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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것의 기록’은 문자 그대로 아직 지어지지 않은 무엇인가에 대한 기록이다. 텍스트는 어떤 드로잉을 위한 문학적 풍경이 될 수 있다. 5개의 장으로 구분된 한 건축학도의 학부 작업과 그에 대한 글, 그리고 졸업 후의 강연은 4년의 시간차를 두고 계속 이어지는 주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이 건축물을 지은 건축가와 이 건축물이 지어진 도시의 한 사람이, 혹은 세 사람이 대화를 해요. 이 건축물이 지어진 과정에 대해서. 그리고 제가 그 대화를 정리한 글이 이 텍스트가 됐죠. 이들은 이 대담을 통해 한 건축물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제3자인 한 익명의 서기로서 그들의 대화를 다시 기록한 거죠. 근데 이 기록은 사실은 기록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아직 지어지지 않았으니까.” -「존재하지 않는 것의 기록」중

“이 구조물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늘이 없는 폐허에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폐허에는 그늘이 없다. 그 그림자는 태양의 열기를 막아준다. 인간은 그것을 올려다본다. 거대한 것은 그 앞에 선 인간으로 하여금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인간은 지지대 속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내부로 진입한다. 인간은 기둥도 창문도 없는 넓은 천막 위에 서 있다. 공기는 가볍고 바닥은 부드럽게 경사져 있다. 중력이 배제된 건축 역시 역사가 사라진 장소와 마찬가지로 어떤 림보의 상태로 지속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건축인지 기계인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인 순간의 것이다. 그것은 발굴된 것일 수도 있고 미래의 기술일 수도 있다. 그것은 지어진 것이라기보다는 갑자기 우리 앞에 출현한 한 순간이다.” -「비행선의 발굴」중

『존재하지 않는 것의 기록』은 5년제 건축학부를 졸업한 한 건축학도의 사유 일기이자 상상의 기록이다. 그 내용은 그가 끊임없이 건축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도상에서의 기록으로 그의 학부 작업과 졸업 후 후배들을 위해 준비했던 강연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묶인 이 기록을 통해 독자는 저자가 문학을 통해 드로잉으로서의 건축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국내에서 공부하는 다른 건축학도들에게는 [글쓰기로써/서의 건축]이라는 새로운 건축 설계의 가능성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기성 건축가들에게는 그들이 아직 꿈꿀 수 있었던 학창시절 건축과 처음 만났던 그 설렘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또한 건축 안에서 철학과 문학,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여행하는 저자의 풍부한 감성과 열정의 기록이기도 한 이 결과물은 다양한 독자층에게 흥미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사회적 현실 속에서 꿈꿀 권리를 잃어버린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의 기록을 더듬어 자신이 한때 소유했던 가장 내밀하고 비밀스러운 자신만의 장소로 돌아간다. 저자의 건축을 향한 진지하고 끈질긴 모색은 은근한 떨림을 선사하며 나아가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보도록 하는 즐거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In these unconventional times, idea and thought travel across artistic domains, creating unique objects and modes of both expression and perception. Beyond mixing media and more than mere conflation, this work represents a more synesthetic approach to two classic art forms, creating a richly sublime piece through which the author constructs a concept of writing architecture. If the mind is the space, then words are the brick and imagination the mortar. A delightful product of an effervescent mind.” - Gary Turnham

“이러한 자유로운 시대의 발상과 사고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인식과 표현의 새로운 대상과 방식을 창출해낸다. 매체의 단순한 융합을 능가하는 이 작품은 두 예술 분과에 대한 보다 공감각적인 접근을 통해 [글쓰기로써/서의 건축]이라는 주제에 다가간다. 정신이 공간이라면 이야기는 벽돌이며 상상력은 모르타르가 될 것이다. 열정으로 넘치는 정신의 즐거운 결과물.” - 게리 턴햄

창의 모순
존재하지 않는 것의 기록
시인 / 철학자 / 광대와 건축가의 판타스틱 플래닛에 대한 대화
비행선의 발굴
표현의 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