나도 한번 조선시대의 생활사 서술에 도전해보자는 욕망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년간 조선 최초의 세시풍속지인 유득공의 [경도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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