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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나라로 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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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혜리
  • 출판사 : 산하
  • 발행 : 2016년 11월 28일
  • 쪽수 : 92
  • ISBN : 978897650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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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스무 해 세월을 머금은 창작동화집

저자가 동화의 길목으로 들어선 지 어느덧 20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김혜리는 그동안 자기만의 또렷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의 동화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집니다. 이는 동화를 쓰는 많은 작가들이 미덕으로 삼는 자세일 겁니다. 하지만 김혜리의 작품들에는 좀처럼 흉내 내기 힘든 정성과 지극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단풍 나라로 가는 배』는 저자의 대표작으로 꼽는 단편동화 여섯 편을 실었습니다. 여러 곤충들과 식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 네 편과,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는 할아버지 이야기 두 편입니다. 색채감이 돋보이는 화가 이상권의 그림도 작품의 분위기를 알록달록 환하게 수놓아 줍니다.

할아버지가 뜰에서 나뭇잎들을 쓸고 있습니다. 주위는 사뭇 조용하기만 한데, 가만히 들어보니 할아버지는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마침 문가에 들어선 조그만 여자아이가 말을 겁니다. 현장 학습 가던 길에 버스가 고장 나 멈추는 바람에 잠시 내려 뜰 안을 둘러보는 것입니다. 아이의 눈길이 무너진 흙담 사이에 서 있는 돌무덤인 고인돌로 향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게 될까요?

출판사 서평

아이의 눈에 비친 황혼의 삶

표제작이기도 한 [단풍 나라로 가는 배]로 작품집이 시작됩니다. 할아버지가 뜰에서 나뭇잎들을 쓸고 있습니다. 주위는 사뭇 조용하기만 한데, 가만히 들어보니 할아버지는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마침 문가에 들어선 조그만 여자아이가 말을 겁니다. 현장 학습 가던 길에 버스가 고장 나 멈추는 바람에 잠시 내려 뜰 안을 둘러보는 것입니다. 아이의 눈길이 무너진 흙담 사이에 서 있는 돌무덤인 고인돌로 향합니다. 그 옆에는 대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조금 묘한 분위기입니다. 주춤거리는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고인돌이 자신의 친구라고 말하지요. 호기심 강한 어린 소녀와, 머지않아 이 집과도 작별하게 될 할아버지의 심정이 대비되면서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작품집을 닫는 작품은 [마지막 선물]입니다. 반년 전부터 기차가 서지 않는 역에서 일하다가 곧 정년퇴직을 하게 될 준호 할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준호는 할아버지가 역장 일을 그만두게 될 것이 서운하기만 한데, 뜻밖에도 가슴 뭉클해지는 마지막 선물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쓴이의 말’에도 소개되지만, 이 동화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사정이 담겨 있습니다. 스무 해 전에 작가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있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벌써 3년째 아무런 표정 없이 누워 있던 아버지는 이 작품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셨다지요. 그런 모습을 보며 작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엔 ‘깨어 있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데, 이런 믿음이 그 뒤로 계속 동화를 쓰게 한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봄부터 겨울까지, 너희는 어떻게 살고 있니?

앞에 소개된 두 편의 작품 사이에 동화 네 편이 계절의 순서대로 실려 있습니다. 동물이나 식물, 심지어는 무생물도 의인화시켜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김혜리 동화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사물에는 생명이 있고 자기만의 감정도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이들 사고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아이들의 이런 마음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셈입니다.

[돌아간 붕붕이]는 꿀을 따러 집 밖에 나온 꿀벌 붕붕이가 호기심 때문에 도시 구경에 나섰다가 겪는 일들을 그렸습니다. 자연과 멀어진 삭막한 환경 속에서 붕붕이의 이웃들은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따뜻한 마음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붕붕이는 건강하고 성실한 일꾼으로 잘 자랄 수 있을 듯합니다.
[칡넝쿨과 소나무]는 복선을 깔고 있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겨우내 햇볕의 도움을 받았던 소나무들이 여름이 되자 덥다고 짜증을 냅니다. 칡넝쿨이 살살 간질이며 타고 올라 널따란 이파리로 그늘을 만들어 주자 이를 반깁니다. 그러나 햇볕의 친구인 칡넝쿨은 바람도 안 통하게 소나무들을 뒤덮어 버리고는 의기양양합니다. 자기도 사람들에겐 베어 버려야 할 대상인 것은 까맣게 모르면서요.
가을이 되면 넓은 벌판이 황금빛 벼 이삭들로 넘실댑니다. 멀리서 보면 한 물결인데, 벼 이삭들도 저마다 개성이 있고 생각이 다르답니다. [벼 이삭의 꿈]은 늦둥이로 자란 벼 이삭이 상상하는 미래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늦둥이 벼 이삭이 꿈꾸던 것과는 아주 다른데…….
[장수풍뎅이의 겨울잠]은 마냥 꾸무럭거리다가 나뭇잎 덮인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장수풍뎅이 이야기입니다. 이웃들의 걱정 어린 충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빈둥거리던 장수풍뎅이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고서야 정신이 버쩍 듭니다. 뒤늦게 친구인 쐐기나방을 따라 찾아들어간 곳은 참나무 허리를 두른 짚더미인데, 장수풍뎅이는 과연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목차

글쓴이의 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02

단풍 나라로 가는 배 ● 07
돌아간 붕붕이 ● 23
칡넝쿨과 소나무 ● 39
벼 이삭의 꿈 ● 53
장수풍뎅이의 겨울잠 ● 65
마지막 선물 ● 77

본문중에서

조금 뒤, 할아버지의 손 신호에 따라 기차는 풍전역을 떠났습니다. “우리 반 친구가 할아버지를 봤어요!” 준호는 할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마지막 정년퇴직 선물이구나…….” 할아버지는 기차가 사라진 철길 쪽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참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텅 빈 역 울타리 안에 가득 퍼지고 있었습니다.
- [마지막 선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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