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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옥중사색[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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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노해
  • 출판사 : 느린걸음
  • 발행 : 2015년 05월 18일
  • 쪽수 : 32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141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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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

    사람만이 희망이다 단 한 문장으로 '시대의 화두'가 되었으며 수많은 영혼을 뒤흔든 책, 박노해의 옥중 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18년 만에 새로운 얼굴로 다시, 희망을 건넨다. 1997년 출간 당시 푸른 수의를 입은 '777번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서른네 살의 젊은 혁명가 박노해가 세상에 던진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곧바로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등 30만 부 가까이 읽혀졌다.

    이번 개정판은 박노해 시인이 문체를 다듬고 편집과 디자인을 변화했다. "90년대 최고의 정신적 각성의 기록", "고민 속에 흔들리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준 책" 등의 평가를 받으며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말과 손으로 전해지던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새로운 감동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총 7장(아직과 이미 사이 | 길 잃은 날의 지혜 | 세 발 까마귀 | 겨울 사내 | 셋 나눔의 희망 | 첫마음 | 희망의 뿌리 여섯)으로 구성되었으며, 122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발간 당시 함께 실린 故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희망찬 사람은 / 그 자신이 희망이다 //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다시]) 군사정권 아래 7년여의 수배생활, 체포 후 참혹한 고문과 사형 구형 그리고 무기수로 1평 감옥 독방 속에서 보낸 7년.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을 담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길을 잃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희망의 안내서'이자, 사람에 상처받고 세상에 절망하는 그대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사람만이 희망이다' 단 한 문장으로 시대의 화두가 된 책

    1997년 당시 경주교도소 독방에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박노해 시인의 옥중 사색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아내 김진주와 형 박기호 신부 등이 면회 때 받아 적은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 다음 날 곧바로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등 30만 부 가까이 읽히면서, 그의 몸은 가둘 수 있지만 그의 사상과 시는 가둘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1990년대, 사회주의는 무너졌지만 낡은 이념은 여전히 지배적이고,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새로운 삶의 가치는 찾지 못하고, 급속한 세계화 · 정보화 · 개인화의 물결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한 권의 책을 넘어 삶의 등불이 되었고, 젊은 영혼들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삶의 일치'라는 새로운 진리의 거울을 제시함으로써 '불편한 진실'의 책이기도 했는데, 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내 삶을 바꾼 책'이라고 고백하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 18년간 수많은 독자들과 진보인사들은 물론 주요 보수 인사들과 대선주자까지 암송하며,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한 문장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수록된 시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기억되고 변주되며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무기수' 박노해가 절망의 한 가운데서 길어올린 진정한 희망

    "사회 모순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의 고통과 꿈과 투쟁을 기적처럼 한 몸에 구현했던 투사- 문학사적으로나 사회사적으로 우리는 그런 존재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도정일 발문 중에서) [노동의 새벽]으로 80년대 권위주의 시절 민주투사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던 박노해는 1991년 분단된 한국 사회에서 절대 금기였던 사회주의를 최초로 공개적으로 천명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건으로 안기부에 구속되어 참혹한 고문 끝에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모진 고문과 사형구형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를 무너뜨린 것은, 무기징역을 선고받던 날 마주한 한 여인의 간절한 물음이었다. "좋은 세상을 바라면서도 전 솔직히 공짜로 바란 거예요. (...) 내가 먼저 좋은 사람으로 변하려는 노력 없이 좋은 미래를 어디에서 누구에게 바랄 수 있겠어요. (...) 선생님 저는요, 선생님처럼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며 살지는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입니다. 제가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할 인생의 의무를, 제 생활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반짝 참여하고 마는 그런 게 아닌 생활 속의 작은 걸음들이 곧바로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큰 싸움으로 이어지는 그런 실천이 무엇인지요. 정말 저는 인간답게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고 싶어요."([序 그 여자 앞에 무너져내리다])라며 눈물을 흘리던 그 여자 앞에 박노해 시인은 "아무 변명도 비켜섬도 없이 그저 정직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7년간, 서른네 살 젊은 혁명가는 1평 남짓한 감옥 독방에서 침묵 절필 삭발 정진의 삶을 살아내며 "하늘이 내게 보내신 그 여자 앞에" 삶으로 답하기 위해 감옥 안에서 "죽음을 살았"다. [사람만이 희망이다]에는 하루 12시간씩 책상 앞에 좌정해 한 글자 한 글자 깨알같이 써 내려간 투혼이 켜켜이 쌓여있다. 참담한 인고의 나날 속에서 시리도록 맑고 투명한 깨달음이 울려 나오는 까닭이다.

