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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VOSTOK 매거진 9호 : 뉴-플레이어 리스트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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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보스토크 매거진이 골라낸 열일곱 명(팀)의 새롭고 멋진 작가들,
그들의 날카롭게 반짝이는 사진을 함께 만나는 여행


[보스토크 매거진] 9호는 새로운 작가들의 이름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뉴-플레이어 리스트’를 다룬다. 과감한 태도와 신선한 감각이 날카롭게 반짝이는 열일곱 명(팀)의 사진 작업을 백팔십 페이지에 걸쳐 화보를 구성하고, 그들의 작업에 흥미롭게 접근하며 설명하는 글들을 곳곳에 더했다. 특집 외에도 시인 심보선이 직접 사진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포토 에세이, 영화 평론가 유운성이 롤랑 바르트의[밝은 방]을 새롭게 독해하는 글,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와 젊은 작업자 이의록의 대화, 전설적인 아트디렉터 빌리 플렉하우스가 만든 청년들의 잡지 [트웬]을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과 함께 살펴보는 코너에 이르는 다양하고 풍부한 볼거리와 텍스트가 실려 있다.

출판사 서평

주름진 사진의 협곡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새롭고 멋진 이미지를 함께 보며
동시대 사진의 지형과 좌표를 상상해보는 시간


이것은 보스토크 매거진의 두 번째 ‘뉴–플레이어 리스트’다. 작년 초, 첫 ‘뉴–플레이어 리스트’를 엮어낸 이후 열네 달만에 세상에 내놓는 것이기도 하다. 그 간격이 적절한지 그렇지 않은지 보다는, ‘새롭다’는 형용사가 과연 이 다채로운 작업자들을 묶기에 적합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들 중에는 사진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기예를 단련한 이들도 있고, 얼마 되지 않는 시간만에 자신의 영역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아올리고 있는 이들도 적잖다. 무엇보다도 작년의 ‘뉴–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여전히 새로움을 잃지 않았고, 올해의 ‘뉴–플레이어’들 역시 몇 년이 지나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만 한다고 믿어지는 ‘새로움’이란, ‘새로운 작가’란 과연 무엇의 이름일까. 이런 무망함에도 불구하고 ‘뉴–플레이어 리스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 책을 준비하는 마음에는 여전히 묘한 긴장과 설레임이 감돈다. 주름지고 펼쳐진 사진의 어떤 협곡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괴물 같은 작업자들이 살고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그들이 만들어낸 멋진 이미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독자들에게 뛰어와 함께 보며 감탄하고 싶은 경박한 욕망 때문이다.

새로운 작업자의 면면을 엿보는 열일곱 개의 화보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강희와 황의집은 각각 거리사진을 연상시키는 스냅샷에 원하는 이미지를 더해 독특한 순간을, 외모지상주의로 비난받는 성형 문화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자신 안에 남은 선명하거나 희미한 기억 이미지에 접근하는 유영진은 이미지를 겹치거나 지워가는 프로세스로 기억 이미지를 시각화한다. 사물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박동균의 작품들은 마치 그래픽이나 회화처럼 2차원의 레이어 이미지로 다가온다. 박신영은 사진 바깥에서 개입하는 의미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특정한 사물들을 프레이밍하고 재가공하며, 문형조는 설계도 없이 모형을 조립하듯 재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재구성하며 ‘완성될 수 없는’ 이미지를 제작한다. 안초롱과 김주원이 결성한 ‘압축과 팽창’은 공동 작업을 위해 계약서를 쓰고 사진을 자재로 활용해 인테리어 시공을 하듯 전시를 꾸린다. 패션 사진가 조기석과 장덕화는 감각적인 아트 디렉팅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이 강력한 사진을 발표한다. 김신욱은 장소성이 지워진 공항과 공항 주변의 모호한 현실 풍경을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보여주며, 주용성은 누군가 죽거나 지워진, 또는 망각되거나 소외된 존재의 흔적을 추적한다. 조경재는 미리 설계된 계획 없이 자신 앞에 놓인 공간과 사물을 관찰하면서 즉흥적으로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며, 권해일은 거대한 건물 외면을 ‘프레파라트’처럼 시각화하는 작업에서 스펙터클 경관을 해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안연후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의미 없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을 통해 감정을 펼쳐 놓는 윤별은 마치 사진이라는 투명한 막에 자기 자신을 비춰보거나 감추듯이 사진을 찍으며, 공간감이 지배하는 이와의 사진에는 인물들이 공간 속에 어우러진 하나의 오브제처럼 덩그러니 있다. 디자이너 출신의 포토그래퍼 팀 텍스처 온 텍스처의 사진에는 형태와 스케일을 조망하는 신해수의 관점 그리고 표면과 질감에 예민한 정유진의 시선이 절충되어 있다.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와 읽을거리

