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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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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교사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학교 이야기

지금까지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학교를 바꾸기 위해 수많은 분석과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엄기호의 신작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새로운 분석이나 제안을 보태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수많은 분석에서 빠져 있었던 것,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교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부제 ‘교사들과 함께 쓴 교육현장의 이야기’가 의미하듯, 누구나 한마디씩 보태지만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학교현장의 이야기를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 엄기호와 교사들은 학교는 이미 폐허라고 말한다. 아무도 학교에 무엇을 기대하지 않는다. 배움에 있어서 학교는 학원의 보조로 추락한 지 오래고, 졸업장은 신분상승의 기회라기보다 중산층 이상의 계급 재생산 도구가 되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다녀야 할 동기를 잃은 채 그저 몸만 빌려주고 있다. 학교에서 얻을 게 없거나 배울 능력이 안 되는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억지로 갇혀 있는 분노를 옆에 앉아 있는 약자에게 폭발시킨다. 이것이 수업 붕괴와 학교 폭력의 원인이다. 사회는 학교가 이런 현실에 빠진 것이 한두 해의 일이 아닌데 왜 해결이 안 되고 있냐고 따진다. 아직도 학교가 이 모양인 이유가 교사의 무책임과 무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교직이라는 ‘철 밥그릇’에 안주해 열정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정작 교사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무감각하고 무책임하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와 관계 맺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애를 써도 “당신이라고 꼰대가 아니겠냐?”고 밀쳐낸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다른 시도를 하면 관리자가 “학생들 데리고 실험하지 말고,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고 주저앉힌다.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로 불온시한다.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육적인 관계를 맺어보려 안간힘을 쓰며 교사로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교사일수록 학교에서 소진burn-out되고 고립된다.

출판사 서평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학교의 진실
“꼰대는 마찬가지지!”라는 냉소와 “당신만 교사야?”라는 비난 사이에서,
다가갈수록 자괴감에 빠지는 교사들의 딜레마!


한국사회에서 학교와 교사는 공공의 적이다. 한편에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학교를 학원보다 못하다고 무시하고, 한편에서는 왕따와 학교 폭력에서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학교와 교사를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한다. 학교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교사들은 더 유능해져야 한다며, 해마다 교육 정책을 바꾸고 입시 제도를 바꾼다. 그렇게 교육 정책과 입시 제도를 바꾸면서, 과연 학교는 바뀌었을까? 아니, 학교가 바뀐다고 해서 교육 문제가 바뀔 수 있을까?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그렇지 않다고, 아니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 냉소와 비난 사이에서 소진되는 교사들
사람들은 오후 5시면 퇴근할 수 있는 교사들이 부럽다 하지만, 사실 교사들에게 퇴근 시간이란 의미 없는 숫자이다. 교사들의 업무는 분절적이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쿨메신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수업 종에 따라 수업을 들어갔다 나온다. 수업을 위해 교재 연구를 하거나 학생들과 상담을 하거나 교사들끼리 협의를 하는 등의 일―교사의 ‘진짜 업무’―은 근무 시간이 끝난 후에 가외로 시간과 공을 들여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상담할 때 학생과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동료 교사들과 수업 방법에 대해서나 시험문제 출제에 대해 협의할 시간을 내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런 바쁨보다 교사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다. 교사로서 겪는 고통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과 교육에 대해 고민하며 ‘가르치는 이’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학교에서 마주치는 현실에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교육과정으로 수업하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고통, 대학만이 유일한 동력인 교실에서 진학과 관계없는 학생들이 무기력하게 널브러져 있을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고통, 모범생이었던 자신과 너무나 다른 학생들과 부딪치면서 느끼는 무기력감을 다스리지 못하는 고통 등이다. 이러한 고민들 때문에 교사들은 “컴퓨터가 안 꺼지는 느낌”으로 “딴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토로하고 이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는 교사들은 무엇보다 동료 교사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고 가뜩이나 피곤한 삶을 더 수고롭게 하는 ‘설치는 존재’들로 기피된다.

