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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시골편지 : 자연과 인문예술의 만남이 그려낸 맑고 깊은 삶의 풍경들[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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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뜨란
  • 발행 : 2015년 09월 14일
  • 쪽수 : 264
  • ISBN : 978899084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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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이 땅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30년간 순례의 붓길을 이어온 한국화가 이호신. 그가 귀촌 5년만에 시골편지를 보내왔다.『화가의 시골편지』는 순례자에서 마을 주민으로 변신한 화가의 행복한 시골살이, 봄꽃부터 겨울나무까지 자연 안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포착하기 어려운 생생한 사계절 생태 이야기, 담백하고 생기 있는 따뜻한 그림들, 그리고 자연을 닮아 자연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상생의 풍경이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출판사 서평

    수십 년간 화첩 배낭을 메고 이 땅의 참된 풍경을 찾아 순례해온 길 위의 화가 이호신,
    그가 지리산 자락으로 귀촌하여 보낸 따뜻하고 감동적인 그림편지


    미술평론가 손철주와 시인 박남준이 아끼고 감탄하며 추천하는 책
    “미소를 짓고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단아한 모습과 기품 있는 필담으로 묘사된
    생명의 풍경들이 고요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30년간 순례의 붓길을 이어온 이호신 화백.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 자락으로 화실을 옮긴 그가 귀촌 5년만에 시골편지를 보내왔다. 『화가의 시골편지』는 순례자에서 마을 주민으로 변신한 화가의 자연주의적 삶, 봄꽃부터 겨울나무까지 가까이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누리기 어려운 생생한 사계절 이야기, 눈길을 사로잡는 담백하고 생기 있는 그림들, 그리고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뒤란에는 울울한 대숲이 있고 마당에는 텃밭과 갖가지 꽃나무들이 있는 화실에서
    그림농사, 텃밭농사, 마음농사를 지으며 사는 화가의 행복한 시골살이

    16번의 개인전과 15권의 화문집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이호신 화백은 나이 오십 중반에 가족과 떨어져 경남 산청 남사마을로 화실을 옮겼다. 몇백 년 묵은 매화나무와 감나무가 마을을 지켜주고, 수백 년 된 고택들과 문화 유산들이 가득한 작지만 유서 깊은 마을이다.

    귀촌하기 전 화백은 화실 베란다 창문에 낭창낭창한 대나무들을 수묵으로 그려놓았다. 그리고 밤이면 이리저리 조명을 비춰 바람에 흔들리는 대숲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일이 없다. 화실 뒤란이 온통 대나무숲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풍죽(風竹)이 되어 댓잎이 창문을 두드리고, 비오는 날은 우죽(雨竹)이 되어 어느덧 붓을 들게 만든다. 정겨운 토담 옆에는 오래된 감나무가 서 있고, 지인들이 귀촌 선물로 보내준 꽃나무들이 화실 뜨락에 사시사철 피고 지며 시골 생활의 정취를 더해준다.

    그림농사를 짓는 틈틈이 텃밭농사를 짓고, 자연을 통해 겸허한 마음공부까지 하는 화가의 시골살이는 행복하다. 이호신 화백이 들려주는 나날의 풍경에 물들다보면 우리가 현재 무엇을 잊고 사는지, 어떻게 해야 보다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나름의 해답을 찾게 된다.

    생동하는 길 위의 붓과 겸허한 성찰의 글이 어우러진 사계절 순례 이야기

    이 땅의 산하를 순례하던 화가는 이제 화첩과 지필묵을 챙겨 봄이면 매향이 번지는 고택 마당을 서성이고, 여름이면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드는 남사천 둑길을 산책한다. 또 가을에는 감잎이 떨어져 오색으로 물든 돌담길 사이를 거닐고, 겨울에는 서설이 내리는 회화나무를 찾아가 모두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그렇게 화가의 화첩은 쌓여가고, 자연과 사람,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정겨운 마을에서 1년 365일 또 다른 순례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과 인문예술의 만남이 그려낸 맑고 깊은 삶의 풍경들

    이호신의 귀촌 5년 세월이 담긴 『화가의 시골편지』는 인간과 자연, 생명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 빛나는 아름다운 화문집이다. 수백 년된 매화나무의 그윽한 암향을 화첩에 옮기면서 화가는 조선의 두 학자 남명 조식과 퇴계 이황의 고결한 정신을 되새긴다. 삶과 죽음이 겹쳐 있는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 숲에 들어서는 생명의 질서와 삶의 신비를 가르친 법정스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화실 뒤란의 대숲을 사생할 때면 대나무 사랑이 유별났던 소동파와 왕휘지, 백거이의 시심과 철학이 중첩된다. 또한 600살 할배 감나무에게서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비워낸 현자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꽃과 나무, 새와 곤충, 달빛과 별빛에게 인생의 지혜를 배우다