특집 외에도 아홉 번째 [보스토크 매거진]은 다양한 읽을거리를 마련했다. 시인 심보선이 직접 찍은 사진이 담긴 포토 에세이 [그런 상황은 드물지만]에서는 시위 현장이나 공원에서 고요와 소요가 나뉘는 순간을 시인의 눈으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연재 [스톱-모션]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의[은판 위의 여인]과 롤랑 바르트의[밝은 방]을 교차 사유하며 ‘사진의 식물적인 수동성’을 탁월하게 통찰한다.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연재 [화면 조정 시간]에서는 세계상을 만들어내는 기계에 관심을 지닌 이의록 작가를 만나 ‘이미지화하는 행위의 힘’을 탐색한다. 또한 60년대 독일 젊은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잡지[트웬]의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을 살피는 [사진집 아나토미]까지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목차

[VOSTOK] 2018년 5-6월호 / VOL. 09

001 [프롤로그] While Juxtaposing _ Ann Woo
012 [포토 에세이] 그런 상황은 드물지만 _ 심보선

특집│뉴-플레이어 리스트 Ⅱ
029 [뉴-플레이어 01] 김강희: Street Errands + Spandex
041 [뉴-플레이어 02] 황의집: Live Your Dream
051 [뉴-플레이어 03] 유영진: Nowhere + The Weathering
063 [뉴-플레이어 04] 박동균: type. fd
075 [뉴-플레이어 05] 박신영: Laboratory + Material Library
087 [뉴-플레이어 06] 문형조: Assembling Model + Zero Point
097 [뉴-플레이어 07] 압축과 팽창: Charlie Oscar / Echo X-ray
109 [뉴-플레이어 08] 조기석: Right To Fail
119 [뉴-플레이어 09] 장덕화: Push Pause
133 [뉴-플레이어 10] 김신욱: Unnamed Land: Air Port City
145 [뉴-플레이어 11] 주용성: (On/Off) The Voice
157 [뉴-플레이어 12] 조경재: Broken Edge
167 [뉴-플레이어 13] 권해일: Compressor
179 [뉴-플레이어 14] 안연후: Room
189 [뉴-플레이어 15] 윤별: Confession + Emotions + Selfie
199 [뉴-플레이어 16] 이와: The Letter That Anyone Can’t Hear
209 [뉴-플레이어 17] 텍스처 온 텍스처: Archive

222 [스톱-모션] 식물성의 유혹 _ 유운성
228 [화면 조정 시간] 이의록, 기계 옆에서 보기 _ 윤원화
242 [사진집 아나토미] [트웬], 젊음이 잡지가 될 때 _ 전가경 × 김현호
256 [에디터스 레터] 재미는 있니? _ 박지수

본문중에서

그래서 나는 공원이 좋다. 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다. 그러다 웃고 떠들고 뛰고 걷는다. 그러다 다시 조용해진다. 공원 잔디에 가면 사람들은 길이나 표지나 구획도 없는 그곳에서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고 알아서 타인과의 거리를 조절한다. 어린 아이가 뛰어가다 넘어지면 다들 "아이쿠", "괜찮나?" 하는 식의 염려를 표한다. 어린 아이가 벌떡 일어나 다시 뛰어가면 다들 미소를 띤다. 그들은 떨어져 앉아 있지만 필요하면 공통의 관심을 만들어낸다. 필요하다면 그들은 함께 무언가를 한다. 물론 그런 상황은 드물지만
('심보선 - 그런 상황은 드물지만' 중에서/ p.15)

이것은 보스토크 매거진의 두 번째 ‘뉴–플레이어 리스트’다. 작년 초, 첫 ‘뉴–플레이어 리스트’를 엮어낸 이후 열네 달만에 세상에 내놓는 것이기도 하다. 그 간격이 적절한지 그렇지 않은지보다는, ‘새롭다’는 형용사가 과연 이 다채로운 작업자들을 묶기에 적합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들 중에는 사진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기예를 단련한 이들도 있고, 자신의 영역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아올리고 있는 이들도 적잖다. 무엇보다도 작년의 ‘뉴–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여전히 새로움을 잃지 않았고, 올해의 ‘뉴–플레이어’들 역시 몇 년이 지나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만 한다고 믿어지는 ‘새로움’이란, ‘새로운 작가’란 과연 무엇의 이름일까.
('김현호 - 뉴-플레이어 리스트 Ⅱ' 중에서/ p.28)

