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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의 발명 : ‘엄마’라는 딜레마와 모성애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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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엄·마·와·아·이, 그·관·계·의·역사
모성애는 본능인가? 발명인가?

저출산 시대, 오늘날 여성들은 왜 출산 앞에서 주저하는가?
한국의 어머니들은 왜 그렇게 아이 교육에 열을 올리는가?
출산과 양육은 과연 여성의 본성이자 특별한 사명이며 지고의 행복인가?

결혼 파업, 임신 파업, 출산 파업!
현대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이기주의자들의 시대인가?

저출산·고령화는 국가의 경제적 동력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부양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현대의 중요한 사회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1.23명에 그쳐 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1.74명이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대표적인 고령화사회인 일본(1.39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 언론은 이를 꾸준히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대선 주요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정부는 출산과 양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출산·보육 보조금, 무상교육 등을 논의했으며, 여성이 직업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 민간보육시설 확충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이런 논의의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적 문제를 외면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의 이기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 유사하게 독일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저출산 문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독일 언론은 세대 간 합의의 파기, 불안한 연금, 사회복지 체계의 과중한 부담,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하며 이 문제를 "나라의 흥망"이 달린 이슈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 따르면, 최근의 극적인 출생률 감소는 본질적으로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출생률 감소는 21세기에 새삼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근대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오랜 역사가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발명된 모성애’의 역사
"오늘 일어나는 일은 어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노베르트 엘리야스의 이 말처럼, 어제를 이해해야 오늘 이곳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다.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은 출생률 저하가 뜨거운 이슈가 된 오늘날의 상황을 ‘역사적인 것’으로 보고, ‘모성의 사회사’를 통해 이해하고자 한다.
산업사회 이전의 삶은 운명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인 가족의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었다. 전근대 여성에게는 ‘아이를 낳을 것인가, 낳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생각해볼 수도 없는 것이었다. 가족경제를 위해 노동력을 보충할 아이가 필요한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삶이 가정에 단단히 매이고 엄마와 아이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 것은 근대에 들어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근대로의 이행기에는 전근대 공동체의 낡은 제약들이 해체되고 새로운 자유의 공간과 행동의 기회가 등장했다. 바야흐로 개인의 자결권과 자율성이 새로운 시대적 가치로 부상한 것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보면 근대의 자유는 ‘남성인 개인’에게 해당하는 것이었지, 여성에게는 아직 요원한 얘기였다. 이 시기 여성의 삶은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더 가정의 틀 속으로 제약되었다.

부르주아 가족의 탄생
산업사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 바로 노동시장의 삶과 타인을 돌보는 일, 즉 "자유로운 시장"과 "평화로운 안식처로서의 가족"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에 대해 정반대되는 성적 특성이 구성된다. 활동성, 추진력, 힘, 오성은 남성의 것으로 정해져, 그는 시장으로 나갔다. 시장의 생존경쟁에 내몰린 이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에게는 반대급부로 평안한 안식을 제공해줄 가정이 필요하다. 온순하고 겸손하며 감성적인 아내, 아이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는 어머니가 조신하게 꾸려가는 가정! ‘선과 미의 상징인 이상적인 여성’에 대한 관념이 발생한 시점은, 경제가 봉건적 구속과 길드의 규정에서 자유로워졌지만 아직 복지국가의 제약과 보호 규정에는 종속되지 않았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근대 자본주의가 만든 핵가족 속에 여성이 부여받은 새로운 삶의 형태는 오히려 "자아실현으로 인한 자아상실"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아동의 탄생과 모성애의 발명
전근대에 어린이란 장차 가정경제에 노동력을 제공할 미숙한 존재 정도로 여겨졌다. 아이들은 단지 살아남을 정도로만 보살핌을 받고, 많은 경우 방치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근대와 함께 어린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과도 구분되는 어린이의 특수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어린이를 점차 나름의 욕구와 권리를 지닌 독립적 인격체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아동’이 탄생한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 신분사회가 지위가 상속되지 않는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 가능한 한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학교교육과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적 관심이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둘째, 계몽주의 아래 진보의 믿음이 확산되어 인간의 ‘본성’ 또한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보게 되었다. 어린이란 원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진보를 구현할 가장 좋은 ‘활동영역’으로 여겨졌다.
기초적인 양육이 전부였던 전근대와는 달리 어린이에게 목적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양육이 시작되자, 여성에게는 새로운 삶의 과제가 부여되었다.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부담에 따르는 문화적 측면의 노동비용은 이제 어머니의 몫이 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는 더더욱 세심함이 요구되었고, 그럴수록 아이는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와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일로 규정되었고, 이를 정당화하는 생물학적·문화적 신화가 유포되었다. 이렇게 모성애는 발명되었다!

