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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속패전론 : 전후 일본의 핵심

원제 : 永續敗戰論 戰後日本の核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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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

이미 70년 전에 패전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전승국 미국에 복종하는 일본 지배층의 모순된 이념을 예리하게 분석한 『영속패전론』. 일본 보수 세력은 왜 패전을 부인해야 했을까? 저자가 말하는 이유는 허망할 정도로 단순하다. 태평양전쟁을 주도했던 제국주의자들이 전후에도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패전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했는데, 상황을 ‘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고 애매하게 규정함으로써 책임을 부인하고 회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속임수와 기만이 통했던 이유를 대미 종속 구조에서 찾는다.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하자 미국은 일본을 점령하고 탈국군주의로 개혁할 의지를 보였다. 그렇게 미국은 일본의 천황제를 인정하고 전범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으며, 전전(戰前) 보수 지배 세력에 전후 일본의 통치를 맡겼다. 저자는 바로 이런 계기로 군국주의 일본 보수 세력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전전의 권력을 되찾을 수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전후 일본에는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하든지 무조건 들어줄 수밖에 없는 대미 종속 구조가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말한다. 패전을 부인할수록 미국에 더욱 종속되고, 미국에 종속될수록 패전을 더욱 강력하게 부인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에서 일본 기술력과 변영의 상징이었던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는 장면을 목도하며 전후 70년을 구가했던 ‘평화와 번영’의 종말을 감지한다. 그리고 거짓과 무능으로 일관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거 온 국민을 악몽 같은 전쟁으로 몰아넣었던 전범 세력의 ‘무책임의 체계’와 전쟁에서 무참히 패하고서도 이를 부정하는 ‘패전의 부인’과 똑같은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영속패전 체계를 무너뜨리려면 패전을 직시하고 그 의미를 끝까지 파헤쳐서 ‘전후’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출판사 서평

일본의 영속패전 체제를 파헤친 책
패전 부인과 대미 종속: 일본의 영속패전 체제. 이미 70년 전에 패전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전승국 미국에 복종하는 일본 지배층의 모순된 이념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주목받는 젊은 사회학자인 저자 시라이 사토시는 이 책에서 그들 이념의 특징을 ‘영속패전’으로 규정하고, 국수주의에 함몰된 일본 보수층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영속패전 이데올로기의 분열증적인 징후들을 통해 아베 신조 집권 이후 점점 더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 세력의 성격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벌이는 영토분쟁의 기원도 대미 종속 구조에서 찾는 이 책은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역사 왜곡 문제 등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단초를 제공한다. 기존의 일본 사회정치학의 틀을 깨고 신기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 일본 사회와 한일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독서가 되어 이케루혼 대상, 이시바시단잔 상, 가도카와재단 학예상 등을 받으며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영속패전 체제란 무엇인가
영속패전 체제의 핵심 구조는 패전의 부인과 대미 종속이다. 일본 보수 세력은 왜 패전을 부인해야 했을까? 저자가 말하는 이유는 허망할 정도로 단순하다. 태평양전쟁을 주도했던 제국주의자들이 전후에도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패전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했는데, 상황을 ‘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고 애매하게 규정함으로써 책임을 부인하고 회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속임수와 기만이 통했던 이유를 대미 종속 구조에서 찾는다.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하자 미국은 일본을 점령하고 탈국군주의로 개혁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소련을 맹주로 공산 세력이 확대되자 미국은 이에 대항하여 일본에 강력한 반공 정부를 세우고자 했다. 그렇게 미국은 일본의 천황제를 인정하고 전범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으며, 전전(戰前) 보수 지배 세력에 전후 일본의 통치를 맡겼다. 공산주의에 호의적인 좌익이 권력을 잡는다면 일본이 소련 진영에 포섭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저자는 바로 이런 계기로 군국주의 일본 보수 세력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전전의 권력을 되찾을 수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전후 일본에는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하든지 무조건 들어줄 수밖에 없는 대미 종속 구조가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말한다. 패전 자체를 부정하고 대미 종속 구조에 포섭된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은 현재 일본이 ‘패전이 아니라 종전’ 상태에 있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자신들이 얼마나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지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미 종속’과 ‘패전의 부인’은 상호 보완관계로 아베 정권이 그 실례를 보여주듯이 점점 더 극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패전을 부인할수록 미국에 더욱 종속되고, 미국에 종속될수록 패전을 더욱 강력하게 부인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일본의 ‘영속패전’ 이데올로기 핵심 구조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도움으로 독립하여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정권을 유지해온 한국의 우익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는 일본의 ‘영속패전’ 이데올로기와 과연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른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스스로 묻게 된다.

