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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양장]

원제 : 消滅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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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곳은 ‘여성과 남성’ ‘결혼과 비혼’ ‘임신과 출산’,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가치가 소멸하는 신세계다”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의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2015년작으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당시 아마존 순위를 역주행하며 다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잔혹한 배경과 달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징용되면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섹스를 통해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도 프로그램에 원하는 조건을 넣으면 ‘매칭’시켜주는 상대와 하며, 아이는 인공수정으로만 얻을 수 있다. 비 내리는 여름날 태어난 주인공 아마네(雨音)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인공수정이 아니라 ‘남다른 방법’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뒤로 왜 엄마는 ‘교미’를 해서 자신을 낳은 건지, 자신의 진짜 본능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아마네는 사랑과 섹스에 몰두한다. 과연 그녀가 찾아낸 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

출판사 서평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끊임없이 의심해온
『편의점 인간』의 무라타 사야카,
이번엔 ‘결혼’과 ‘출산’ 그리고 ‘가족’에 주목하다


『편의점 인간』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무라타 사야카는 작품 외에도 18년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해왔다는 것, 시상식 당일에 “오늘 아침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다 왔다”라고 소감을 전하거나 향후 계획에 관해 "우선 점장과 상의하겠다"는 이례적인 행보와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보고 무라타 사야카를 18년간 편의점 알바만 하다가 우연하게 상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녀는 2003년 『수유(授乳)』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일본에서 10권의 작품을 출간한 중견 작가다.
작품 초기부터 그녀가 주제로 삼아온 것은 바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의심이다. 특히 ‘성’과 ‘여성이라는 것의 위화감’ ‘결혼’ ‘출산’ ‘가족’ 등 이른바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중에서도 『소멸세계』는 우리가 본능이라 믿어온 ‘결혼’과 ‘출산’ 그리고 ‘가족’이라는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무라타 사야카는 주변 사람들과 결혼과 출산에 관해 나눈 대화에서 이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과 섹스가 반드시 직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세계관이 정상인 세상이 있다면?’이라는 의문과 상상에서 출발하여,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이상의 세계란 어떤 곳일까?’라는 답에 도달한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종교’처럼 믿어온
신성한 가치에 균열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2016년 말, 행정자치부에서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한국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의 숫자와 순위까지 표시한 이 분포도를 본 많은 이가 여성을 하나의 인간이 아니라 그저 ‘자궁’으로, 또 그 자궁을 ‘공공재’로 보고 있다는 것에 분노한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했다던 행자부의 변명에도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사이트는 폐쇄됐다. 하지만 이 새삼스러운 분노에 정부기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놀랐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미래의 ‘자원’이고 ‘출산’은 이 자원을 위한 ‘생산’이며 ‘가족’이야말로 생산을 위한 ‘공장’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수천 년간 우리가 믿어온 ‘종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소멸세계』의 배경은 바로 이러한 ‘종교’에 균열을 내는 시도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떠나자 성비의 불균형으로 저출산이 가속화된 ‘평행세계‘인 이곳에서는 이제 섹스를 통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 결혼도 단체 미팅 프로그램에 원하는 조건을 넣으면 ‘매칭’시켜주는 상대와 하며, 아이는 인공수정으로만 얻을 수 있다. 또 허구의 인물과 유사연애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인간과 연애하는 것은 별종 취급을 받는 곳이다. 무라타 사야카는 이러한 배경 속에 어릴 적부터 ‘너는 섹스를 통해 태어난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주인공 아마네를 등장시킨다. 철이 들 무렵, 자신이 ‘남다른 방법’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아마네. 그녀는 태생에 대한 근본적인 이질감을 느끼며 연애, 섹스, 그리고 결혼과 가족이라는 제도가 소멸해가는 이 세상에 유일하게 의문을 갖는 존재다. 아마네가 인간과 몸을 섞으며 자신의 진짜 본능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의문을 던지고 해체함으로써, 규정되지 않은 자신과 세계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사회에서든 ‘이질감’을 느끼는 존재.
그들을 향한 사야카 특유의 따뜻한 시선


『소멸세계』에서 출산을 위한 ‘교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사라진 구시대적 산물이다. 행위를 겨우 흉내 내며 껍데기만 남은 ‘섹스’조차 사라져가는 시대에 ‘교미’를 통해 태어난 아마네는 어느 세계에든 편입하지 못하며 위화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에서 ‘비정상’인 것들이 ‘정상’이 되는 이 평행세계에서도 현실 부적응자는 비단 아마네뿐만이 아니다. 아마네와 그 목적은 다르지만 여전히 인간과 ‘연애’하고 ‘섹스’를 하는 남편 사쿠, 연애와 섹스, 가족은 부정하지만 ‘모성’을 믿는 친구 주리, 우리의 현실과 똑같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다거나 ‘노후’를 위해서 출산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이 평행세계에서는 정체된 사람들이다.

“우리는 진화의 순간을 살아가는 거야. 언제나 그 길을 가는 ‘도중’이라고.”
“잘…… 모르겠어. 그럼 인간은 언제 완성되는데?”
“완성은 없어. 크로마뇽인이었을 때는 그게 완성형이라 여겼을 테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던 시절에도 그랬겠지. 두개골과 장기의 형태도 손발의 길이도 계속 바뀌었잖아. 그에 수반하는 영혼이나 뇌 같은 건 그보다 더 쉽게 변화한다고. 올바르다는 개념 자체가 환영이야. 끝없이 추구해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걸.”

