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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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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하우게의 시는 쉽다.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서 날이 어찌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는 시인은 한 그루 나무 같다. 그는 영성의 시인이면서도 언제나 지상의 일을 걱정하는 우리의 시인이다. 시선집의 시들은 시인이자 언어학자인 임선기가 시인의 눈으로 보고, 시인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시인의 말로 번역했다. 400여 편의 시들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시들, 우리 독자와 소통이 가능한 시 30편을 골랐다. 하우게의 이 시인선에는 오슬로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폴 헤르만센의 노르웨이 풍경 사진 일곱 점이 들어 있다.

출판사 서평

“하우게는 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작은 스푼으로 마치 간호사가 약을 주듯 먹여준다.
그는 옛날 방식으로 죽었다. 어떤 병증도 없었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
슬픔과 감사로 가득했던 장례식은 어린 하우게가 세례 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가 그의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
―로버트 블라이(시인)

현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는 고향 울빅(Ulvik)에서 평생 정원사로 일하며 400여 편의 시를 쓰고 200여 편의 시를 번역하였다.
그는 매일 노동했으며 가장 좋은 시는 숲에서 쓰였다. 그는 북구의 차가운 조용함 속에서 한 손에 도끼를 든 채 시를 썼다. 그렇게 꿈꾸고 그렇게 존재를 열면서 당시 시의 코드에서 자유롭게 벗어났다.

*
하우게의 시는 쉽다. 그가 브레히트의 시에 대해 말했듯 그의 시도 “현관에 놓인 나막신처럼 바로 신으면” 된다. 바로 신으면 세계에 숨어 있는 듯한 크랜베리들, 들장미 열매들, 떨어질 듯 개암들, 블랙베리들이 곁에 있음을 보게 되고 알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혼자 있지 않음을, 우리가 이 세계의 형제임을 말하게 된다.

*
하우게의 말은 피오르의 얼음처럼 신선한 식탁보가 열리면 날아오는 새와 같다. 그 말은 또한 실존적 상황을 건너게 해주는 돌이다. 그에게 말은 무용한 것이 아니다. 바람도 새도 없는 척박한 현실에서 말은 북위 61도의 푸른 사과와 같다.

*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서 날이 어찌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는 시인은 한 그루 나무 같다. 그는 영성의 시인이면서도 언제나 지상의 일을 걱정하는 우리의 시인이다.

*
시선집의 시들은 시인이자 언어학자인 임선기가 시인의 눈으로 보고, 시인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시인의 말로 번역했다. 400여 편의 시들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시들, 우리 독자와 소통이 가능한 시 30편을 골랐다.

*
하우게의 이 시인선에는 오슬로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폴 헤르만센(P?l Hermansen)의 노르웨이 풍경 사진 일곱 점이 들어 있다.

*
이 시선집은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첫 권으로 출간되었다. 뒤이어 사이토 마리코 시인의 시집이 준비 중이다. 봄날의책 세계시인선은 동시대의 주요한 세계시인들(국내 시인들 포함)의 시집을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목차

이제 산들은 나를 매혹하지 않는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새 식탁보
카펫
고양이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
노시인이 시를 쓰네
야생 장미
오늘 내게 보였다
긴 낫
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는 시를 세 편 갖고 있네
수확기
나뭇잎집과 눈집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죽은 나무
한겨울, 눈
홍수

당신의 정원을 보여주세요
추억
푸른 사과

그들이 법을 만든다
때가 되었다
나는 이곳에 살았다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본문중에서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꿈」

우리가 나르는 것은 꿈이라오
놀라운 일이 일어나리라는 꿈
일어나야 한다는 꿈
시간이 열리고
문들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꿈
땅이 열려 물이 솟고
꿈도 열리는 꿈
그런 꿈들을 싣고 어느 아침처럼
미지의 항구로 들어서는 꿈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

오 성스런 별들이여
차갑게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들을
펼치는구나
그리고 차가운 빛을.

너의 하나의 위대한 경험도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들을
펼친다
그곳에
빛의 씨를 보관한다

가까이 오지 마라
결코 지나치게 가까이.
모든 존재 사이에는
어둠에서 빛나는 공간이 있으니
시간이 다할 때까지.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오직 비 때문에
길가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선 건 아닙니다, 넒은 모자
아래 있으면 안심이 되죠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조용히 서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함께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일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내 머리카락에서도.

저자소개

울라브 하우게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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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기 [역]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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