    벚꽃은 떨어져 흩날리는데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광경, 찬란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흙빛으로 소멸해가는 겨울 연의 풍경을 사생할 때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의 진리를 깨닫는다. 마당을 점령한 잡초를 보고 황망해하던 중에 꽃나무만 선호하고 잡초는 뽑아야 할 대상으로만 여긴 지난날의 편견과 분별심을 반성하는 시간도 있다.
    떨어진 밤톨에 기생하는 벌레, 척박한 바위에 간신히 뿌리내려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선 소나무, 감나무 한 그루를 보호하기 위해 에둘러 담장을 쌓은 마을 사람들의 어여쁜 마음은 화가에게 상생의 미학을 일깨운다.

    그밖에 백로, 후투티, 물까치, 제비, 반달가슴곰 같은 동물들과 회화나무, 느티나무, 진달래, 배롱나무, 목화, 산국 같은 식물들, 교교한 달빛과 눈부신 별빛,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텃밭의 가을걷이… 단아하고 기품 있게 묘사된 생명의 풍경들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을 보다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혜를 지속하여 들려준다.

    자연과 역사, 문화와 삶이 한데 어우러진
    담백하고 생기 있는 생활산수화 98점의 지상 전시회

    “우리 산하를 그리는 일이 비단 산천에 대한 예찬과 경외에서 끝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산과 강이, 논과 들이 품고 있는 인간의 문화와 역사, 우리네 소소한 삶의 숨결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 그림이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담은 ‘생활산수화’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19쪽

    이 책에는 우리 산하의 소소하고 눈부신 생명들과 교감하여 완성한 그림 98점이 실려 있다. 생활산수화로 총칭되는 이들 작품에는 작지만 온전한 우주를 품고 있는 꽃과 나무, 새와 곤충 등 자연의 세계와 날마다 마을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여 체득한 삶의 진리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한편 무수한 생명들이 별처럼 빛나는 우포늪의 풍광, 4대강이 훼손되기 전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순례하며 강의 원형을 화폭에 담은 대작들도 수록되어 있다.
    화가는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필묵은 청담하며 필치는 담백하고 생기 있다. 탁본과 목판기법은 물론 수묵화에서는 잘 쓰지 않는 선명한 색채와 염색한지, 한글과 그림을 접목시킨 ‘한글뜻그림’ 등 창의적인 기법들도 응용한다.
    이호신의 그림은, 화업을 시작한 이래 전국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걸어다니며 산천초목을 샅샅이 살피고 현장에서 사생하여 완성한 예술작품이자 이 땅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낳은 고귀한 기록 그 자체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길 위의 화가가 걸어온 감동적인 그림순례에 동참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추천사

    손철주(미술평론가)
    ‘生’ 자는 풀과 나무가 땅 위로 나온 모양을 본뜬 글자다. ‘生’은 낳고, 기르고, 키우고, 가꾸고, 늘리는 목숨붙이들의 온갖 춤사위를 보여준다. 이호신의 그림을 잘 보라. 그가 그리면 자라거나, 솟거나, 커지거나, 높아진다. 뻗거나, 나아가거나, 다다른다. 난초와 매화가, 자운영과 진달래가, 솔가지와 수숫대가 보여주는 그 모양새가 곧 ‘生’일진대, 이호신의 화폭에서 ‘生’이 더욱 생생(生生)해지는 느낌은 말할 나위 없이 각별하다. 그의 글을 읽으니 알 것도 같다. 이호신의 붓은 참된 것과 착한 것을 아우르는 아름다움의 너름새를 보여준다.

    박남준(시인)
    매화, 소나무, 대나무, 춘란은 품성이 단정하고 높아 예로부터 선비들이 가까이하던 것들이다. 감나무, 산국, 가시연, 진달래, 차 또한 곁에 두고 발걸음 오래도록 머물며 묵을수록 향기로운 벗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미소를 짓고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화백의 성품이 그와 닮아서인가, 화문집 곳곳의 자리에 단아한 모습과 기품 있는 필담으로 묘사된 생명의 풍경들이 그마다 고요한 감탄을 여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필락경풍우 시성읍귀신)’, 붓을 들어 떨치니 비바람이 놀라고 시를 지어 이루니 귀신도 울고 간다. 굳이 두보의 글귀를 빗대지 않더라도 화백의 따뜻하고 푸른 예술혼이 깃든 문장을 대하며 부러움과 더불어 즐거운 찬사를 보낸다.
    『화가의 시골편지』를 읽는 밤, 지리산의 남쪽 하늘에 별들이 총총하다. 나는 산 너머 동쪽 지리산 자락을 바라보며 저기 거기쯤 오늘화실의 앞마당, 산청 남사마을에서도 별밭의 하늘을 마주하며 맑은 생각에 잠겨 있을 화백의 깊은 응시를 생각한다.

