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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양장]

원제 : SCHUBERT'S WINTER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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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 최고의 테너, 노래하는 인문학자 이언 보스트리지가 말하는 '겨울 나그네'

저자 이언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클래식 입문자들이 이 곡을 좀 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음악적인 설명과 함께 당시의 역사, 사회, 문화를 통해 풀어낸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당대 최고의 바리톤 피셔디스카우의 권유로 스물아홉의 나이에 전업 성악가가 되었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는 이런 그의 이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음악에 관한 설명부터 슈베르트와 뮐러가 살던 당대의 시대와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져와 연가곡 '겨울 나그네'에 숨겨진 의미들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곡에 함축된 사회적 의미를 유추하고, 슈베르트의 삶과 음악을 이해한다. 독자는 보스트리지의 글과 노래를 통해 19세기 초 독일, 겨울에 길을 나서는 나그네의 여정을 상상하게 된다.

출판사 서평

'겨울 나그네'의 음악, 문화, 정치, 사회, 언어적 의미
그 모든 것에 대한 집념의 해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30년 동안 100차례 이상 '겨울 나그네'를 불러온 세계적인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겨울 나그네' 24곡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클래식 혹은 예술 가곡이라고 불리는 음악은 우리가 평소에 듣는 음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조금 어렵고 어쩌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전 세계 연주회장에서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그 이유는 인류의 공통된 경험이 바탕에 있는 위대한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 나그네'는 클래식 입문자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클래식 입문자들이 이 곡을 좀 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음악적인 설명과 함께 당시의 역사, 사회, 문화를 통해 풀어낸다.
저자 이언 보스트리지는 조금 특이한 이력의 테너다. 그는 성악이 아닌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으며, 역사학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당대 최고의 바리톤 피셔디스카우의 권유로 스물아홉의 나이에 전업 성악가가 되었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는 이런 그의 이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음악에 관한 설명부터 슈베르트와 뮐러가 살던 당대의 시대와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져와 연가곡 '겨울 나그네'에 숨겨진 의미들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곡에 함축된 사회적 의미를 유추하고, 슈베르트의 삶과 음악을 이해한다. 독자는 보스트리지의 글과 노래를 통해 19세기 초 독일, 겨울에 길을 나서는 나그네의 여정을 상상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연인의 집에서 나와 어두운 눈길을 나선 나그네. 그와 함께하는 외로움과 이별의 슬픔. 조금 신경질적인 미성, 깡마른 몸과 우수에 찬 표정으로 '겨울 나그네'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보스트리지. 노래가 끝나면 관객석에는 '손에 잡힐 듯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뮐러의 시, 슈베르트의 음악
그리고 보스트리지의 해석이 만들어낸
최고의 음악 안내서


나그네의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는 시, 그 심정을 극대화하여 표현해내는 음악. 자세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는 가사를 파고드는 보스트리지의 해석.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완결성을 지닌다.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와 뮐러뿐 아니라 괴테나 토마스 만 같은 당대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 도깨비불이나 빙하 같은 현상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에까지 파고들어 '겨울 나그네'의 세계를 재현한다. 24곡을 책 전체에 걸쳐 치밀하게 곡을 해부하여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당시의 모든 것을 눈에 보일 듯, 귀에 들릴 듯 가까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슈베르트의 시대와는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연가곡을 들으면서도 나그네에 공감하고 음악을 새롭게 들으며 거기에 몰두한다. 음악은 음악 자체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이 만들어진 시간의 사회와 역사, 문화를 통해 재해석될 때 그 가치가 새롭게 드러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음악을 설명하는 완벽한 안내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예술은 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인간에 의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이 감정, 이데올로기, 실제적 제약으로 이루어진 세계와 어떻게 연관되고 근거를 두는지 살펴보지 않고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예술은 삶과 형식의 충돌에서 빚어진다. 일종의 이상화된 진공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넓은 의미로서 개인적인 것, 정치적인 것을 살펴볼 때 그제야 보다 형식적인 측면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마치며' 중에서)

