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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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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한식, 강국진
  • 출판사 : 부키
  • 발행 : 2018년 04월 13일
  • 쪽수 : 32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0516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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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 박한식, 시대의 질문에 답하다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 가능한가? 북한의 인권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김정은과 트럼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중국과 북한은 서로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가? 대북 지원은 정말 북한의 핵 개발을 도운 퍼 주기 정책이었는가? 통일을 해야 하는가? 아니, 통일 자체가 가능하기는 한가? 세계적인 평화학자이자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의 방북을 중재했던 북한 전문가 박한식이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들에 답한다. 이 책은 분단 70년 동안 쌓인 무지와 편견이 남북대화를 방해하고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 아래에서 북한과 남북관계의 실상을 전달한다. 북한 붕괴론, 김정은과 조선노동당, 주체사상과 선군정치,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문제 등을 비롯해 미국, 중국, 북한, 한국을 아우르는 국제 정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북한 관련 이슈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북o미관계의 비공식 통로 역할을 했던 경험들을 살려 북한의 말과 행동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북한과 교류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실용적인 지침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평화 통일을 위한 여러 구체적 방안들도 제안한다.

출판사 서평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 박한식,
시대의 질문에 답하다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 가능한가? 북한의 인권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김정은과 트럼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중국과 북한은 서로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가? 대북 지원은 정말 북한의 핵 개발을 도운 퍼 주기 정책이었는가? 대북관계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통일을 해야 하는가? 아니, 통일 자체가 가능하기는 한가?

북한이 화두가 될 때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북한 관련 뉴스는 연일 보도되지만 사실 의문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 갑작스럽게 조성되고 있는 화해 분위기가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편에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강국진 기자가 북한의 실상을 직접 목격한 박한식 교수를 찾은 것도 그래서다.

조지아대학교에서 '평화'라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국제관계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박한식 교수는 CNN과 BBC를 비롯해 많은 유수의 언론들이 북한 관련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의견을 묻는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북한을 글로만 접하지 않고 50여 차례 이상 방문하여 공산당 간부들과 북한 주민들을 직접 관찰했다. 그렇다고 국제 평화와 북한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반도 평화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이어왔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시키고 북?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들의 방북을 중재했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한국?북한?미국 정부 인사와 학자들의 비공식 대화가 많아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3자 간 트랙 II 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고 인정받아 2010년 예비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수상했다.

미친놈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까?

뜬금없는 핵실험과 군사 도발, 억지스러운 외국인 억류, 갑작스러운 처형과 숙청을 보고 있자면 "대체 왜 저러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면 북한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친놈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니, 북한과의 대화는 모두 무의미하고 심지어 기만적이기까지 하다는 주장이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박한식 교수는 북한이 미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북한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정보 자체가 적은 탓도 있다.(본문 10쪽)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현실 정치와 기성 언론의 왜곡 속에서 만들어진 편견과 전후사정과 맥락에 대한 무지이다. 북한을 악마화하는 편견들이 있으니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게 되고 점점 북한에 대한 불신만 키워간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은 1명의 포악한 독재자가 제멋대로 지배하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성택의 처형이 그 증거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지배구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제가 평양에서 들은 바를 종합해 보면 조선노동당의 여러 최고위급 간부들이 협의한 끝에 장성택을 처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결정 과정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그럼에도 당 차원에서 '당과 국가를 위해 살려 둘 수 없다'고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당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당의 결정'을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본문 50쪽)

북한의 말이나 행동의 맥락을 모르는 것도 과도한 분노와 불신을 불러온다. 오토 웜비어 사건이 그랬다. 북한을 여행하던 오토 웜비어가 억류되었다가 사망하자 김정은이 경제적, 정치적 협상의 도구로 인질을 잡아두었다가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분명 건강이 나빠진 웜비어를 계속 억류해 두었던 것은 북한의 크나큰 잘못이다. 그러나 웜비어의 석방이 늦어진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하에 1년간 북한과 적극적으로 교섭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협상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사면'을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할 수 있기에 그에 걸맞은 중량감 있는 인물의 방북과 사과를 요구했던 것인데,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다.(본문 111쪽) 결국 편견을 버리고 맥락과 속사정을 알면 북한이 얼마든지 대화 가능한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화는 이해로 이어지고, 이해는 신뢰로 이어지며, 더 나아가서는 협력과 연대도 가능하게 한다. 박 교수가 일의 진행이 선후가 바뀌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그래서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은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있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세상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신뢰라는 것은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대화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본문 10쪽)

