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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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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풍기
  • 출판사 : 그린비
  • 발행 : 2013년 08월 30일
  • 쪽수 : 2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682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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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불교적 지혜의 정수, [선가귀감]을 읽는 새로운 방법!
    시대와 함께 생동하는 깨달음 입문서로 ‘활발발’한 화두를 만나다!


    서산대사 휴정은 임진왜란 당시 승군을 일으켜 활약한 승병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왜적의 침략으로 국란을 맞이한 선조는 휴정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휴정은 그 요청에 부응하여 조선 팔도의 사찰에 통문을 돌려 승려들을 결집했던 것이다. 이는 휴정이 당시 불교계에서 가장 많은 제자를 양성했고, 조선 불교계가 휴정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휴정이 활동했던 조선시대는 가혹한 숭유억불 정책들로 인해 수많은 불교 종단들은 사라지고 승려들의 지위는 천민으로 떨어지던 불교의 암흑기였음에도, 휴정은 문정왕후와 허응당 보우의 등장으로 잠시 불교 부흥의 조짐이 보이던 때에 부활된 승과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으며, 이후에도 선교양종을 아우르는 판사 직을 맡았을 만큼 명성을 누렸다. 이처럼 가히 시대를 잘 타고난 것으로도 보이는 휴정의 삶은, 종교적 가르침과 시대 현실 사이의 갈등과 고뇌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 준다. 불서의 고전이자 최고의 깨달음 입문서로 불리는 서산휴정의 [선가귀감]은 이처럼 혼란한 시대 속에서 탄생했으며, 이러한 흐름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린비출판사는 이와 같은 서산휴정의 삶과 그의 시대, 그가 모색한 새로운 불교의 세계를 펼쳐 보여 주는 [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이하 ‘리라이팅 선가귀감’)을 "리라이팅 클래식" 열여섯 번째 책으로 내놓았다.
    2003년에 1차분 세 권을 발간한 이래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리라이팅 클래식"은 과거에만 속할 수 없어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불러와, 지금-여기의 삶과 소통할 수 있도록 완전히 해체, 재구성하여 ‘다시 써보자’(re-writing) 하는 포부로 기획된 시리즈이다. 단지 고전에 현대적인 주석을 다는 해설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저자의 사유가 원저자의 사상에 거침없이 끼어들고, 그렇게 펼쳐진 대화의 장을 통해 독자들이 고전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등 동서양의 다양한 고전들을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여 왔다. 그 열여섯 번째로 출간된 ‘리라이팅 선가귀감’은 조선시대 불교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서산휴정이 거센 불교 탄압의 시대적 압력에 길을 잃은 후학들을 위해 발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에게 요긴한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찬술한 [선가귀감]을 고전문학 연구자 김풍기가 리라이팅한 책이다.
    [선가귀감]은 편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언해본이 판각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여러 사찰에서 다양한 판본이 간행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또한 당시 일본에서도 여러 차례 간행된 바 있으며, 지금까지도 여러 고승과 수행자들에 의해 국어로 또 영어로 번역되고 주해가 되어 꾸준히 새롭게 읽히고 있는 귀한 책이다. 50여 종의 경전과 어록에서 수행자들에게 요긴한 구절들을 뽑아 재배치하고, 그에 대한 휴정의 설명을 덧붙인 방식으로 편집된 [선가귀감]은 모든 불교 수행의 본체를 한 권에 담아, 어느 한 가지 수행 방법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불교 학자가 아닌 고전문학 연구자 김풍기는, 서산휴정의 삶과 그가 살던 조선시대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선가귀감]의 드넓은 지혜의 바다를 항해한다. 여말선초에 등장하여 유학 특유의 정합적 논리로 불교를 비판하고 척불 운동을 펼친 신흥사대부들의 공격에서부터, 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던 조선 전기 군주들의 불교 탄압 정책들, 그러한 시대의 거센 압력에 맞서 방어하고 저항했던 함허득통 기화, 설잠 김시습 등 불교계의 대응과 승려들의 이야기를 따라 흥미롭게 읽다 보면, 오늘날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깨달음을 전해 주는 [선가귀감]이라는 고전이 그와 같이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었음을 절로 깨우치게 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 싹튼 조선 불교의 뿌리

