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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축구로 경제를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구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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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함승민
  • 출판사 : 메이트북스
  • 발행 : 2018년 06월 01일
  • 쪽수 : 28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00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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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구 경제학

축구와 경제를 솜씨 좋게 버무려 맛깔스러운 스토리로 엮어낸 흥미로운 경제 교양서다. 매 챕터마다 ‘축구’와 ‘경제’라는 매우 이질적인 것 사이에서 재미있는 연결이 일어난다. 경제주간지 기자인 저자는 ‘축구’와 ‘경제’라는 낯선 2가지를 절묘하게 연결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에 대한 관심을, 경제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축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현대 축구의 포지션 파괴에서 기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제4차 산업혁명을 끌어내고, 유럽 프로축구 리그의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에서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얘기를 이어가며, 베컴의 승부차기 징크스에서 경제는 결국 심리라는 오랜 교훈을 뽑아낸다. ‘축구와 경제가 대체 무슨 상관일까’ 하는 의문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 어느새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더불어 경제를 읽는 안목까지도 갖추게 된다.
저자는 경제 생활의 지혜가 축구 속에 가득히 들어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지금 축구는 우리의 생활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중 하나고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때로는 단순하고, 때로는 복잡한 ‘경제적 묘미’가 축구의 숨은 매력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축구 또한 사람과 조직이 매 순간 내리는 선택의 연장선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단순히 경기장 내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리그와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만들어내는 앙상블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경제와 경영의 원리를 배우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축구를 알고 싶은 이들도 만족시킬 것이다.

출판사 서평

축구와 경제를 유쾌하게 엮어낸 책
축구와 경제는 생각보다 닮은 구석이 많다. 둘 다 물리적인 지역의 범위가 전 지구적이다. 축구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고, 경제는 오래전부터 글로벌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둘 다 단순한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 축구는 손을 쓰지 않고 공을 골대에 넣으면 이긴다. 경제는 이윤추구가 기본이다. 각자의 이윤추구를 인정하고 이윤을 내기 위해 서로 소통하며 체제를 구축한다. 축구의 플레이 전략, 구단의 경영 방식 등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정부 정책, 기업 운영과 많이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축구의 재미는 단순히 경기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히면 전술, 운영, 제도, 이적 같은 재미 요소가 다양하다. 경제 또한 마찬가지다. 경제를 좁은 시야로만 바라보면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관심이 쏠리지만 그 이면을 읽으려 노력하면 세상에 대한 시야가 활짝 열린다. 저자는 축구로 한국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까지 아우르며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얽히고 설킨 글로벌 경제 이야기’에서는 뉴 노멀, 불황, 제4차 산업혁명, 보호무역, 세율전쟁, ‘차이나 머니’라는 글로벌 경제의 트렌드들을 축구와 연결시켜 재미있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2장 ‘경제를 움직이는 정부의 선택, 정책 이야기’에서는 한 나라의 정부가 제도를 통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핀다. 부동산 제도, 중소기업 제도, 공기업 제도, 협동조합 제도, 지하경제 제도를 축구와 비교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장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기업 이야기’에서는 기업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축구의 성공 사례, 실패 사례와 비교해 앞으로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예측과 질문을 던진다. 4장 ‘조직을 이끄는 법칙, 리더십 이야기’에서는 개인이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지,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목차

지은이의 말_ 알수록 재미있는 축구, 알고 보면 쉬운 경제
『나는 축구로 경제를 배웠다』 저자 심층 인터뷰

1장 얽히고 설킨 글로벌 경제 이야기
뉴 노멀_ 촘촘해지는 압박전술과 경제 저성장
불황_ 베컴의 런던 대공황 슛과 경제심리
제4차 산업혁명_ 포지션 파괴와 빅 블러
보호무역_ 박지성의 워크퍼밋과 브렉시트
세율전쟁_ AS모나코의 준우승과 기업 모시기
차이나 머니_ 인해전술에서 쩐의 전술로 변신한 중국

2장 경제를 움직이는 정부의 선택, 정책 이야기
부동산_ 네이마르의 FFP 논란과 대출규제
중소기업_ 치솟은 스털링의 몸값과 홈그로운
공기업_ 성남FC와 경남FC의 강등과 전기요금의 딜레마
협동조합_ FC바르셀로나와 이용자 소유기업
지하경제_ EPL 선수 절반의 가슴팍에는 도박업체 이름이?