남북관계를 망친 편견, 북한 붕괴론

무지와 편견은 대화를 어렵게 할뿐만 아니라 잘못된 대북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북한은 곧 붕괴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 대표적인 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 빠르면 사흘, 늦어도 3년 안에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김정일 사망 때도 비슷한 관측이 나돌았다. 고위급 인사의 탈북, 잦은 숙청과 처벌이 붕괴의 징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수만 명이 아사한 1990대 '고난의 행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국가 시스템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북한 붕괴론은 북한의 체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착각이라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어떤 정치 체제도 단순히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붕괴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역설적이지만 독재국가에서는 외부의 압력으로 경제가 어려울수록 독재는 더 잘 이루어집니다. 카다피(리비아)나 후세인(이라크) 정권이 무너진 것이 경제 봉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그 체제를 유지하는 정통성이 무너졌을 때입니다. 만약 북한이 경제성장을 정통성의 근거로 삼는 국가였다면 북한은 몇 번이나 무너졌을 것입니다. 냉정히 말해서 북한체제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번도 정통성의 위기를 겪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정통성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항일 무장투쟁을 지도한 김일성 주석과 조선노동당 그리고 미국 등 외세에 맞서 자주성을 지키는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20~21쪽)

북한은 곧 붕괴할 거라는 착각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이 어차피 곧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면 굳이 품을 들여가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체제가 스스로 붕괴하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거나, 그렇게 되도록 압박을 가하면 된다. 이런 믿음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퍼져서 심지어 누구보다 냉철해야 할 외교정책 결정자들의 눈까지 흐려 놓았다. 한국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대표적이다. 두 정부는 '통일 대박' 같은 말을 외치면서도 남북관계의 회복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의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줄였다. 기다리면 자연히 북한의 통치 체제는 위기를 맞을 것이고 그러면 손쉽게 흡수 통일이나 유리한 협상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정일, 김정은 정권은 굳건했고 북한은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으며 남북관계는 냉전 시대로 후퇴해 버렸다. 박한식 교수는 더 나아가 북한의 중앙권력이 붕괴된다고 해도 영화 [강철비]가 그렸던 것처럼 전운이 감돌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통일이란 그렇게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교류를 이어 가며 준비한 독일만 하더라도 지금도 보이지 않는 진통을 계속 겪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좀 더 냉정히 말해서 만약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한다면 이후 일어날 일은 흡수통일이 아니라 제2차 한국전쟁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 붕괴'의 결말은 '독일'이라기보다 '시리아'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다음에 북한의 2500만, 한국의 5000만 주민들에게 올 것은 고통과 갈등, 위험뿐입니다."(본문 25쪽)

편견은 편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잘못된 정치적 주장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북한을 자극하여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는 위험한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박한식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 붕괴론 이외에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라는 인물에서부터 정치체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여러 가지를 바로 잡아준다.

북한 비핵화, 과연 가능한 일인가?

남북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북한 비핵화이다. 과연 남북한 정상들의 대화, 김정은과 트럼프의 대화로 비핵화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북핵 문제를 평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려면 먼저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북한은 왜 핵무기를 개발했을까? 미국을 위협으로 느끼고 핵이야 말로 자신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가장 경제적이고도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북핵 문제는 북·미 적대관계가 낳은 어두운 유산인 셈이다.(본문 222쪽) 박 교수는 핵 개발의 목적이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이기 때문에 경제 제제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지만, 북한 무슨 일이 있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믿을 필요도 없다고 지적한다.