    왜 지금 다시, 사람만이 희망인가

    '사람'을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시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안의 시대', 살아남는 것조차 버거운 지금, 오직 돈과 권력만이 희망이라는 듯한 이 시대에 왜 다시 사람만이 희망인가? 무언가가 무너지기 전에 먼저 사람이 무너져 있고, 무언가가 일어서기 전에 먼저 사람이 일어선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지금 내 삶의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희망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길 잃은 날의 지혜]),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 이 지구 위 60억 인류 모두가 / 나처럼 먹고 쓰고 생활한다면 / 이 세상이 당장 좋아질 거라고 / 떳떳이 말하며 살아가는 사람 // (...)그것이 진리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희망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혁명의 시작과 끝이다 //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나 하나의 혁명이]). 지극히 단순하나 큰 깨달음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제시하고 있는 '21세기 새로운 해방 주체'의 시작 지점이다.

    나아가 불의한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사회 혁명'과 동시에, 그 적들이 나의 욕망으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시대에 '생활 속의 진보'를 이뤄가는 "안과 밖의 동시 혁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가혹한 일상의 광기는 / 우리 몸과 생활과 관계와 내면의 구석구석까지 / 쉴 새 없이 파고들어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 그 거대하고 끈질긴 욕망의 힘 앞에 / 앙상한 '의식'으로 몸 없는 '주장'으로 뿌리 없는 '정치'로 / 맞설 수나 있을까요 아니 자기 하나 제대로 지켜갈 수 있을까요"([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 아무리 좋은 사상과 진보도 삶으로 피어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인간다운 삶인가?'라는 근원 물음에서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변화의 지점들까지 펼쳐 보인다. "정치적 견해나 말로는 진보라고 하더라도 / 감성과 도덕과 생활문화가 낡은 과거에 젖어 / 삶이 보수화하고 퇴보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며 "항상 새로운 눈으로 찾으십시오 / 아름다운 것을 찾아 즐기십시오"([감동을 위하여])라고 권하고, "하루하루를 잘 나누어 살아 미래를 키워가는 생활이라면 / 시간은 곧 희망"([희망의 뿌리 여섯])이라며 매일매일 우리 삶을 바꾸어갈 구체적 실천 여섯 가지를 제안한다. 시인이 말하는 희망이란, 구체적인 삶의 작은 습관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세계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까지 뻗어 나가며 삶 전체를 품어 안는 것이다.

    개정판 표지에서 전하는 희망, '나무를 심는 사람'

    [사람만이 희망이다] 개정판 표지에 쓰인 이미지는 박노해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본떠 만들었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사진 속 주인공은, 2013년 박노해 시인이 분쟁이 끊이지 않는 땅 카슈미르 평화활동 중에 만난 한 노인이다. 그는 30년 동안 만년설산 아래 빈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왔는데, 그중 절반은 싹도 트지 않고 또 절반은 말라 죽어 천 그루의 나무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박노해 시인은 그의 삶을 마주하면서 이렇게 쓴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이 '천 그루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일러스트와 함께, 곧고 힘있게 뻗은 나뭇가지를 연상하는 듯한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박노해 시인이 세계 각지에서 찍은 나무 사진을 본떠 넣은 각 장의 그림은 독자들이 한 그루 한 그루 희망의 나무를 심어가듯 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시린 새벽하늘 빛을 담은 표지 역시 맑고 푸른 희망의 기운을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디자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타이포그래퍼이자 출판디자이너 홍동원이 맡았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돈과 권력이 삶의 전부인 듯해도, 이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강제할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의 깊은 곳에 선함과 사랑과 정의가 숨쉬고 있다. 새로운 억압과 불안 속에서도 늘 새로워진 사람과 사람들의 물결은 존재했고, 우리에게 남은 희망이 있다면 그 빛나는 사람의 등불을 믿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믿음을 끝내 놓지 않는 이유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은 끝나지 않는다." 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크나큰 절망 속에서 길어 올린 나직하고도 강인한 희망의 글들은 길 찾는 그대에게 좋은 삶의 안내서이자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다시])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 절망하면서도, 그래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 길 찾는 그대에게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건넨다.