영속패전 체제에서 비롯한 영토 분쟁, 북한 문제
저자는 일본이 주변국과 일으키는 영토 분쟁, 쟁점화한 북한 문제에도 영속패전의 기만적 구조가 작동한다고 말한다. 특히 일본이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러시아와의 북방 영토 분쟁, 한국과의 독도 분쟁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한다. 저자는 일본의 지배 권력이 패전 사실을 떳떳이 인정하지 못하므로 영토 문제의 합리적 해결 능력도 애초부터 결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각각의 영토 분쟁뿐 아니라 북한 문제도 역사적 배경과 국가 간 조약 관계를 꼼꼼히 살피며 실증적으로 파헤친다. 그리고 거기에 미국의 존재, 즉 일본의 대미 종속 구조와 영속패전 체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세계 전략 차원에서 일본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일본의 영토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 문제를 말할 때 대미 종속 관계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냉전 구조를 전제로 했던 영속패전 체제가 지금까지 존속한 탓에 일본은 세계정세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고, 그 차질로 ‘평화의 균열’이 일어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에 최악의 구도는 중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경우이므로 일본과 중국 사이에 갈등의 불씨를 남겨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는 군산복합체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이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세계무대에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상황을 막을 수 없게 되자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를 억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그때까지 ‘동반자’라고 추어주던 일본에 떠넘겼다고 비판한다.

무너지는 ‘평화와 번영’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저자는 패전 후 국체(國體), 즉 천황이 퇴장하고 남은 빈자리를 영속패전 체제가 차지한 배경에도 대미 종속 구조가 있었고, 영속패전 체제가 전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냉전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한국전쟁으로 전쟁 특수로 되살아났고, 베트남전쟁까지 일어나면서 일본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국민은 전례 없는 ‘평화와 번영’을 누렸으며 대미 종속 전범들도 전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패전을 부인해도 되는 구조가 정착된 셈이었다. 그러나 이런 평화와 번영은 지정학적 이유로 냉전의 최전선이 다른 나라들로 넘어간 덕분에 얻은 결과였다. 그러나 냉전 구조가 무너지고 경제 거품이 걷힌 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가 계속되자 영속패전 이데올로기는 한계를 드러냈고 미국은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일본을 동반자라기보다 수탈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도 굴욕적인 대미 종속의 굴레를 벗지 못한 일본 지배층은 ‘영속패전’이라는 유사 천황 체계를 가동하며 체제를 연명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 일본의 상황을 천황제 붕괴 과정에 비유한다. 즉 천황제의 현교적인 부분이 밀교적인 부분을 집어삼켰던 바로 그런 형국이라는 것이다. 대중에게 현교로 내걸었던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는 심리적 각인이 봉인을 풀고 거만한 국수주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 정점이 바로 아베 신조 정권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영속패전 체제의 주역들이야말로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는 기만 심리를 국민에게 심어주고 자신의 전쟁 책임을 회피한 극우파의 후예들이다. 더구나 영속패전 체제의 현교적 영역을 부정하는 일은 그들의 정치적 정통성뿐 아니라 전후 체제의 총체적 정통성에 치명타를 날리는 일이어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특히 저자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에서 일본 기술력과 변영의 상징이었던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는 장면을 목도하며 전후 70년을 구가했던 ‘평화와 번영’의 종말을 감지한다. 그리고 거짓과 무능으로 일관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거 온 국민을 악몽 같은 전쟁으로 몰아넣었던 전범 세력의 ‘무책임의 체계’와 전쟁에서 무참히 패하고서도 이를 부정하는 ‘패전의 부인’과 똑같은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동아시아의 미래를 위하여
저자는 이 책을 쓴 동기가 ‘전후’를 인식하고 종식하자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과 역사 감각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낡은 것을 쇄신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는 구소련 붕괴를 예로 들면서 역사 인식의 변화는 결국 현실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독재자는 정보를 통제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역사의 서사를 국민에게 강제하지만, 그 서사가 효력을 잃을 때 권력도 역사 지배력을 잃고 현실에서도 지배력을 잃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가깝게 멀게 목격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인식은 정치 전쟁의 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베 정권이 ‘패전의 부인’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부인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지금도 일본의 극우 지배자들은 ‘전쟁에서 이겼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전쟁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일본이 그렇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함으로써 과거의 지배 세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이 이런 경향을 지지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그 이유가 영속패전 체제가 계속되기 때문이며, 동시에 체제에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오래전에 시효 만료된, 존립 조건을 잃은 ‘영속패전 체제’를 억지로 유지하려고 지금 일본이 기울이는 무모한 노력은 ‘패전의 부인’에 바탕을 둔 역사 인식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영속패전 체계를 무너뜨리려면 패전을 직시하고 그 의미를 끝까지 파헤쳐서 ‘전후’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저자는 특히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식민 지배를 피하려고 몸부림치다가 파국을 맞은 역사’로 규정하는데, 이는 결국 일본이 온전한 독립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치 엘리트들이 영속패전 체제의 영향권에서 대미 종속으로 정치 생명을 유지해온 한국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국민 각자가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을 대치 구도로만 바라보는 관점을 고수한다면 일본도 한국도 온전한 독립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며, 동아시아의 미래도 밝지 못하리라고 진단한다.