"저는 북한이 안전만 보장된다면 기꺼이 국제 사찰을 받고, 핵 개발에 대한 야망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 교수 역시 "안전으로 가는 길은 평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안전보장은 결국 휴전 상황을 평화 체제로 전환하고, 북·미수교와 불가침조약 체결 등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본문 223쪽)

결국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풀려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북?미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정은과 트럼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될 수 있을까? 박한식 교수는 김정은의 경우 경제 발전의 아젠다를 위해서 미국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이 국가 정통성의 바탕을 만들었고, 김정일이 물리적 안정과 안보의 수단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제 덩샤오핑처럼 경제를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본문 43~44쪽) 그렇다면 문제는 트럼프가 어떤 사람이냐이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기본적으로 '장사꾼'이기 때문에 북한을 악마화함으로써 얻을 이익과 북한과 거래를 함으로써 얻을 이익을 끊임없이 저울질을 할 것이라고 본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후자가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면 의외로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북한과 협상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본문 220~221쪽)

통일의 길은 저 멀리에 있지 않다

예전에야 한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통일이 당연시 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굳이 통일을 해야 하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화도 잘 통하지 않고, 이미 너무나 달라져 버린 남한과 북한인데 굳이 다시 하나가 될 필요가 있을까? 박한식 교수는 이렇게 통일 없이 이웃으로 지내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분단된 상태에서는 남북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이를 잘 보여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에 핵무기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은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지금도 북핵을 빌미 삼아 평화헌법 제9조 개정을 노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핵무장은 곧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으로서는 일본의 핵무장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는 남북 모두에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처럼 우리가 나서서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본문 221~222쪽)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우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 진전의 좋은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던 최악의 사례는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핵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과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를 맞바꾸는 '포괄적 접근'을 준비하고 한국 정부와 의견 조율도 끝냈으나 김영삼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를 선언하고 북?미 대화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랬다가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을 위해 서울에 오자 태도를 바꾸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내의 정치적 이득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북핵 문제가 악화된 것이 이때였다.(본문 169~170쪽) 대북정책은 진보와 보수, 국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원칙과 전략을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

또 대북관계는 궁극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책임임을 인식해야 한다. 박한식 교수는 한국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정부에 북핵 문제 협조를 당부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런 당부는 중국의 방조가 북핵 문제의 원인임을 은연중에 전제하는데, 이러한 '북핵 중국 책임론'은 사실 미국 부시 정부가 제대로 된 대북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서 만든 프로파간다였다. 그것을 한국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여서 대북 강경책이 실패한 원인을 북한의 비이성적 행태와 중국의 방관에 떠넘기는 데 사용한 것이다.(본문 145~146쪽) 남과 북이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대화하고 협력하며 분단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으면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놀아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이질성을 포용할 것을 주문한다. 통일이라고 하면 '동질성 회복'을 떠올리고 상대에게 같아지기를 요구하기 쉽다. 전통 문화를 매개로 동질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접근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이질성을 용납하지 못하면 상대에게 낙인을 찍고 사상 검증을 하는 일이 늘어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본문 279~280쪽) 전통 문화 역시 현대의 해석이 가해져 남북이 너무나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에 통일의 발판이 되기 힘들다.(본문 281쪽) 결국 서로 다른 점들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질성을 수용하면서 통일에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 교수의 제안은 통일헌법을 작성하고 미국의 연방제나 유럽연합 등의 경험을 참조해가며 남북 개별 정부와 통일정부가 병존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이념과 체제, 제도, 생활방식을 존중하면서 지붕을 같이 사용하며 살아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주방을 따로 쓰되 지붕은 같이 사용하면서 비를 피하다 보면 협조를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협력관계가 자꾸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동 영역과 자기만의 영역의 비중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영역이 대부분이다가 차츰 공동의 영역이 늘어날 것입니다."(본문 292쪽)

박한식 교수는 우리에게는 이미 남과 북이 협력했던 경험들이 있으며, 그것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더한다면 연대와 통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본문 278쪽) 개성공단의 경험을 살려 개성을 통일 도읍으로 삼고 남북 공동 대학을 설립하는 등 남북이 협력하면서 함께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도 함께 제시한다.(본문 293~294쪽) 이렇게 보면 통일은 저 멀리에 있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고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테러와 전쟁으로 고통받는 세계에 희망의 근거가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추천사

남북관계가 제구실을 못하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고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괴로워 할 수밖에 없다. 남북이 능동적으로 노력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비로소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우리 힘으로 하는 외교'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하리라 믿는다
- 정세현 / 전 통일부 장관

