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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운동과 담배규제정책의 이해

세계보건기구의 추산에 의하면 담배는 전 세계에서 일 년에 7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중 600만 명 이상은 직접흡연으로, 90만 명은 간접흡연으로 인해 목숨을 빼앗기고 있다. 담배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깨닫게 된 인류는 뒤늦게야 담배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담배 없는 세상’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이 책은 그곳에 이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며 ‘로드맵’을 제시한다.

▨ 금연운동은 죽음과의 싸움, 담배회사와의 전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KT&G,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BAT, JTI 등 4개의 담배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 KT&G 한 회사에서만 2016년 한 해 총매출이 2조 9,682억 원, 당기 순이익은 1조 827억 원에 달한다. 한마디로 말해 이들 회사는 해마다 6만 명의 생명을 앗음으로써 수조 원의 이익을 챙기는 꼴이다. 그리고 6만 사망자의 빈자리를 메울 새 고객으로 청소년을 노리면서, 그들을 흡연자로 만들기 위해 담배 소매점에 화려한 광고물을 설치하고 있다. 또한 담배회사들은 비난을 피해가고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이른바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는 한편, ‘몸에 덜 해롭다’는 신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처음에는 필터 담배를, 이어 저(低)타르 제품을 만들었으며, 그 후에도 구강담배, 전자담배, 가열담배 따위를 내놓으며 흡연을 유도해왔다. 따라서 금연운동은 담배회사와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해마다 스러지는 6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참고로, 담배를 한 개비 피울 때 줄어드는 수명은 11분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 갑당 3.67시간의 수명이 연기로 날아가는 셈이다.)

▨ 담배가격을 어떻게 인상할 것인가
한국의 담배 한 갑당 평균 가격은 4,500원으로 OECD 34개 국가 중 30위다. OECD 평균 가격이 7.48달러(USD)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올릴 여지가 충분하다. 많은 선진국에서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담배가격을 꾸준히 인상하여 흡연율을 낮춘 사례들을 참조해야 한다. 인상률이 낮으면 흡연자들의 체감도가 약해 흡연율 감소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이 국민 건강 증진보다는 정부의 세수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오해까지 살 수 있다. 따라서 충분히 큰 폭의 가격 인상, 매년 또는 2년마다 1회씩의 정기적인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담배가격에 따른 수요탄력성이 청소년층에서 더 큰 만큼, 적극적인 담배가격정책은 청소년의 흡연 진입을 억제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 금연구역 확대는 어디서부터?
우선 실내 공공장소에서의 전면적 금연을 도입하면서 실외 금연구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실내 금연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외 금연구역을 확대하면 흡연자들이 실외에서 실내로 이동하고, 결국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 위해가 조장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실외 금연도 길거리 등 완전한 실외보다 유사 실외 구역부터 대상으로 해야 한다. 예컨대 건물 입구, 운동경기장, 카페나 음식점의 실외 영업장, 버스 터미널 등 실내 공공장소와 인접한 실외 공공장소는 담배연기의 농도가 높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곳에서부터 금연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담뱃갑 경고 메시지의 효과
담뱃갑에 위험 경고 메시지를 넣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금연정책 중 하나다.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라면 그 경고를 1년에 약 7,000번 보거나 의식하게 마련이니까. 세계적인 추세는 경고문구와 더불어 위협적인 그림을 크게 삽입하는 것이다. 시각적인 경고의 효과가 단순한 문자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경험적 증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고그림은 선명하고 위협적인 비주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데, 이처럼 주목도가 높으면 건강 위험에 대한 인식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외국의 연구 문헌들은 보고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효과가 크다고 한다.

▨ 금연 캠페인은 ‘진실’을 위한 것이다
담뱃값 인상이나 금연구역 지정 등 법적 강제성이 있는 금연정책과는 달리 금연 캠페인은 흡연자를 비롯한 대상자들을 설득하고 교육하여 건강한 행동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트루스’ 캠페인은 ‘청소년 흡연을 유도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담배회사의 조작과 사술에 속지 말고 진실(truth)을 파헤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2000년에서 2004년까지의 실적만 봐도, 이 캠페인이 아니었다면 담배를 피우게 됐을 청소년 45만 명의 흡연 예방에 성공했으며 이로 인해 절약된 의료비도 최소 19억 달러에서 최고 54억 달러까지로 추산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금연사업에 적극적이고, 담뱃세 인상 등으로 늘어난 관련 예산을 금연 캠페인에 투입하고 있는데, 개발 단계부터 그 집행과 평가에 대한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담배와 금연운동의 역사 / 서홍관
흡연의 폐해 / 지선하 · 임민경
담배규제 관련 법령의 현황 / 김성수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 조홍준 · 임민경
우리나라의 담배가격 정책 / 정영호
공공장소의 금연정책 / 이기영 · 김정훈 · 조홍준
경고그림과 경고문구 / 백혜진
담배회사의 광고 · 판촉 · 후원 / 이영화
금연지원 서비스 / 백유진 · 임민경 · 김현숙
담배소송 / 서홍관 · 이두갑
청소년 흡연예방과 금연정책 / 박순우 · 신성례 · 황준현
금연 캠페인 / 백혜진
담배회사 감시 / 이성규
담배 불법거래와 밀수 / 최성은
신종 담배 / 이철민 · 이성규
담배중독 / 노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