3장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기업 이야기
승계_ ‘리즈 시절’의 몰락과 리더 교체의 위기
지배구조_ 구단주와 감독, 오너와 CEO의 줄다리기
위기관리_ 명문 파르마의 파산과 부도기업
책임경영_ 도망 다니는 플레이메이커와 ‘기업 총수’
언더독_ 두 거인의 독주를 깬 ‘꼬마’의 비결

4장 조직을 이끄는 법칙, 리더십 이야기
혁신_ 탈압박 전술과 리더의 선택
휴리스틱_ 볼점유율과 GDP, 숫자의 함정
소통_ 히딩크의 존댓말 금지와 기업의 호칭파괴
플랜B_ 브라질에서의 브라질과 ‘원 웨이’의 실패

본문중에서

글로벌 경제는 2000년 대 말부터 구조적인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2.3%에 그쳤다. 이에 선진국들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찍어냈지만 글로벌 경제는 좀처럼 활기를 얻지 못했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뿐 아니라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신흥국들도 점차 성장률이 둔화했다. 축구에서 공격수의 적이 수비수라면, 경제성장의 적은 다양한 ‘변수’다. 여기에서 변수란 인구구조, 산업구조, 금리, 환율, 정치, 축구로 경제 과학기술, 기후, 고용, 집값 등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제 얽히고 설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경제변수가 축구의 압박전술처럼 한몸이 되어 움직인다. 이로 인해 각 분야별로 유용했던 과거의 해결 공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어떤 현상이 복잡하고,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고 역동적인 양상을 띄고 있을 때 그것을 ‘복잡성’이라고 말한다. 현대축구와 경제 환경은 복잡성을 띄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pp.33~34)

각국 정부나 기업들이 점점 더 짧은 기간 동안 혁신을 이루어내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 소수 기업이 국가경제나 글로벌 경제를 끌고 가기에는 변수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진 것이다. 마라도나 혼자서는 압박수비를 뚫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세계경제는 몇 년 간 극심한 가뭄, 저성장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했다. 이런 상황을 나타내는 새로운 용어가 ‘뉴 노멀(new normal)’이다. 고성장이 당연하던 시대는 저물고 저성장과 저금리·저물가에 고실업률, 정부 부채 증가, 규제 강화 등이 고착화하는 새로운 기준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꾸준하게 3% 이상 성장을 해왔던 ‘올드 노멀’이란 점과 구분하기 위해 ‘뉴 노멀’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여기에 시장이 기존의 경제법칙으로 설명될 수 없고 사람들이 그동안 비정상이라 여겨왔던 것들이 정상이 된 시스템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 pp.35~36)

포지션 파괴는 축구에서 오래된 주제다.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최후방 수비수이면서 기회가 있을 땐 최전방까지 올라가 공격에 가담하는 ‘리베로’가 있었다. 이후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Johan Cruyff)가 포지션에 고정되지 않고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토탈사커를 창안한 이후 포지션 파괴는 더 활발히 이뤄졌다. 축구 전술사는 이런 포지션 파괴와 궤를 같이 한다.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인사이드 포워드, 윙어 등 현대축구에서 세분화된 포지션 명칭도 포지션 파괴에서부터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포지션 파괴의 핵심은 그간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던 포지션 간 경계를 없애는 것이다. 사라진 구분은 변수가 되고 변화를 만든다. 여기서 오는 변화무쌍한 시스템은 팀 내에서 새로운 연결 고리와 접점을 형성하고 기존에 없었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경제의 주요 화두인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도 낮아지는 산업 간 경계에 있다.
(/ pp.58~59)