저출산 시대 가족문제 해결?
엄마들이 모성애의 부담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전 정부부터 여러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명분하에 유연근무제(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하거나 민간보육시설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데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즉 정부의 입장은 주로 경제성장을 위해 여성이 출산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모성애의 역사’를 둘러본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의 진단은 이와는 다르다. 근대적 개인이 확립된 이후, 여성은 더이상 공동체를 위해 출산하지 않는다. 출산과 양육은 사회적·생물학적 본성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이므로 여성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까닭을 바탕으로 벡 게른스하임이 제안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더 평등해지는 것"이다. 아빠가 된 남성이 삶의 일부를 바꿀 때 엄마가 된 여성이 삶 전체를 바꿀 결심을 해야 하는 현재를 수정할 때, 여성이 ‘엄마’라는 딜레마와 모성애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날 것이다. 출산과 양육이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만 남아 있는 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탁아 방식을 바꾸는 것, 그리고 여성의 ‘사명’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고용안정과 임금격차 축소,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오늘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바로 어제의 일이 무엇인지 모성의 사회사를 통해 분명하게 규정해준다. 게다가 간명하면서도 필요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어낼 수 있다. 출산과 육아를 여성의 문제로만 밀쳐낼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걸음은 오늘 우리의 모습을 만든 어제의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현대 가족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야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목차

1장 인구학 논쟁: 이슈가 된 출생률 감소
독일은 소멸하는 나라인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짧은 고찰
논쟁의 가담자들과 입장들
국가의 멸망에서부터 불안한 연금까지
누가 누구와 대립하는가?
여성의 관점
출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직업을 가져라
생물학의 힘
남성의 부재와 어머니의 일상
중간요약

2장 나만의 인생이라는 기회와 강요
개인의 과제가 되어버린 인생행로

3장 모성애의 역사
산업산회 이전의 가족
부르주아 가족의 탄생
타인을 위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여성
아동의 발견과 의식적인 육아의 등장
어머니 역할의 승격
삶의 목표이자 사명인 어머니

4장 제1차 출생률 감소: 19세기 말의 여성과 어머니
여성의 삶에 나타난 변화
어머니가 됨으로써 물질적 안정을 얻다
어머니라는 자리가 짐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교육 규범의 영향

5장 전통적인 이상과 변화의 징조: 1950년대와 1960년대
결혼과 가족의 황금시대
여성의 삶에 나타난 변화
자녀교육의 변화

6장 제2차 출생률 감소의 시작
새로운 상황: 아이를 가지려는 소망
한 조각 독립성을 지키기

7장 출생률 감소가 계속된다: 1965년부터 현재까지
생식의학의 새로운 상품들 : 피임약에서부터 태아 진단까지
일시적인 유예
피임 가능성에서 의무로?
경구피임약, 생식공학으로 들어가는 승차권 노산의 위험
직업과 가정의 조화 : 변화와 저항 사이의 신조
불안정한 노동계약, 불안정한 이력
지속성 대신 유동성
대학 나온 여자 또는 무자식 박사교수
가사노동 이주여성 : 여성 사이의 새로운 노동 분업
작은 기업으로서의 가정
초국적 돌봄의 고리
전망

