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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거닐다, 소쇄원 : 김인후와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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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맑을 ‘소瀟’, 깨끗할 ‘쇄灑’, 동산 ‘원園’
인품이 맑고 깨끗해 속기俗氣가 없는 사람들이 사는 동산
천국은 과연 있는가


‘한국인의 마음’으로 사서삼경을 번역해 냈던 유학자 이기동이 전남 담양으로 발길을 옮겼다. 소쇄원. 이곳은 조선조 유학자 하서 김인후가 ‘수기修己’하여 ‘치인治人’하는 유교적 이상 국가 건설의 염원이 좌절된 뒤, 낙향하여 담양 땅에 일구어 놓은 작은 천국이다. 필자는 이 자그만 동산에서 정암 조광조로부터 시작하여 하서 김인후, 송강 정철로 이어지는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을 되짚는다.
유학자 이기동의 담박한 사설이 소쇄원 곳곳의 모습과 더불어, 가사문학관?식영정?면앙정?환벽당?송강정까지 이어진, 그리움의 사계를 담은 소박한 사진들과 함께한다. 김인후가 으뜸인 정경으로 골라 꼽아 그에 붙인 시 [소쇄원 48영]도 온전히 우리말로 옮겨져 있다. 어떠한 삶의 위로도 가닿지 않을, 잠시 지옥인 이 세상, 우리는 과연 천국에 들어설 수 있을까.

인문답사, 곳곳에 깃든 사람의 무늬

유학의 목적은 자기를 완성하고 타인을 완성시켜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 이것은 뜻있는 유학자가 꿈꾸는 최고의 이상이었다.
이러한 유학자의 염원이 정암 조광조에 의해 불이 붙었다가 실패로 끝난다. 이를 본 하서 김인후는 너무나 안타까웠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김인후가 제자로서 인종을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 그가 보기에, 인종은 성군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서는 정암이 꾸었던 천국 건설의 꿈을 다시 불태웠다. 그러나 왕위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종은 갑자기 세상을 뜬다. 그리고 을사사화의 피바람은 휘몰아쳤다. 이후 김인후는 병을 핑계로 관직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뒤로는 벼슬길에 일체 나아가지 않고, 자기 수양과 후학 양성에만 몰두했다.
그 처절한 자기 수양 끝에 건설된 곳이 바로 소쇄원이다. 그리고 송강 정철은 그가 길러낸 후학 중의 한 사람이었다. 필자는 송강의 가사 [사미인곡]을 환기하며, 이 노래가 벼슬에 연연하는 소외된 정치가의 것이라는 평가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미인곡]의 시비는 송강정에 세워져 있으며, 소쇄원―가사문학관―식영정―면앙정―환벽당을 따라 이어지던 이 책의 인문답사는 그곳에서 마무리된다.

이기동 교수의 우리 문화의 재발견, 그 첫 번째 책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한국 문화재의 가치를 비하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유럽이나 중국의 문화재에 비해 규모가 작고 보잘 것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필자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규모의 크기로 문화재를 평가하는 그 안목이 천박하기 때문이다.
천박한 사람은 힘을 과시하지만, 훌륭한 사람은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다. 우리 조상들이 만든 문화재에는 마음의 평화가 담겨 있으며, 우리는 우리 문화재에서 그런 점들을 찾아내야 한다. 소쇄원에서 그런 점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이런 차원에서 소쇄원은 보배 중의 보배였다.
이제 필자는 한걸음 한걸음씩 우리 마음의 원형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이 책은 그 작은 디딤돌의 첫 번째인 셈이다.

목차

소쇄원의 사계
이 책을 엮는 까닭

소쇄원에 들기 전에 소쇄원에 가기 전에 알아야 할 예비지식
소쇄원에 들면서 대숲대봉대애양단오곡문
소쇄원을 거닐며 천국의 건널목 지나 시를 읊다 | 김인후의 [소쇄원 48영]
소쇄원은 넓어지고 지상 천국의 확산 | 가사문학관식영정면앙정환벽당송강정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국인들에게는 안타까움이 있다. 한국 땅은 천국이었고, 한국인들은 그 천국에 살던 군자들이었는데, 지금의 한국은 천국이 아니고, 지금의 우리도 군자가 아니다. 한국인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늘, ‘이게 아닌데’, ‘이건 아니야’, ‘이렇게 살 수는 없어’ 등등의 불만이 쌓여 있다. 이것이 한국인의 한恨이다. 이 한은 풀지 않으면 안 된다. 한을 푸는 방법은 두 가지다. 내가 군자의 모습을 되찾아야 하고, 이 나라가 천국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한국인의 안타까움, 한' 중에서/ p.34)

중종은 인종의 교육을 전적으로 하서 선생에게 맡겼는데, 이때 선생은 인종의 훌륭함을 알았다. 내성외왕內聖外王, 임금은 원래 성인이어야 한다. 내적으로 성인이 된 사람이 외적으로 왕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성인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학에서 말하는 정치의 원리이다.
인종은 너무나 훌륭했다. 성군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유학의 목적은 자기를 완성하고 타인을 완성시켜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 이것은 뜻있는 유학자가 꿈꾸는 최고의 이상이다.
이러한 유학자의 염원이 정암 조광조 선생에 의해 불이 붙었다가 실패로 끝났다. 이를 본 하서는 너무나 안타까웠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하서는 남곤, 심정 등의 죄를 임금에게 진술했다. 정암의 죄 없음을 진술하는 것은 임금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했으나, 하서 선생은 과감히 나섰다. 하서 선생은 당시 56세의 중종에게 대항하여 정암 조광조 선생의 무죄를 끝까지 주장했다. 하서 선생의 안타까움은 목숨도 두렵지 않은 것이었다.
('하서의 꿈과 좌절' 중에서/ p.45)

