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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은밀하게 감춰지는 데이트 강간과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미국 전역 32개 대학 6천100여 명의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더 흔할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실제로는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것은 1982년 미국 전역의 32개 대학에 재학 중인 총 6천100여 명의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증명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와 페미니스트 저널인 《미즈 매거진》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과학적 연구였다. 이렇게 대규모로 진행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연구조사를 통해서 나온 통계와 자료, 피해자들의 솔직한 인터뷰, 그리고 남성들의 이야기까지, 심리학자들의 분석과 문제를 둘러싼 전문가의 조언 및 법정 공방 등 그야말로 이 책은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가장 은밀하게 숨겨지는 데이트 강간과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그 고통과 치유와 예방책에 관한 치밀하고 섬세한 기록

저자 로빈 월쇼는 "누구도 그것을 강간이라 부르지 않았다"라고 입을 뗀다. "성폭력은 낯선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는 잘못된 통념 때문에 '데이트 강간'이나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은 피해자 스스로도 자신이 당한 게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더 흔할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실제로는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것은 1982년 미국 전역의 32개 대학에 재학 중인 총 6천100여 명의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증명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와 페미니스트 저널인 《미즈 매거진》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과학적 연구였다. 이렇게 대규모로 진행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연구조사를 통해서 나온 통계와 자료, 피해자들의 솔직한 인터뷰, 그리고 남성들의 이야기까지, 심리학자들의 분석과 문제를 둘러싼 전문가의 조언 및 법정 공방 등 그야말로 이 책은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다.

어떻게 데이트가 강간이 되는 것일까? 왜 피해자는 말하지 못할까?
관계 맺기를 위해 남성도 읽어야 할 책

‘데이트 강간’. 둘 사이의 즐거운 한때를 연상시키는 단어 ‘데이트’와 폭력과 범죄를 상징하는 ‘강간’이라는 단어의 조합. 어떻게 데이트가 강간이 되는 것일까? 데이트 상대자, 학교나 회사에서 알고 지내는 관계,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지인, 때로는 서로 사귀고 있거나 성관계를 한 적이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 성폭력이라니. 그러나 연구조사 결과 "적지 않은 여성들이 데이트 상대나 지인에게 강간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문조사에 답했다."

《미즈 프로젝트 통계 조사 결과》
응답한 여성 가운데 4명 중 1명꼴로 강간 혹은 강간 미수 피해 경험이 있었다.
이 중 84%는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강간 피해의 57%는 데이트 중에 발생했다.

"아는 사람에게 강간을 당한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어요. 적어도 제가 사는 세상에서는요."
-폴라 직장동료에 의한 피해자

피해자의 말처럼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대인범죄 중 강간의 신고 비율은 원래 낮은 편에 속하지만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은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신고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단체, 상담원, 연구자들은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은 여러 면에서 숨겨지고 있지만 오늘날 가장 흔한 형태의 강간 범죄"라고 말한다.

강간은 극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종의 정신병이 아니다

피해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남성들 또한 '데이트 성폭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남학생들의 성적 행동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강간'이라는 직접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여성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박을 하거나 어느 정도의 신체적 위력을 사용하여 성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습니까?"와 같이 질문했더니, 응답한 남학생의 8% 가량은 14세부터 그런 경험을 가졌다고 답변했다. 즉 여성을 강간했거나 강간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과 친분이 있었던(84%)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가해 남성들이 언급한 사건 중 실제로 경찰로 신고 된 경우는 2%에 불과했다.

"두 남자 모두 무척 평범한 편이었어요. 겉으로는 어디를 봐도 강간범이라는 단서를 찾을 수 없었죠."
-캐런 아는 남자에 의한 피해자

이에 대해 책에서는 성폭력 교육 전문가 파이 베이트만의 입을 빌려 이렇게 설명한다.
"강간은 극소수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일종의 정신병이 아닙니다. 사실 강간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여기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칭찬할 만하다고 보는 남성들의 행동양식과 큰 차이가 없어요"라고. 이처럼 가해 남성들은 "자신이 한 일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조사 결과 가해 남성으로 나타난 남학생들은 평범한 대학생들의 모습이었다. 다만 다른 남성들에 비해 성인잡지를 보다 더 자주 구독하며, 남녀가 서로 알고 지낸 기간과는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서 성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을 적대시하는 가운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한 편이고, 성폭력 예방의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경향 등을 보였다고 한다. 그들은 흔히 남자다움이라고 배우게 되는 것을 조금 더 극단적으로 행동양식으로 취하는 남성들이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바로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 자신이 아는 사람에 대한 강간범이라는 거였습니다. 물론 저는 누군가를 넘어뜨리지도 않았고, '네가 이걸 하지 않으면 팔을 비틀어버릴 거야'라는 식의 말을 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저는 기억합니다. 저 역시 우리(남자들)가 흔히 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또 기억나는 것은 한 번도 상대 여성과 합의를 보려 한 적이 없다는 거에요. 그 대신 거짓말을 하거나 온갖 시나리오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고는 정작 성관계 후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거나 오히려 그날의 일에 대해 상대방이 불편하고 불안하게 느끼게 만들었죠."
-론 캠벨 뉴저지 메디슨 드류 대학교 주거생활센터 대표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이 책이 눈에 띄는 부분은 ‘데이트 강간’이나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여러 부분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명확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찰과 법원, 대학에 대해 권고하는 부분에서는 눈여겨볼 대목들이 많다. 가령 "대학이 해야 할 10가지 수행 목록" 등은 현재 한국의 대학들도 반드시 귀 기울 부분들이다.

