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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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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문학,
    생물학과 의학까지... 수많은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현대 소비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길을 찾는다
    "기노쿠니야 올해의 人文大賞 수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파티 초대를 받았다. 그렇다고 꼭 가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려 있었고 마침 저녁 시간도 비어 있었기에 가기로 했다. 격식을 차린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식탁에선 대화가 이어졌다. 음식은 입에 잘 맞았고 다른 모든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 식사가 끝나면 흔히 그랬듯 둘러앉아 음악을 듣고 농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고 유쾌했다.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부인들은 정말 즐거웠고 멋진 파티였다고 몇 번이나 확인하듯 말한다.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배웅하러 문 밖에 나온 자리에서까지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고 되풀이한다. 말 그대로 파티는 매우 훌륭했다. 오늘 밤 파티에서 지루했던 상황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대화도, 사람들도, 장소도, 어느 것 하나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 흐뭇해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 저녁에 끝내지 못한 일을 얼른 살펴보고 내일 아침엔 무슨 일을 처리해야 할지 확인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 실은 오늘 밤 파티에서 무척 지루했어"라고.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고쿠분 고이치로, 198p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들], 하이데거, 182~183p

    인간은 풍요로워지기 위해 애써왔다. 그 결과, 우리는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정말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가?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철학자들이 고심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파스칼, 러셀, 니체, 칸트, 하이데거, 마르크스, 아렌트, 아도르노, 들뢰즈 등의 철학적 논리를 차근차근 파헤치며 이러한 질문에 대답한다.

    풍요한 사회에서 왜 지루해할까?

    자본주의가 전면적으로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여유로워졌고 한가함을 얻었다. 그러나 한가함을 얻은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알지 못한다. 무엇이 즐거운 것인지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자본주의는 이 틈을 파고든다. 문화산업은 이미 만들어진 즐거움, 산업에 유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전 시대에는 노동자의 노동력이 착취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노동자의 한가함이 착취되고 있다. 한가함의 착취는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이다.
    왜 한가함은 착취되는 것일까? 인간이 지루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가함을 얻었지만, 한가함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모른다. 그 상태로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지고 만다. 그러므로 제공된 즐거움, 준비되고 마련된 쾌락에 몸을 맡기고 안도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왜 인간은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하는 것일까?
    현대 소비사회가 인간의 소외를 불러오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 고통인 ‘지루함’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소비사회론, 동물행동학을 비롯하여, ‘지루함의 최고봉’으로 꼽고 있는 하이데거와 수십 명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좇아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
    끊임없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원죄는 아닐까?


    인간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넘어오면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능력까지 남아돌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그 여유분을 이용하여 문명을 세우고, 예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정착생활로 식량을 저장할 필요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사유재산은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만들어냈고 이는 곧 계급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이때 유한계급은 곧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허락받은 사람이었다. 하층계급은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벅찼고 한가하거나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그러므로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힘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유한계급은 한가로움을 과시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를 대신해서 과시해줄 고용인을 두었다. 그들은 한가함을 과시하고 우아하게 지루함을 견뎌내는 방법을 알았다.
    19세기를 지나면서 유한계급이 몰락하고 계급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때부터는 한눈에 보이는 신분의 상징이 중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하지만 제대로 된 사치는 부리지 못한다. 그리고 유한계급처럼 지루함을 견뎌내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가하지만 지루해한다. 노동하고 남는 여유 시간은 휴가라는 이름의 노동이 되었다.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분을 전환할 만한 일을 찾지만, 그 일에도 지루함은 숨어 있다. 이렇게 지루함은 인간에게 근원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이라 할 만한 지루함이 원죄와 마찬가지로 신에게서 주어진 것은 아닌가 하고 탄식한다. 어쩌면 인간은 지루함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비는 소외를 불러온다
    현대사회의 소외, 과연 자본만이 문제일까?


