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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 사진가'의 다정다감했던 골목의 풍경

2005년 타계한 故 김기찬(1938~2005)에게 사진이란,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투영한 기록이자 33년간 꾸준히 애정의 눈길로 바라봐 온 '골목'에 대한 사랑 표현이었다. '골목 안 사진가'라고 불리는 그의 다른 이름은 김기찬의 생애를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그는 골목안 풍경을 '평생의 테마'로 삼았다.이 책은 사진가 김기찬이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를 기념하여 유고와 그의 동료와 후학들이 쓴 글을 한데 모아 탄생하게 되었다. 1부는 김기찬이 자신의 사진에 관해 쓴 글을 모았고 2부는 선후배 사진가의 회고 및 소고와 논문을 수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골목안 사진의 가치와 의의를 짚어 준 점이 남다르다.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표정도 행동도 한결같이 자연스럽다. 사진 안에 이 같은 자연스러움을 담기 위해서는 피사체가 낯선 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도록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그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30년 넘게 골목을 드나들며 어느덧 그 골목의 일부가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는 그렇게 흔치 않다. 그러나 사진가로서의 김기찬의 생애는 ‘골목안 사진가’로서 명료하게 정의할 수가 있다. 그는 골목안 풍경을 ‘평생의 테마’로 삼았다.

10년 전 그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는 변함없이 그와 함께해 왔다. 그와 함께 골목을 걷고 그곳에 사는 가난하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도, 볼 수도 없는 골목이고 그도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가 사진 찍었던 바로 그 자리에 서서 골목안을 들여다보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은 사진가 김기찬이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2005년 8월 27일 작고)를 기념하여 유고와 그의 동료와 후학들이 쓴 글을 한데 모았다.

제1부는 김기찬이 자신의 사진에 관해 쓴 글들을 모았다. 일부 사진집에 수록한 글도 있고 잡지에 연재한 것도 있지만 그가 자신의 인생과 사진작업을 반추하고 있어 사진가의 내면세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글들이다. 골목안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그는 종종 사직동에 살았던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잃어버린 풍경’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던 서울 근교의 사진들을 통해 그는 산업화와 개발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제2부는 선후배 사진가의 회고, 그리고 그가 간 뒤 상전벽해한 중림동 일대와 골목에 관한 소고(小考)와 논문을 수록했다. 출전이 따로 없는 글들은 모두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글들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김기찬 10주기 추모 문집이라 할 이 책에 기꺼이 원고를 보내주었다. 그의 사진을 변함없이 사랑해 온 선후배 사진가, 사회학자, 기자, 건축가, 사진책 수집가, 미술비평가, 역사학자 분들이 김기찬의 골목안 사진의 가치와 의의를 짚어 주었다. 특히 중림동 일대를 실제 현장답사해 촬영한 사진들을 함께 보내온 두 편의 원고는 김기찬 사후 지난 10년간 골목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최민식, 김기찬의 사진세계를 비교 연구한 논문은, 같으면서도 다른 두 사진가의 사진세계를 명확히 구분해 주었고, 재평가의 필요성도 역설해 주었다.

이 책을 발행하며

1 나의 사진 이야기 - 김기찬

2 김기찬과 ‘골목안 풍경’

사라지는 골목안 풍경 - 한정식
골목 사진가의 추억 - 전민조
골목안 풍경과 마포의 추억 - 김호기
김기찬과 중림동 골목 - 글·사진 임종업
다시 가 본 김기찬의 골목 - 글·사진 윤한수
사랑·꿈으로 오래도록 품을 들인 '골목이웃' 사진 - 최종규
사진가가 거슬러 오른 길 - 정진국
역사 재구성 사료로서 본 골목안 사진 - 이광수
도시빈곤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윤일성

작가 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