8장 미래 전망
기대에서 실망으로 : 2세대의 불만
모델1: 여성의 특수한 역할로 되돌아가는 전진
모델2: 평등에 다가갈수록 늘어나는 아이들

옮긴이 말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최근의 극적인 출생률 감소는 본질적으로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판매 부수를 높이려는 신문들의 경쟁과 눈에 띄는 자리에 신간을 놓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마케팅이 공모한 결과인 것이다. 역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논쟁이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쉬르마허와 [슈피겔]은 출생률 감소라는 주제를 다시 끄집어내 언론 효과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여러 차례 호황을 누린 적이 있다. 최근의 흥분 곡선은 전사前史를 가지고 있다. 신랄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매번 계속해서 멸종"하고 있는 것이다.
( '1장 인구학 논쟁: 이슈가 된 출생률 감소' 중에서/ p.24)

‘한 조각의 자기 인생’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성공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캔들? 역사적 진보? 잘못된 길? 도대체 이 주장이 정확히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그리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투쟁에 관해 다룰 것이다. 중심이 되는 것은 모성과 여성의 자기 인생 사이의 긴장 관계다. 이는 이미 긴 전사를 겪고 난 오늘날 다시 한 번 절박하고 시급한 주제가 되었다. 과거에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 당연히 여성의 인생에 속했는데, 갈수록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질문은 아이를 가지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며 많은 여성이 이를 두고 긴 결정의 과정을 겪는다. 이때 여성들을 움직이거나 망설이거나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갈등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획기적인 변화가 놓여 있다.
( '1장 인구학 논쟁: 이슈가 된 출생률 감소' 중에서/ p.38)

"대중사회 속의 고독" "내면의 고향 상실" "자유의 추위" 같은 표제어는 근대의 시작과 함께 생긴 자유가 개인에게 도전을 의미하는 동시에 과도한 요구가 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여기서 다양한 출구들이 나타난다.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노동과 더 많은 소비에 의지한다. 어떤 사람들은 구원과 고향을 약속해주는 종교나 정치적 분파에 가담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사적인 길을 선택해 도피로서의 사랑이나 "냉혹한 세상에서 항구"6가 되는 가족을 추구한다. 개별적으로는 매우 상이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이런 추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핵심은 하나다. 근대의 근본 주제는 자유와 구속의 긴장 관계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전통적인 구속에서 순식간에 밀어낸 근대는 바로 그 때문에 새로운 구속을 동경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움직임을 출현시켰다.
( '2장 나만의 인생이라는 기회와 강요' 중에서/ pp.44∼45)

질문은 명백하다. 온갖 강제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스스로 기획한 일대기 속에 나름의 인생 계획과 강요를 지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근대의 산물인 새로운 구속에 대해 동경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특히 여성의 경우에 우리 사회에서 그 어떤 구속보다도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아이에 대한 구속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이 경우 아이는 여성의 인생에서 ‘이물질’ 또는 지속적인 장애물이자 브레이크가 될까? 아니면 새로운 동경과 희망, 소망의 목표점이 될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자세히 고찰해봐야 한다.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 여성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여성은 전통적인 구속에서 언제 어떻게 해방되기 시작하는가? 근대의 인생행로를 특징짓는 자유와 구속을 여성들은 언제 어떻게 경험하는가?
( '2장 나만의 인생이라는 기회와 강요' 중에서/ p.47)

이처럼 여성의 삶은 교육에 봉사하는 것이 되었다. 새로 등장하는 부르주아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종속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부르주아적 원칙과는 모순되지만 ‘본성’에 의해, 그리고 어머니 역할에 의해 정당화된다. 어머니 노릇은 남성과 여성의 삶의 가능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고착시킨다. 남성에게는 시장이 요구하는 독립성이, 여성에게는 육아가 요구하는 자아 포기가 삶의 가능성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고통에 가득 찬 어머니"를 내세우는 고통의 숭배는 실제로 근거가 있다. 모든 관심이 아이에게 기운다면 여성에게는 자신의 것이 남아 있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어머니 노릇은 이중적 의미에서 여성 삶의 과제가 된다. 한편으로는 여성의 "타고난" 본성을 완성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 조각 내 인생에 대한 주장을 포기하는 것이다.
( '3장 모성애의 역사' 중에서/ p.83)