중국 재벌들이 앞다퉈 중국 축구팀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자, 중국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되었다. 한국은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역대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이제 중국의 공한증은 깨졌다. 세계를 휩쓴 차이나 머니는 단지 축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구단이 월드 클래스 선수를 사들이듯이 중국 자본가는 글로벌 기업을 삼켰다. 하이얼의 미국 GE 가전사업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CNCC)는 스위스 농업생물공학기업 신젠타를 43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밖에 프랑스계 리조트체인 클럽메드, 미국 최대 극장체인 AMC엔터테인먼트, 스위스 기내식업체 게이트그룹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갔다. 중국의 해외 기업인수합병 거래 규모는 2016년에만 2,210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 중국이 선수 영입과 M&A에서 ‘전통적 투자’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전략적 투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 pp.96~97)

FFP(페어플레이 룰, financial fair play)의 원리를 가만히 보면 비정상적인 시장(선수 이적료와 주급)의 과열과 그로 인한 거품의 발생, 이어지는 부채 증가와 과잉투자 우려, 이를 막기 위한 부채 제한으로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FFP는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대출비율) 등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부동산 관련 규제와 유사하다. DTI는 대출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규제다. LTV는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다. DTI와 LTV는 ‘네가 가질 돈(소득), 또는 가진 돈(자산)을 초과하는 집은 사지 못한다’라는 게 핵심이다. FFP에서 구단이 번 돈 만큼만 이적에 쓰라고 규정하는 것과 기본 논리가 같다. 만든 이유도 비슷하다.FFP는 선수 몸값이 과열되었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DTI와 LTV는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각각 2005년과 2009년에 도입되었다.
(/ pp.113~114)

EPL에는 ‘홈그로운(home grown)’이라는 제도가 있다. 유소년 시절을 잉글랜드 팀에서 보낸 선수를 의무적으로 팀 명단에 포함해야 하는 조항이다. 홈그로운은 성인 선수와의 경쟁에서는 지원이라는 갑옷을 입지만, 똑같은 지원을 받는 유소년 사이의 경쟁은 맨몸으로 부딪치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유소년 선수는 성인 선수와도 겨룰 수 있는 튼튼한 몸을 만들고, 또 경쟁력이 없는 이는 도태된다. 홈그로운을 정부정책에 적용시키면 이런 방식일 듯하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기준을 ‘작은 기업’이 아니라 ‘신생기업’으로 삼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는 일종의 일몰제다.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지원을 졸업한다. 각 신생기업은 그 안에 정부지원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규모’는 사업자가 통제 가능한 요소지만 시간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다. 기업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나 ‘피터팬 증후군’을 방지할 수 있다.
(/ pp.128~129)

공기업과 시도민구단이 낙하산 인사나 양면적인 목적을 핑계로 안이함에 젖어 방만해진 것이 사실이다. 적자를 내고 있는 공기업의 경우 임금수준은 오히려 민간에 비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직장의 안정성도 더 탄탄하다. 국회 예산정책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임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경우 학력에 상관없이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임금 상승도 더 높아진다. 그야말로 ‘저효율 고비용’ 구조인 것이다. 여기에 비합리적인 직원 복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는 단골 소재다. 시도민구단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시도민구단은) 스스로 벌지 않은 돈이기에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자체들의 살림이 팍팍해지고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시도민구단의 살림에 대한 점검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구단이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하는 효율 극대화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점은 다른 시도민구단이나 부실 공기업에게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
(/ pp.143~144)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전 세계 평균보다는 낮다. 그러나 선진국에 대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 세계 158개국의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1991년 평균 34.51%에서 2015년 27.78%로 축소되었다. 2015년 기준 지하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짐바브웨로 67%에 이르렀고, 반면 스위스의 지하경제 비중은 6.94%로 전 세계에서 최소였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대체로 7~8%대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이 8.19%로 최소 수준이었다. 지하경제 활동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걷어야 할 세금을 걷지 못한다는 뜻이다. 세금을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하니 공공서비스의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면, 여기서 다시 풍선효과가 등장한다. 세금을 피해 돈을 숨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지하경제를 퇴치하거나 양성화하는 것이 각국 정부의 숙원인 이유다.
(/ p.165)

