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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과 부활의 음악을 저자의 깊이 있는 성찰로 풀다.

사순과 부활 음악을 필자의 묵상과 함께 소개한 책. 친숙한 클래식 음악이 사회적·문화적 배경 및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음악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할 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키울 수 있다. 여기에 음악에 대한 필자의 사색과 묵상이 어우러져 있어,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사순과 부활 음악을 저자의 일상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잔잔하게 풀어낸 책이다.
친숙한 클래식 음악을 통한 대음악가들의 예술적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사색과 묵상을 통해 함께 어우러진다.

종교에 몸을 담고 있어 음악도 종교음악, 특히 가톨릭 배경을 가진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이 책을 지으신 유영민 선생님처럼 저도 계절이나 시기별로 꼭 한 번씩 듣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겨울이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전곡, 사순시기를 맞이하면 바흐의『마태수난곡』, 로시니의『슬픔의 성모』,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하는 위령성월(慰靈聖月)인 11월에는 포레의『레퀴엠』을 듣습니다.
음악 해설서는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음악 묵상집’은 드문 듯합니다. 이 책의 제목 ‘목마르다’는 예수님의 십자가상 일곱 마디(가상칠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말씀을 만나면 곧바로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라는 복음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 책은 특히 바흐의『마태수난곡』과 세자르 프랑크의『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마지막 일곱 말씀』, 엘가의『사도들』에 대해 섬세하고 깊은 묵상을 전합니다. 사순절이 고통과 죽음의 시기만이 아니라 부활에 대한 희망에 찬 시기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회개와 정화의 시기인 사순절을 지내면서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인류의 유산인 이 음악들과 함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 마음을 정화하는 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들어가며. 지금이 은혜로운 때
　브루흐: 콜 니드라이

제1장.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케로: 미제레레
　알레그리: 미제레레
　베르디: 미제레레
　 - 오라토리오

제2장.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며
　헨델: 메시아
　 ㆍ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ㆍ그는 멸시받고 배척당하였다
　 ㆍ분명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 아뉴스 데이

제3장. 오, 피투성이 상처로 물든 마리아!
　바흐: 마테수난곡
　 ㆍ오라, 딸들아, 와서 나와 함께 슬퍼하자
　 ㆍ사랑의 예수여
　 ㆍ그것은 저입니다. 보속해야 하는 건 바로 저입니다
　 ㆍ나 여기 당신 곁에 있으리다
　 ㆍ불쌍히 여기소서!
　 ㆍ어찌 이런 경악할 판결이 있단 말인가!
　 ㆍ저 분은 우리 모두에게 선한 일을 하셨습니다
　 ㆍ이제 주께서 안식에 드셨으니
　 - 슬픔의 성모

제4장.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프랑크: 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마지막 일곱 말씀
　 ㆍ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하이든: 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마지막 일곱 말씀
　 ㆍ목마르다
　 - 레퀴엠

제5장.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로
　엘가: 사도들
　 ㆍ무덤에서
　 ㆍ승천

나오며.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사순절 음악 묵상을 책으로 내야지, 생각만 하며 10년 넘게 미루어온 하느님과의 약속. 건강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이것부터 해결해야겠다, 안 그러면 편히 죽지도 못하겠다 싶었다. 마침 건강을 핑계로 하던 일을 많이 정리한 터라, 조금씩 건강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레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 울퉁불퉁한 플라스틱 식탁 위에서. 글 쓰는 작업이 수월하진 않았으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자 서문 중에서

보첼리를 임신한 어머니에게 의사는 낙태를 권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생명을 지울 수 없다며 보첼리를 낳았고, 의사의 경고대로 보첼리는 시력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분명 쉽지 않은 삶이었을 텐데, 어릴 적 그의 기억은 그리 어둡지 않다. 시각장애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도 별로 되새기지 않는다. 아픈 기억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서이다. “내 삶은 한 편의 동화였다. 어릴 적 나는 주일미사에 가고 싶어 안달하던 소년이었다.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싶어서였다. 난 꿈을 좇던 소년이었고, 내 꿈은 현실이 되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미제레레 중에서(본문28-29쪽)

아무것도 모를 당시 나의 롤모델은 야심차게도 예수님이었다. 예수님을 따르기로 했으니 당연한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음을 곧 깨달아버렸다. 그래서 예수님은 ‘천상의 롤모델’로 이름 붙이고, ‘지상의 롤모델’을 따로 찾았다. 성모님이었다. 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봐도 성모님의 흠결을 찾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무염시태’라는 말마디도 어려운 교리까지 알고 나서는, 성모님도 결국 출생성분이 우리와 달랐구나, 옅은 한숨을 내쉬며 성모님 역시 ‘천상의 롤모델’로 간주해버렸다.”
부활의 빛, 부활의 길 중에서(본문1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