나그네의 방랑을 따라 생생하게 펼쳐지는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프란츠 슈베르트가 곡을 붙여 만들어졌다. 총 24편으로 이루어진 슈베르트의 연가곡은 뮐러가 발표한 시와 순서가 조금 다르다. 뮐러는 먼저 발표한 시 12편의 순서를 나중에 12편을 더 발표하면서 바꾸었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먼저 작곡한 12곡의 순서를 뮐러에 맞춰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고, 나중에 발표한 시의 순서를 하나 바꾸어 작곡했다. 슈베르트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연가곡을 완성했다.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고 어두운 겨울 길을 나서는 나그네의 감정은 슈베르트의 선율을 입고 더욱 강력해진다. 나그네가 길을 떠나는 제1곡에서는 '걸음걸이 빠르기'의 '터벅터벅 음형'을 사용함으로써 곡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클라이맥스를 고음으로 치솟게 만들어 긴장을 주기도 하며, 제6곡 [넘쳐흐르는 눈물]에서는 부점 리듬을 사용하여 "눈물에 반쯤 눈이 먼 초췌한 나그네"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글 중간 중간 슈베르트가 사용한 음악적 장치를 소개하며 연주자들이 작곡가의 의도를 어떤 식으로 고민하고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설명은 음악을 더 주의 깊게 듣도록 유도한다.

하나의 단어에서 역사적 배경까지,
더 깊이 있게 듣는 '겨울 나그네'
-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네."


보스트리지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에 관심을 가지고 곡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에도 답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뮐러는 시에 자신의 사상을 심었고 슈베르트는 그것에 공감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물론 연인과의 이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보스트리지는 시가 갖는 함축된 이야기 너머를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제1곡에서 '이방인'이라는 단어를 독일어 'Fremd'로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이방인이 아니라 자신의 땅에 사는 외국인을 뜻하며, 이 단어는 슈베르트와 뮐러에게 중요한 요소였다. 당시 독일은 나폴레옹에 의래 신성로마제국이 무너지고, 빈 회의를 통해 영토의 절반만 되찾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주권이 혼란스러웠으며 민족주의 봉기가 일어나고 자유는 억압되었던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빈에 살았던 슈베르트와 데사우에 살았던 뮐러는 그야말로 '자신의 땅에 사는 외국인'이었던 셈이다. 보스트리지에 따르면 이런 고독, 고립, 소외의 이미지는 '겨울 나그네'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들으면 한겨울 밤중에 길을 떠나야만 하며 정착할 곳이 없었던 나그네의 모습에 작곡가와 시인이 투영된다. 음악은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변하는 사회와 정치 상황,
'겨울 나그네'로 드러나는 작곡가의 시대정신
- "숯꾼의 비좁은 오두막이 나의 휴식처라네."


각 곡에 나오는 어떤 단어나 상황에 대한 보스트리지의 촘촘한 분석은 곳곳에서 녹아들어 있다. 그는 사회상과 역사를 음악에 끌어와 독자를 슈베르트의 시대로 데리고 간다. 제10곡에서 나그네는 처음으로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는 곳은 '숯꾼'의 오두막이다. 숯꾼은 우리에게 낯선 단어다. 요즘은 나무나 숯으로 에너지를 얻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와 뮐러의 시대는 석탄이 숯을 대체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숯꾼은 스러져가는 직업인 셈이다. 나그네가 몸을 쉬는 곳은 그런 공간이다. 보스트리지는 여기서 숯꾼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잃어버린 삶의 양식과 급변하는 경제를 환기시키는 존재. 또 하나는 보다 정치적인 것이다. 보스트리지는 숯꾼이 예술가들의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대에 활동했던 독립과 자유의 비밀결사 '카르보나리'를 상징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카르보나리 자체가 이탈리아어로 숯꾼을 의미라며, 그들의 상징하는 색은 달궈진 숯을 연상시키는 검정색과 빨간색이다. 민족주의 봉기를 찬양했던 작곡가와 시인의 시대정신이 드러난다.

시대의 관심사, 다른 문학작품과의 관계를 통해 보는
나그네의 세계
- "너는 언제 다시 창문에서 꽃으로 피려나?"