5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그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한식 교수가 강국진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북미관계 개선, 북핵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후손들에게 전쟁 걱정 없는 나라를 물려주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 박경서 / 대한적십자사 회장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느니 '통일은 대박'이라느니 하는 허무한 말장난 속에서 남북은 '관계'라고 할 만한 것조차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 책은 지난 정권이 망쳐놓은 남북관계를 바로잡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하는 데 소중한 밀알이 될 것이다.
- 김종배 / 시사평론가

이 책에는 한동안 연구를 해야만 알 수 있는 숨은 맥락들이 참 많이 담겨 있다. '편견'이나 '닫힌 마음'만 없다면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북한 관련 책 중에 가장 흥미롭고, 진솔하게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 김성해 /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목차

머리말
첫 번째,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
- 북한 붕괴라는 도그마
- 민중봉기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 압박과 인내 모두 답이 아니다
- 북한은 자본주의화되고 있나

두 번째, 미치광이 혼자 북한을 지배한다는 착각
- '포악한 독재자'라는 프레임
- 김정은의 목표는 덩샤오핑
- 북한은 1인 독재국가인가
- 장성택 처형의 의미

세 번째, 선군정치는 군부독재와 같은 말이 아니다
- 북한의 심장, 주체사상
- 주체사상을 떠받치는 네 기둥
- 김일성과 기독교 그리고 통일교
- 선군정치는 군부독재의 이데올로기인가
- 북한식 성과 평가는 그 기준이 다르다

네 번째,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 인권 뒤에 숨은 인권 정치
- 탈북자 증언,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 탈북자 북송반대, 과연 인도주의적인가

다섯 번째, 북한은 외국인 억류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 2009년과 2016년, 두 외국인 억류 사건의 차이
-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여섯 번째, 대북 지원이 핵 개발을 도왔나
- 대북 지원 내역 뜯어보기
- '퍼 주기'의 실체

일곱 번째, 중국과 북한, 혈맹과 밀당 사이
- 피를 나눈 혁명 동지
- 북핵 중국 책임론의 허상
- 북·중 경제협력의 두 얼굴
- 미묘한 긴장, '고대사'의 정치

여덟 번째,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보는 남북관계
- 남북 대화의 시작, 7.4 남북 공동성명
- 노태우, 화해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다
- 무대책의 대북정책, 김영삼
- 햇볕정책의 역사적 의의
- 10년의 성과가 무너지다
- 남북관계 개선을 위하여

아홉 번째,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 미국 대북정책의 중심, 북핵
- 미국의 실수
- 오바마의 대책 없는 '전략적 인내'
- 북한이 핵에 목을 매는 이유
- 트럼프 시대의 북핵 전망
- 어렵다, 그러나 길은 있다

열 번째, 분단의 비극, 안보의 함정
- 안보 접근법과 평화 접근법
- 또 하나의 흑막, 군산복합체
- 이산가족 문제는 조심스럽게

열한 번째, 통일은 곧 손해라는 생각에 관하여
- 남북 협력의 경제 모델, 개성공단
- 개성의 중요성 그리고 가능성
- 뉴 프런티어, 나선특별시
- 북한의 경제적 편익, 지하자원

열두 번째,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은 저 멀리에 있지 않다
- 동질성 추구보다는 이질성의 포용을
- 비공식 대화를 활용한다면
- 남북의 공통점과 차이점
- 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통일헌법
맺음말
에필로그 : 만주에서 미국까지, 다시 평양으로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 전쟁이 없는, 전쟁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정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친구를 사귀려면 자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때로는 시답잖은 수다를 떠는 것도 우정을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처음에는 오해도 생기고 갈등도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만들려면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은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있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세상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신뢰라는 것은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대화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pp.9~10)

심지어 정책 결정자들 중에서도 북한을 뒷골목의 조폭 집단처럼 묘사하거나, 세계를 망치려 드는 사이코패스처럼 여기는 모습을 보며 '이래서야 어떻게 냉정하고 합리적인 대북정책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도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 정부와 교섭해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pp.10~11)

