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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즐겁다고 말하는, 어느 자폐아 엄마의 행복 이야기를 담은 책.
　
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폐증 아들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엄마의 노력 역시 이 영화를 뇌리에 남게 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말아톤』과 마찬가지로 자폐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책만의 특징이라면, 자폐증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폐증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족이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보다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아들 도시야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중증 자폐증임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지만, 이내 자폐증이라는 아들의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아들의 장애를 치료해서 다른 사람들과 최소한 가깝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대신 아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것. 저자는 이러한 생각이 아이와 함께 음악연주회를 다니거나 장시간 여행을 하고, 취미로 직조와 염색을 시작하고, 춤을 배우고, 글을 쓰는 등 저자 자신에게서 보다 두드러진 변화로 나타났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장애 아들이 엄마에게 부끄럽거나 걱정스러운 존재, 죄스런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자신을 구원해 준 존재, 하느님이 보낸 특별한 존재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폐아가 살아가야 할 세상은 냉혹하다는 것을 엄마로서의 저자는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엄마의 유언에서 밝힌 "나는 적어도 너보다 하루만이라도 오래 살고 싶다"는 단 하나의 소망은 눈물겹고도 그만큼 간절하게 다가온다.

영화 〈말아톤〉을 본 많은 사람들은 자폐증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주인공 초원이와 엄마 경숙이 엮어낸 마라톤 서브 쓰리 실화에 크게 감동했다고들 말한다. 그 동안 사회의 냉대로 가슴 깊이 상처를 보듬고 살아야 했던 자폐아와 그 가족의 고통에 많은 사람들이 비로소 눈길을 돌리고,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시선과 언어로 살아간다는 이유로 ‘보통’과 다른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도 이 영화가 가져다준 큰 선물이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나온 《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 역시 자폐증 아들과 그의 엄마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책이 영화 〈말아톤〉과 다른 점은, 이 책 속의 엄마는 영화 속의 엄마처럼 자폐증 아들의 특별한 능력(자폐증이긴 하나 특별히 시·지각 기능이 뛰어나거나 음악, 미술, 그림, 건축, 운동 등 특정한 분야에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를 고기능 자폐증이라고 한다)을 발견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 애쓰는 대신, 자폐증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변해 가는 엄마 자신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폐증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보다는 자폐증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엄마(혹은 가족)가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더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엄마는 아들 도시야에게 발달 장애가 있지 않나 의심을 하다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중증 자폐증임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지만, 이내 자폐증이라는 아들의 상태를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아들의 장애를 ‘치료’해서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같은 정도로 혹은 최소한 가깝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대신 아들이 자신의 방식에 맞게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이런 아이를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건가요?”라는 핀잔이나 ‘이상한 엄마’라는 손가락질은 자폐증 아이를 통해 엄마 자신의 삶이 확 달라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아이를 얻음으로써 내 인생관은 크게 변했고 가치관도 변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없을 때는 내 자신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다시피했다는 점에서 아이의 존재는 내게 확실히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 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무수한 벽들을 넘어서서 나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벽 하나를 넘어설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변했다. 그런 점에서 그 벽들은 다른 누가 바깥에 세워놓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내가 안에 세워놓은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내가 마주치는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장애가 있는 것은 불행한 일도 아니고 불쌍한 일도 아니다. 장애가 있는 이들은 하늘이 이 세상에 보낸 천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실에서 힘든 일이 산더미 같고 괴로운 일도 많지만, 그것은 장애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이다.”(16～18쪽) “자폐증 아이를 통해 배우면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자아 찾기’를 한 셈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마음속에서 조금씩 키워가면서 엄마가 어린 자폐증 아들을 데리고 맨 먼저 찾아간 곳은 병원이 아니라 슈타이너 공부 모임이었다. 