제11곡 [봄의 꿈]에서 뮐러는 이제 볼 수 없는 연인을 얼음꽃이 피는 것으로 묘사한다. 슈베르트의 시대는 지금보다 추웠고 빙하나 눈의 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괴테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서 빙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였고,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에는 얼음꽃에 매료된 인물이 등장한다. 성에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풀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시기다. 보스트리지는 이러한 당대의 인식을 통해 '겨울 나그네'의 얼음꽃을 설명한다. 얼음꽃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불안정한 경계를 나타내는 으스스한 징표"이며, 그 부서지기 쉬운 이미지가 "마지막 존재의 아이러니에 힘을 실어준"다. 노래는 "너는 언제 다시 창문에서 꽃으로 피려나?"라고 묻지만 얼음꽃은 곧 녹을 것이며 다시 피어날 일도 없다. 나그네와 연인의 지나간 추억과 같으며, 어쩌면 나그네의 앞길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원제에는 '집념의 해부(Anatomy of an obsession)'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 곡 한 곡을 낱낱이 파헤치는 보스트리지의 글에는 그야말로 저자의 집념, 곡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보스트리지가 안내하는 겨울 나그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목차

시작하며
제1곡. 밤 인사
제2곡. 풍향기
제3곡. 얼어붙은 눈물
제4곡. 동결
제5곡. 보리수
제6곡. 넘쳐흐르는 눈물
제7곡. 시냇물에서
제8곡. 뒤돌아보기
제9곡. 도깨비불
제10곡. 휴식
제11곡. 봄의 꿈
제12곡. 고독
제13곡. 우편마차
제14곡. 백발
제15곡. 까마귀
제16곡 마지막 희망
제17곡. 마을에서
제18곡. 폭풍의 아침
제19곡. 환영
제20곡. 이정표
제21곡. 여인숙
제22곡. 용기
제23곡. 환상의 태양
제24곡. 거리의 악사
마치며
옮긴이의 말
'겨울 나그네' 가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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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본문중에서

나를 멸시한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마음속에 품고...... 먼 길을 돌아다녔다. 여러 해 동안 노래를 불렀다. 내가 사랑을 노래하려고 할 때마다 사랑은 고통이 되었고, 고통을 노래하려고 하면 고통은 사랑이 되었다.
- 슈베르트가 쓴 '나의 꿈'이라는 제목의 글, 1822년 7월 3일
('시작하며' 중에서 / p.7)

이렇게 역사적으로 교차하는 흐름들은 미약하고 부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겨울 나그네'가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고 역사를 통해 전파된 역사의 산물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일례로 뮐러가 이 작품을 썼을 때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겨울 여행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나폴레옹 군대의 모스크바 퇴각이다. 뮐러는 1814년에 나폴레옹에 맞서 싸운 독일 애국자였지만, 그 바로 전에는 충성스러운 마음이 한층 혼란스러웠다. 1812년 9월 러시아를 침략한 나폴레옹의 60만 대군은 다국적 부대였고, 오스트리아 병사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해 12월에 러시아에서 퇴각한 군인들 12만 명 가운데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기타 다른 독일 지방 출신자들이 5만 명이었다. 프랑스인보다 독일 민족이 더 많았다. 프란츠 크뤼거의 [눈 속에 주둔한 프로이센 기병대]라는 그림은 시간이 조금 흘러 1821년의 작품인데,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도 않는 스산한 시체의 모습이 '겨울 나그네'를 다른 맥락에서 바라보도록 시각적 도움을 준다. 혼란스럽고 끔찍한 전쟁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에게 눈 덮인 풍경이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하게 한다.
('제3곡. 얼어붙은 눈물' 중에서 / p.88)

우리가 음악에서 느끼는 강력한 감정을 제대로 짚어낸 대목이다. 우리의 역사든 다른 문화의 역사든 지난 시대의 분위기와 주관성을 불러내고 압축해서 보여주는 음악의 특별한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렇게 환기된 감정은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슈베르트 시대의 감정이 대부분 사라지고 묻혔다면, 우리가 '겨울 나그네' 같은 작품에 그토록 관심을 보일 리가 없다. 감정의 역사를 살펴보는 다른 방법들도 있겠지만, 음악만큼 내적으로 충만하고 위력적인 경험을 약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4곡. 동결' 중에서 / p.113)