조직 내에 일종의 ‘안필드 부트 룸’을 만드는 건 어떨까. 여기서 전임자와 후임자는 경영철학을 토론하고, 기업의 매출 실적, 성장률, 핵심사업 성과와 진행 상황 등 조직의 현 위치와 당면과제를 파악하고, 이사회 및 대주주와 우호적 관계를 설정하면서 적절한 변신을 구상하게 한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전임자와 후임자의 관계가 항상 우호적일 수는 없다. 또 한국에 적용할 경우에는 미국과 다른 사항들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기업은 대부분 경영권과 소유권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 같은 제3자가 아니라 전임자가 직접 후임자를 선택하는 것에 전권을 행사한다. 게다가 한국기업은 규모를 불문하고 대부분 가족기업이다. 후임자가 사실상 정해져 있다. 이 경우 후임자는 발굴이 아닌 육성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승계 절차는 그들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혹시 하나쯤 체계적으로 후임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한국기업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
(/ pp.182~183)

2010년대 들어 위기에 처한 국내기업들을 보자. 웅진, STX, 동양그룹의 이야기다. 2012년 9월 웅진그룹은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불과 6개월 뒤인 2013년 4월에는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신청과 6월 STX팬오션 법정관리 신청으로 STX그룹의 부실도 드러났다. 다시 5개월도 지나지 않아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졌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우르르 무너진 것이다. 이들과 이탈리아 구단의 위기 과정은 묘하게 닮았다. 웅진·STX·동양의 주력업종과 기업구조는 조금씩 다르지만, 장기간 누적된 실적 악화와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인한 재무부담, 미적지근한 구조조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세리에A의 침체 원인과도 유사하다. 이탈리아 세리에A가 겪는 어려움은 파르마의 파산에 있었다. 특히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고 외부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점에서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 pp.198~199)

압박을 피해 후방이나 측면으로 물러난 플레이메이커는 기업에서의 은둔형 경영자와 비슷하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자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쉽다. 기업의 실적이 좋을 때야 괜찮겠지만, 규제나 언론은 경영자의 부정적인 면에 주로 관심을 가진다. 경영자의 처신이나 이미지는 회사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 경영자들은 ‘소통보다는 침묵하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강하다. 언론이나 대중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말실수라도 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견제를 애초에 피하기 위해 기업의 울타리 안으로 숨어든 것이 은둔형 경영자다. 이들은 눈에 띄는 공식석상에는 참석하지 않고 언론노출을 피하는 등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법적으로 규제 기준 바깥에 위치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렇다고 권한마저 내려놓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게 뒤에 머물러 있지만, 이들은 실질적으로 기업의 전체 방향을 설정하고 사내 구석구석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 pp.211~21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첫 번째 무기는 ‘속도’다. 상대 공격을 끊어내는 순간 곧바로 역습을 감행해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무기는 ‘세트피스(set piece)’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리그에서 우승할 당시 기록한 77골 중 12골을 세트피스로 넣었다. 강한 수비로 부족해질 수 있는 공격력을 자신만의 장점을 살린 팀플레이로 극복한 것이다. 기업이 양강체제의 산업구도를 헤쳐나가는 것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양강체제에서는 선두기업의 지배력이 크기 때문에 후발기업들은 그만큼 성장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되지만, 자신만의 전략을 갖추면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역전의 기회는 수시로 찾아온다. 이때를 대비할 수 있는 언더독으로서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우선 겸허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강자에게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라이벌의 강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경영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런 점이다.
(/ pp.228~229)

탈압박은 의도적으로 변수를 만드는 행위다. 경제로 치면 고착화된 저성장 환경을 뚫고 나갈 ‘혁신’이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행위다. 특히 지금처럼 복잡하게 얽힌 경제환경에서는 기존 패러다임 내의 점진적 변화만으로는 이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현대사회와 경제환경의 복잡성을 극복하고 향후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선도할 새로운 성장 틀을 마련할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아예 혁신 자체를 성장동력과 동의어로 여긴다. 다양한 탈압박 전술을 만드는 축구가 빠르게 변해가는 것에 비해 경제시스템은 발이 느린 편이다. 경제에서 복잡성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점 커진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의 대응은 미흡하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동적이고 복잡한 네트워크 형식을 가진 환경을 정부나 기업 등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적용해야 할 대응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 pp.238~239)