    목차

    이 책을 독자 여러분께 권합니다 김수환
    序 그 여자 앞에 무너져 내리다

    아직과 이미 사이

    아직과 이미 사이 | 인다라의 구슬 | 감동을 위하여 | 변화 속에서 |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 뱃속이 환한 사람 | 인간의 거울 | 겨울 없는 봄 | 솎아내지 마소서 | 두 여자가 누구게요 | 열리면서도 닫힌 |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인다 | 현실을 바로 본다는 것 |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 손을 펴라 | 쉬는 것이 일이다 | 소걸음의 때 | 내 마음 그대 마음 | 꽃피는 말 | 다시

    길 잃은 날의 지혜
    길 잃은 날의 지혜 | 나 하나의 혁명이 | 몸의 진리 | 인간의 기본 | 가벼워지자 | 일소가 고개를 돌리듯 | 발 밑을 돌아보라 | 풀꽃의 힘 | 소중한 일부터 |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 이 닦는 일 하나 | 어떤 밥상인가 | 어떻게 사느냐고 묻거든 | 줄 끊어진 연 | 첫 발자욱 | 내 삶 속의 삶 | 몸 하나의 희망 | 젖은 등산화 | 준비 없는 희망 | 굽이 돌아가는 길

    세 발 까마귀
    세 발 까마귀 | 삶의 신비 | 새벽 슬픔 | 불변의 진리 | 현실 공부 | 눈은 상식을 뚫는다 | 숨은 제도 | 부패의 향기 | 삼수갑산 三水甲山 | 그들의 실패 - 역사공부 1 | 머리 - 역사공부 2 | 째깍 째깍 째깍 | 역사 앞에서 |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웁니다 | 고난은 자랑이 아니다 | 결과에 대한 책임 | 적은 나의 스승 | 10년 후 | 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 | 오늘은 오늘의 투혼으로

    겨울 사내
    겨울 사내 | 종달새 | 말이 없네 | 나는 미친 듯 걷고 싶다 | 새벽 풍경 소리 | 시린 머리의 잠 | 송이처럼 | 꽃심인가 | 추운 밤에 | 겨울 더 깊어라 | 핏빛 잎새 | 겨울이 온다 | 살아 돌아오너라 | 해 뜨는 땅으로 | 청산은 왜 아픈가 | 새야 새야 | 감옥 사는 재미 | 내 안의 아버지 | 천리 벽 속 | 실크로드에 가고 싶다

    셋 나눔의 희망
    셋 나눔의 희망 | 나눔과 성장 | 거룩한 사랑 | 나는 왜 이리 여자가 그리운가 | 지옥 | 맑은 손길 | 한 밥상에 | 숨은 야심 | 인간 복제 | 외계인을 기다리며 | 내가 보고 싶은 것들 | 똥배 없는 세상 | 용서받지 못한 자 | 무장無藏 하세요 | 몸부림 | 가을 물소리 | 부지깽이 죽비 | 꽃씨를 받으며 | 산정山頂 흰 이마 |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첫마음
    첫마음 | 그대 속의 나 | 시대 고독 | 한밤중의 삐삐 소리 | 순정한 별은 지고 | 편지 | 별의 시간 | 참혹한 사랑 | 내 그리운 은행나무 아래 | 그리운 여자 | '첫사랑'에 울다가 | 전봇대에 귀 대고 | 반쯤 탄 연탄 | 밑바닥 누룽지 | 무지개 | 별에 기대어 | 아름다운 타협 | 빙산처럼 | 새벽별 | 조건

    희망의 뿌리 여섯
    희망의 뿌리 여섯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도정일
    박노해를 기다리며 박기호, 김진주

    본문중에서

    [이 책을 독자 여러분께 권합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
    박노해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7년째 경주교도소에 수감되어, 크나큰 고통 속에서 꿋꿋한 희망의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난 박노해. 단지 외부의 적을 향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상과 투쟁에서 나아가 삶의 안쪽에서 자기 자신과도 치열하게 투쟁하는 삶이 진정한 혁명적 삶이라는 것을 깊이 깨우친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1997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김수환
    (/ p.5)

    [한번은 다 바치고 다시] 도정일 |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그에 대한 기억이 어떤 것이건 간에 우리는 누구도 '박노해'를 지울 수 없다. 그의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은 이 시대 모든 한국인의 삭제할 수 없는 운명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집단적으로, 현대 한국인은 박노해라는 이름 앞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따라 여러 부류의 이해집단으로 나누어진다. 개인 차원에서도 우리는 모두 내부적으로 제각각 몇 퍼센트씩은 그를 유배한 자이고 동시에 그의 지지자이며, 비판자이고 동조자이다. 한 시대, 한 사회의 집단적 운명을 이처럼 자기 개인의 운명에 붙들어 맨 존재가 일찍이 있었던가!
    (/ p.293)