* 교무실이 섬이 된 까닭
교무실이 늘 이런 침묵과 무기력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전교조 결성과 맞물린 시기에는 교무실에서 활발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격렬한 토론이 오갔다. 학교와 학생들과 관련해 교사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었던 때이다. 그러나 97년 경제위기 이후, 학교도 사회처럼 큰 변화를 겪었다.
교무실에는 ‘모두’ 교사들이 앉아 있지만, 결코 ‘같은’ 교사들이 아니다. 교무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으로 칸칸이 나뉘어 있다. 그 첫 번째 벽은 ‘신분의 차이’다. 예전에도 학교는 ‘교장의 왕국’으로 불렸지만, 지금 교장의 권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교장은 교사들의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직의 신분제적 위계화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갈등은 일반 기업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기간제 교사 등의 비정규직은 교장에게 인격 전체가 구속되어 있다. 교장 등의 관리자는 자신이 채용과 해고의 권한을 가진 비정규직 교사에게 정규직 교사들이 기피하는 잡무를 떠맡기며 교무실의 잡음을 처리한다.
교무실을 가르는 두 번째 벽은 ‘세대 차이’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입학 성적이 수직상승한 교·사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범생이’ 출신 20대 교사들은 학교의 중견이 된 전교조 세대 교사들과는 교직에 대한 자세나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선배 교사들이 보기에 후배 교사들은 ‘유능’하게 학교가 시키는 업무를 해내지만 정작 ‘꼴통’ 학생들을 이해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전교조 세대 교사들이 ‘꼴통’ 학생들 때문에 고민하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진정한 교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20대 교사들은 그들을 적대시한다.
한편, 20대 교사들은 중견 교사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선배 교사들이 ‘교육의 진정성’을 들먹이며 학교에 떨어진 업무를 기피하면, 그 일은 자신과 같은 후배들이나 비정규직 교사가 처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은 선배 교사들이 자신들의 ‘엘리트로서의 자부심’이나 ‘퇴출에 대한 공포’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서 후일담만 늘어놓는다는 섭섭함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벽으로 가로막힌 교무실에서, 공적인 문제제기를 하거나 동료 교사의 교육철학이나 교육 방식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개인적인 공격이자 예의 없는 행동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의 대화는 아예 사라지거나 교육이나 학생들과 관계 없는 것으로 채워진다. 교무실에는 천 개의 섬이 떠 있다.

* 다시, 성장이 가능한 학교를 꿈꾸며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해야 다시 성장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성장이란 타자를 대면해야 가능하다. 나와는 다른 사람과 마주쳐야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타자와 만나야만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학교는 동질성으로 똘똘 뭉친 공간이다. 학생들은 성적으로, 집안형편으로 나뉘어 있고, 교사들은 신분으로, 세대로, 교육철학으로 나뉘어 있다. 엄기호는 먼저 교사들이 ‘타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에게 타자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 자신과 다른 교육관을 가진 동료 교사가 될 것이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을 타자로서 환영하고, 자신과 같은 교육관을 가진 동료들의 의견을 토론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시도도 하지 않고, 시도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결과가 진짜 결과가 되어버리는 냉소의 시대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먼저 둥그렇게 모여 앉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서로의 고통과 고민을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하자고 말한다. 동료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만한 동등한 이야기로 여긴다면, 더불어 앉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럴 때 단속을 극복하고 결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가르치는 이’고자 하는 교사들뿐 아니라 학교가 성장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가 경청할 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토론 대신 침묵이, 원칙 대신 예의가 지배하는 공간이 교무실만은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 공간과 자신을 돌아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것이다.

목차

책을 내며

들어가며
우리는 학교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어떤 교사들의 딜레마

1부 교실이라는 정글
한 교실 속의 두 세계
모든 수업이 의미 없는 ‘널브러진 애들’
어떤 수업은 필요 없는 ‘공부하는 애들’
학생들의 분노와 학교 폭력
섬바디와 노바디의 먹이사슬
건드리면 폭발한다, 적대화되는 교사와 학생
‘착한 아이들’은 어떻게 두려운 학생들이 되었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교사와 학부모
입시 앞에선 무력해지는 협력 관계
누가 내 아이를 지켜주나

2부 교무실, 침묵의 공간
혼자 바쁜 교사들
두 교사의 하루
교사의 ‘진짜’ 일은 퇴근 시간 후에 시작된다
토론이 사라진 교무실
벌떡 교사의 멸종
혼자 맞서야 하는 교사들
교사들의 대화에 교육이 없다
교사, 교무실의 외로운 섬들
‘내 수업’을 할 수 없는 교사들
무한책임과 무책임으로 나뉜 교무실