[책속으로 추가]

P.162
"전후의 지속을 가능케 한 최대 원동력은 일본 경제의 성공이며 이와 함께 확립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독보적 경제력이었다. 전후 일본의 국시(國是)인 ‘평화와 번영’이 서로 보완 관계였다는 근거는 흔히 말하듯 전후 일본의 군비 억제(경무장 친미 요시다 시게루 노선)로 풍요를 얻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오늘날 ‘번영’은 이미 지난 일이 됐고, ‘평화’마저도 위협을 직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이 사회에 뿌리내린 ‘평화’의 가치가 실제로는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로써 ‘고매한 이념’은 사실상 전후 일본의 경제적 승리, 즉 동아시아에서의 앞선 경제력 덕분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P.171
"전전 체제의 근간이 천황제였다면, 전후 체제의 근간은 영속패전이다. 영속패전을 ‘전후의 국체’라고 말해도 좋다. 그렇다면 전전 천황제의 이중성은 영속패전 구조에서 어떻게 기능할까? 영속패전은 ‘패전’이라는 사건을 어떻게 소화하고 승인하느냐는 차원에서 기능한다. 즉 권력은 대중을 위한 ‘현교’ 차원에서 일본은 ‘전쟁에서 진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것이다’라고패전의 의미를 되도록 희석하는 방향으로 기능해왔다. 이때 ‘평화와 번영’ 신화가 크게 이바지했다. 현교 차원을 보완하는 ‘밀교’는 대미 관계에서의 영속패전, 다시 말해 무제한적
이고 항구적인 대미 종속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파워 엘리트들의 지향이다."

P.189
"다음과 같은 지적은 남겨둬야 한다. 가와하라는 “일본인은 국민 각자가 자기 목숨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것을 스스로 발견해서 이를 위해 싸우겠다고 자주적으로 결정하거나, 마찬가지로 각자가 목숨 걸고 싸우지 않겠다고 자주적으로 결의하는 행동의 의미를 체험하지 못했다.”라면서 본토 결전 사태를 회피한 대가였던 결핍을 이야기했다. 또 “고노에를 비롯한 천황제 지배층이 ’혁명보다는 패전이 낫다‘는 방식을 내세워 어떻게든 회피하려고 했던 ’혁명‘이란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주적인 결의와 판단으로 행동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가와하라가 말한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것’은 판에 박힌 ‘국체’에 대한 관념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각자가 극한 상황에서 스스로 확인하고 깨닫는 어떤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와타나베 기요시가 전장에서 돌아오고 나서 겪은 고뇌는 처참한 전장 체험에서 스스로 체득한 관념과 주체성이 결여된 다른 사람들의 관념의 차이에서 비롯했다. 그런데 본토 결전 회피 결단은 와타나베를 비롯한 소수가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몇 명이 살아남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확신을 얻게 될 기회를 앗아갔다. 바로 여기에 ‘국체 호지’의 의미가 있다. 국체가 자주적인 결의로 실현하는 혁신과 혁명을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국체 호지를 실현한 패전은 ‘패배’라는 외견과 달리 사실상 혁명을 제치고 얻어낸 화려한 승리나 다름없었다."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1장 _ ‘전후(戰後)’의 종말
제1절 우리는 모욕 속에 살고 있다 - 포스트 3·11의 경험
제2절 ‘전후’의 종말
제3절 영속패전
2장 _ ‘전후의 종말’을 고하는 것―대외관계 문제
제1절 영토 문제의 본질
제2절 북한 문제에서 보는 영속패전
3장 _ 전후의 국체, 영속패전
제1절 미국의 그림자
제2절 무엇의 승리인가
에필로그 - 세 가지 광경
후기
옮긴이 글