이곳에서 접한 음악 치유와 그림 치유 등을 통해 엄마는 아들을 장애라는 ‘문제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현실에서는 ‘보통 이하’라고 간주된 사람을 아무 가치도 없는 듯 대하지만 하느님이 결코 쓸데없는 존재를 만드실 리가 없다고, 자폐증 아들 역시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라고 믿고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날, 아들 도시야는 달리다 말고 자꾸만 뒤쳐져 오는 나이 든 선생님을 기다렸다. 다른 아이들이 다 골인을 하고 난 뒤 도시야는 선생님 손을 잡고 싱글벙글 웃으며 꼴찌로 골인점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특수 학급에 다니는 아이가 끝까지 달린 것에 박수를 쳤겠지만, 엄마만은 달리기가 느린 선생님과 함께 뛰기 위해 일부러 기다려준 그 마음에 박수를 보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모르는 아들, 경쟁이라는 관념이 없는 아들의 내면에서 빛나는 그 티없이 맑은 영혼을 향한 박수였다. 그러면서 엄마는 깨닫는다. “보통 사람은 정말로 ‘보통’이고, 자폐증인 사람은 ‘보통이 아닌’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중증 자폐증인 아들과 14년 가까이 살아온 나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그들의 내면 세계에 우리가 찾는 ‘파랑새’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10쪽)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더 큰 변화가 생긴 쪽은 오히려 엄마였다. 그러면서 엄마는 더 이상 자폐증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자폐증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 곧 엄마 자신이 좋아하던 음악 연주회(클래식에서 락 콘서트에 이르기까지)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고, 함께 장시간 여행을 하고, 취미로 배웠던 직조와 염색을 다시 시작하고,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어렵사리 발리 춤을 배우고, 또 그런 경험들을 글로 써서 기고하는 등 자신의 삶을 즐겁게 만들어가는 것이다.(글쓰기는 이제 엄마의 직업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뜻밖의 더 큰 선물로 되돌아와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지금 엄마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을 산다”라고. 내가 진정한 나로 살아야 장애 아들의 진짜 마음을 바르게 읽을 수 있다고. 아이를 위해 산다면서 실은 “주위 사람들이 아이나 나를 업신여기지나 않을까 잘못된 의심을 하면서, 실은 내 아이를 가장 차별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었음을 깨달은 결과였다. 엄마의 이야기는 이제 자신이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깊은 울림의 말을 전하기에 이른다. “아이가 있어서, 젊지 않으니까, 남편이 잔소리를 하니까… 누구나 크든 작든 사정이 있게 마련이고, 뭔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산처럼 불어난다. 아마 이것저것 불가능한 이유들을 모을 때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148쪽) “살아가는 데 고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벽에 부딪치는 횟수가 많은 만큼 무언가와 만날 기회도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157쪽) “도시야와 지낸 세월은 세상의 다수파(정상인)의 움직임에 영합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인생 그 어느 때보다도 영혼이 가장 자유롭다고 느낀 나날이었다. 옆 사람과 같지 않다고 해서 초조해 하거나 불안에 들볶일 필요가 없는 생활은 정말 느긋하고 즐겁다.… 행복의 기준을 자기 바깥에 두면 아마 평생 그것에 휘둘리며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186쪽) “도시야, 멋진 인생, 고맙다.” 이 책의 맨 마지막은 이채롭게도 “도시야에게 엄마가 보내는 유서”로 맺어지고 있다. 물론 미리 써두는 유서이다. 유서이지만, 실은 중증 자폐증을 가진 아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이다. “네가 태어나서 함께한 지 13년, 넌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깊고 밀도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의 중반에서 이런 것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나는 정말 인간으로서 구원받았다고 느낀다.”(199쪽) 장애 아들은 엄마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존재도 아니고 걱정스런 존재도 아니며 자신의 업보를 개탄해야 할 죄스런 존재도 아니다. 그는 바로 자신을 구원해 준 존재다. 사랑이라든가 생명의 의미조차 모르고, 단 한 번도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그런 어리석은 삶을 되풀이할 뻔한 자기를 안됐다고 생각해 하느님이 특별히 보내주신 존재. 아들 도시야와의 13년을 기록한 이 책은 이러한 긴 유서의 일부분이라고 엄마는 말한다. “나에게는 너에게 남겨줄 재산이 없다. 그뿐 아니라 형제마저 남겨주지 못했다. 너한테서 받기만 했을 뿐. 정말 한심한 이야기다. 이런 내가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게 뭐 없을까 생각하다가, 네 덕에 내 영혼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풍부해졌는지, 이런 것들을 정확히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너 같은 사람들이 세상의 이해나 공감을 얻어 살아가기가 편해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201쪽) 그러나 장애 아들이 살아갈 현실은 냉엄하다. 누가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엄마는 이 유언에 아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한 가지 간절한 염원을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적어도 너보다 하루만이라도 오래 살고 싶다”라고.

프롤로그 - 운동회에서
　
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
우리가 '잇을 곳'을 찾아서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을 찾아서
시애틀에서의 발견
아이를 데리고 음악회에 가다
오가사와라의 여름
나는 내 인생을 산다
아무 쓸모도 없는 아이?
도시야와의 대화
행복이란?
　
에필로그 - 도시야에게 엄마가 보내는 유서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