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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 재난과 공공성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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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사회학의 눈으로 본 세월호 참사그리고 일본, 미국, 독일, 네덜란드의 재난 대처 과정에서 얻은 교훈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기획으로 장덕진 소장(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을 비롯한 여덟 명의 저자가 세월호 참사를 사회학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났는가? 우리는 왜 수십 년째 비슷한 종류의 재난들을 반복해서 겪고 있는가? 그러면서 왜 별로 나아지지 않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사회학자이자 살아남은 이로서, 그날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무거운 질문에 마땅히 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글을 써나간다.

    이 책은 세월호가 가라앉고 수많은 생명을 무기력하게 떠나보내며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들 곳곳에 한국 사회의 ‘공공성’ 문제가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밝히며, 공공성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얽혀 있는 문제점을 풀어본다. 이 책은 참사의 내막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참사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찾아 비슷한 재난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세월호의 바깥으로 나와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책의 절반을 할애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독일의 원전 폐쇄 결정, 네덜란드의 북해 대홍수를 대상으로,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재난을 처리하고 다가올 재난을 대비했는지 분석하며 이를 우리 현실에 비춰본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들은 OECD 회원국의 공공성 및 위험 관련 모든 지표를 분석하고, 세계가치관조사를 활용해 각국 국민들의 가치관을 분석했다. 또한 이 책에서 비교 대상이 된 일본, 미국, 독일,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하고 현지 전문가 5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국내의 재난과 공공성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여러 차례에 걸쳐 발표를 듣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연구 결과물을 놓고 저자들은 수십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의견을 조율해 내용을 유기적으로 엮어냈고, 전문적인 분석 내용을 더 많은 이들이 더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중차대한 과제에 대해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오랜 연구 역량이 결집된 이 책의 내용 중 일부는 2014년 11월 12일 SBS의 주최로 열린 제12차 미래한국리포트 ‘한국사회 재설계: 공공성 그리고 착한 성장사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생방송되기도 했다.

    출판사 서평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교통사고인가

    세월호 참사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냥 단순한 교통사고일까?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이 단순한 교통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배는 언제든 가라앉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도 수많은 학생들을 채운 채 아무런 제한 없이 출항했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을 책임져야 할 선장은 가장 먼저 배를 빠져나왔으며, 구조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데다 구조를 위한 효과적인 기술과 전문 인력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수많은 인명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냈다. 재난 발생 이후로는 원인을 규명하고 제도적 개선을 모색하기보다는 희생양을 찾는 데에 몰두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해결을 시도했지만, 규정된 조사 기간도 짧고 기소권도 없어서 원인 규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원인 규명보다는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통해 사건을 종료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데 대해 많은 국민과 유가족들이 우려하고 있다. 몇 달이 지나면 대중의 뇌리에서 빠르게 잊혔던 과거의 대형 참사들과 달리,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형태의 ‘기억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참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지켜보면서, 자신 역시 언제든 침몰할 수 있는 배에 타고 있음을 절감한 것이다.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그날의 충격만큼이나 크고 무겁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왜 일어나야만 했는지, 우리는 왜 수십 년째 비슷한 종류의 재난들을 반복해서 겪고 있는지, 그러면서 왜 별로 나아지는 것은 없는지....... 세월호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무거운 질문들을 계속해서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세월호가 던진 질문에 사회학은 어떻게 답하는가
    “문제는 공공성이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재난과 공공성의 사회학]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에 대해 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지난 50년간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에 사회과학적 해답을 부지런히 제시해온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연구 역량이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번 참사를 대하며 결집되었다. 장덕진 소장을 비롯한 여덟 명의 학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데서 더 나아가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연구자로서 책무였다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힌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가 갑자기 발생한 일이 아님을 강조한다. 21년 전 발생했던 페리호 침몰 사고에 대해 제대로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마련했더라면, 세월호 참사 직전에 있었던 태안 청소년캠프 사고나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에서 학생 집단활동 간 안전에 대해 교훈을 얻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천안함 사고에서 인명구조 방법의 개선과 구조기관들 사이의 협력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했더라면, 정부가 오직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몰두하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여객선 선령이나 화물의 과적을 제대로 규제했더라면, 세월호 참사를 막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 세월호 침몰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많은 위험 요소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그 위험들이 축적되어 발생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사고와 재난이 반복해서 발생하는데도 우리 사회는 왜 거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위험을 제대로 관리해내지 못할까? 이에 대해 이 책은 먼저 “우리 사회가 재난의 원인을 일부 당사자들의 욕심이나 무지 같은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참사에서 세월호 선원들과 선박회사 경영진의 과실이나 직무유기는 분명 잘못된 일이고 처벌해야 하지만, 이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여객선의 안전을 확보할 수는 없고 제도적 문제점을 함께 개선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공공성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든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공공성 수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재난은 반복된다”