좀 더 냉정히 말해서 만약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한다면 이후 일어날 일은 흡수 통일이 아니라 제2차 한국전쟁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 붕괴'의 결말은 '독일'이라기보다 '시리아'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다음에 북한의 2500만, 한국의 5000만 주민들에게 올 것은 고통과 갈등, 위험뿐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붕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붕괴해서도 안 됩니다.
('첫 번째, 북한은 과연 붕괴할 것인가' 중에서/ p.25)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얼마나 현실 적합성이 있고 타당한지 따져 보기 위해서는 북한의 권력 집단이 움직이는 작동방식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북한의 국가 체제를 '1인 독재'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오랜 세월 북한을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은 북한은 '1인 독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을 지배하는 것은 조선노동당입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이 지배하는 일당 독재국가로, 조선노동당을 움직이는 것은 특정한 개인이 아닙니다.
('두 번째, 미치광이 혼자 북한을 지배한다는 착각' 중에서/ pp.44~45)

제가 원래 종교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주체사상을 종교철학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이 주체사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주체사상은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종교'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주체종교에서는 김일성 어록이 곧 성경입니다. 북한의 고위직 관료 집무실에는 '일력'이 있는데, 하루하루 넘길 때마다 김일성 주석의 교훈이 쓰여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묵상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대상이 성경이듯 북한에서는 김일성 어록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또한 종교치고 노래가 없는 곳이 없듯이 북한에서는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찬송가가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와 예수를 찬양하는 노래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노래가 있고, 신학이 있고, 성경이 있고, 목사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종교 집단이나 다름없습니다.
('세 번째, 선군정치는 군부독재와 같은 말이 아니다' 중에서/ p.66)

선군정치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가 존재합니다. 특히 군사독재 정권의 기억이 남아 있는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선군정치는 곧 군부독재로 느껴지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선군정치는 단순히 군부를 존중하고 군부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군정치의 핵심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것은 군부 지배가 아니라 '군인들에게 배우자', '군대가 인민들의 생활을 도우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인들을 존경하고 흠모하게 만들기 위해 군인들의 위상을 높여 주는 차원이고, 인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군인들이 해결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세 번째, 선군정치는 군부독재와 같은 말이 아니다' 중에서/ pp.70~71)

북한이나 중국 모두 '시국이 잠잠할수록' 탈북자 처리에서 융통성이 커집니다. 구금과 강제송환을 조용히 중단하거나 중국인과 결혼한 경우 합법 체류 자격을 주는 등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를 취하는 식입니다. 반면 탈북자 관련 사건이 세계적인 뉴스로 부상한 직후에는 어김없이 북한과 중국 간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강제송환을 위한 임시 수용소를 설치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인도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조용한 외교'가 필수적입니다. 단식투쟁을 하고 유엔 회의장에서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는 공격적인 행동을 할수록 중국 내 탈북자들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실을 감안해야 합니다. 독도 문제에서 보듯이 조용한 외교는 굴욕 외교가 아닙니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네 번째,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서/ pp.95~96)

북한 입장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체면을 세우는 일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왜냐하면 사면을 해 주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에서 그들에게 직접 요청할 정도의 중량감 있는 인물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2009년 당시에도 "장군님을 만날 품격 있는 사람이 오지 않으면 장군님을 만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을 제안한 것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만약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수락하지 않았다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제가 직접 요청했을 것입니다.
('다섯 번째, 북한은 외국인 억류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중에서/ p.111)

대북 '퍼 주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예산 낭비의 전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한 번에 그만한 액수를 지원하지만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해서 '퍼 주기'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경상남도가 마창대교와 주변 연결 도로를 건설하는 데 쓴 예산이 3800억 원입니다. 1년에 3500억 원꼴로 지원해서 '퍼 주기'라며 욕이란 욕은 다 먹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다리 하나 건설하는데 3800억 원을 썼다고 합니다. 다리를 짓는 것은 퍼 주기일까요, '투자'일까요?
('여섯 번째, 대북 지원이 핵 개발을 도왔나' 중에서/ p.127)

