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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흔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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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종국
  • 출판사 : 천년의시작
  • 발행 : 2015년 11월 09일
  • 쪽수 : 13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021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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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시작시인선 191권.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박종국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박종국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누가 흔들고 있을까]는 등단 20년을 눈앞에 둔 한 중진 시인의 시적 생애에서 일종의 중간 보고서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될 책이다. 그동안 박종국 시학의 원천이자 질료는 ‘색깔’이었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빛’이었다. 시인은 사물들이 스스로 빛을 뿌리는 순간을 ‘색깔’이라는 고유한 현상으로 잡아내었고, 전혀 다른 존재론적 전환을 꿈꾸는 역易의 상상력으로 줄곧 형이상학적 비의秘義를 탐색해왔다. 그러던 시인의 궤적이 이번 시집에서는 경험적 직접성을 통해 농사일의 세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쪽으로 변모하였다. 구체적인 농사 체험들을 채집하면서도 그것들을 깊은 긍정의 눈으로 바라본 미학적 성과물인 셈인데, 가히 새로운 모음母音의 질서요 스스로[自] 그러한[然] 원리들에 대한 친화적 전회轉回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하지만 이러한 외연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박종국 시인은 여전히 사물들끼리 호혜적으로 주고 받는 전신傳信 과정을 하나하나 채록하면서 우주적 스케일의 형이상形而上을 그려낸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이기도 한 「시인의 말」에서 그는 “어느 철학자보다/ 어느 학문보다/ 많은 가르침을 주는 농사일”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존재자의 빛깔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흙냄새’ ‘바람’ ‘시냇물’ 등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그 자연 사물들로 인하여 “모든 세상이 빛깔로 찬란하다는 것”을 알아간다고 고백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빛깔’을 비로소 보게 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의 성숙 과정이요, 존재론적 시원始原을 발견해가는 마음의 우주요, 그 점에서 박종국 시학의 일대 미학적 진경進境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추천사

    어렵지 않아 보이는 시들이라 가볍게 읽어나가다가 맨 끝에 실린 [저녁나절이다]에서 생각과 마음의 발이 돌부리에라도 걸린 듯 그만 나는 휘청거렸다. 한참 동안 멍한 상태로 있다가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의 휘청거림이 이 시의 어느 순간에 시인 자신이 겪었던 것임을.

    [저녁나절이다]가 시로서 보여주고자 한 것, 그것은 시간과 시간의 사이, 그 시간들과 함께 열렸던 공간과 공간의 사이, 그것들의 “틈새”다. 그러나 이 시의 “저녁나절”을 단순히 낮과 밤 사이에 있는 틈새 시간으로 읽는 것은 이 시를 잘못 읽는 것이리라. 이 시에서 ‘틈새’는 사물과 사물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물리적인 간격이나 거리 같은 것이 아니다. 매끈한 표면에 생긴 균열이나 생채기 같은 것, 세계가 표면만이 아니라 내부로도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구멍 같은 것이 이 시의 ‘틈새’다. 보라, 낮과 밤이라는 표면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살갗이 터져 흘러나와 번지는 피 같은 저녁놀을 배경으로 낮의 빛과 밤의 어둠이 미처 그 터진 틈을 봉합하지 못한 사이에 잠시 드러났다가 곧 사라져버린, 낮과 밤 그 어느 쪽도 헤게모니를 쥐지 못한 시간과 공간의, 밤의 빛과 낮의 어둠으로 이루어진 저 세계 내부의 심연을! 예술로서의 시라는 것이 릴케가 “세계-내면-공간”Weltinnenraum이라고 불렀던 저 내부와 소통하려는 근원적 충동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일 수 있을까? 내부는, 그러나, 신의 눈동자와 같아서 그것과 직접 대면하는 순간 벼락과 해일 같은 그 무엇에 우리는 눈을 잃고 동시에 세계를 잃게 될 것이다. [저녁나절이다]에서 시인은 세계의 심연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시인은 그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린다, “부적 같은 한 장의 그림”으로. 그처럼 시는 세계의 내부를 오히려 가림으로써, 낮과 밤이라는 표면이 가리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림으로써 그것이 드러나게 한다. 그렇게 가림 자체가 드러냄이고 드러냄 자체가 가림인 말함의 방식이 시이며, 그런 말의 형상이 “부적 같은 한 장의 그림”(상형문자)으로서의 작품일 것이다.