    불교를 기반으로 국가와 사회가 구성되어 있었던 고려시대에서는 불교 교단의 주요 인물들이 지식인 사회에서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회 전반에서 불교가 사상적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교를 국가 이념의 근간으로 하는 조선이 건국되자 사정은 달라졌다. 불교에 대한 정치적 공세와 현실적 탄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념적으로도 불교의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유교의 대공세가 시작된 것은 조선이 건국되고 몇 년 지나지 않은 1398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중심인물인 정도전이 [불씨잡변]을 완성한 해이다. 리라이팅 선가귀감에서는 1부에서 서산휴정의 삶과 조선 전기의 척불정책을 다룬 뒤에 2부에서 [불씨잡변]의 불교 비판 논리를 자세하게 논하고 있는데, 이는 물론 정도전 이전에도 이후에도 수많은 유학자들이 불교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불씨잡변]에서 논하는 19가지 조항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이 책이 당대 유학자들의 불교 비판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도전은 새로운 국가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하리라는 야심으로 심혈을 기울여 [불씨잡변]을 쓴 것이었다.
    하지만 불교를 비판하는 정도전의 논지 전개가 모두 썩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불씨잡변]에서 그는 불교의 주요 논리를 단순히 표면적인 차원에서 가져다가 해석하여 이용하는 탓에, 불교 논리의 맥락에서 벗어나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승려들의 부정부패 등 불교의 오래된 폐단에 대한 단편적인 지적들은 이전부터 있어 왔고 이는 분명히 불교계에서 깊이 반성하고 시정해야 할 문제들이었지만, 유교의 폐쇄적인 정합성으로 불교 교리를 비판하는 논리들은 근거가 없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에서는 유교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유학자들의 불교 비판이 강도를 더해 갈수록 불교계에서도 마땅히 새로운 논의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했지만, 수많은 사찰들은 폐치되고 승려들의 지위는 천민으로 떨어지는 동안 탄압의 압력에 굴복하여 속세로 돌아가는 승려들도 많았고, 불교의 암흑기를 타개할 만한 유능한 인재들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수행에 몰두하며 자신의 길과 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뜨겁게 모색했던 서산휴정은 자신의 색깔을 지닌 불교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깨달음의 전략

    사실 서산휴정을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좇는 명리승(名利僧)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부활된 승과에 합격하여 화려하게 등장한 이래 30대 중반의 나이에 조선 불교를 대표하는 선교양종판사직을 맡았고, 임진왜란 중에는 조선의 승군을 총지휘하는 팔도선교도총섭을 지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휴정의 삶은, 문정왕후의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꺼져 가던 조선 불교의 불씨를 되살렸던 보우와 많이 닮아 있기도 하다. 특히나 ‘왕이 곧 부처’라는 왕즉불 사상과 ‘호국불교’의 전통이 강한 이 땅에서 현실 정치권력과 종교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보우와 휴정의 말년은 사뭇 다르다. 보우는 그를 뒷받침해 주던 문정왕후가 세상을 뜨자 율곡 이이의 「논요승보우소」를 비롯한 수많은 탄핵 상소를 받아 끝내 제주도 유배형에 처해지고 그곳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반면, 선교양종판사직을 일찍이 그만두고 여러 산중 암자를 전전하며 오직 수행에 몰두하던 휴정은 1564년 여름, [선가귀감]을 마무리 짓는다. 이처럼 비슷하고도 다른 보우와 휴정의 삶, 그리고 후학들에 의해 그들의 사승관계와 법맥이 재정리된 사연에 대해서도 리라이팅 선가귀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했던 서산휴정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를 염두에 두면, 그가 모색했던 새로운 불교의 길에 좀더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다. 휴정의 불교는 조선 초부터 거세게 전개되었던 유학자들의 불교 비판 논리들을 충분히 감안하며 고안된 것이었다. 유교는 자신의 정통적 이념과 논리적 정합성을 강조하며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한 유교의 탄압 속에서 불교가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했던 휴정은 ‘삼교융화론’을 주장했는데, 이는 유교, 불교, 도교의 표면적인 모습은 비록 다르지만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하나라고 보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리의 일환으로 휴정은 [유가귀감], [도가귀감]과 함께 [선가귀감]을 포함하는 [삼가귀감]을 편찬하기도 했다. 이처럼 포용력 있는 논리 안에서 유교는 불교의 범주를 넘지 않는 것이었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논리를 만들어 감으로써 휴정은 조선 불교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지금-여기에 필요한 수행법-수행의 본질은 하나!