    목차

    * 그림편지를 띄우면서

    봄 /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

    언제나 새날
    산다는 건 꽃 소식을 듣는 일
    두 스승의 가르침
    천년의 매화 향기
    오매불망五梅不忘
    새봄이 더 눈부시다
    소나무와 진달래
    어린 솔을 심는 마음
    꽃비가 내리는 날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여름 / 작은 것 속에 큰 뜻이 있다

    여름 산책
    잡초는 없다
    대숲을 거닐며
    생명을 위한 기도
    우포에 가면 그리움이 보인다
    한여름의 미감
    개와 고양이와 화가
    고독의 힘
    강물에 띄우는 편지

    가을 / 오늘이 삶의 마지막인 것처럼

    별들의 인드라망
    느티나무 아래에서
    자연을 풍성하게 느끼는 방법
    오늘화실의 인연들
    소나무와 검은 돌 하나
    야성의 회복
    600살 할배 감나무
    아름다운 소멸
    시골살이의 즐거움
    저 산이 고운 까닭

    겨울 / 눈 좋아 항시 얼어 지낸다

    산사의 풍경소리
    까치밥 명상
    산처럼 살자
    감잎에 물들다
    생명의 대숲
    산국차 한 잔과 목화 한 송이
    남사마을 사랑나무
    겨울 연의 설법
    지금이 꽃자리

    * 그림목록

    본문중에서

    어김없이 남사마을에도 새봄이 왔습니다. 정겨운 돌담 너머 꽃구름 같은 매화 향기가 곳곳으로 번집니다. 집집마다 기와지붕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고샅길은 고즈넉합니다. 고가의 기둥과 마루도 제 나뭇결 때깔을 환히 드러냅니다. 한낮의 폭죽처럼 꽃나무들이 생기를 토합니다. 매화, 산수유, 동백, 목련, 진달래, 복사꽃… 이들 하나하나가 저에겐 마냥 살갑고 새롭기만 합니다. 49쪽

    흐벅지게 피었다가 단칼에 뚝 떨어지는 꽃, 한 점 미련 없이 온몸으로 직하해버린 짧은 궤적 끝에 가쁜 숨을 토해내며 서서히 식어가는 꽃, ‘죽음이 삶을 받쳐주고 있음’을 증명하는 꽃. 저에게 강진 백련사 동백은 그렇게 뜨겁고도 차갑습니다. 64쪽

    지난 세월 홀로 길 위를 순례하며 그림을 그려온 저로서는 고독의 힘을 믿습니다. 그 믿음은 남사마을에 내려와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삶터를 돌보며 사는 동안 더 공고해졌지요. 진정 우리는 인생을 사는 동안 한 번쯤 외로운 섬에 머물러봐야 합니다. 필히 홀로 지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합니다.
    어둠이 깊어야 별이 빛나듯 스스로 부여한 고립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됩니다.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이들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123-124쪽

    저도 귀촌하였으니 작은 텃밭이라도 일궈 최소한의 자급자족은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마을에 내려오기 전 한 스승이 제게 해준 말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긴 터였습니다. “꽃을 심어 가꾸어보지 않고 어떻게 좋은 꽃그림을 구할 수 있겠나?”
    호미로 하나씩 상처 나지 않게 조심하며 캐다보니 어느덧 텃밭에 고구마가 가득 쌓였습니다. 고구마를 상자에 담으며 지인들에게 보낼 것은 따로 챙겨둡니다. 이렇게 함께 나누면 시골살이의 즐거움과 보람이 배가되지요. 193-194쪽

    옛 화가들은 달빛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가 담장에 어른거리는 모습을 마음에 담고 그림으로 형상화하곤 했다지요. 저 또한 잎과 열매 떨구고 푸른 하늘로 뻗은 감나무 가지의 기상과 생명력에 매료당합니다. 그 가지 끝에 까치밥으로 남은 홍시 몇 알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그리고 마침내 화첩을 펼칩니다. 산촌에 사는 화가가 누리는 행운이요, 고마운 행복이지요. 211쪽

    겨울 밤이 깊어갑니다. 뜰에 나와 하늘을 우러러보니 온통 별밭입니다. 오롯한 침묵 속에 적막이 감도는 밤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제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아내와 함께 밤 산책에 나섭니다. 마을 길을 거닐다가 남사천 둑길로 향합니다.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니구산의 먹빛은 점점 짙어집니다. 흰 옥양목을 깔아놓은 듯한 남사천이 니구산을 에돌아 흐릅니다.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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