    아직과 이미 사이
    '아직'에 절망할 때 / '이미'를 보아 /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 먼저 허리 숙여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 p.21)

    꽃피는 말
    우리 시대에 /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 "남 하는 대로" / "나 하나쯤이야" / "세상이 그런데" // 우리 시대에 /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 "나 하나만이라도" / "내가 있음으로" / "내가 먼저"
    (/ p.60)

    다시
    희망찬 사람은 / 그 자신이 희망이다 //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
    (/ p.61)

    길 잃은 날의 지혜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 p.65)

    나 하나의 혁명이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 이 지구 위 60억 인류 모두가 / 나처럼 먹고 쓰고 생활한다면 / 이 세상이 당장 좋아질 거라고 / 떳떳이 말하며 살아가는 사람 // 내가 먼저 적게 벌고 나눠 쓰면서 / 덜 해치고 덜 죄짓는 맑아진 얼굴로 / 모두 나처럼만 살면 좋은 세상이 되고 / 푸른 지구 푸른 미래가 살아난다고 / 내가 먼저 변화된 삶을 살아내는 것 // 그것이 진리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희망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혁명의 시작과 끝이다 //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 p.67)

    굽이 돌아가는 길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 주저앉지 마십시오 / 돌아서지 마십시오 / 삶은 가는 것입니다 /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p.104)

    세 발 까마귀
    (...)사람들은 '아직도' 이렇게 묻습니다 / "아직 사회주의자입니까?" / 나는 정직하게 대답합니다 / "예!" "아니오!" / 당신은 쉽게 물을지 몰라도 / 나는 지금 온 목숨으로 대답하는 겁니다 // 자본주의가 삶의 본연本然이라면 / 사회주의는 삶의 당연當然이 아닌가요 / 삶의 본연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가 진보할 리 있겠습니까 / 삶의 당연을 품에 안지 못한 자본주의가 진보할 수 있겠습니까 / 이상을 갖지 못한 현실이 허망하듯 / 현실을 떠난 이상도 공허한 거지요 / 삶과 인간과 현실 변화를 있는 그대로 /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얻기까지 / 나는 '아무 주의자'도 아니고 동시에 '모든 주의자'입니다 // (...)나는 흑이면서 백이고, 흑과 백의 양극단의 떨림 사이에서 / 온몸으로 밀고 나오는 까마귀의 세 번째 발입니다 / 중간 잡기가 아닙니다 흑백 섞은 회색이 아닙니다 // (...)세 발 까마귀 / 다시 시작하는 발, 또 하나의 발, 우리 희망의 발이여!
    (/ p.109)

    삶의 신비
    현실은 나의 스승 // 패배는 나의 깨침 // 슬픔은 나의 정화 // 고통은 나의 창조 // 겨울은 나의 투혼
    (/ p.113)

    불변의 진리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변하는 게 숙명이어서 / 변치 않는 유일한 진리는 오직 /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어서 / 나는 진실로 경계하는 거야 // 자신을 변화시켜 미래 희망을 키우지 못하는 / 변하지 않는 그 노래 그 몸짓 그 목소리를 / 불변하는 것들 안에 든 치명적인 독소를 / 눈 맑게 뜨고 경계하자는 거야 // 이렇게 빠른 시대 변화 속에서 / 결코 변해서는 안 될 것을 지키기 위해 / 우리가 앞서 적극 변화하지 않는다면 / 스스로 변질되고 마는 거야 저렇게 // 우리가 먼저 날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
    (/ p.116)

    꽃심인가
    내 속의 상처를 통해 / 지상의 속 아픈 인생들 / 내상內傷 깊은 시대를 들여다보며 / 그저 묵묵히 아프다 / 햇살 한 줄기 어리어 / 언 살 터져 붉다 / 꽃심인가 // (...)입춘 다가오는 겨울 감옥 / 벽은 냉랭히 나를 바라보고 / 나는 뜨겁게 세상을 지켜보고 / 아프다 / 숨소리만 가득하니 / 새싹 터지려나
    (/ p.167)