하서의 한 평생은 슬픔과 좌절의 한 평생이었다. 그 뒤로 한 번도 벼슬길에 나간 적이 없었고, 서울에 올라간 적도 없었다. 그러나 하서는 한평생을 좌절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 천국 건설의 꿈을 접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하서의 꿈과 좌절' 중에서/ p.55)

하서의 수양 공부는 철저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수도자의 그것이었다. 도를 닦는 길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며 건전하게 학문에 열중하는 데 있다. 수양에 몰두한 하서는 큰 경지에 올랐다. 그러고 나면 육신의 생명에도 구애받지 않는데, 하물며 부귀영화 따위에 마음을 쓸 것은 더더욱 없었다. 하서가 벼슬에 초연하고 부귀영화에 초연한 것은 수양을 통해 터득한 그런 경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좌절 딛고 피우는 새로운 꿈' 중에서/ p.60)

중산보는 당시의 임금 문왕을 도와 천국을 건설한 인물이었다. 하서 선생의 뜨거운 열정은 양산보를 만날 때마다 다시 불타올랐다. 양산보가 가진 땅에 천국을 건설하자! 거기가 천국을 건설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친 하서 선생은 양산보와 논의하여 천국 건설에 들어갔다. 소쇄원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좌절 딛고 피우는 새로운 꿈' 중에서/ p.70)

맑을 ‘소瀟’, 깨끗할 ‘쇄灑’, 동산 ‘원園’.
‘소쇄’라는 말이 본래 [공덕장孔德璋]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들어 있던 말이라는 것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소쇄원은 인품이 맑고 깨끗해 속기俗氣가 없는 사람들이 사는 동산이란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말하자면 천사들이 사는 천국이란 뜻이다.
하서 선생의 천국으로 들어서자 먼저 대숲이 나왔다.
('소쇄원에 들면서' 중에서/ p.74)

담에 애양단愛陽檀이란 글자가 보인다. 햇빛을 사랑하는 단이란 뜻이다. 예전에 애양단이 있었던 자리일 것이다. 애양단 앞에 서니 마음과 몸이 따뜻해진다. 애양단이 속삭인다. "험한 세상 사시느라 고생이 많았지요?" "내가 차가운 바람을 다 막아줄 테니, 이제는 내 품에서 따뜻하게 쉬세요."
('소쇄원에 들면서' 중에서/ p.83)

있는 모습 그대로가 천국이고, 자연 그 자체가 천국이다. 그런 천국을 사람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훼손을 했다. 훼손만 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천국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기만 하면 그대로 천국이다. 소쇄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어느 땅 하나도 손댄 것이 없다. 언덕을 깎은 곳도 없다. 태고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언덕이 있고 물이 흐른다.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 소리 들린다. 비 갠 하늘에 밝은 달이 떠오른다. 제월당霽月堂이다.
('소쇄원을 거닐며' 중에서/ p.90)

마음속에 ‘나’라는 것이 자리 잡고 난 뒤에, ‘너’라는 것이 자리 잡았고, ‘그’라는 것도 자리 잡았다. 만물이 모두 그렇게 자리 잡았다. ‘나’라는 것이 자리 잡기 전에는 ‘너’라는 것도 없었고, ‘그’라는 것도 없었다. 만물이라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다. ‘나’라는 것이 있고 난 뒤에 내 눈에 보이는 산이 산이 되었고, 내 눈에 보이는 물이 물이 되었다. ‘나’라는 것이 본래 없었으므로, 내 눈에 보이는 산은 산이 아니고, 내 눈에 보이는 물은 물이 아니다.
('소쇄원을 거닐며' 중에서/ pp.130~131)

맹자가 든 행복의 두 번째 조건은 우러러 보아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보아 땅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다. 남과 하나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남과 경쟁하는 마음으로 산다. 그런 마음이 욕심이다. 욕심이 많을수록 양심은 사라진다. 오직 남과 하나인 상태로 사는 사람만이 양심으로 산다. 남과 하나가 되는 마음이 양심이다. 양심으로 사는 사람만이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다.
('소쇄원은 넓어지니' 중에서/ p.215)

이때 송강은 앞서 사화기를 거치면서 누적된 훈척 정치의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림의 시대에 걸맞은 정치 확립에 주력했다. 그가 이때 내세운 것은 격탁양청激濁揚淸, 즉 탁한 것을 몰아내고 맑은 것을 끌어들인다는 것이었다. 사림 정치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소쇄원은 넓어지니' 중에서/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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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경북 청도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5,609권

경북 청도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유학과와 동대학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츠쿠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2017년 여름 정년을 맞아 명예교수가 되었다.
동양 철학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강설’이라는 알기 쉬운 오늘날의 언어로 옮긴 끝에 ‘사서삼경강설’ 시리즈(전6권)를 상재했으며, [동양 삼국의 주자학], [이색-한국 성리학의 원천], [이또오 진사이], [공자], [노자], [장자

펼쳐보기
송창근 [사진]
생년월일 -
출생지 전남 담양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기업인으로서 한 삶을 일구었고,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한국야생화연구회 자문위원 담양예술인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남도향기전초대전’(2013), ‘소쇄원 48영 개인전’(2012), ‘보자르Beaux-arts 초대전’(2011), ‘자연의 신비 백인백경 그룹전’(2009) 등 다수 사진전을 가졌으며, 제25회 IPA 국제사진공모전 금상(2005, 일본), 한국사진문화상(2013) 등을 수상했다. 사진집으로 [사진으로 보는 소쇄원 48영][가사문학권 죽향][백두산과 남녘 들꽃]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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