    저자는 영화 [파이트클럽]을 예로 들어 지루함과 소외의 문제를 논한다. 일회용으로 가득 찬 생활환경에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브랜드 가구를 사들이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다른 사람의 비극을 통해서나 위안받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타일러와 파이트클럽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감각을 느낀다. 타일러는 소비사회가 사람들을 억압하고 소외된 존재로 만든다고 한탄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주인공이 보기에 타일러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정작 타일러 역시 소비사회에 의해 이용당하는 존재다. 소비사회의 거울 이미지로서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비사회의 소외는 이전의 노동자 소외와는 달리 누군가에 의해 학대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형태로 작동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스스로를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가고, 스스로를 좀먹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소비사회의 만행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마르크스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소외된 노동에 대해 논하며, "궁핍과 외적 유용성에 의해 결정된 노동을 멈추고 자유의 왕국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자유의 왕국은 노동 자체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일의 단축’에서 온다면서, 마르크스는 한가함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침에는 사냥을, 낮에는 낚시를, 저녁에는 소를 몰고, 저녁 식사 후에는 평론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결코 사냥꾼, 어부, 목동, 비평가가 되지 않는" 것이 한가함을 즐기는 기술이다. 마르크스는 누구든 한가로운 생활을 향유하는 ‘왕국’, 즉 ‘한가함의 왕국’이야말로 ‘자유의 왕국’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처음에 제시했던 파티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왠지 일어날 법한 상황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불가사의한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지루한 구석은 없었다. 그런데도 분명 지루해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지루함을 일단 2가지 형식으로 나누고 각각 일상적인 예를 통해 설명한다. 파티의 예는 하이데거가 분류한 제2형식의 지루함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어떤 것에 의해 지루해지’는 수동적인 지루함이 제1형식의 지루함인데, 기차역에서 4시간 후에 오는 다음 기차를 하릴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그 예라 할 것이다. 그리고 제2형식은 파티의 예처럼 ‘어떤 상황에 처하여 그 곁에서 지루해’지는 것이다. 이른바 지루함이 주위를 뒤덮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저자는 ‘지루함의 최고봉’이라 여겼던 하이데거의 철학을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분석해나간다. 그리하여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지루함’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한다. 이 책에 ‘윤리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바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끝에서 제시하는 저자의 결론은 어찌 보면 단순하면서도 생각할수록 놀랍도록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무언가에 압도당하여 ‘동물 되기’가 그 희망의 대안이다. 동물이 하나의 환경세계에 빠져 사는 고도의 능력을 지닌 것처럼, 우리 역시 특정한 대상에 ‘압도되어 있는 상태’를 계속할 수 있다면 인간은 지루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깨달음을 몇 줄로 설명할 순 없지만, 파스칼의 지루함에서 시작하여 하이데거에까지 이르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뒤덮고 있는 ‘지루함’의 짙은 안개가 어떻게든 걷힐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인간은 지루해한다. 아니, 지루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유롭다."

    목차

    머리말
    서론 ‘좋아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1장 토끼 사냥을 하러 가는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원리론

    파스칼이라는 인물 | 인간이 불행한 원인 | 토끼를 사냥하러 가는 사람은 토끼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 욕망의 원인과 대상 | 열중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 | 가장 어리석은 자 | 파스칼의 해결책 | 괴로움을 찾는 인간 | 니체와 지루함 | 파시즘과 지루함-레오 슈트라우스의 분석 | 긴장 속의 삶 | 러셀의 [행복론] | 행복 속의 불행 | 놀랄 만큼 일치하는 러셀과 하이데거 | 지루함의 반대는 쾌락이 아니다 | 사람은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 열의? | 러셀의 결론이 가진 문제점 | 동양의 청년과 러시아의 청년들은 행복하다? | 열의가 가진 허점 | 스벤젠의 [지루함의 철학] | 모두 똑같은 것은 싫어! | 스벤젠의 결론이 지닌 문제점

