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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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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신들이 사라진 시대, 신화를 기억의 창고에서 불러내어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멈추는 순간, 세상이, 곧 우주가 작동을 멈춘다


    최고의 신화 전문 소설가 김남일이 [꽃처럼 신화]로 돌아왔다. 인문학의 보고(寶庫) 신화 세계를 소설가의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건 축복이다. 우린 그 축복의 결정체를, 그 꽃처럼 아름다운 스토리텔링 신화 세계를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그 세계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세계이자, 철학과 종교, 문명과 과학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세계이다.
    이 책이 다루는 대상은, 지리적으로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동서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 그리고 태평양 신화까지의 전 세계 신화이고, 시간적으로는 창세신화부터 건국신화, 영웅신화까지 포괄한다. 주제별로는 신화세계의 영원한 이단자 트릭스터, 신화의 기원이자 영원한 주제인 죽음의 신화, 그리고 신화가 지니는 정치적 의미까지 두루 다룬다.
    눈부신 첨단 과학기술문명의 시대인 오늘날 신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핀다. 인문학적 관점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 경우, 인문학적 관점에서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과 동물, 혹은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중심과 주변의 관계에 대해서, 다수와 소수의 관계에 대해서, 틈과 사이에 대해서 넉넉히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인간이 자연세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도 안 되거니와, 인간이 진화의 종착역이라는 오래된 믿음 또한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정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신화는, 기왕의 인문학이 고수해 온 관점 자체를 일정 부분 해체하는 동시에 새롭게 확장하는 일까지 그 임무로 끌어안는다, 고 감히 말할 수 있으리라.

    출판사 서평

    신들이 사라진 시대, 신화를 굳이 기억의 창고에서 불러내어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화는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이야기이므로 죽음도 없다. 이야기 속에서 죽은 자는 다시 산다. 영원히 산다. 그러니 이야기의 ‘바깥’ 같은 것은 없다. ‘신들의 황혼’ 이후에도 이야기는 계속되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 지능이 인간 지능마저 압도한 시대, 신화는 새삼 무엇일 수 있을까. 신화시대의 주인공들은 이 눈부신 첨단문명의 한복판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신화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왜, 어떤 이유에서일까. 한편으로 자본에 치이고 한편으로 과학에 치이는 신화의 운명이 아슬아슬하다.

    우리 시대, 신화는 스토리텔링으로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늘 우리에게도 독서의 재미는 물론,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풍성한 참조를 제공하는 인문학적 각주의 구실도 한다. 마야 문명을 대표하는 신화 역사서 [포폴 부]에서 아파트 층간소음의 뿌리를 찾을 수 있고, 오늘날 중남미 축구가 막강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근엄하고 엄숙한 신화는 개나 줘버려!
    -피비린내 그리스로마 신화, 비겁한 인도의 대표 두 서사시, 그리고 북유럽의 로키


    세상이 처음 열리고 인간이 처음 생겨날 때의 이야기. 진정한 의미에서 신화는 이 시절의 신화를 가리킨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그 시절의 신화에서 인류의 아주 많은 것들 또한 비롯한다. 세상이 처음 열리던 때는 근엄하거나 엄숙하지만은 않다. 어떤 경우는 초장부터 끔찍한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대표적이다. 올림포스의 질서가 제우스를 중심으로 확립되기 이전 근친 간에 생사를 건 투쟁으로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바빌론 신화, 이누이트족 신화도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멀다.

    인도를 대표하는 두 서사시 [라마야나]의 주인공 라마와 [마하바라타]의 판다바 가문의 오형제는 천성이 착하고 효성이 지극하며 형제간에 우애가 깊고 무예 또한 천하를 호령할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끝가지 완벽한 영웅인 것은 아니다. 영웅으로 차마 해서는 안 될 비겁한 면모까지 보이는 것이다. 라마는 원숭이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몰래 숨어 화살을 쏘는 행위를 저질렀고, 판다바 가문 오형제 중 하나인 유디스티라는 도박에 뛰어들어 상상을 초월하는 베팅으로 아내 드라우파디를 포함한 모든 것을 빼앗기는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신화의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존재가 있다. 스스로 근엄한 신화의 주인공들 속에 편입되기를 거부한 채 끝없이 방랑의 길을 가는 그들에 대해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고루한 기존 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화세계의 영원한 이단자들이다. 북유럽 신화의 로키는 전 세계 트릭스터 중에서도 가장 위태로운 존재로 손꼽힌다. 그는 동물/신, 거인/신을 오가다가 나중에는 임신까지 하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역할까지도 기꺼이 수행한다. 하지만 로키가 없었다면 가령 토르에게 묄니르도 없었을 테니 이야기가 제대로 엮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신들의 몰락, 저 장엄한 라그나로크도 없었을 테고.

    신화는 쓸모가 있다? 없다?
    -상품경제 영역에서 쓸모 있게 소비, 인문학적으로 신화 읽기


    신화는 시간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먼 태곳적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것이 오늘 우리의 시간하고 전혀 상관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이 눈부신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에 여전히 신화의 의미를 거듭 궁리하는 것도 모든 신화는 이미 오늘의 신화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신화는 상품경제 영역에서 주로 소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자양강장제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신(酒神) 박카스에서 따왔고, ‘별다방’ 스타벅스의 로고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이다. 비너스, 칼립소, 마이다스, 나이키, 파에톤도 그리스로마 신화에 호적을 두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오늘날 신화는 영상과 게임 산업에서 각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신화는 확실히 쓸모가 있다.