구단들은 팀의 구성이나 훈련, 전술수립 과정에 통계와 지표를 적극 사용했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데이터와 지표가 가지는 가장 큰 기능은 팀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한 분석이다. 나아가 특정 데이터 자체를 플레이의 지향점으로 삼기도 한다. 각 감독이 생각하는 승리 방정식에 따라, 상대 팀의 전술에 따라 방향은 다르지만, 어쨌든 승리라는 큰 목표 아래 특정 지표를 작은 목표로 삼는 것이다. 경제는 특히 이런 지표의 중요성과 역할 비중이 상당히 큰 영역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얼마나 잘 사는 나라에 속할까? 우리 회사는 5년 전 혹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커졌을까? 이런 물음에 답하려면 우리는 상호 비교가 가능한 수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쓰이는 곳도 많다. 가령 국가경제를 이해하는 데는 물가·금리·고용률·무역수지 등의 지표가 활용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매출액·주가·시장점유율 같은 지표가 있다.
(/ p.247)

히딩크 감독의 존댓말 금지는 선수 간 상하관계와 권위주의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 또 히딩크 감독은 자신에게도 선수들이 할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두기보다는 해줄 것을 원했다. 감독에게 전술적으로 묻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좋아했다. 선수들은 처음엔 히딩크 감독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말도 많아졌고, 연습 때도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곤 했다. 속에 있는 걸 털어내고 구성원 모두가 입을 열었을 때 조직의 전력은 극대화되었다. 침묵효과는 기업에게도 걱정거리다. 뉴 노멀 시대에 필요한 건 창의적인 해법과 빠른 의사결정이다. 침묵효과는 여기에 치명적인 독이다. 이런 문제를 깨기 위한 방편으로 기업들 사이에선 최근 ‘호칭파괴’를 시도하기도 한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등 전통적인 직급과 존칭을 없애고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거나, 아예 닉네임을 사용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침묵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경직된 구조를 탈피하고 수평적 기업문화를 이식하려는 시도다.
(/ pp.263~264)

정교한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지배하는 ‘티키타카’로 2010년 월드컵과 2012년 유럽선수권에서 우승한 스페인은 선수층과 축구계의 전술변화를 간과한 채 플랜A만을 고집하다가 몰락했다. 브라질 역시 월드컵 1년 전에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과 똑같은 선발명단과 전술만 내세우다가 핵심자원인 네이마르와 치아구 시우바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준결승전과 3・4위전에서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만한 수모를 겪었다. 플랜B가 없을 때 위기가 닥치는 것은 축구뿐만이 아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기업의 경영에서도, 국가경제에도 플랜B는 필수다. 실패한 기업들을 보자. 노키아와 코닥은 각각 과거 피처폰, 필름사업의 영광을 버리지 못해 존망의 위기에 이르렀다. 소니도 트리니트론 브라운관에 의존하다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표시장치) 등 평판 TV 시대 진입에 늦고 말았다. 브라질과 스페인 축구 대표팀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과 진입해 있는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탓에 일이 틀어졌을 때의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 pp.273~274)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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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어쩌다 보니 경제기자로만 8년을 보냈다. 2011년 한국경제매거진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2013년 지금의 직장으로 옮겼다. 월간·주간·일간지를 모두 거치며 금융·IT·정책·부동산 등 경제영역을 두루 취재했다. 현장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경제를 공부했다. 그래도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아서 기자를 한다. 새로운 모든 걸 알기보다 모든 걸 새롭게 보려고 노력하고, 눈이 많이 가는 기사를 발굴하는 것보다 재미없고 중요한 기사에 눈이 많이 가도록 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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