지하자원부터 관광까지 중국인들이 북한 곳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북한으로서는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헐값에 수십 년간 광산 사용권을 내주는 것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2년 당시 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10년만 이 상태로 가면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모두 점령해 버릴 것"이라고 우려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북한이 선호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북한은 경제 다변화를 원한다. 그런데 유엔과 미국의 제재로 못 하게 돼 있다.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 위치에 처하게 되는 것은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미국에도 좋지 않다([한겨레], 2012년 9월 24일 자)"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일곱 번째, 중국과 북한, 혈맹과 밀당 사이' 중에서/ p.92)

노태우-김대중-노무현의 길은 북핵 문제에는 북핵 문제대로, 남북관계에는 남북관계대로 유연하게 접근했습니다. 두 문제를 병행하는 것이 결국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반면 김영삼-이명박-박근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없다'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대북정책을 폈습니다. 그 결과 북핵 문제는 악화되고 남북관계는 단절되어 버렸습니다. 전자와 후자는 북한을 제대로 아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의 차이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북한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 북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북한이 왜 핵 개발에 목을 매는지,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북한이 자존심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점, 미국-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바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여덟 번째,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보는 남북관계' 중에서/ pp.185~186)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핵 능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런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는 북·미관계 속에 위치해 있고, 북·미관계 개선이 없다면 핵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안전만 보장된다면 기꺼이 국제 사찰을 받고, 핵 개발에 대한 야망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 교수 역시 "안전으로 가는 길은 평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홉 번째,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중에서/ p.223)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역시 안보 접근법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핵무기가 있어야 아무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이는 핵무기가 평화를 담보한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침략에 대한 공포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안보 접근법입니다. 리비아에서 발생한 내전, 그리고 카다피 처형은 북한의 공포심을 더욱 더 자극했습니다. 북한이 보기에 카다피는 미국에 안전을 보장받고 무장을 해제했다가 뒷통수를 맞아서 몰락한 경우입니다. 미국에 걸리면 망한다, 미국에 망하지 않으려면 핵무기를 더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런 시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안보 접근법은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이게 다 미국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세상을 대한다면 인권과 경제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열 번째, 분단의 비극, 안보의 함정' 중에서/ pp.235~236)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성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 모델을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개성을 먼저 경제 중심 도시로 성장시키면서 남북 정치 체제에서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는 지역 공동체, 그러니까 일종의 '통일특구' 혹은 '통일특별자치구역'으로 발돋움시키는 방안이 어떨까 합니다. 한마디로 개성이 '통일을 위한 청사진'이 되는 것입니다. 개성에서 남북 간 자치 경험을 쌓고 경제협력을 통해 번영을 구가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중국에서 선전과 상하이가 중국의 개혁 개방을 선도했던 것과 비슷한 역할을 개성이 담당하는 것입니다. 개성공단 경험을 통해 북한이 부동산 거래 제도를 정비했던 것처럼 개성 모델이 남북 간 제도 변화를 견인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열한 번째, 통일은 곧 손해라는 생각에 관하여' 중에서/ p.261)

통일은 남북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며, 각자 제대로 된 사회 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함께 이루어야 합니다. 6·15 남북 공동선언에서도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어느 단계까지는 남북 개별 정부와 통일정부가 병존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개성과 DMZ 지역을 중심으로 '작은 통일정부'를 세워 처음에는 군사력도 없고 외교권도 없겠지만 경제적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유럽연합의 수도인 브뤼셀과 유사할 수도 있습니다.
('열두 번째,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은 저 멀리에 있지 않다' 중에서/ p.27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9~
출생지 만주
출간도서 1종
판매수 544권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났다. 해방 시기에 평양으로 건너와 피난민 수용소 생활을 했으나 분단될 때 조부의 고향인 경상북도 청도로 내려왔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석사,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1년부터 2015년까지 조지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조지아대학교에서 가르친 학생의 소개로 당시 조지아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와 인연을 맺었고, 키터를 통해 덩샤오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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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74~
출생지 전북 고창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4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자랐다. 중앙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부터 지금까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예산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2017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에서 '조세담론의 구조와 변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북경협과 북핵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대북 퍼 주기 담론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이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2015년 미국 출장 당시 인터뷰를 요청한 것을 계기로 박한식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현재 서울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는 한편 나라살림연구소와 저널리즘학연구소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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