필름 시대의 테크닉은 바둑처럼 복기 능력을 통해 훈련되었다. 촬영-현상-인화로 이뤄지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역방향으로 점검하며 실수를 줄일수록 사진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복기 능력은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 일단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서 굳이 역방향으로 되돌아볼 이유가 없다. 실수하면 또 찍고, 실수하면 그냥 지우고, 마지막에 오케이 컷만 남기면 되기 때문이다.(...) 발광체 디바이스 기반인 환경에서, 더 이상 종이에 붙잡힐 필요는 없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기기와 프로세스의 사용 유무의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적인 빛과 톤, 디테일에 반응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눈을 갖게 된 작업자들은 당연히 다른 감각을, 다른 성질의 테크닉을 구사할 것이다
('체인지 오브 페이스' 중에서/ p.29)

시각물들이 액정화면이라는 공통된 지지체를 가진 데이터로 존재하게 되면서 각각의 고유한 형식은 무의미해졌고, 생산방식에 따른 구분 역시 모호해졌다. (...) ‘사진’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각물의 경계는 모호해졌지만, 오히려 그 범위는 넓어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작업자들은 피사체와 이미지와의 연결고리를 뒤틀거나 소거시켜 대상의 물질성을 탐구하고, 결이 다른 이미지들을 섞어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조망하거나, 혹은 사진을 특정한 규칙에 따라 분류하는 행위 자체를 방법론 삼아 게임을 벌인다. 이들은 사진을 작업의 최종 결과물로써 대하기보다는, 이를 하나의 데이터로 보고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 또는 단위로 활용한다. 이들에게 ‘무릇 사진은 어떠해야 한다’는 무거운 신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각자의 의도와 흥미, 그리고 최종 결과물의 미적인 감각에 집중할 뿐이다.
('데이터 밸류' 중에서/ p.62)

박동균이 계단의 난간이나 나무 기둥, 가드레일을 찍은 사진들은 어떤 사물이나 구조물의 부분만을 보여줄 뿐, 그곳이 어떤 ‘공간’인지에 대한 정보나 내러티브를 암시하는 어떤 여지도 주지 않는다. 설령 사진 속 공간이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라 어디인지 알아챈다고 해도, 그것이 사진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진 못한다. 이렇게 우리는 사진을 둘러싼 정보들이 잘려나간 사진을 볼 때, 제품 사진을 볼 때와는 달리 사진 속 사물이 실재하는지 의심하는 단계부터 출발한다. 덕분에 사물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박동균의 작품들은 마치 그래픽이나 회화처럼 2차원의 레이어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기원 - 데이터베이스 생산-가공-정렬' 중에서/ p.65)

어떤 작가가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발전시켜 작업을 했는데, 차기작이 그 전체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면 맥락을 잘못 짚었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작업이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되죠. 제가 글을 쓰거나 작업을 발표할 때마다 어떤 덫에 빠져버리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그런데 협업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이번에 작업을‘ 잘못했네 잘했네’ 보다는 계약의 이행 여부만으로 이야기하니까. 네 번의 전시를 하면서 ‘덫에 빠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해왔던 걸 배신하는 방식으로 계속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덫에 빠진 걸 넘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무너뜨리는 거죠.
('압축과 팽창 인터뷰' 중에서/ p.105)

전선들은 어디로 연결되는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뒤엉켜 있고, 가느다란 철골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가 연결된 뒤 걸쭉한 시멘트로 덮였다. 층이 올라가는 속도는 상식적인 수준의 공간감이나 물리적 시간을 초월했다. 어제의 바닥이 오늘은 천장으로 변모해 있었고, 매끈했던 면에는 하루 만에 새로운 돌기가 솟아났다. 네모난 구멍은 화려하고 깨끗한 색면으로 덮이고, 아래층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만 색이 바랬다. (...) 허공을 물질로 채우는 과정은 짧고 기묘했으며, 충분히 스펙터클했다. 이 반듯하고 거대한 콘크리트 네모 덩어리는 온갖 선과 면과 색으로 구성된 규칙적인 카오스를 통해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했다.
('권해일 - [꼼뿌레샤] 작업 노트' 중에서/ p.175)