    [선가귀감]은 선의 요체, 불교 수행의 핵심, 깨달음의 정수 등으로 불린다. 이는 서산휴정이 독단적으로 자신의 유일한 깨달음이나 하나뿐인 수행 방법을 설파한 것이 아니라, 방대한 불교 경전들의 핵심을 모아서 한 권에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느 한 가지 수행 방법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모든 수행 방법을 아우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선가귀감]은 오늘날까지도 불교 수행 입문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지침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일 테다. 뿐만 아니라 서산휴정은 이 책에서 참선 수행의 중요성과 교학 공부의 중요성, 염불 수행의 필요성 등을 모두 아울러 짚어 주며 여러 근기(根機)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일상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친절하게 일러 주고 있다. 리라이팅 선가귀감 3부에서는 이처럼 서산휴정이 체계를 마련하며 새로운 조선 불교의 문을 열었던 ‘삼문수행’과 그 깨달음의 길에 대해 [선가귀감]의 구절들을 들어 다른 어떤 책들보다 알기 쉽게 풀어 준다. “선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의 말씀이다”(禪是佛心, 敎是佛語)라는 구절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불교계에서는 돈오-점수 논쟁과 더불어 선과 교의 우선순위에 대한 오래된 논쟁이 계속되어 왔으나, 휴정이 보기에 이 둘은 깨달음으로 향하는 서로 다른 방법일 뿐, 결국에 본질은 같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휴정이 선(禪)으로 가는 길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을 꼽자면, 화두를 들어 참구하는 ‘간화선’(看話禪) 수행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똑같은 화두를 들어도 사구(死句)가 아니라 펄펄 뛰며 살아 있는 활구(活句)를 들어 철저히 의심하는 것이라고 휴정은 강조한다. 그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캄캄한 칠통이 산산조각이 되도록 깨치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불교 수행의 등불이 심하게 흔들리던 시기에 방대한 불교의 바다를 향해 첫걸음을 떼려는 수행자들을 위해서 서산휴정은 간곡한 마음으로 [선가귀감]이라는 안내서를 집필했다. 선교양종의 경계와 유불도의 경계도 넘어 불교 수행의 본질을 밝힌 서산휴정의 큰 말씀은, 조선 불교를 낳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깨달음을 전해 주고 있다. 다만 일상 속에서 어떤 수행 방법을 통해 그 깨달음에 도달하고 실천할 것인지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고 [선가귀감]을 읽는 데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임진왜란 당시 국가 공동체를 수호하기 위해서 헌신한 의승군들을 기리고 호국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서산대사의 국가제향을 복원하고 ‘호국 의승군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한국 불교의 특징으로 호국불교를 떠올리기는 하지만, 불교의 생명존중사상과 지엄한 불살생계를 어기면서까지 전쟁에 참여한 서산휴정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는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하여 휴정 자신이 남긴 글은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리라이팅 선가귀감의 항해 지도를 따라서 자기만의 활발발한 화두를 들어 참구하다 보면, 길 잃은 이 시대에는 어떤 불교가 필요한지, 지금-여기의 우리에게는 어떤 수행이 필요한지 하는 많은 의문들을 어렵지 않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_선으로 가는 길

    1부 서산휴정의 삶과 그의 시대

    1장_최여신에서 휴정으로
    1. 최여신의 고민
    2. 깨달음을 향한 서산휴정의 발걸음

    2장_조선 전기 척불의 시련과 불교계의 대응
    1. 조선 전기 척불정책의 역사적 변모
    2. 명종 시기 불교 정책의 전환
    문정왕후의 등장, 조선 불교 부흥의 불씨를 되살리다 / 백성들의 숭불과 문정왕후의 호불, 그리고 그 한계

    2부 공격과 방어, 새로운 불교 모색의 계기

    1장_유교의 대공세
    1. 정도전의 입장 변화
    2. [불씨잡변]의 논리
    윤회와 인과응보에 의한 화복의 문제 / 윤리의 문제 / 교리상의 문제 / 이단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문제

    2장_불교가 살아남는 방법
    1. 논쟁에 소극적인 불교
    2. 함허득통의 반격
    3. 설잠, 논쟁에서 한 발 비껴 서기
    4. 보우, 정치권력과 불교 사이에서 줄타기

