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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의 거주 박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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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주거문화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는 1970년 서울에 있는 7가지의 서로 다른 대표적인 아파트를 유형별로 나눠 각 50세대씩 골라 장독의 숫자와 보관 장소, 세탁 장소와 세탁물 건조 장소를 조사했다. 장독의 경우 아파트 유형에 상관없이 평균 9개 이상의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탁물 건조 장소는 발코니가 압도적으로 많고 옥상, 부엌, 방 등으로 나타났다. 와우시민아파트가 붕괴되었을 때 붕괴의 주원인이 장독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
“한신 부동산이니 강남 부동산이니가 바로 복덕방을 의미한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 아무리 내부를 기웃대도 복덕방 영감 비슷한 늙은이도 눈에 안 띄었다.” 박완서의 단편 [서글픈 순방]에 나오는 것처럼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동네 사람들과 지리를 꿰뚫고 있는 노인이 “집이나 방을 찾는 사람들의 안내자 역할”을 하던 복덕방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언제부턴가 부동산중개업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016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과 정환, 덕선이가 살던 집을 부르는 ‘불란서식 미니2층’에서 주택 이름에 ‘불란서식’과 ‘미니’가 붙은 이유를 따져보았는가 하면, 최초의 중산층아파트로 탤런트 강부자 씨가 최초의 입주자였던 한강맨션아파트를 포함한 맨션아파트의 탄생 배경과 맨션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을 파헤치기도 했다. 제주의 ‘핫 플레이스’ 이시돌 목장에 남아 있는 테쉬폰이 수유리와 구로동에 국민주택의 여러 유형 중 하나로 지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오래되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강남의 50평 아파트에 살면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생 성공의 바로미터로서 강남과 아파트, 선납입주의 필수 코스가 된 모델하우스의 유래와 학습 효과 등을 분석하기도 했다.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는 우리 주거문화의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장독대, 더스트 슈트, 곤돌라처럼 흔적만 남은 주거공간의 사소한 부분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상가주택, 불란서식 2층, 맨션아파트처럼 주거 유형의 변천사와 단지 공화국, 국토건설단, 서울 요새화 계획처럼 법령과 제도에 의해 형성된 거주문화 등 오랜 시간 관심 두고 연구한 연구자가 아니라면 놓치거나 너무 광범위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담았다.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강변 고층아파트 계단실에 만들어진 일종의 군사시설인 ‘총안’이다. 몸을 숨긴 채 적을 향해 총을 내쏠 수 있게 보루․성벽 등에 뚫어 놓은 구멍을 말하는 총안은 포안과 더불어 아주 소극적인 방어용 시설이지만 그것이 한강변에 새롭게 들어서는 고층아파트에 설치되었다니 의아스런 일이다.
(/ p.211)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쳤건만 문화촌은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그것인양 동경과 욕망의 대상이었다. 서울 불광동이나 우이동과 같은 교외주택지에 새로 들어서는 집들은 소위 개량온돌과 함께 변소나 욕탕 등을 따로 갖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판유리와 색깔 입힌 기와, 방수페인트 등을 사용해 문화촌의 중요한 판단기준을 만들었다. 당연히 문화촌은 상품이 되었고, 아파트에는 문화촌과 함께 ‘문화생활을 누리는 곳’이라는 이름이 붙어 다녔다.
(/ p.270)

집을 구할 때도 마치 신도시 외곽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칸칸이 나뉜 가짜 집을 들락날락한다. 장화를 신고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허허벌판을 헤매던 촌스런 시절을 거쳐 깔끔한 주차장과 호화로운 외관을 가진 휘황찬란한 가짜 집을 찾고 그 안에서의 현란한 중산층 생활을 구경하는 시대로 세상은 달라졌다.
(/ p.355)

사소한 것에도 존재 이유와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지금 우리를 만든 힘의 원천이 무언가를 찾아낸다는 것이 책을 꾸리게 된 이유였지만 속 시원한 답을 내지는 못하고 말았다. 개인의 취향과 기호가 과연 나로부터 잉태된 것인가, 혹시라도 누군가가 몰래 던져놓은 덫에 걸려들고 만 것은 아닌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따지려들었다. 그래서 확인한 것이 무력하게도 시장은 곧 우리의 운명이라는 것이었지만 법령과 제도가 개인을 규정하고 말았다는 회의도 더불어 확인했다. 애석하고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벗어날 수 없는 욕망과 힘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꾸려야만 하는 무기력을 탓하기도 했으며 사라졌다고 믿었던 야만이 모양을 바꾼 채 다시 눈앞에 버티고 있다는 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매일 만나는 사소한 장면에도 녹록치 않은 존재 이유와 얘기가 담겼음을 엿볼 수 있었고, 질시와 배제가 만연한 공간 환경이며 도시를 만나기도 했다.
(/ p.369)