생각해 보면,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와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기능을 한 몸에 겸비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동영상을 촬영하는 가운데 스틸 이미지를 캡처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속 장면을 추출해 포스터를 만들거나, TV CF 영상에서 한 장면을 캡처해 지면 광고로 활용하는 방식도 널리 쓰인다. 또한 사람들은 이미 페이스타임을 하면서 동영상으로 자신과 상대방을 동시에 주시하면서 중간중간 스크린샷을 찍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사진에 손을 대면 움직이는 라이브 포토도 더 이상 생소하고 신기한 이미지가 아니다. 카메라가 앞뒤로 달린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스위치 히터처럼 사진과 동영상을 호환해 찍고 피드에 올리는 환경은 이미지의 생산 방식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성격 변화를 예고한다.
('라이브 포토' 중에서/ p.178)

이와는 나직한 말 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한 작업물을 보내왔다. 그는 화면에 담긴 공기의 색채에 시선을 머물게 하는 톤을 가진 작업자다. 그의 사진을 지배하는 건 대체로 공간감이다. 인물들은 공간 속에 어우러진 하나의 오브제처럼 덩그러니 있다. 그의 프레임 안에서 홀로 앉은 인물들은 좋아하는 공간 안에 홀로 그저 있고 싶어하는 이와 자신의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김인정 - 나직한 장면들' 중에서/ p.208)

텍스처 온 텍스처의 사진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형태와 스케일을 조망하는 신해수의 관점 그리고 표면과 질감에 예민한 정유진의 시선이 절충되는 지점이다. 책과 포스터 등 입체와 평면으로 전개되는 디자인 작품들이 때로 건축 구조물처럼, 때로 모니터 스크린처럼 다뤄질 때 그들의 감각은 3D와 2D 사이에서 적당한 교착 상태를 보여준다.
('박지수 - 적당한 교착' 중에서/ p. 219)

푼크툼이‘나 없는 세계’를 인공적으로 어떤 표면에 각인시킨 사진이라는 매체와 결부된 개념이라는 것은, 한편으론 이 개념이 사진의 타자성과 역사성이란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암시해 주기도 한다. [밝은 방]에서 바르트는 역사는 우리가 그것을 바라볼 때만 구성되지만 역사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제외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직접 보고 확인하면서 곧바로 찍을 수도 있는 오늘날의 카메라, 뷰파인더와 디스플레이 장치가 결합된 카메라는 사진의 타자성(내게는 낯선 무엇)을 폐지하는 동시에 푼크툼의 가능성을 폐지하고, 이로써 사진에 역사 없는 평면에서 부유할 능력을 부여하게 된 셈이다. 말하자면, 오늘날 사진은 욕구의 회로 속에 놓이고 동물화되었다.
('유운성 - 식물성의 유혹' 중에서/ p.227)

이미지를 만드는 기계는 시간과 공간을 편집하는 기계이기도 하다. 그것은 먼 것을 가까이 불러오고, 이미 사라진 것을 되살리거나 아예 없던 것을 만들어 내면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를 지정하고, 무엇이든 볼 수 있다고 약속한다. 기계의 무제한적인 생산성은 본다는 행위를 아주 가볍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에게 아주 무거운 책임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일단 봐 버리고 나면, 시선이 마주친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의록은 자기가 너무 겁이 많다고, 카메라 드는 것을 무서워한다고, 마치 그것이 문제라는 듯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이미지가 나오지 않을까봐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미지화하는 행위 자체의 힘을 무서워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 무서운 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려고 애쓰는 원동력이 된다.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기 위해서.
('윤원화 - 이의록, 기계 옆에서 보기' 중에서/ p.240)

유대인 학살 등 자신들의 원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부모 세대의 태도에 독일의 젊은 세대는 강한 반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나치 정권 하의 권위주의와 가부장주의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미국의 젊은 문화는 일종의 저항적 코드로 거침없이 받아들여졌다. [트웬]은 미국과 유럽,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문화가 충돌하는 격변기에서 완전히 젊은이들의 편에 선 잡지였다. 잡지의 이름을 독일식으로 ‘트벤’이라고 읽지 않고 굳이‘트웬'이라고 발음하는 것 역시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하다. 잡지의 제호를 독일어가 아닌 영어의 ‘twenty’에서 따왔다는 것 역시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하다.
('전가경 - 트웬, 젊음이 잡지가 될 때' 중에서/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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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부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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