책의 한참 앞에서 카스토르프는 실패하기는 했지만 한 차례 마의 산에서 도망치려는 시도를 했다. 눈 덮인 풍경이 펼쳐진다. '보리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한다는 것을 아는 이상, 실패로 끝난 카스토르프의 이 여행을 '겨울 나그네'와 겹쳐서 읽는 것은 너무도 쉽다.
장의 제목은 '눈'이다. 타고난 본성에 따라 겨울 풍경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겨울 나그네'의 주인공 나그네의 곤경과, 사방이 눈에 갇힌 요양원의 편안하지만 죽음과 같은 품속으로 빠져드는 '마의 산'의 주인공 결핵 환자 카스토르프의 곤경이 왠지 유사하게 보인다. '눈'에서 카스토르프는 갇힌 곳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밖을 돌아보다가 길을 잃는다. 그 과정에서 궁극적인 질문들에 맞닥뜨린다. 그러므로 '눈'을 읽으면 '겨울 나그네'를 노래하거나 경험하기 위한 좋은 상상력, 정신력 훈련이 된다.
('제5곡. 보리수' 중에서 / p.145)

이렇게 말고 각각의 곡들을 독립적인 경험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몇몇 연주자들은 실제로 노래들을 겹치거나 묶어서 부르면 각각의 곡의 독자적인 개성이 흐려진다고 여긴다. 나는 이런 식으로 가곡 리사이틀을 구성하지 않는다. '겨울 나그네'가 내게 좋은 본보기이다. 슈베르트의 노래들로 무대를 꾸밀 때 '겨울 나그네'는 몹시 매력적인 예가 된다. 이 작품은 조성(먼 조성과 가까운 조성, 장조와 단조)을 잘 배치하여 큰 효과를 거둔다. 예컨대 조성 관계를 통해 기나긴 여행에서 노래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나타낼 수 있다. 길이가 짧고 빠른 곡이 길고 느린 곡들 사이에 다리가 될 수 있다(가곡 작곡가로 유명한 프랑시스 풀랑크가 슈베르트로부터 이것을 배웠다). 앞서 보았듯이 모티브의 연결로 특정한 노래 사이에 근접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동결]의 몰아치는 셋잇단음표가 '보리수'의 바스락거리는 셋잇단음표로 이어지고, '보리수'의 마지막 절에서 끈질기게 반복되는 부점 음형이 [넘쳐흐르는 눈물]의 도입부로 바뀐다). 가수마다 공연마다 청중마다 피아니스트마다 홀마다 해결책이 달라진다. 날마다 도전이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다면성이 '겨울 나그네'의 매력의 일부다.
('제13곡. 우편마차' 중에서 / p.292)

[이정표]는 연가곡에서 처음으로 죽음과 명확한 관계가 맺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관계를 기술하는 용어는 여전히 감질나게 모호하다. "나는 길을 가야 한다. /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길을." 우리는 앞서 '보리수'에서 죽음의 속삭임을 들었다. [백발]에서는 노년으로 도피하는 환상이, [까마귀]에서는 송장까마귀의 그림자가 등장했다. 나그네는 이제 죽음으로 향하는 길에 서 있고, 그의 선택은 무덤이 여인숙으로 형상화되는 다음 곡 [여인숙]에 반영된다. 동시에 나그네는 우리 모두 어느 시점에 가서는 스스로에게 말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그것은 바로 '되돌아올 수 없는 여행'의 불가피함이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겨울 여행은 프로이트가 말한 극단적인 두 충동인 에로스(사랑)와 타나토스(죽음)를 연결하는 축이 된다. 포기를 배우는 것, 불가피한 것과의 화해를 배우는 것이다.
('제20곡. 이정표' 중에서 / p.386)

저자소개

이언 보스트리지(Ian Bostridg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독일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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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최고의 독일 가곡 해석자이자 테너.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1990년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가 1993년 스물아홉의 늦은 나이에 테너로 데뷔했다. 당대 최고의 성악가 피셔디스카우의 권유로 직업 성악가가 되었다. 오페라와 가곡 음반으로 수많은 상을 휩쓸었으며, 1998년에는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 상을 수상했다. 2001년 옥스퍼드 크리스티 대학의 명예교수로, 2010년 옥스퍼드 세인트 존 대학의 명예교수로 임명되었다. 2004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CBE(Commander of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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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대중음악을 공부했다.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뮤지코필리아][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음악에 관한 몇 가지 생각][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콜럼바인][스타워즈로 본 세상]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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