이들에게 『소멸세계』가 건네는 것은 ‘정체’ 중인 게 아니라 ‘진화’ 중이라는 위안이다. 특정한 나이에 이르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한 뒤에는 아이를 가져서 가족을 이뤄야 한다. 그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라는 현실의 ‘올바른 개념’ 앞에 사야카는 섹스, 임신, 출산, 그리고 가족, 그것들은 여전히 어떤 이들에게는 본능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더 이상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 19년째 알바를 하고 있는 무라타 사야카는 최근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없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라고 밝혔다. 이 소설은 사십 대 초반의 미혼 여성, 정규직 경험 없는 알바생이면서 소설가라는, ‘비정상’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그녀가 또 다른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격려다.

본문중에서

“엄마, 나 라피스와 만나고 싶어.”
나는 엄마에게 애원했다.
“못 만나. 아무 데도 없으니까.”
빨래를 개던 엄마는 코웃음을 치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나를 바보 취급하며 실망감을 안겨주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못 만나’라는 말이 나의 내장 깊숙한 곳에서 더욱더 뜨거운 열정의 덩어리를 끄집어냈다.
나는 곧 알아챘다.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포함하여, 그 사람은 그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까지 포함해 내가 그 소년을 좋아한다는 걸. 온몸에 불가사의한 아픔과 강렬하게 순환하는 혈액의 감촉은 계속되었다. 사랑이란 이런 욱신거림과 아픔을 온몸에 각인시키는 것임을 알았다.
이때 나는 내가 이야기 속 사람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음을 깨달았다.
(/ p.12)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걸 좋아했다. 둘 다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함께 보곤 했는데 그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영화를 보는 게 남편의 버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개를 쓰다듬는 듯했던 그의 손길이 느닷없이 성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움직이기 시작한 손에 이상하네, 기분 탓인가, 하고 넘기려 했지만 갑자기 엉덩이와 가슴을 주무르는 것이 아닌가. 당황해 일어서려는 순간, 꼿꼿이 선 남편의 성기가 무릎에 닿았다.
나는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 설마 ‘가족’에게 욕정을 느낄 줄이야.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남편의 입이 내 입을 막았고 입안으로 들어오는 혀를 느끼자 욕지기가 치솟았다. 남편의 입에 토사물을 쏟아낸 나는 놀란 그를 밀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토하고, 또 토했다.
(/ p.55)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이성 간의 결혼만 인정하는 걸까. 시대에 뒤처졌어.”
주리의 촉촉한 눈동자가 웃음과 함께 가늘어지더니, 새하얀 눈꺼풀 아래 뚫린 구멍 같은 검은 눈동자가 사라졌다.
“그야 자궁이 여자한테만 있어서잖아. 남남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남녀 결혼은 확 줄어들걸? 남자들도 속으로는 남자끼리 결혼하는 게 마음 편해서 좋다고 생각할 거야.”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쉽게 변화한다. 지금만 해도 미술실에서 주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때보다 섹스를 하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었다. 아직 인간과 연애하는 사람들이 꽤 있긴 하지만, 우리 아래 세대에서는 그 역시 줄어드는 추세라고 들었다.
(/ p.69)

‘가족’이라고 말할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분명 이것은 종교다. 그 말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신앙심이 돈독한 신자가 되어간다.
‘가족’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자 남편의 안색이 조금 좋아진 것 같았다.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편을 ‘가족’인 나와 미래의 아이가 구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나는 황홀감에 휩싸였다.
우리는 아이를 낳기 위한 편리한 존재로서 서로를 인식하고 결혼이라는 계약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단순히 정자를 제공하는 남이 아니었다. 역시 가족이었다. 우리가 시스템 속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도감이 들었다. 역시 가족 시스템은 단지 편리해서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확고한 유대관계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리라.
(/ p.95)

남자나 여자, 그러한 구분 없이 우리는 모두 인류를 위한 자궁이 된 것이다. ‘정상’이라는 들리지 않는 음악이 우리 머리 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음악에 지배당하고 있다. 내 몸속에도 어느새 그 음악이 우렁차게 퍼져 나갔다. 그 음악을 따라서 나는 다정한 목소리로 우리 ‘아가’를 불렀다.
(/ p.253)

저자소개

무라타 사야카(村田沙耶香)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9~
출생지 일본 지바현
출간도서 4종
판매수 2,941권

1979년 일본 지바 현 인자이 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가보고 싶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다마가와 대학 문학부 예술학과 재학 시절부터 편의점 알바를 했으며, 데뷔 후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써왔다. 2003년 [수유(授乳)]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데뷔한 저자는, 2009년 [은빛의 노래]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을, 2013년 [흰색의 마을의, 그 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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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학에서 일본사와 정치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일본 대중문화론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책들을 소개하려 힘쓰고 있다.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증명 시리즈], 오쿠다 히데오의 [침묵의 거리에서],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 유메노 큐사쿠의 [소녀지옥], 노리즈키 린타로의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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