또한 피해자가 딸이나 아내나 동료 혹은 가까운 학교 친구 등 가까운 사이일 때 생존자를 지원하고 돕는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고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물론 여성들에게 피해 예방과 사후 대처 방법도 연구조사에 근거해 제시한다.

그러나 이 책은 여성 독자들이 주로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 아니다. 남성들 스스로 성찰과 변화하기 위한 <좋은 변화를 위한 11가지 지침>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남학생들 스스로가 학내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과 모임들에 대한 소개 또한 흥미롭다.

성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남성들에게(4장) 다음과 같이 말을 건다.
"남성이야말로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 -딸, 자매, 부인, 어머니, 여자 친구 등- 중 누구라도 그런 사건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오히려 모든 남성이 강간 사건으로 깊게 상처받는다는 사실에 내재해 있다."

로빈 월쇼(저널리스트)
이 책은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부모와 교육자, 상담원, 법조계 종사자에게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을 총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쓰였다. 독자들은 책의 앞부분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아울러 뒷부분에서는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사건을 어떻게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것인지에 관한 실제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될 것이다. 성폭행은 분명 범죄이며 가해자가 익숙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권인숙(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나는 성폭력이 구체적인 관계와 맥락과 문화의 폭력임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책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겪는 경험과 그로 인한 혼란을 이처럼 잘 그려낸 책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이와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제 이 책을 한국 사회에 내놓는다.

한국판 서문 -26년 전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여는 글 -우리 이제 그것은 강간이라 말하자

1부. 이해하기
누구도 그것을 강간이라 부르지 않았다.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사건의 실태

무엇이 여성을 '안전한 피해자'로 만드나?
-피해자들의 7가지 반응과 그 의미

자신이 한 일을 모르는 사람들
-가해자들의 성 관념과 행동 양식

2부. 또 다른 사례들
상처 입는 어린 영혼들
-10대들, 피해 경험을 말하다

누구를 위한 파티인가
-그것은 집단 성교가 아닌 '집단 강간'이다

3부. 깊이 들여다보기
성폭력을 '학습'하고 '정당화'하는 사회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

고통은 오래 지속된다
-사건의 영향과 후유증에 대하여

설 자리 없이 내몰리는 여성들
-경찰과 법원, 대학이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과 문제점

4부. 대안을 향하여
"무엇보다도 살아남기를!"
-여성에게 : 피해 예방과 사후 대처 방법

성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남성들에게
-이제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

'따로 또 같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부모, 학교, 입법자들에게 주는 메시지

함께할 때 그들은 더 빨리 회복된다
-생존자를 지원하고 돕는 방법

참고 자료 - 미즈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방법에 대하여

● "저는 그 남자애가 자기 방에 오라는 게 그냥 딴 데서 놀자는 의미인 줄만 알았어요. 당연히 그 방에 다른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걸 알았을 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키스를 했고 얼마 안 있어 그 남자애가 제 옷을 벗기기 시작했어요. 저는 계속 그만하라고 하면서 울었죠. 저한테 해코지를 할까 무서웠어요. 그 애가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막았는데, 키 157에 50킬로 정도의 체구인 저로서는 그때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어요."

● "저는 그 날 제가 어떻게 브라이언에게 저항했는지, 또 브라이언이 어떻게 저를 옴짝달싹 못하게 바위에 밀어붙였는지 데이비드에게 얘기했어요. 또 제가 데이비드에게 도와달라고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도 말했죠. 그는 제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 사이가 더 이상 전과 같을 순 없을 거라 했어요. 저랑 섹스한 사람이 자기만이 아니라는 그 이유 때문에 말이에요.
저는 브라이언이 내게 저지른 일을 부모님한테 얘기할 수 없었어요. 그걸 말하는 순간 제가 데이비드와 섹스를 하는 사이였다는 게 알려질 거고, 부모님 눈에는 제가 강간을 당하는 것보다도 순결을 잃은 게 더 나쁜 일로 보일 테니까요. 같은 이유로 경찰서에도 갈 엄두를 못 냈죠. 더군다나 제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또래 친구를 감옥에 보냈다고 다른 친구들이 곧바로 저랑 절교할 것만 같았습니다. 다 떠나서 저 자신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는데 누가 저를 믿어주겠어요?"

● 남자는 여자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데만 매진하고 여자는 이 관계가 성적으로 얼마나 진행될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전통적인 데이트 상황에서는, 근본적으로 남녀 사이에 게임 구도가 형성된다. 이는 때로 양측 모두에게 만족을 주면서 꽤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남자가 성관계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여자를 회유하는 단계에서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단계로 넘어갈 때, 여자의 저항은 남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미약해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개의 여성이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지 말고 늘 조용히 예의를 지켜 최대한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나아가 다른 사람을 거절하거나 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 않도록 사회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 10대 청소녀들은 데이트 강간이 첫 번째 혹은 처음에 가까운 성경험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아무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사회적 경험이 많은 30대 이상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며, 이들이야말로 숨겨진피해자 중에서도 더 더 숨겨진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만나 인터뷰한 30대 이상 여성 중에는 기혼자와 미혼자도 있고 최근 이혼을 해서 다시 데이트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는데, 모두들 사회적 연륜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성적 공격에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 "우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침묵하고 있으면, 그들은 그냥 계속 그런 짓을 할 테니까요. 저는 제 사건이 그걸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그 사람을 놓아줬고, 그 사람이 정말로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죠.
또한 이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다 같은, 그 사람의 말을 믿었고요. 이제 저는 그 일에 대해서 편안해졌어요. 더 이상 저에게 감춰야 할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 "강간 피해자를 돕는 법을 아는 것은 질식 환자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방법을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그건 기본적인 응급처치와도 같은 거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성 네 명 중 한 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 대처할 만한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