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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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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억으로 차린 식탁으로의 초대!

어느 여행자의 기억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이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는 변종모가 들려주는 오래도록 지탱해준 음식들의 이야기, 음식이 가져다준 먼 곳의 당신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허기진 마음을 위로하려 방향도 잡지 못한 채 자주 길을 떠난 저자가 마주한 낯선 당신들, 어디에서나 자주 발견되었고 언제나 저자를 먼저 알아봐 주었던 당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늘 변함없이 커다란 감자 몇 알에 소금, 잘게 썰어 넣은 풋고추 몇 개가 전부인 감자볶음을 해주던 그녀, 총알 자국 가득한 베란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직접 만든 알리오 올리오를 입에 넣으며 보냈던 레바논에서의 첫날 밤, 흔들리는 음악이 바람 같았고 바람결에 섞여 춤을 추는 사람들은 민트 향을 풍겼던 무더운 열대의 밤 쿠바에서의 모히토까지 그동안 길 위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과 그 사람들 사이에 소박하게 놓였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출판사 서평

모든 것은 당신들의 책임인지 모른다.
무작정 길을 나섰지만, 막상 당신은 어디에서나 자주 발견되었고
언제나 당신이 먼저 나를 알아봐 주었으므로.

오랜 여행자의 고백
_모든 것은 당신 때문이었다

"자꾸만 길을 나서게 된 건 낯선 당신들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당신들은 끝내 그 좁은 옆자리를 나에게 내어주었다. 밥은 먹었느냐는 당신들의 따뜻한 말에 나는 비로소 두고 온 곳의 소중한 사람들을 뜨겁게 떠올렸다. 나의 공허가 무엇인지 나의 빈 곳이 어디인지,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들이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 다행이었고 그래서 문제였다."

지독한 여행 중독자의 기록을 담아낸 에세이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의 작가 변종모. 이것이 그가 말하는 여행의 이유다. 모든 길 위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고,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꺼내고 싶었던 이야기. 지난 10여 년간 그는 인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그루지야 등 이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제,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한 그날의 기억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낯선 곳의 낯선 당신,
그러나 낯설지 않은 우리의 시간
_영원히 식지 않을 따뜻한 마음 한 그릇

자주 그는 낯선 곳에서 허기를 채워야 했고 그런 만큼 길 위에서 숱한 음식을 만났다. 때로는 식사라 표현하기도 무색했던 그것. 잠시 스쳐갈 뿐인 인연들과 나눈 음식에는 그럴싸하게 이름 붙여줄 메뉴도, 이렇다 할 레시피도, 근사하게 차려낼 식탁도 없었다. 하지만 낯선 이와 머리 맞대고 나눈 그 한 끼는 배고픔만을 달래준 것이 아니었다. 다른 무엇보다 든든한 진심이 되어 텅 빈 마음의 허기를 오래오래 채우고 있다. 가난한 밥상이지만 최고의 밥상일 수밖에 없었던 길 위에서의 시간. 아마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그날의 기억은 비록 점점 희미해질 테지만, 영원히 식지 않을 따뜻한 마음 한 그릇은 가슴속에 오롯이 남았다.

“그대의 마음 어느 한 조각이 오래오래 내 속에서 싹을 틔우고 그대의 정성으로 인해 무성히 내 안에서 자라남을 느낀다. 그대여! 우리가 어딘가에서 잠시 그렇게 나눈 따뜻한 한 그릇의 식사가 다시 그립다.”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 삶, 때로 쓰디쓴 기억들
_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삶이 버텨낼 만하다 여겨지는 건, 사람과 사람 간에 주고받은 마음의 온기 덕분이 아닐까. 그날의 음식 역시 당신이 건네준 따스한 마음이리라. 그러므로 사랑했던 당신도 쓴맛 끝의 달콤함으로 남을 수 있었고, 낯선 곳에서 만난 잠깐의 당신들도, 허기진 가슴을 안고서 자꾸만 떠나게 되는 여행도, 결국에는 모두 '달다'고 고개 끄덕일 수 있다. 그 마음으로 우리는 또 길을 나아가리라.
그렇게 따뜻했던, 먼 곳에서의 날들을 떠올려본다. 어느 날엔가 당신과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나지기를 기대하며 멀게는 10년 전으로, 짧게는 1년이 채 안 된 그날로 거슬러 오르는 여행을 떠난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낯선 두 사람 사이에 놓였던 음식. 그 기억으로 차린 식탁에 당신을 초대한다.

“음식 여행이 아니다. 여행 음식도 아니다. 나를 오래도록 지탱해준 음식들의 이야기이며, 음식이 가져다준 먼 곳의 당신 이야기다.”