    2장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졌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계보학
    지루함과 역사의 척도 | 인류와 유목생활 | 유목생활에 대한 편견 | 강제된 정착생활 | 정착과 식량 생산 | 유목생활과 식량 | 왜 1만 년 전, 중위도 지역이었을까? | 최근 1만 년 사이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 | 청소 혁명. 쓰레기 혁명 | 화장실 혁명 | 죽은 자와 맺는 새로운 관계 | 사회적 긴장의 해소 | 사회적 불평등의 발생 | 지루함을 피할 필요성 | 부담이 만들어낸 쾌적함 | 1만 년에 걸친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이라는 과제 | 유목생활자와 정착생활자에 대한 주석 | 정착혁명의 철학적 의미에 대한 주석

    3장 왜 ‘한가한 사람’이 존경받을까?: 한가함과 지루함의 경제사
    한가함과 지루함은 어떻게 다른가? | ‘한가한 사람’이 존경받았던 시절 | 유한계급과 소유권 | 한가로움의 과시 | 과시적 한가함의 쇠락 | 베블런 이론의 문제점 | 아도르노의 베블런 비판 | 베블런 VS 모리스 | 한가롭게 사는 기술을 아는 자와 알지 못하는 자-‘품위 넘치는 한가함’ | 라파르그의 노동 찬미 비판 | 라파르그의 믿음 | 노동자를 이용해서 폭리를 취한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 포드주의의 혁신성 | 노동으로서의 휴가 | 그람시의 금주법 분석 | 관리받지 않는 여가? | "자신의 욕망을 광고회사로부터 배운다"-갤브레이스 | ‘새로운 계급’ | 일에 충실하기? | 포스트 포드주의의 여러 문제점 | 끊임없는 모델 교환을 강요하는 노동 형태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과 비정규직

    4장 사치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소외론
    필요와 불필요 | 낭비와 소비 | 인간은 무엇을 소비하는가? | 원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 낭비를 방해하는 사회 | 소비 대상으로서의 노동과 여가 | [파이트클럽]이 그려낸 소비사회 | 타일러와의 만남 | 소비사회와 그에 대한 거부 | 타일러는 누구인가? | 현대의 소외 | 소외와 본래성 | 소외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 루소와 소외 | 홉스의 자연상태론 | 전쟁 상태에서 국가 형성으로 | 루소의 자연상태론 | 이기심과 자기애 | 자연상태론은 어떤 도움을 주는가? | 본래성 없는 소외 | 마르크스와 노동 | 마르크스의 소외론은 어떻게 읽혔는가? | 소외론자들의 욕망 | 노동과 일-한나 아렌트 |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왜곡한 아렌트 | 마르크스에게 있어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5장 도대체 지루함이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철학
    철학의 감동 | 기분을 묻는 철학 | 근본에 있는 기분 | 지루함의 두 종류 | 지루함의 제1형식 | 지루함은 무엇일까? | 기분 전환과 시간 | [붙잡힘] | [공허에 방치됨] |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 | 기차역의 이상적 시간 | 지루함의 제2형식 | 기분 전환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 시가를 피우는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 마침내 찾아낸 기분 전환 | 제2형식에서 ‘공허에 방치됨’과 ‘붙잡힘’ | 자라나는 ‘공허에 방치됨’ | 방임은 해도 방면하지는 않는 ‘붙잡힘’ | 제2형식에 의해 명확해지는 것 | 지루함의 제2형식과 인간의 삶 | 제2형식의 ‘정상적인 정신’ | 지루함의 제3형식 |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 기분 전환 | 제3형식에서 ‘공허에 방치됨’과 ‘붙잡힘’ | 제3형식과 제1형식의 관계 | 제3형식과 제2형식의 관계 | 해방과 자유 |

    6장 도마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인간학
    해바라기 중인 도마뱀에 대해 생각하기 | 어떤 대상을 그 자체로 경험한다는 것 | 돌/동물/인간 | 진드기의 세계 | 흡혈의 과정 | 세 개의 신호 | 환경세계 | 놀랄 만한 진드기의 능력 | 시간이란 무엇인가? | 베타의 시간, 달팽이의 시간 | 시간의 상대성 | 환경세계에서 본 공간 | 사물 그 자체? | 꿀벌에 대한 하이데거의 논리 | ‘압도됨’과 ‘얼빠짐’ | 도마뱀의 환경세계, 우주물리학자의 환경세계 | 천문학자의 환경세계 | 인간과 동물의 차이 | 맹인안내견을 통해 생각하는 환경세계 이동 | 환경세계와 지루함 | 지루해하는 동물 |