    저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한국에서 반복되는 재난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과학적 개념과 분석법을 동원한다. 한국 사회를 과거형 재난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상태에서 미래형 위험까지 이미 도래해 있는 이중위험사회로 개념화하고, 많은 경우 재난은 자연재해나 기술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훨씬 더 큰 위기로 증폭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특히 사회적 취약성의 핵심에 공공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의 공공성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떤 양상을 띠느냐에 따라 재난의 발생 여부와 대응, 피해 규모는 모두 체계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의 위험은 점차 불특정 다수에게 일어나며, 피해가 포괄적으로 발생해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누구든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처럼 오늘날 위험은 “대표적인 사회 공공 일반의 문제이고 불특정 다수의 사회 구성원을 위협하는 문제이므로, 위험을 해결하는 것은 공공성의 영역”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는 OECD 회원국의 공공성 수준을 비교한 결과가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성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문다. 세계가치관조사를 통해서 본 한국인은 “우리보다는 나 자신의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고,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나의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지지”하는 성향을 강하게 띤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상호 간의 공감이나 연대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한마디로 공공성의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이 책은 공공성이 높은 국가에서 위험 수준이 낮고 위험관리 역량은 높다는 사실을 검증한다. 이와 더불어 위험 수준과 위험관리 역량이 공공성 성격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밝힌다. 예를 들어 “그 사회의 공공성이 참여적이고 포용적인 성격을 띨 때 위험 수준이 낮고 위험관리 역량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도 심각한 공공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배제적 자유주의 공공성의 성격이 강해서 위험에 취약한 국가로 분류된다. 따라서 위험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성의 회복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한국이 갖고 있는 공공성의 성격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 3장을 비롯한 이 책 곳곳에서는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본다.

    이 책은 분석 대상을 확장해 한 나라의 공공성 수준이 위험 대응 방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독일의 원전 폐쇄 결정, 네덜란드의 북해 대홍수가 그 대상이다. 이러한 비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과거와 비슷한 대응 방식을 보이는 한국 사회에 좀 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며,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공통 요인과 차이점을 분석해 재난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한국 사회에 내재한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밖에서 바라본 세월호 참사
    일본, 미국, 독일, 네덜란드의 재난 대응에서 얻은 교훈


    앞서 말한 국가별 공공성 비교에서 일본은 우리와 거의 비슷하게 낮은 공공성 수준을 보였다. 이 책 4장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공공성이 결여된 사회에서 재난이 어떻게 증폭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재난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데 실패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 문제가 부각되고 원전을 둘러싼 원전마피아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었듯이, 우리와 공공성 수준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원자력마을’이라 불리는 폐쇄적인 이익집단이 원전과 방사능에 대한 정보공개를 차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고를 키우고 원활한 수습을 저해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한국이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극화 심화에 따른 공정성 저하는 사람들이 후쿠시마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위해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일본은 방사능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재가동을 향한 길을 가기 시작했다.

    5장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이후 미국의 재난 대응 과정을 분석한다. 미국에서는 2005년 8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 뉴올리언스 지역을 덮쳐 제방이 붕괴되고 도시의 80%가 침수되었다. 태풍이 사전에 예고되었고 대피명령이 있었으나, 많은 흑인 빈민들이 교통수단 부족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고립되거나 희생되었다. 이 사건은 미국 정부가 위험관리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축소하고 민영화하면서 공공성이 위축되고, 위험관리의 계획 수립, 자원 배분, 거버넌스, 리더십 측면에서 부실함이 드러난 사례다. 미국 정부는 재난 이후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위험 대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위험관리 조직을 강화하고 정부의 실패를 만회했다. 그러나 재난위험의 계층 간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6장에서는 독일이 탈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공공성의 역할과 특징을 살펴본다. 독일 정부는 2011년에 가동 중단 중이던 원전 8기를 영구 폐쇄했고,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내부에서는 원전과 관련해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그러나 원전 위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면서 정부, 정치권, 경제계, 시민사회 간에 원전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발생하지 않은 미래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사례다. 현존하는 위험의 관리에도 실패한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현존하는 위험의 대비에는 실패했지만 같은 위험이 반복되는 것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독일은 미래 위험까지 성공적으로 대비한 사례다. 이에 대해 이 책은 위험의 공론화와 위험 요소에 대한 투명한 공개,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대체에너지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기술 개발 등 여러 요소가 선순환으로 맞물리면서 얻은 성과라고 분석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일각에서 ‘이제 그만 잊자’고 말하지만, 잊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네덜란드에서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이 책에서 사례로 분석한 국가 중 공공성 수준이 가장 높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걸쳐 바닷물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의 근본적인 증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제출되었지만, ‘안전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그보다는 우선 ‘성장에 투자’하기를 원했던 네덜란드 정부는 미봉책에 그치고 만다. 그러던 중 1953년 네덜란드를 덮친 북해 대홍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남긴다. 1953년까지 네덜란드의 경험은 2014년 한국의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1953년부터 네덜란드의 경험은 우리의 경험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재난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각성과 함께 네덜란드는 즉각적으로 델타위원회를 구성해 수해에 대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절대로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를 이러한 과정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동력을 그들의 높은 공공성 수준에서 찾는다.