    3부 깨달음으로 가는 세 갈래 길

    1장_새로운 불교의 모색

    2장_[선가귀감]의 저술 의도와 편찬 시기

    3장_삼문수행, 조선 불교의 새 길을 열다
    1.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 간화선
    ‘한 물건’, 그놈을 찾아서 / 바람 없는 바다에 물결이 이네 / 선 수행과 화두 참구 / 돈오와 점수에 대한 견해
    2. 교종, 깨달음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
    깨달음 이전의 공부와 교학 / [선가귀감]이 사랑한 책들 / 깨달음 이후의 공부와 교학
    3. 염불, 선과 만나다
    타력신앙으로서의 염불 / 염불과 선의 만남 / 휴정의 염불선
    4. 서산휴정의 법맥과 그 문도
    휴정이 언급한 법맥 / 허균의 글 / 언기, 해안 등의 글 / 새로운 법맥의 확립 / 서산 문도와 조선 후기 불교
    5. 머나먼 수행의 길: 수행자의 자세
    말세의 어리석은 수행자 / 수행자의 본분과 계율 / 육바라밀의 실천 / 경전 공부 / 대장부의 기상

    4장_호국과 불교의 미묘한 조합
    1. 시주자의 은혜
    2. 국왕의 은혜와 수행자의 자세
    3. 수행과 전쟁, 영원히 지속될 평행선

    맺음말_수행자를 위한 지도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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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중에서

    이러한 선정이 지혜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그저 앉아서 마음만 고요하게 만든다면 수행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흔히 묵조선의 폐단으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고요함의 즐거움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정이 지혜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고요함만 추구한다면, 이는 미세한 먼지를 고요히 가라앉혀 놓기만 하는 것과 같아서 미세한 바람이라도 불면 순식간에 그 먼지들은 온 방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고요하게 해서 우리의 번뇌를 가라앉혀 놓는다 해도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어서 외부와의 접촉이 발생하는 순간 수많은 번뇌들이 다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선정을 행하면서도 중생의 삶을 올바로 살아갈 지혜를 어떻게 발생토록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 p.147)

    어느 시대나 새로운 사상과 흐름이 나오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상과 흐름이 있어야 가능하다. 휴정이 여러 선 수행 방법 중에서도 간화선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이전의 수행이 조사선 혹은 묵조선의 전통을 중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교는 불교를 비판하면서 늘 공적(空寂)함에 빠져서 실제로는 어떤 현실적 영향력도 없다고 하였다. 허무적멸(虛無寂滅)의 무리라고 승려를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교의 수행에 무지한 유학자들이기 때문에 조사선이든 간화선이든 그저 가만히 앉아서 허무함에 빠져 버리는 것으로 파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관(觀)한다는 차원에서 묵묵히 앉아 있다가 오히려 어떤 지혜도 나지 않는 적멸의 경계에 빠진다면 수행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경전을 읽으면서 거기에 얽매이고 뒤섞여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p.152)

    수행자에게 보시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들 보시가 진실로 하나의 공덕이 될 수 있으려면 거기에는 어떤 사적 욕망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거지에게 돈을 주고 난 뒤 돈을 주었다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돈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보시는 참 보시가 될 수 없다. 준 사람도 없으니 받은 사람도 없는 경계를 알아야 보시의 참뜻을 체득한 것이다. 그것은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걸림 없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 p.240)

    중생이 선 자리를 투철하게 인식하는 순간 세계를 보는 눈이 바뀌고, 거기에서 비로소 자비심이 나온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무조건 사랑하자는 것이라기보다는 공성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서 우러나오는 자비심에 근거한다. 깨달음이 전제되지 않은 생명 존중은 자칫 또 다른 욕망의 소산이기 쉽다. 자기 마음속의 욕망을 투명하고 투철하게 살피면서 중생들의 삶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자비심이라면, 우리가 전쟁을 거부하고 살생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욕망의 가장 첨예한 부분을 비판하는 일과 상통한다. 그런 점에서 수행자들은 전쟁에 나서는 것뿐 아니라 나서도록 독려하는 것도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 pp.278~279)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09.23~
    출생지 강원도 강릉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2,370권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시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어디 장쾌한 일 좀 없을까: 김풍기 교수의 옛 시 읽기의 즐거움』 『고전산문 교육론』 『한시의 품격』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 『옛 시에 매혹되다』 『독서광 허균』 등이 있다. 역서로 『완역 옥루몽』(전5권)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전2권,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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