    7장 결단하는 것이 인간임을 증명하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인간과 자유와 동물에 관한 하이데거의 생각 | 눈을 감고 귀를 막아라! | 결단의 노예가 되는 것 | 결단 이후의 주체 | 제1형식과 제3형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외의 관계 | 결단의 열차 여행 | 제2형식의 특수성 | 인간답게 산다는 것 | 코제브-역사의 종말, 인간의 종말 | 이미 다가온 역사의 종말 | 미국인은 동물 | 계속 인간으로 남는 일본인 | 코제브의 착각 | 제멋대로 이상화하기 | 테러리스트가 되기를 권유하는 것인가? | 습관의 역동성 | 담력시험과 습관 | 생각한다는 것 | 들뢰즈에게 있어서 ‘생각한다는 것’ | 하이데거가 살아왔던 환경세계의 붕괴 | 쾌락원리 |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일 | 인간적 자유의 본질

    결론
    첫 번째 결론 | 스피노자와 ‘이해한다’라는 감각 | 왜 결론만 읽을 수 없는가? | 두 번째 결론 | 즐기기 위한 훈련 | 일상적인 쾌락 | 다시 파티에 대하여 | 소비사회와 지루함의 제2형식 | 모리스, 예술, 사회혁명 | 세 번째 결론 | ‘동물 되기’의 일상성 | 즐기는 것과 사고하는 것 | 기다리는 것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의 다음 과제-한가로움의 ‘왕국’을 향해서

    저자 후기
    옮긴이의 글 철학 선생님의 명쾌한 ‘지루함 처방전’
    주석

    본문중에서

    ‘풍요한 사회’, 즉 여유 있는 사회에서 여유는 여유를 얻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은 ‘바라고는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여유를 얻은 순간 이루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까?
    (/ p.19)

    문화산업은 이미 만들어진 즐거움, 산업에 유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전에는 노동자의 노동력 착취가 한동안 이야기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노동자의 한가함이 착취되고 있다. 고도 정보사회라는 말조차 사어가 될 정도로 정보화가 진행되고 인터넷이 보급된 지금, 한가함의 착취는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이다.
    (/ p.22)

    사람은 빵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빵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빵만이 아니라 장미도 바라자. 삶은 장미로 꾸미지 않으면 안 된다.
    (/ p.25)

    기아와 빈곤과 전쟁에는 확실한 외적 요인이 있고, 혹은 이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일상적인 불행은 외적 요인이 없다. 왠지 모르게 불행한데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도망치려해도 도망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불행을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한다.
    (/ p.47)

    불행을 동경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불행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내는 행복론 역시 옳지 않다.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을 구상하려면 특히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
    (/ p.57)

    우리는 낭만주의라는 병에 걸려서 존재하지도 않는 생의 의미와 충실함을 필사적으로 찾으려 하고, 그래서 심각한 지루함에 공격당하고 있다. 따라서 해답은 낭만주의를 버리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이것이 지루함에서 달아날 유일한 방법이다. "지루함과 싸우는 단 하나의 확실한 방법은 아마 낭만주의와 단호히 결별하고, 실존 속에서 개인의 의미를 찾는 것을 단념하는 일이리라."
    (/ p.60)

    필요의 한계를 넘어서 지출이 이루어질 때, 인간은 사치스러움을 느낀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사치가 없어서는 안 된다.
    (/ p.132)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식사 혹은 음식이라는 물질이 아니다. 그 가게에 부여된 관념과 의미다. 이런 소비 행위에서 가게는 기호가 된다. 그래서 소비는 끝나지 않는다.
    (/ p.135)

    문제는 그렇게 추구되는 ‘개성’이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성’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즉, 소비에 의해 ‘개성’을 추구할 때, 인간은 만족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는 항상 ‘실패’하게끔 되어 있다. 실패한다기보다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또한 소비는 도달점이 없는데도 어딘가에 도달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마저 강제당한다.
    (/ p.135)

