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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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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생존하는 스페인어권 시인 중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니카노르 파라(1914∼)가 1954년에 출간한 《시와 반시》는 전형적인 시의 기법이나 소재에서 벗어난 ‘반시’라는 새로운 문체와 시어로 주목받은 그의 대표작이다. 니카노르 파라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여러 비극적인 단상들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어조로 전하며 반시 운동을 이끌었다. 정형화된 시의 서정성과 세련미를 과감히 버리고 광포한 현실 속에서 길거리의 언어로 삶을 외치는 《시와 반시》는 앨런 긴즈버그를 비롯한 비트 세대의 미국 시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현대 칠레 시에서 중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스페인 문학의 위대한 이름”_파블로 네루다

반시의 창시자, 칠레의 거장
니카노르 파라의 대표작 출간

생존하는 스페인어권 시인 중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니카노르 파라(1914∼)가 1954년에 출간한 《시와 반시》는 전형적인 시의 기법이나 소재에서 벗어난 ‘반시’라는 새로운 문체와 시어로 주목받은 그의 대표작이다. 니카노르 파라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여러 비극적인 단상들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어조로 전하며 반시 운동을 이끌었다. 정형화된 시의 서정성과 세련미를 과감히 버리고 광포한 현실 속에서 길거리의 언어로 삶을 외치는 《시와 반시》는 앨런 긴즈버그를 비롯한 비트 세대의 미국 시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현대 칠레 시에서 중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라 家 출신 물리학 교수
세르반테스 상 · 파블로 네루다 시 문학상 수상

“아주 영리하지도 완전히 멍청하지도 않은/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식초와 올리브유의 혼합물,/ 천사와 야수가 뒤섞인 소시지!” _〈묘비명〉 중 일부

니카노르 파라는 칠레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겸 시인이다. 그는 칠레의 전통 민요를 수집하여 전승하며 새 노래, 이른바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 운동을 일으켰던 비올레타 파라(Violeta Parra, 1917∼1967)의 오빠이자 콜라주를 통해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표현한 예술가 카탈리나 파라(Catalina Parra, 1940∼)의 아버지이다. 니카노르 파라는 학창 시절에는 감성적이고 바로크적인 분위기가 강한 시를 썼으나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는 동안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하고 선진국의 문물을 경험하면서 시에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로 일상적인 것을 마음껏 표현하게 되었다. 첫 시집 《이름 없는 노래》를 발표한 이후 반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두 번째로 펴낸 시집 《시와 반시》는 그의 이름을 남미 전역에 각인시켰을 뿐 아니라 앨런 긴즈버그 등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했다. 이후 파라는 《엘키 그리스도의 설교와 훈계》라는 작품을 통해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정교하게 비판했고, 환경오염이나 핵폭탄,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는 산업 개발 등에 저항하는 내용의 《생태시》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수차례 지명되어왔으며, 2011년에 스페인어 사용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세르반테스 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파블로 네루다 시 문학상을 수상한다. 파라는 백 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시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주목, 신사숙녀 여러분! 잠시만 주목!“
연설문, 여행기, 서간문을 한 편의 시로

“니카노르 파라에게 반시란 단순한 수사법이 아니었다. 파라의 반시가 안티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20세기 전반기의 전위주의, 그중에서도 특히 초현실주의 시학이었다. 그는 여기에 더해 당시 모더니즘이 지니고 있던 시적 미학으로서의 숭고미를 파괴하고자 했다. 파라는 시를 쓰기 위한 특별한 언어를 따로 상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필수품이었다.” _옮긴이 말 <반시의 시인 니카노르 파라〉 중 일부

그는 일상생활의 경험과 언어를 시로 표현하였으며 가장 평범한 사물이나 주제에 관해 기꺼이 노래했다. 옮긴이는 파라의 반시의 특징 중 하나로 사회적인 주제가 이념성이 아닌 일상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때의 일상성은 기존의 서정시에서 볼 수 있었던 내면적인 일상성과는 달리 공동체적인 일상성이다. 《시와 반시》에는 “시인 짓거리”를 하는 시인 개인의 점잔 빼는 목소리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수 군중의 목소리가 전달하는 다양한 주요 담론들(종교, 법률, 생태, 상업, 과학)이 온갖 형태(연설문, 여행기, 서간문 등)를 통해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구어체로 담겨 있다.