    이 바다를 기억하라
    그리고 가만히 있지 마라


    공공의 가치보다 경제성장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강조되는 한국 사회에서 공공성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공공성의 약화는 재난에 대비한 사회적 투자에 소홀하게 만들고, 위험 비용을 개인과 집단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작용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비용 절감을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가치가 어떤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함께 논의하고 공동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개인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러한 구조는 공론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어떻게 지체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지 ‘교통사고’라고 치부해버리거나 희생자와 유가족을 폄하하고 공격하는 일부의 모습은 우리의 사회적 연대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공공성 문제가 언젠가 또 다른 재난을 발생시키고, 그 재난의 피해를 증대시키며, 또다시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한 채 다음 재난의 싹을 틔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월호는 예고 없이 가라앉아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겼지만, 세월호가 던지는 질문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것들이다. 이미 크고 작은 여러 재난들이 세월호 침몰을 예고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세월호는 또 어떤 재난들을 예고하며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이제 우리 모두가 그 질문에 답할 때다.

    목차

    1장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2장 세월호 침몰과 재난의 사회학
    3장 문제는 공공성이야
    4장 우리를 잃어버린 시대의 재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장 허리케인 카트리나, 누가 자연재해라 말하는가
    6장 독일의 탈핵 결정: 사회적 합의가 먼저였다
    7장 델타 프로젝트, 국가적 재난을 잊지 않는 방법
    8장 무엇을 할 것인가: 세월호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본문중에서

    사고와 재난이 반복해서 발생하는데도 우리 사회는 왜 거기서 교훈을 얻지 못할까? 그것은 재난의 원인을 일부 당사자들의 욕심이나 무지 같은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기 때문이다. 사회제도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일부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문제를 덮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승객 구조를 외면하고 자신들만 구조되는 무책임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세월호에 화물을 과적해 침몰 원인을 제공했던 선박회사의 최고경영자이자 종교단체의 수장이었던 인물이 이 참사의 책임자로 수배되었다. 그를 체포하기 위해 전국의 경찰과 검찰이 움직였고 일부 군 병력까지 동원되었다. 그러나 그는 죽은 채 발견되면서 ‘희생양’이 되지 못했다. 세월호 선원들과 선박회사 경영진의 과실이나 직무유기는 분명 잘못된 일이고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여객선의 안전을 확보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점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 pp.19~20)

    압축성장 전략에서 경제적 성공은 외형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조직 규모나 매출 규모 같은 외적 성과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건조한 작은 나룻배는 위험해 보이지만 선령 20년이 된 배수량 6,800톤의 대형 여객선은 안전한 것으로 인식된다. 세월호의 노령화로 인한 위험 증가보다는 대형 여객선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 p.40)

    새로운 위험이 등장하면서 이것을 관리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처럼 새로운 신체적 위험에 대한 대비가 당사자 개인에게 맡겨진다면 부자들만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따라서 부자들은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지고 빈민은 상대적으로 더 병약해져, 사회적 불평등이 생물학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 변화나 환경호르몬 같은 새로운 위험도 동일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위험을 공적으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능력 있는 사람은 개인적 역량을 동원해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적 성찰 능력을 함양하는 것과 함께 위험관리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위험에 대비하는 핵심 요건이다.
    (/ pp.47~48)

    더욱 참여적이고 포용적인 성격을 가질 때 한 사회의 위험 수준은 낮아지고 위험관리 역량도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원전 위험에 대한 독일의 대응이나 대홍수 위험에 대한 네덜란드의 대응 등이 중장기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데 성공한 반면, 공개성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위험을 증폭시킨 사례는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해준다.
    (/ p.105)

    “세월호 장기화로 경제 침체”, “세월호에서 민생 공방으로”, “세월호 참사, 경제 참사로 이어지면 안 돼”, “세월호보다 경제”, “세월호 특별법, 민생 법안과 분리 처리해야”, “세월호에 갇힌 경제”.......
    2014년 5월 20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관한 가족대책위원회의 성명서가 발표된 이후 반년 이상 세월호 특별법이 장기 표류하면서,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민생 경제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는 선박 관련 기업들의 사익과 이윤 추구에 우선권을 내준 규제 완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재난의 원인을 제공했던 경제적 이익이 이번에는 재난의 처리 과정과 극복 과정에 깊숙이 들어와, 세월호 때문에 민생 경제가 어려워졌고 세월호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었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기업의 이윤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경제 시스템이 불러온 재난 앞에 또 경제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 pp.110~111)