*추천의 말
변종모 형과 나는 이웃이다. 서울성곽의 북쪽과 남쪽, 서로 마주 보는 비탈 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주, 가끔 밥을 먹기 위해 만난다. 솔직히 내가 밥을 얻어먹으러 놀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이 밥과 국을 끓이는 동안 나는 마당으로 나가 주홍빛 조명을 밝힌 서울의 저녁을 내려다보곤 한다. 불빛이 있는 곳마다 부엌이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대개 혼자이다가 식탁 앞에서 비로소 타인의 온기와 마주 앉을 것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가 딱 제 몫의 집을 등에 메고 길을 떠돌아 곁도 없고, 불기 하나 없이 싸늘한 달팽이 집 같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가 시간 속에 새긴 세상의 모든 부엌으로 초대받은 동안 곰곰 따져보니, 그는 타인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식량으로 누군가를 위해 더운 음식을 만드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제야 그가 차려주는 식탁이, 내가 누군가에게 대접받은 기억의 음식 중 가장 달았다는 걸 깨닫는다. 세상에는 그래도 따뜻한 부엌이 남아 있다는 걸 믿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심장부터 따뜻하게 군침이 고일 것이다.
_소설가 임수현

목차

Prologue 모든 것은 당신 때문이었다

1 그대를 생각하면 든든해지는 마음
2 그녀에게서 고소한 냄새가 난다
3 헤어졌으면 처먹지도 말아야지
4 식사 한번 할까요?
5 닮은 것은 추억이라 말한다
6 루앙프라방에서의 아침 식사
7 물론 그 맛은 아니지만
8 빈 그릇
9 Saperavi, 2009, Dry Red Wine, Georgia
10 너의 소식을 기다리노라
11 작고 푸른 추억, 한 가닥 한 가닥의 뜨거운 마음들
12 아무것도 아닌 것, 그것이 전부이던 시간들
13 기억의 식탁
14 밤의 식품점
15 비틀거려야 삶
16 거품처럼 휘날리는 행복
17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어디에도 없다
18 어쩔 수 없는 일
19 다행이다
20 아프고 따뜻한
21 그대들의 따뜻한 마음이면 저 산을 못 넘겠는가
22 별일 없다면 우리 짜이나 한잔합시다
23 여행자의 식탁
24 익숙하지 않은 모든 일
25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26 밥은 먹고 다니냐?
27 그대의 집은 어디인가
28 오래전 당신
29 체온을 올리는 방법
30 그리운 것은 멀리 있다
31 달콤한 초콜릿 같은 봄날의 기억들
32 별빛 속에서 티타임
33 더 늦기 전에, 그린 파파야
34 나는 여전히 그대들이 필요하다
35 혼자라면 그리 열심히 살 이유가 없겠지요
36 달라진 세상, 달라지지 않을 마음

Epilogue 살아야 하는 일들, 먹어야 하는 일들

본문중에서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당신은 자주 나를 외면하겠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려야 했다. 생각해보면 당신을 사랑하고 난 뒤부터 나는 빠른 속도로 늙어갔다. 뭐든지 빠르게 진행되는 장마의 속도처럼 어느새 모든 것이 단단해지고 굳어져 붉은 흙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함께 딛고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면서도 각자의 방향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_'6. 루앙프라방에서의 아침 식사' 중에서

그리고 길 위에서 알았다.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자신의 빈 공간을 영원히 채울 수는 없다는 것. 결국 빈 공간은 처음부터 나의 것이었고 우리는 그렇게 반쯤은 빈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아무리 채우고 채워도 허기질 것이다. 그래서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연습을 했어야 했다. 당신이 내 마음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부풀려 당신을 밀어낸 건지도 모른다.
_'8. 빈 그릇' 중에서

“할아버지, 오늘은 왜 두 통이에요?”
환한 얼굴의 할아버지가 커다랗게 팔을 벌리고는 하나는 버스에서, 또 하나는 기차에서 먹으라는 시늉을 하신다. 날마다 그 위태롭고 아스라한 높이의 야자나무에 올라서 안겨주던 그 푸른 열매. 그것이 그냥 보통의 열매겠는가. 할아버지의 모든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또 무조건 받아야만 하는 가난한 여행자였다.
_'10. 너의 소식을 기다리노라' 중에서

처음 보는 나에게 “와인 좋아하세요?”라고 물어준 것에 나는 스스로 취했다. 처음 보는 나에게 “제가 만든 스테이크 좀 같이 드실래요?”라고 물어준 것에 나는 또 스스로 포만감을 느꼈다. 여행지에서는 절대로 고기를 입에 대지 않던 나를 순식간에 허물던 그 말.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의 말이 모든 것을 흔들어놓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겁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이렇게 쓸쓸한 계절에 듣는 따뜻한 너의 음성이.
_'13. 기억의 식탁' 중에서

카페 안을 채웠던 사람들이 축제의 여운을 안고 하나둘 돌아가고, 드문드문 자리가 비워졌다. 그 비워진 자리에 갑자기 익숙한 생일 축하곡이 흐르고, 키노시타가 커다란 접시에 팬케이크를 올려 하얀 양초 하나를 밝히고 조심스레 걸어온다. 모두가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생경하게 다가온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생일이라면 지금보다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줄 텐데 모든 것이 그저 낯설다. 누군가에게 공식적으로 축하받는 것이 이리도 어색한 일일까?
_'24. 익숙하지 않은 모든 일' 중에서

나는 세상을 많이도 돌아다니면서도 내 것을 나누는 일이 서툴렀고, 그는 움직이지 않고도 세상에 마음을 내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본다고 마음이 달라지겠는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다 안을 그 마음에 비한다면. 누군가를 초대하겠다는 것은 나의 많은 것을 나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따뜻함을 보았다. 얼큰한 국물을 뜨는 순간에도, 반찬들을 당겨 앞으로 밀어주는 손끝에도 나는 황송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_'29. 체온을 올리는 방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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