“현대 세계의 악덕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와 유성 영화,/ 인종 차별,/ 인디언 소탕,/ 대형 금융 사기,/ 노인들의 불행, (...) 보시다시피,/ 현대 세계는 죽음을 닮은 유리병 속에서 키운/ 인공적인 꽃들로 이루어지고,/ 무비 스타들과/ 달빛 아래의 피투성이 권투 선수들에 의해 형성되며,/ 설명하기 쉬운 몇 가지 작동 원리로 국가의 경제활동을 통제하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_〈현대 세계의 악덕〉 중 일부

“나는 개인이다./ 처음엔 바위 안에 살았다/ (거기에 몇 가지 그림을 새겨놓았다)./ 그 후 좀 더 살 만한 장소를 찾아보았다./ 나는 개인이다. (...) 나는 기계들을 발명했다,/ 시계를 만들었다,/ 무기를, 차량을,/ 나는 개인이다.” _〈개인의 독백〉 중 일부

파라는 패러디와 아이러니를 통해 비극적인 내용의 시를 유쾌하게 묘사하여 반어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시의 언어에 자유를 주어 인간 존재의 삶을 그대로 녹여낸 파라의 시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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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요람 교향곡 9
나무 보호 15
카탈리나 파라 21
차 마시며 하는 질문들 25
행복한 하루 29
그것은 망각 37
바다를 노래하다 45


하늘에서의 소란 53
성 안토니오 57
자화상 61
노래 65
비둘기에 보내는 송가 69
묘비명 73


독자들에게 하는 경고 77
골 때리는 문제 83
풍경 87
낯모르는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 89
여행기 91
마드리갈 93
피아노 독주 97
순례자 99
토마스 라고에게 103
젊은 날의 기억 109
터널 115
독사 123
덫 133
현대 세계의 악덕 141
석판 153
개인의 독백 159

반시의 시인 니카노르 파라 170

본문중에서

그래 맞아, 맞고말고.
밤낮 투덜거리는 사람들 말마따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거짓된 세계는
멈춰버린 바퀴보다 덧없는 것이지.
무덤 하나가 훨씬 더 소중하고,
곰팡이 핀 종이 한 장이 더욱 가치 있지,
아무것도 진실하지 않고, 아무것도 지속되지 않아,
보이는 것을 비추는 거울의 색깔마저도. _41쪽 〈그것은 망각〉 부분

보통 키에,
가늘지도 두껍지도 않은 목소리를 내는,
초등학교 교사 남편과
구멍가게 양재사 부인의 맏아들은,
영양식으로 키워졌음에도
태생이 허약했다,
홀쭉한 뺨에 비해
두툼한 귓불,
네모진 얼굴에는
겨우 뜬 눈과
물라토 권투 선수 같은 코와
그 밑으로 아즈텍 조각상 같은 입
―아이러니와 배신의 빛이
이 모든 것을 뒤덮고 있다―
아주 영리하지도 완전히 멍청하지도 않은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식초와 올리브유의 혼합물,
천사와 야수가 뒤섞인 소시지! _73쪽 〈묘비명〉 전문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야기할 수 있는 골치 아픈 문제들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다.
답답하겠지만
독자들은 항상 받아들여야 한다.
(...)
법학자들에 의하면 이 책은 출간되지 말았어야 했다.
무지개라는 단어는 이 책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고통이라는 단어와,
문필가라는 단어 역시 말할 것도 없지.
물론 의자와 탁자는 널려 있다,
관들도! 문구류들도! _77쪽 〈독자들에게 하는 경고〉 부분

현대 세계는 거대한 하수관이다.
호화 레스토랑은 소화시키느라 바쁜 시체들과
위태롭게 저공비행하는 새들로 빼곡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병원은 사기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수술할 때마다 똥구멍으로 뒷돈을 챙기는 영적 후계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_147쪽 〈현대 세계의 악덕〉 부분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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