3부 성장 대신 무기력만 남은 학교
교사들은 어떻게 ‘순응’하게 되었나
같은 교사, 다른 신분
교직이 아직도 철 밥그릇이라고?
성과급, 돈이 아니라 가치를 둘러싼 싸움
교무실의 세대 갈등, 이어지지 않는 경험
불화했던 선배 교사와 순응하는 후배 교사
‘꼴통’ 편인 선배 교사 대 ‘범생이’ 후배 교사

학교는 다시 가르침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침묵,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방법
타자와 만나지 않고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사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야 하는 이유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이들에게 인문학 공부는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꽉 막힌 현재의 상황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는 더 이상 발견할 수 없는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했다. 이들은 이제 학교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배움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학교 안에서는 배움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 p.31)

교탁 앞까지 나와 답을 외치며 점수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어차피 해도 점수 따기 그른 녀석들은 수업을 방해하기 시작했죠. 노래를 부르고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고 바닥에 엎드려 자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어요.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었어요. 그 순간 왈칵 눈물이 솟더군요. 이게 뭔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 p.47)

이름만 적힌 출석부는 집어치우고 사진을 보면서 외웠죠. 그랬더니 학생들이 신기해하더군요. 학생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생활기록부에 있는 자기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사진을 주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또 “이름을 왜 불러요?”라고 묻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제 이름 뭐게요?”라고 테스트하는 학생들도 있죠. 그렇게 한 이후부터 수업이 잘되고 있어요. 이제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들어주는 것 같아요. 고맙게도 들어줘요.
(/ p.56)

정작 학교에서는 등수를 안 내는데, 등수가 좍 돌아요. 결국 기말고사에 신경 쓰다는 것도 학원에 아이를 보냈으니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나, 그걸 시험해보는 장이기 때문이죠. 학교에서 배운다는 생각은 오래전에 떠난 것 같아요. 누가 사교육을 잘 시켰나 시험해주는 것이 학교인 거죠.
(/ p.63)

이런 몇몇 교사의 개별적인 고군분투는 교육현장의 관료주의와 안전에 대한 강박 그리고 동료 교사들의 냉소와 업적 중심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에 의해 가로막히게 된다. 교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교사들의 자발적 노력이 불온한 것은 아닌지 늘 감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동아리를 사조직으로 몰아붙이며, 사조직을 만들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금지시키기도 한다. 또한 이런 활동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안전 문제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자발적 노력을 하는 교사들이 가장 참기 힘들어하는 것은 동료 교사들의 냉소적 시선이다.
(/ pp.70~71)

최근 학교 폭력 담론 이후 제기되고 있는 안전에 대한 강박은 노바디들에 대해서 학교를 그저 ‘육체적 생명’을 돌보는 공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학생들의 생명을 정치적 생명에서 육체적 생명으로 완전히 축소하여 그들을 사회적·정치적으로 벌거벗은 생명으로 만들고 있다. 학교는 그저 학생들의 육체적 생명을 돌보기만 하는 ‘수용소’가 된 것이다. 노바디인 학생들을 아무 목적 없이 가둬놓고 그저 죽지만 않으면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바로 학교다.
(/ p.110)

교사들의 노동구조의 문제는 절대적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노동하는 방식이 조각조각 파편화되어 있다는 데 기인한다. 그래서 교사들의 바쁨은 분주함에 더 가깝다. 이 일 저 일을 좌충우돌로 처리하다 보면 근무 시간이 다 가게 된다. 정작 교사의 정체성이 실리는 일들은 오히려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수업을 준비하거나, 수업을 위해 교재를 연구하거나, 또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하면서 대책을 숙의하는 등의 일은 근무 시간에서 밀려나 있다. 수업이나 학생들과의 만남에 충실하려는 교사들은 당연히 바쁠 수밖에 없다.
(/ p.152)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책임마저도 공유되지 않는다. 무한책임을 지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교사들이 사건사고가 벌어지면 책임마저 ‘독박’을 쓰는 사태가 벌어진다. 누가 그런 일까지 하라고 했냐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점차 교무실은 바쁜 사람만 바쁘게 하고, 그 바쁜 사람마저 점점 더 전체의 일에 나서지 않고 소극적이 되게 만든다.
(/ p.161)

교무실이 침묵의 공간이 되다 보니, 최근에는 자기 수업이나 교육 문제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많다. 요즘은 심지어 전교조에서도 이런 주제를 화제에 올리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거창하게 집회를 하고 이런 건 하지만 일상의 교육활동에서 느끼는 어려움 같은 것”은 전교조에서도 잘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 p.180)