본문중에서

P.37
"전율을 일으키는 이런 정세 속에서 내게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확신이 하나 있다. 바로 ‘전후’라는 역사의 단락으로 오랜 기간 지속됐던 하나의 시대가 확실하게 끝났다는 믿음이다. 달리 말해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고로 ‘전후’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고 ‘전쟁과 쇠퇴’의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전후’를 총괄한 기본적인 신화(곧 ‘평화와 번영’)를 근본부터 다시 해석해볼 때가 됐음을 뜻한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전반적인 부패에서 필연적으로 ‘전쟁과 쇠퇴’가 시작됐다면, 이 모든 것이 ‘평화와 번영’의 행복한 이야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이룩한 복구와 놀라운 경제 발전으로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해졌다는 행복한 미담 이면에서 우리는 대체 어떤 사회 구조와 권력 구조를 만들었고, 또 그것을 은폐해왔을까? 우리는 지금 이 문제를 직시해야만 한다."

P.43
"문제의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언제나 ‘대미 종속’ 구조로 귀결된다. 러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향해 일본이 배타적 내셔널리즘을 행사하는 것은 의식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주일 미군의 압도적 존재감에 기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동양의 고아’ 일본이 앞으로도 아시아를 전혀 개의치 않는 응석받이 의식을 깊이 새길수록 일본을 두둔하는 미국과의 관계는 밀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요구라면 부조리해도 반드시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게 대미 종속이 아시아에서 일본의 고립을 부채질하고, 그 고립이 다시 대미 종속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또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애국주의를 표방하는 우파가 ‘친미 우익’이나 ‘친미 보수’를 자임하는, 바꿔 말해 우파의 정체성 지탱을 위해 타국의 힘으로 내셔널리즘의 바탕을 이루는 매우 기괴한 구조가 정착됐다."

P.61
"패전 후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의미에서 직접적인 대미 종속 구조가 영속화한 한편, 패전 인식을 교묘하게 은폐(부인)하는 대부분 일본인의 역사 인식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패전은 이중 구조로 이뤄져 계속되고 있다. 물론 두 측면은 서로 보완하고 있다. 패전을 부인하므로 미국에 끝없이 종속되며, 대미 종속이 깊이 이어지는 한 패전의 부인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영속패전’이다.

P.131
"일미 관계야말로 영속패전구조를 지탱하는 핵심 기둥이라는 점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영속패전의 근본구조는 일본 사회가 패전의 의미를 비교적 신속히 망각할 수 있어 성립됐다. 또한, 전후처리, 점령개혁, 전범처벌, 일미 안보 체제 확립, 경제부흥 촉진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일 정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그리고 영속패전구조는 냉전 체제로 더욱 확고해졌다. 냉전 체제로 돌입한 국제질서에서 일본이 미국을 후견국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미국도 내심 불만이 있더라도 일본을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P. 147
"일본이 미국의 속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가 대등하다(적어도 대등에 접근하고 있다)고 입에 발린 말만 늘어놓는다. 이런 말은 국민에게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한편에서 ‘우리나라는 훌륭한 주권국가’라는 말을 들으면, 이것이 새빨간 거짓임을 은연중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토 문제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듯이, 아시아 다른 나라와의 관계라면 ‘우리나라에 대한 주권 침해’라는 관념으로 과도하게 흥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정신구조에 있다. 무의식 영역에 누적된 불만을 아시아에 모조리 쏟아내기, 이를테면 ‘주권의 욕구불만’ 해소다."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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