이 책은 장 구분을 하기보다는 서로 연관 있는 주제를 네 개씩 다섯 꾸러미로 묶었다. 각 꾸러미 별로 앞선 세 꼭지는 이야기하는 주제의 인과관계, 변화 과정을 신문, 잡지, 국가기록원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기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집요하게 추적하고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만큼 많은 각주도 달렸다. 뒤이은 한 꼭지는 각주 없이 짧은 글로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상가주택, 불란서식 주택, 테쉬폰을 묶은 첫 번째 꾸러미는 “이름에 투사된 정치적 희구와 현실”이라는 꼭지로 갈무리를 했다. 장독대, 식모방, 더스트 슈트를 주제로 한 두 번째 꾸러미에는 “다용도실 소멸의 생활문화사”를 덧붙였다. 세 번째 꾸러미에서는 야외 수영장이나 테니스장과 같은 아파트단지의 운동시설, 선룸이나 테라스가 확장형 발코니로 변질된 사연, 복덕방의 변천사를 이야기하고 한강변 고층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총안’을 비롯한 서울 요새화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더했다. 단지의 유래부터 고착화되기까지 과정과 전략, 맨션아파트를 향한 욕망, 구별짓기 수단으로 붙인 ‘촌’을 이야기한 네 번째 꾸러미에서는 ‘말’과 ‘단어’에 담긴 허구와 과잉을 덧붙여 사회의 몰염치와 천박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마지막 꾸러미는 폭력적 국민동원이었던 국토건설단, 인생 성공의 바로미터로서 본 강남과 아파트, 조선 최초의 모델하우스와 새로운 유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델하우스를 이야기하고 유물로 남은 곤돌라 이야기를 더했다.
참고문헌 중 소설을 빼놓을 수 없다. 1930년대의 이태준의 [복덕방]과 박태원의 [골목 안]부터 2017년 제11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황정은의 [웃는 남자]까지 50편 이상의 소설을 참고하고 인용했다. 소설은 당시 우리 도시, 우리 삶의 공간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좋은 참고서이다. 저자는 “소설이 없었더라면 생각의 지평을 넓히거나 고개를 주억거릴 일이 적었을 것이다.”라는 말로 소설이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밝혔다.

목차

“작사도방이면 삼년불성이라”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원형, 상가주택
제50회 국무회의
남대문로 현장 시찰
공병단을 동원한 시범상가주택 건설
상가주택 건설구역과 상가주택 건설 요강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상가주택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의 원형, 상가주택
사라지는 상가주택

“매물 정보: 주택. 공항동 소재 미니 불란서식 2층, 가격 450만 원”
실체와는 거리가 먼 유혹의 형용사, ‘불란서식’ 주택
‘미니 2층’이라 불리는 양옥집
1970년대 양식
왜 불란서식인가
왜 미니 2층인가
붉은 벽돌 2층 양옥
불란서식 주택의 원형, 문화주택
마음속에 그린 집의 귀결

“흡사 구름다리처럼 생긴 집”
오래되어서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버리는 시대의 착잡함, 제주 이시돌 목장 테쉬폰
제주 이시돌 목장의 ‘테쉬폰’
수유리 시험주택 B형과 구로동 공영주택
삼안식이라니
그리스-이라크-아일랜드-제주로 이어진 건축술의 여정
오래되어서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버리는 시대

이름에 투사된 정치적 희구와 현실
역사의 현재성
9평의 꿈과 재건데이트
부흥주택과 ‘즐거운 문화촌’

“쥐가 목욕한 간장도 그대로 퍼먹어야 하니 위생상 좋지 않습니다”
애물단지, 장독대 수난의 역사
김현옥 서울시장의 장독대 없애기 운동
샘이나 샘표
문화생활의 표본, 아파트에서의 장독대 논란
1970년의 풍경
여의도시범아파트의 묘안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사라진 시대

“가난하게 자란, 볼품없는 계집애가 갈 수 있는 곳은 연줄로 선이 닿는 식모살이뿐”
반세기 만에 고시원의 1.5평으로 다시 등장한 0.6평 식모방
1960년대의 기억
제1차,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체제 전환
식모방의 출현
중산층 아파트와 식모방
직렬형 이중 계단실
식모방의 소멸과 다른 이름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키친에서 직접 던질 수 있는 쓰레기통”, 더스트 슈트 존망사
“아아, 아파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전용 더스트 슈트와 공용 더스트 슈트
더스트 슈트 설치는 선의였을까, 아니면 강제되었을까
잠깐의 논란 뒤 유물로 남은 더스트 슈트

다용도실 소멸의 생활문화사
0.7평의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
부엌 보조공간으로서의 다용도실
중층아파트와 고층아파트의 다용도실