교사들의 무력감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일이 교사 자신의 경험세계와 동떨어진 것일수록 심해진다. 완전히 낯선 존재에게서 느끼는 무력감이다. 자신이 전혀 경험하거나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이어서, 이야기를 듣는다 하더라도 그 어떤 조언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기가 생각해보지 못한 비참함 때문에 교사가 충격을 받아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고, 이것이 무기력을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그 교사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사람은 동료 교사들뿐이다. 이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함께 겪는’ 것이기 때문이다.
(/ pp.184~185)

독서모임에서 교사들끼리 책을 읽고 토론하고 다른 교사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갈증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학생들과의 관계는 일방적인데 반해 교사들과의 토론은 쌍방향이다. 다른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비교’하게 되고 성찰하게 될 뿐 아니라 수업의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중에서 가장 큰 도움은 “교사끼리 그렇게 소통을 한다는 사실 자체”라고 말했다.
(/ p.191)

제가 전근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판단하는 게 좀 뭣하지만, 그때 기억이 남는 말이 “교무실에 도청기 있잖아”였어요. 그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교무실에 교장 선생님 측근들이 있는 거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이야기가 교장 선생님 귀로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절대 강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아요. 자기가 뭔가 얘기를 하면 반응이 나올 만한 사람, 저같이 어리바리하게 아무것도 모르거나 아니면 자기가 정말 목을 쥐고 있는 기간제 선생님들을 건드리는 식이에요.
(/ pp.235~236)

비정규직 교사는 교사이되 정규직 중심의 교사사회에서 ‘평등한 파트너’가 아니다.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정규직 교사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임시로 있다 가는 사람들이므로 정규직과는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에게는 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하게 말할 권리”가 없다.
(/ p.242)

무슨 말까지 하냐면, 선배 교사들이야 이런 교원 평가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안 미치는 제도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퇴직할 수도 있지만, 자기들은 이 기록이 미래의 인사에 어떤 결과를 끼칠 수도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지금 20대인 교사가 쉰 살까지 한다고 해도 20년 후인데, 20년 후에는 지금 받은 교원 평가의 이 등급이 자기 인생의 이력이 된다는 거지. 그런 불안감이 있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는 면도 있는 거야. 잡일은 내가 다하고 있는데 B나 C등급을 깔고, 근데 그게 20년 후에 나의 인사에 악영향을 끼치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감이 있는 거죠.
(/ pp.265~266)

내가 잘나고 헌신적이어서가 아니라, 열을 받아서든 상처받아서든 걱정되었거든. 그게 뭐든 간에 그게 꼭 애들을 사랑하는 감정이 아니어도, 이 감정이 차단이 안 되는 거야. 근데 그이들은 4시 30분이 되면 탁 페르소나가 바뀌는 거 있잖아요. 학생들 이야기를 안 해. “애들은 어때요?” 물으면 “뭐 잘 지내는 것 같아요” 하고 말아요. 3학년이 어떻게 잘 지내, 수업을 하나도 못 알아들을 텐데. 그런데 그게 아무런 문제가 안 되나 봐요, 그이들한테는.
(/ p.284)

바로 이 점이 내가 이 책에서 교육이란 타자성과의 만남이라고 누누이 강조한 이유이다. 내가 하는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 존재, 그가 타자가 아니라면 누가 타자란 말인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바로 가르치는 사람이 대면하고 만나야 하는 타자이다. 이 질문을 환영하는가 아닌가는, 가르치는 이로서 내가 타자성을 대면하려고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중대한 시험이 된다. 이 타자성을 대면하고 만날 때 비로소 나는 ‘가르치는 이’가 될 수 있다.
(/ p.30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1~
출생지 울산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13,043권

1971년에 태어났다. 울산 귀퉁이에 있는 시골에서 쭉 자랐다. 2000년부터 국제연대운동을 하면서 낯선 것을 만나 배우는 것과 사람을 평등하게 둘러앉게 하는 ‘모름’의 중요성을 배웠다. 답을 제시하는 것이 자신의 재주가 아니라 묻고 또 묻는 것이 이번 생의 이유라고 여긴다. 삶이 인과적으로 구성되어 분석될 수 있다기보다는 삶이란 우연이며 글과 말은 그 아이러니와 역설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학생뿐 아니라 두루두루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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