우리는 당시 여성들이 자신을 새로운 어머니 이상의 희생자라고 느꼈으리라고 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며 그 시대의 조건과 제약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재의 척도에 따라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당시 여성의 삶의 영역이 다른 가능성, 이른바 ‘나만의’ 가능성은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어린 소녀가 자신의 생각과 소망과 주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애초에 기대가 제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해야 어째서 수많은 여성들이 새로운 교육의 임무라는 것에서 만족감을, 경우에 따라서는 성취감까지도 발견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3장 모성애의 역사' 중에서/ p.85)

중간 부르주아와 상층 부르주아계급의 기혼 여성들은 계속해서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도 집 안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사회학자들에게 "가족의 기능 상실"이라 불리며 여성학에서는 "가정의 커다란 공백Große H?sliche Leere"이라고 일컬어지는 변화다.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면서 과거 여성의 일상 노동에 속했던 수많은 임무들이 떨어져 나간다. 처음에 이것은 여성의 내면에서 채워지지 않는 어떤 느낌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위협적으로 예고된 것은 여성의 존재가 객관적으로 쓸모없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여성이 더는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여성은 떠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디로? 가정의 구속이 사라지고 나만의 인생에 대한 강요가 나타나지만, 그것이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위험과 수없이 결부되어 있다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19세기 말에 몰아닥친 질문들이다.
( '4장 제1차 출생률 감소: 19세기 말의 여성과 어머니' 중에서/ p.98)

‘타인을 위한 삶’ 속에서 자기발전을 위한 여지가 남아 있는 곳은 어디인가? 어머니라는 자리가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자녀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이 데글러가 우리에게 그려 보인 그림이다. 새로운 교육의 이상이 나타남에 따라 입장의 변화가 생기고, 이런 변화가 초기의 출생률 감소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여성이 자신을 인격체로 의식하게 되자 그들은 자신의 생식력을 통제하려고 했다."
( '4장 제1차 출생률 감소: 19세기 말의 여성과 어머니' 중에서/ p112)

‘자연발생적인 유년기’가 점점 종말을 맞이하고 대신에 ‘유년기의 연출’이 시작되었다. 아이를 에워싼 추천과 활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어머니가 점점 더 깊이 들어갈 때 어머니의 개인적 성향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어쩌면 어머니의 노이로제 또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처럼 연출하려는 생각은 매우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는데, 바로 현대사회가 사회적 유동성을 근본원리로 하는 업적 사회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엄격하게 경계가 정해진 동시에 안전이 보장되었다면, 이제는 신분과 계급의 제약이 약해진 만큼 교육과 지원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의 한 부분으로서 더욱 중요해졌다.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필연적으로 아이들의 방 안까지 전파된다. 육아는 상승에 대한 바람과 하강의 위협 사이에 꼼짝없이 매여 있다.
( '5장 전통적인 이상과 변화의 징조: 1950년대와 1960년대' 중에서/ pp.148∼149)

아이에게 적대적인 사회는 언제나 어머니에게도 적대적이다. 어머니의 노동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날 ‘평범한’ 생활 세계는 아이에게 그다지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보호지구’ 안에 격리되어야 한다. 예컨대 유아용 놀이 울타리나 방이나 놀이터 같은 데 말이다. 이렇게 울타리를 치는 것은 아이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발달을 가로막기도 한다. 울타리를 침으로써 가로막힌 자연스러운 발달을 의도적인 교육학적 행위로 다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어머니의 과제다.
오늘날 어머니들은 아이 위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이 사회의 목표는 ‘최선의 지원’이다. 동시에 어머니들은 객관적 구조상 아이에게 적대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각각을 분리시켜 본다면 아이를 돌보는 일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 '5장 전통적인 이상과 변화의 징조: 1950년대와 1960년대' 중에서/ p.151)

경제적 종속과 사회적 종속이 서로 얽혀 있는 현실에서 여성이 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결코 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말하는 경우에도 종종 그 이면에는 독립에 대한 소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전업주부와 어머니 노릇을 하느라 돈을 벌지 못해서, ‘내 돈’이 없어서 사소한 바람조차도 남편과 남편의 벌이에 의존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돈은 여성에게 소비 가능성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여성의 독립을 보여주는 표시다.
( '6장 제2차 출생률 감소의 시작' 중에서/ p.161)