    [저녁나절이다] 이후에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이 참 넉넉하게 꽤 소란하겠다, 한 편의 진정한 시를 이루어내기 위하여 세계 표면의 뻔한 소음들을 잠재워야 할 어떤 침묵과 그 이후에 들려올 세계 내면 공간의 내밀한 수런거림을 다시 잠재워야 할 또 다른 침묵 사이에서.

    ―강웅식 / 평론가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씨앗 13
    뿌리 14
    바람이 분다는 것은 16
    하루해가 참 짧다 18
    보물창고 20
    그곳에는 22
    늦가을, 달밤에 23
    그날 25
    평상 27
    비 때문에 29
    병실에서 31
    저녁나절 33
    나뭇잎은 왜 수런거리는가 35

    제2부
    불씨 39
    움직이는 고요 40
    밤하늘 별처럼 42
    구름떡 44
    이 세상천지에 46
    그냥 웃었다 48
    멍에 50
    허기 52
    바람 소리 54
    밭에서 배운다 56
    호미를 잡은 손이 떨린다 58
    농부 60
    아버지의 진가 62

    제3부
    밭에서 67
    희나리 68
    가지를 따면서 69
    배추를 기르면서 70
    곁순을 따내며 72
    토마토 73
    일하러 간다 75
    고구마꽃 77
    씨를 뿌리면서 79
    내게는 이게 행복이지 80
    묵밭 82
    흙내 84
    그의 표정 85

    제4부
    농사를 짓는 나는 89
    새록새록 짙어지는 91
    그 말은 낡았지만 93
    마음의 고랑 95
    호미 96
    고랑 98
    그의 뒷모습 99
    진땀이 흘렀다 100
    밥맛 101
    어떤 농부의 말 103
    불쾌한 애정 104
    느닷없이 105
    저녁나절이다 107

    해설
    유성호 _ 존재론적 시원을 발견해가는 마음의 우주 108

    본문중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른 벌레 같은 어둠이 능선을 갉아먹는 소리, 놀라 뛰는 노루 뒷발에 채인 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 암노루 궁뎅이가 희끗희끗 산기슭을 적시는 저녁나절이다

    그런 틈새에 살아가는 것들, 어슴푸레한 빛 속 어둠이 몰고 오는, 견디기 어려운 푸석거림, 가엾은 마음을 사르는 능선이 붉은 저녁나절이다

    어둠이 빛을 지우는 부적 같은 한 장의 그림이 드러내 보이는 숲 속에는 꽃과 잎들이 떨며 진주 같은 이슬방울 떨어뜨리고, 껍질을 하나하나 벗는 산봉우리, 장엄한 시간을 알려주는 저녁나절이다

    잃을 것도 없는 것을 잃을까 봐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저녁나절
    어둠이 능선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어둠에 익숙한 하늘은 밥풀 같은 별 몇 알 오물거리고 있다.
    (/ '저녁나절이다' 중에서)

    밭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보물창고다.

    갖가지 야채며 곡물들
    하나하나는 어우러지고 어울려 밭을 이루고
    모든 작물들은 서로서로 의지하는 힘, 작용으로 살아 있다
    생생하고 싱그럽다

    작은 우주 같은
    저 싱그러움
    얼마나 장관인가

    그 싱그러움이 너무도 거대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나는 나 자신이 밭을 이루는 한 개 부분으로 느껴졌다

    도처에서 움직이는 모든 형상과 노력들
    만물은 생명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단장을 한다
    모두가 양지로 나가고 싶어하는 듯
    밭과 들판을 지나서 먼 산골짜기까지 푸르게 단장한다

    휘둥그레진 내 눈앞에 나타난 초록빛
    조용한 세계가 나를 열심히 농사짓게 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보물창고를 가지고 있는 나는
    (/ '보물창고'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6종
    판매수 38권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새하얀 거짓말] 등이 있음.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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