    아무리 소비를 계속해도 만족은 찾아오지 않지만, 소비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소비는 아주 길게 반복된다. 주구장창 반복되는데도 만족이 없기 때문에 소비는 점차 과격하게 과잉으로 나아가며, 과잉될수록 만족의 결여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것이야말로 20세기에 등장한 소비사회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슬로건은 "사치스러워지자!"일 것이다.
    (/ p.139)

    소비사회에서의 소외란 이전의 노동자의 소외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누군가가 누군가에 의해 학대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비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이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존재다. 따라서 보드리야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비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이란 쇠약해지고 빈곤하지만 본질까지는 침범되지 않는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악한 존재가 되어 자기 스스로의 적으로 변한 인간이다."
    (/ p.150)

    대개 우리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하나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생물이 같은 시공간 속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윅스쿨이 의문을 품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생물이 놓인 단일한 세계 따위는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생물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을 살아가고 있다!
    (/ p.231)

    인간은 환경세계를 살아가지만, 환경세계를 매우 자유롭게 이동한다. 이 점은 인간이 상당히 불안정한 환경세계만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손쉽게 하나의 환경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또 다른 환경세계로 이동한다. 하나의 환경세계에 빠져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극도로 지루함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환경세계에 머물러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 p.262)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지루하다면 결단하라’고 촉구한 하이데거는 결국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결단을 위해서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주위를 돌아보지 마라, 듣지 마라, 눈을 돌려라, 귀 기울이지 마라!"
    (/ p.272)

    지루함과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 인류는 문화와 문명이라고 불리는 것을 발달시켰다. 그리하여 예술이 생겨났고, 의식주 이외의 것을 모색함으로써 삶을 장식하게 되었다. 인간은 지혜를 쥐어짜내어 마음을 풍부하게 해줄 행위를 고안해왔다.
    그러나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아도 인간은 생존할 수 있다. 문화란 어쩔 수 없는 지루함과 직면하게 된 인간이 괴로움과 사이좋게 공존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p.281)

    행운이 따르는 예외도 있겠지만, 인간은 대개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아직 인간적인 삶으로부터 빠져나갈 가능성, ‘동물 되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인간은 나중에 다시 인간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습관을 추구하고 습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자유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찮지만 확실한 희망이다. 인간이 열어버린 지루함이라는 이름의 판도라의 상자에는 확실히 희망이 남아 있다.
    (/ p.307)

    하이데거가 지루했던 이유는 식사나 음악, 시가 같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였다. 다시 말해, 대상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답이 너무나 간단해서 아쉬울 정도이지만, 하이데거는 그것들을 즐기기 위한 훈련을 받지 않았다.
    (/ p.317)

    마르크스는 ‘자유의 왕국’을 위한 근본적인 조건은 노동일의 단축이라고 말했다. 누구라도 한가로움이 있는 생활을 향유하는 ‘왕국’, 다름 아닌 ‘한가함의 왕국’이야말로 ‘자유의 왕국’이다. 누구라도 이 ‘왕국’의 근본적인 조건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향유할 대상을 누리고 즐기는 것을 사치라고 한다면, ‘한가함의 왕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사치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 p.326)

    저자소개

    고쿠분 고이치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4~
    출생지 일본 지바현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4년에 일본 지바현(千葉縣)에서 태어났다. 와세다(早?田)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파리 제10대학 및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DEA를, 도쿄대학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다카사키(高崎)경제대학교 경제학부 준교수로 재직하며 철학과 현대 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는 스피노자를 비롯한 17세기 철학과 들뢰즈, 푸코, 데리다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현대 사상이다. ‘즐겁고도 진지한’ 공부와 사회운동을 목표로 신문·텔레비전·잡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행동파 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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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예술대학에서 일본 및 동아시아 근대 미술을 전공했다. 근대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서 전개되었던 시각 문화의 경합과 교차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아트, 도쿄](공저)가 있으며, [무서운 그림 2], [나의 조선미술 순례],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재일의 연인]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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