‘타인을 위한 삶’은 몰아적인 사고와 행동을 요구한다. 그에 반해 근대사회의 감추어진 교육 계획에는 목적의식적으로 인생행로를 설계하고 기회를 폭넓게 이용하며 장애물을 예측하여 피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런 기준에서 아이가 명백한 장애물이 되고 가능성을 현저히 제한하는데 어떻게 어머니가 되기로 결정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갈등이며, 이는 개별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사회의 문제다.
( '6장 제2차 출생률 감소의 시작' 중에서/ p.169)

피임약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대중매체의 제호를 장식하고 여론의 격렬한 토론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생물학은 운명이 아니며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 즉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지 마을까지 알려진다. 그리고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질문과 입장과 주장이 교환되는 가운데 어떤 결정에 대한 ‘입증 부담’이 점차 개인에게 이동한다.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도덕이 슬그머니 변화하기 시작하며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의식적으로 결정해야 할 의무가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피임약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아이를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결정이 ‘개인화’된 것이다. 생물학의 강제에서 벗어나 여성과 남성의 책임에 맡겨졌다고 할 수 있다.
( '7장 출생률 감소가 계속된다: 1965년부터 현재까지' 중에서/ p.177)

... 여성은 수준 높은 교육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피임을 한다. 당연히 어학 코스나 해외 연수, 인턴 등과 같은 추가적인 자격을 갖추고, 그 후에는 다양한 취업 기회 가운데 최선을 선택하고, 그러고 나서는 승진을 하고 안정적인 지위를 얻은 다음에야 피임약을 중단하고 비로소 어머니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이상 속에는 새로운 위험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계획의 덫이라는 위험이다. 새로운 구호에 따르면 여성들은 출산을 위한 최적의 시점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그에 맞춰 결정해야 하지만, 이 전설적인 최적의 시점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사실과 마주치게 된다. 근대의 노동세계는 신속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노동력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투입할 것을 요구한다. 중단하거나 쉬거나 노동시간을 축소하는 사람은 언제나 막대한 손해를 예상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사회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그에 맞는 사회적인 해결책이 모색되는 대신 이제 손쉽게 개인적인 문제로 정의된다. 다시 말해 노동세계에 계속 투입되기 위해 피임 기술이 이용되고, 스스로 ‘잘못’ 결정하거나 ‘이성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를 거부하는 여성들은 비합리적이라고 선언되며, 여성은 ‘그릇된 계획’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모두 자기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 '7장 출생률 감소가 계속된다: 1965년부터 현재까지' 중에서/ pp.178∼179)

젊은 세대 여성들은 동등한 권리와 균등한 기회, 그리고 자기 인생이라는 약속과 함께 성장했고 그 토대 위에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했다. 그러나 곧 이 약속에는 작은 글씨로 인쇄된 안내문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확인해야 한다. "어머니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음!"이라고. 모든 여성이 대단한 경력을 추구하고 기업의 위계질서 안에서 1인자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실망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돈부터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까지 일정한 권리와 자유가 당연히 자기 인생에 속하는 것이었는데, 아이와 더불어 커다란 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8장 미래 전망' 중에서/ p.211)

몇 년 전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가족학 학회에서 노르웨이의 여성 정치가가 유럽 여러 나라의 출생률을 비교한 다음 이렇게 정리했다. 교황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아이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빗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녀평등에 가까이 갈수록 아이들이 많아진다고. 이것은 독일에서 아이에게 우호적인 새로운 가족정책을 위한 모토이자 중심 상징이 될 수 있다.
( '8장 미래 전망' 중에서/ p.224)

저자소개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Elisabeth Beck-Gernsheim)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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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Elisabeth Beck-Gernsheim)은 뮌헨대학교에서 사회학, 심리학, 철학을 전공했다. 기센대학교에서 미시사회학을, 뮌헨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쳤으며 함부르크대학교 사회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학교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사회변동과 가족제도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연구한다. 지은 책으로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외 다수가 있고, 울리히 벡과 함께 집필한 [장거리 사랑]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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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독일 현대작가 우베 욘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아주대학교 기초교육대학 특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독일 통일과 여성](공저) [독일 명작의 이해](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유럽의 폭풍-게르만족의 대이동] [헤세의 인생] [장거리 사랑](공역)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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