    셋 나눔의 희망
    생명농사 지으시는 농부 김영원님은 / 콩을 심을 때 / 한 알은 하늘의 새를 위해 / 또 한 알은 땅속의 벌레들을 위해 / 나머지 한 알을 사람이 먹기 위해 / 심는다고 말씀하십니다 // 지금도 만주 들판에는 삼전三田이 전해오는데 / 일제 때 쫓겨 들어간 우리 조상님들이 / 눈보라 속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논을 3등분해 / 하나는 독립운동하는 데 바치는 군전軍田으로 / 또 하나는 아이들 학교 세우는 학전學田으로 / 나머지 하나는 굶주림을 이겨내는 생전生田으로 / 단호히 살아내신 터전이 바로 삼전인데 //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오늘 / 내가 번 돈 / 나의 시간 / 나의 관심 / 나의 능력 / 어디에 나눠 쓰며 살고 있나요 // 지금 나는 콩 세 알의 삶인가요 / 삼전의 뜨거움 삼전의 푸르름 / 셋 나눔의 희망을 살고 있나요
    (/ p.193)

    나눔과 성장
    언 땅이 풀리는 해토解土의 절기가 오면 / 흙마당에 앉아 얼음발 속에 뜨겁게 자라는 / 여린 새싹들을 지켜보느라 눈이 다 시립니다 / 언 흙을 헤치고 나온 새싹들은 / 떡잎을 둘로 나누면서 자랍니다 //나누어야 자라는 새싹들! // 그래요 나누어야 성장합니다 / 커지려면 나누어야 합니다 / 새싹도 나무도 나누어야 자랍니다 / 사람 몸도 세포가 나누어야 성장합니다 / 커진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은 / 자기를 나눈다는 것입니다 /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본성입니다 // (...)나눔만이 나뉨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자기 자신이 세상과 이어지고 몸통하여 / 내 몸과 내 큰 몸이 창조적 맴돌이를 이루어야 합니다 / 천 골짝 만 봉우리 물을 받아들여 큰 물둥지를 이루어야 / 키 큰 나무 숲과 너른 들을 푸르게 이뤄낼 수 있는 것입니다 // (...)나눔은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 오히려 자신의 가난을 나누는 것입니다 / (...)나누는 힘이 커나가는 만큼 나눌 거리도 커지는 것이 / 삶의 신비이고 하늘의 역사입니다 // 사랑은 나눔입니다 // 나눔을 통해 나를 살리고 너를 살리고 / 우리 모두가 진보해 나가는 것입니다 / 나누지 못하는 성장, 성숙하지 못하는 나눔은 / 사랑도 정의도 진보도 아닙니다 / 나눔을 통한 성장과 성숙의 긴장된 떨림 / 그 살아 움직이며 생동하는 균형점이 / 참된 사랑의 자리이고 진정한 진보의 자리입니다 (...)
    (/ p.195)

    첫마음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 저마다 지닌 / 상처 깊은 곳에 / 맑은 빛이 숨어 있다 // 첫마음을 잃지 말자 // 그리고 성공하자 /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 첫마음으로
    (/ p.241)

    새벽별
    새벽 찬물로 얼굴을 씻고 나니 / 창살 너머 겨울나무 가지 사이에 / 이마를 탁 치며 웃는 환한 별 하나 // 오 새벽별이네 // 어둔 밤이 지나고 / 새벽이 온다고 / 가장 먼저 떠올라 / 새벽별 // 아니네 // 뭇 별들이 지쳐 돌아간 뒤에도 /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별 / 끝까지 돌아가지 않는 별이 / 새벽별이네 // 새벽별은 / 가장 먼저 뜨는 찬란한 별이 아니네 / 가장 나중까지 어둠 속에 남아 있는 / 바보 같은 바보 같은 별 / 그래서 진정으로 앞서 가는 / 희망의 별이라네 // 지금 모든 별들이 하나 둘 / 흩어지고 사라지고 돌아가는 때 / 우리 희망의 새벽별은 / 기다림에 울다 지쳐 잠든 이들이 / 쉬었다 새벽길 나설 때까지 / 시대의 밤 하늘을 성성하게 지키다 / 새벽 붉은 햇덩이에 손 건네주고 / 소리 없이 소리 없이 사라지느니 // 앞이 캄캄한 언 하늘에 / 시린 첫마음 빛내며 떨고 있는 / 바보 같은 바보 같은 사람아 / 눈물나게 아름다운 그대 // 오 새벽별이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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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7.11.20~
    출생지 전라남도 함평군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8,405권

    1957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16세에 상경해 선린상고(야간)를 졸업했다. 1984 27세에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독재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되며, 한국 사회와 문단을 충격적 감동으로 뒤흔들었다.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리며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 1991 체포되어 고문 끝에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1993 두 번째 시집 『참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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