“국가와 시장이 강제한 개인의 취향과 기호”
단지의 자랑 ‘야외수영장’과 구보의 영어 일기에 등장한 ‘방과 후 정구’
1970년대 중반의 아파트 거실과 옥외수영장
주택건설촉진법-특정지구개발에관한임시조치법-아파트지구 신설-제4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경성제국대학의 풀장과 테니스장
맨션급 아파트단지의 자랑, 옥외수영장
문화생활의 교양, 테니스장

“잔뜩 발기한 것처럼 여기저기 솟아 있는 거대한 난수표”
선룸과 테라스가 확장형 발코니로 변질된 사연
모델하우스의 진풍경
테라스와 선룸, 변화의 궤적
발코니와 노대
전용공간 확보에 치중한 몰염치와 공적 냉소

“사내는 여전히 자신에게 방이 있었으면 한다”
복덕방에서 직방으로, 다시 직칸의 시대를 맞을 것인가
이태준의 [복덕방]과 박태원의 [골목 안]
가쾌와 집주릅, 그리고 복덕방
복덕방에서 부동산으로
떴다방과 직방

서울 요새화와 ‘싸우면서 건설하자’
북악 스카이웨이 건설과 남산터널
한강변 고층아파트의 ‘총안’
서울 요새화 계획이 낳은 엉뚱한 일들

“끝없는 직각과 직선의 세계, 도시 속의 완벽한 요새”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단지의 유래
아파트단지 공화국
정책적 과업의 탈출구, 단지 만들기 전략
1960년대 초에 채택된 국가 주도의 단지 만들기 전략
단지의 구조화, 일상화, 고착화

“맨션에 문패를 다는 일이야말로 하이힐 신고 댕기꼬랑이 맨 꼴”
비루하고 헛헛한 삶을 일거에 해방시켜 줄 것만 같은 욕망! 맨션아파트
맨션과 맨션아파트
맨션, 비난과 유혹 사이에서
맨션의 빛과 그림자
사각형 굴뚝과 ‘맨션 회색’ 그리고 견본주택
맨션아파트단지 삼각편대

“조선 사람 많이 모여서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 소위 문화촌은 어디냐”
보고 배운 것이라곤 없는 징상스런 인간들이 사는 곳, 아파트촌
구별짓기 수단으로 붙인 별칭 ‘촌’
비탄의 디아스포라 신한촌 그리고 한센인촌과 전략촌
동경으로 만들어진 문화촌과 난민부락인 해방촌
보고 배운 것 없는 인간들이 사는 곳, 아파트촌
도어에 잇달아 바로 리빙 룸이 나타나는 외인촌의 외인주택
아파트촌에 가려진 쪽방촌과 자취촌

‘말’과 ‘단어’에 담긴 허구와 과잉
몰염치와 천박함
결핍과 허영
껍데기는 가라

“아빠, 빠이빠이”
국토건설을 향한 국가의 욕망과 폭력적 국민동원
제1회 신인예술상 사진 전시회
5.16 주도세력의 국토건설단 설치
국토건설본부처무규정과 국토건설단설치법시행령: 문민통치와 군부통치의 간극
5.16 군사정변 전후에 벌어진 일들
근로재건대, 청소년건설단, 새서울건설단, 갱생건설단, 근로보국대
국가라는 이름을 빌어 자행된 폭력

“송파는 강남 바로 턱밑, 분당은 미니 강남, 강동도 진군중”
인생 성공의 바로미터, 강남과 아파트에 관한 잡설
욕망의 용광로, 강남
“사랑의 거리”와 “강남 멋쟁이”
말죽거리 신화와 아파트지구, 강남 최초의 아파트
현대아파트와 성수교 아파트
강남의 원조는 동작구 상도동
“30평형은 두 개를 합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1+1 상품’ 판매 전략, 복층형 아파트
3대 가족형 아파트로 발전한 복층형 아파트

“그곳은 축제의 날처럼 붐볐다”
모델하우스 학습 효과와 영화 “트루먼 쇼”
조선 최초의 모델하우스
아파트 견본주택의 등장
평면 확장, 층고 확대를 수반한 견본주택 규모 증가
가설건축물과 상설건축물로서의 견본주택
새로운 건축유형으로 거침없이 진화
견본주택 관람의 학습효과와 “트루먼 쇼”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는 아파트 주민들의 걱정
곤돌라에 매달려 비를 맞을 내 초라한 이삿짐
이사 풍경의 돌변
유물로 남은 곤돌라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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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서울시립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2002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학생들과 함께 역사이론에 바탕을 두고 정책과 제도를 포함한 주거건축의 다양한 분야를 횡단하는 문화사에 주목하여 공부하고 있다. 공동주택연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도시집합주택의 계획 11+44》(도서출판 발언, 1997), 《한국공동주택계획의 역사》(세진사, 1999) 등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고 《아파트와 바꾼 집》(동녘, 2011)을 박인석과 공동 집필했다. 《아파트의 문화사》(살림출판사, 2006), 《아파트: 공적 냉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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