    그렇다면 신화는 인류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그것은 여전히 실제적인 이득을 안겨주는가. 최소한 우리는 신화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특히 인문학이 전에 없이 중요성을 요청받는 우리 시대, ‘신화의 인문학’이 과연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반(反)영웅으로서 트릭스터의 존재는 인문학적으로 신화를 읽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에 신선한 활력을 보태 준다. 마른 것도 젖은 것도 아닌 거품의 신화, 문 안도 밖도 아닌 문지방의 신화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신화가 이분법에 기초한 합리주의만으로도 도무지 풀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일정하게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은 ‘경계’의 사유다. 경계야말로 신들의 교활한 지혜[狡智]이자 우리가 신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지혜[巧智]의 하나이기도 하다.

    목차

    제1부 오늘 우리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제2부 신화, 이렇게 읽어도 된다
    제3부 아주 많은 것들의 시작
    제4부 건국신화 삐딱하게 읽기
    제5부 영웅신화 삐딱하게 읽기
    제6부 신화세계의 영원한 이단자
    제7부 죽음과 그 너머의 세계
    제8부 신화, 오늘의 이야기
    제9부 새로운 인문학으로서의 신화
    에필로그 이야기로서의 신화
    후기
    그림 출처

    본문중에서

    우리 시대에 신화는 과거와 같은 속 시원한 정답이 아닐지 모른다. 죽음을 극복하게 해주지도 못하고, 병자를 치료해주지도 못한다. 현대인은 지진이 땅속 깊은 곳의 마그마가 지각 변동에 따라 분출되는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일 뿐이라는 사실도 안다. 죄를 많이 지었다고 지진이 더 자주 더 세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신화는 오히려 질문으로서 더 의미 있는 기능을 발휘한다. 질문의 한 형식으로서 신화는 과학과는 다른 방식을 통해 오히려 사실의 표층에 잘 드러나지 않는 진리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인류에게 일정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지도로서, 나침반으로서, 내비게이션으로서 기능한다면, 상당 부분 그것은 바로 이런 알레고리를 통해서이다.
    (‘제1부 오늘 우리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중에서)

    신화의 알레고리가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가장 분명하면서도 모호한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처럼 우주와 시간이 처음 시작되던 때일 것이다. 아무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 어쨌거나 그때 그 순간은 가장 장엄하면서도 시시하고, 가장 진지하면서도 허탈하고, 가장 신비로우면서도 그저 그랬을지 모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세상이 처음 열리던 개벽이나 세상을 처음 만들던 창세의 신화도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어떤 분명한 목적의식, 분명한 쓰임새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제3부 아주 많은 것들의 시작’ 중에서)

    마우이 같은 신화의 주인공을 ‘트릭스터’라고 한다. 영어로는 트릭(trick)이 속임수나 장난 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트릭스터(trickster)는 사기꾼이나 협잡꾼, 아니면 좋게 봐줘도 장난꾸러기 혹은 재주꾼 정도로 간주된다. 문화인류학에서는 “도덕과 관습을 무시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신화 속 인물이나 동물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융은 트릭스터가 하나의 원형으로서 인간의 모든 부정적인 요소인 그림자(umbra)의 표상이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점은 “도덕과 관습을 무시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만일 기존의 도덕과 관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그리고 지켜야 할 사회 질서 역시 강압(독재)에 의한 비민주적 질서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런 도덕과 관습, 그리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어떤 행동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트릭스터는 기존의 지배적인 질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든지 중심을 향한 그 공고한 구심력을 흩어 놓는다든지 하는 교란자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우리 탈춤의 말뚝이는 물론, 김삿갓(김병연)이나 김선달은 철저한 신분제와 엄격한 유교 윤리로 유지되던 조선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의 칼날을 들이민 일종의 트릭스터로 기억할 수 있다.
    (‘제6부 신화세계의 영원한 이단자’ 중에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진화론이 승리를 선언한 이후에도,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에도, 신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인간이 만든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 기사들을 여지없이 격파한 지금도 신화의 종언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신화는 늘 새로운 시대의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활력이 모두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많은 경우 그 활력은 소비의 영역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커피의 신화, 스타킹의 신화, 자양강장제의 신화는 어쩌면 지난 시대 신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의 대신 연극이, 서사시 대신 소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된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신화가 오직 상품경제의 영역에서만 소비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비관주의일 것이다. 시장과 교환이 곧 신화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8부 신화, 오늘의 이야기’ 중에서)

    도대체 세상은 왜 창조되었는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창조주가 완벽한 절대지존이라면서, 왜 우리 인간은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는지. 아니, 창조주는 또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디서든 오지 않았다는 말은 도무지 납득도 되지 않고, 요령부득이니까. 자재(自在), 즉 저절로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왜 오늘은 어제가 아닌가. 밤은 왜 오는지. 달은 왜 이지러지고 또 차는지. 농부는 왜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둬들여 하는지. 노래는 어디서 왔는지. 이 세상 최초의 이야기꾼은 누구인지. 왜 아기는 자라고 노인은 늙는지. 그리고 마침내, 죽음은 무엇인지. 그것은 어째서 피할 수 없는지.
    이 모든 질문이 곧 이야기였다. 인간의 우주란 곧 이야기의 우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야기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모델로 바꾸기 위해 만들어내는 판타지이며, 인간은 이야기를 지어냄으로써만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자신의 존재를 의미 있게 한다.
    (‘에필로그 이야기로서의 신화’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7~
    출생지 경기도 수원
    출간도서 25종
    판매수 9,212권

    1957년 수원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하고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청년일기] [국경] [천재토끼 차상문] , 창작집 [일과 밥과 자유] [천하무적] [세상의 어떤 아침] [산을 내려가는 법]이 있으며, 산문집 [책]과 고전이야기 [전우치전], 인물평전 [안병무 평전] 등을 펴냈다. 아름다운작가상, 제비꽃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2012년 권정생 창작기금을 받았다. 특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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