    원전 재가동이 경제 회복과 경제 성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안전-경제 대립론’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어난 시민사회의 반성과 그 반성을 통해 등장한 ‘원전제로정책’ 노선을 원점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 같은 정책을 뒷받침한 것은 경기대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택이 ‘일본형 공업화사회’의 기능 부전에 따른 공공성 위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pp.132~133)

    재난관리 시스템의 재구축을 가능케 한 것은 결국 미국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이끈 원동력은 민주적 절차가 확립된 의사결정 과정과 시민 참여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정치체제는 민주주의 제도화 수준이 높고,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책 수립과 입법 과정이 특징적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 언론 자유 등 개방성과 투명성 수준도 높다. 이 점은 공개적인 공론 형성과 문제 진단을 이끌어 재난 대응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기반이 된다. 미국 사회는 문제를 숨기거나 ‘희생양 찾기’를 통해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고, 공개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카트리나 재난에 대한 ‘사후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공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간 협력 체계가 좀 더 강화될 수 있었다.
    (/ pp.145~146)

    독일의 사례를 보면, 미래의 위험을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보는 데서 나아가 다음 세대의 문제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또한 위험의 내용을 구성원들이 투명하게 공유하고, 공동의 복리와 이익을 위한 공익의 차원에서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합의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이해가 대립하고 갈등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의견을 모아 대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p.175)

    네덜란드는 대홍수라는 국가적 재난을 계기로 사후 학습, 특히 지배적 가치에 개입해 이를 수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는 이중학습을 통해서 홍수관리 시스템을 혁신했다. 무너진 방조제를 보수하고 복구하는 대응으로 그치지 않고, 경보 시스템을 개혁하고, 댐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기술적·조직적·물질적 자원을 확대하며, 홍수관리 책임자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그런데 지배적 가치의 변화에 기반을 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와 혁신은 사회의 공공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위험 또는 안전은 사회 구성원의 공통의 이익과 직결되므로, 공공성이 잘 작동하는 사회는 위험 발생을 낮추고 피해를 줄이는 등의 위험관리 능력이 높다. 따라서 공공성이 높으면 위험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여 위험 발생을 낮출 것이고, 설령 위험이 현실화되더라도 적절하게 대응하고 수습하는 복원력을 갖추게 된다.
    (/ p.216)

    한국에서 세월호 유족에게 보상금에 눈먼 사람들이라는 낙인을 찍듯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자격을 갖춘 피해자’와 ‘자격 없는 복지사기꾼’을 구분하는 낙인이 횡행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자격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 백인 중산층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으며, 빈곤율이 훨씬 높고 더 다양한 가족 형태를 가지고 있는 흑인이나 이민자, 빈곤층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었다. ......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심지어 똑같이 식료품점에서 음식물을 가져가는 장면을 놓고도 백인에게는 ‘발견’이라는 표현을 쓰고 흑인에게는 ‘약탈’이라는 표현을 쓰는 언론의 사례도 발견되었다. 이것은 결국 피해자에 대한 배제적인 정책을 만들고, 사회적 공감대와 연대를 협소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 p.236)

    한국을 비롯해 이 책에서 다룬 5개국의 재난을 비교해보면, 유독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대립 구도가 있다. 바로 안전과 경제의 대립 구도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장기화하기 시작하자, 언론 보도를 비롯해 곳곳에서는 세월호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고 성장률이 둔화된다는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온 나라가 애도 분위기였으니 일시적으로 소비가 둔화되었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의 위험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재정비하는 일이 경기 침체 때문에 서둘러 마무리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뒤집어서 말하면 경제를 위해 웬만한 위험은 그냥 안고 가자는 말이 된다. 우리는 일본에서 똑같은 현상을 목격했다. 후쿠시마 직후 원전제로를 선언했던 일본이, 이제 경제 살리기를 핑계로 원전 재가동의 길로 나서고 있다. 후쿠시마를 겪어놓고도, 경제를 살려야 하니 원전 위험을 안고 가자는 말이다. 원전 재가동은 아베 총리의 트레이드마크인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 pp.241~242)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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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는 1965년에 설립되어 2015년에 50주년을 맞이한 전통 있는 연구기관이다. 설립 이래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요청하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에 대한 사회과학적 해답을 제시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인구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회정책적 과제였던 1960년대부터 인구학 분야의 연구를 개척했으며, 체계적인 사회조사를 가장 먼저 도입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빠른 산업화와 더불어 등장한 산업사회와 노동 관련 연구를, 1980년대에는 민주화와 더불어 시작된 정치사회적 변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1990년대에는 정보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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