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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의 포로들 : 우리가 티베트라고 믿었던 것들의 진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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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가 티베트라고 믿었던 것들의 진실

단 한 차례의 침략전쟁도 일으키지 않은 평화의 나라, 추악한 권력투쟁 없이 부처의 화신이 다스리는 전설의 땅, 인류문명의 오랜 기원을 간직한 잃어버린 낙원. 티베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티베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서구 티베트학의 위상을 세운 학자로 평가받는 도널드 로페즈 미국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는 [샹그릴라의 포로들](Prisoners of Shangri-La: Tibetan Buddhism and The West)에서 7가지 키워드로 티베트 사회, 역사, 문화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티베트학의 현대적 고전으로 불리는 이 책에서 로페즈 교수는 티베트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는 진짜 티베트를 알 수 없으며, 티베트의 역사도 다른 모든 나라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패권주의, 정교일치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시간이 있었음을 인정할 때 티베트는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주장한다. 티베트학의 독보적 고전으로 불리는 이 책은 그간 우리가 티베트에 대해 가졌던 환상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낱낱이 밝히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티베트와 티베트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다.

환상 속의 샹그릴라를 낱낱이 해부한다
티베트 애호가는 말할 수 없는 티베트에 대한 모든 것


단 한 차례의 침략전쟁도 일으키지 않은 평화의 나라, 추악한 권력투쟁 없이 부처의 화신이 다스리는 전설의 땅, 인류문명의 오랜 기원을 간직한 잃어버린 낙원. 티베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티베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서구 티베트학의 위상을 세운 학자로 평가받는 도널드 로페즈 미국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번에 창비에서 출간한 [샹그릴라의 포로들](Prisoners of Shangri-La: Tibetan Buddhism and The West)에서 7가지 키워드로 티베트 사회?역사?문화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티베트학의 현대적 고전으로 불리는 이 책에서 로페즈 교수는 티베트는 ‘고립되었고’, 티베트인들은 ‘매사에 만족하며’, 티베트 승려들은 ‘영적인’ 존재라고 믿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티베트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는 진짜 티베트를 알 수 없으며, 티베트의 역사도 다른 모든 나라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패권주의, 정교일치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시간이 있었음을 인정할 때 티베트는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주장한다.
티베트학의 독보적 고전으로 불리는 이 책은 그간 우리가 티베트에 대해 가졌던 환상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낱낱이 밝히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티베트와 티베트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동양의 전제국가부터 잃어버린 낙원까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티베트


서구권에서 티베트를 신성화해온 기원은 의외로 뿌리가 깊다. 베네찌아 출신의 여행자들과 천주교 선교사들이 몽골 황실에서 티베트 승려들을 처음 만난 이래, 산속에 파묻힌 신비로운 나라와 마력을 지닌 낯선 종교는 서구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예로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은 고전의 지위를 획득하며 티베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증명하고 있으며, 오늘날 달라이 라마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세계적 종교지도자로 인정받는다. 존 레넌이 자신의 목소리를 "산꼭대기에 있는 달라이 라마"처럼 들리게 해달라고 하거나, [씸슨 가족]의 달라이 라마 고속도로, [스타워즈]에서 ‘이워크’가 구사하는 티베트어 등 티베트는 대중문화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그러나 티베트가 지상의 낙원으로만 그려진 것은 아니다. 19세기 무렵, 많은 유럽 학자들과 식민지 관리들은 티베트와 중국을 ‘동양의 전제국가’로 정의 내렸다. 티베트는 신왕(神王)의 통치를 받고, 중국은 권력이 쇠한 황제의 통치를 받는다고 본 것이다. 오늘날 티베트가 신성화된 것은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고 난 이후부터다. 지난 2세기 동안 티베트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아왔다. 티베트불교는 불법에서 가장 멀리 벗어난 종교(라마교)로 묘사되는가 하면, 불교의 적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이능화가 1918년 [조선불교월보]에 티베트 승려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강조하고 그들이 섹스와 술, 고기에 탐닉했다고 적는가 하면, 그로부터 9년 후인 1927년에는 백성욱이 [불교]에서 한국불교가 티베트불교에서 유래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한국어판 서문] 9~10면 참조). 우리의 티베트에 대한 인식도 서구와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티베트?인도 관련 명상서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등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으며, 지금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로페즈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2012년 [법보신문]에 실린 기사를 인용하며 이와 같은 현상을 지적한다. "티베트에서 자살을 하는 경우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분신이나 자살을 통한 자기희생의 물결이 동티베트를 휩쓸고 있었으며, 티베트에는 행복의 개념이 없다고 하지만 티베트에서 가장 흔한 여자 이름 중 하나가 행복을 뜻하는 데키(Bde Skyid)라는 것이다.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로페즈 교수의 주장은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달라이 라마도 불교의 보편화와 티베트 애호가들의 유토피아적 염원을 모두 겨냥한 장기전략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대목은 티베트 독립 지지자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그러나 저자의 시도는 티베트를 ‘잃어버린 낙원’이 아닌, 분명히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려는 데 있다. 로페즈 교수가 제시하는 7가지 키워드, 즉 이름(라마교), 책([티베트 사자의 서]), 눈(사기꾼 T. 롭상 람파), 진언(옴 마니 빠드메 훔), 미술(티베트불교미술), 학문(티베트불교학), 감옥(망명 중인 티베트 라마들과 그들을 보는 우리들)을 통해 독자들은 오랜 역사를 거쳐 ‘지식’의 지위를 획득해온 티베트에 대한 환상이 무엇인지를 가늠하는 나침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티베트학의 ‘인디애나 존스’
T. 롭상 람파 이야기


역사 전공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인디애나 존스’인 것처럼, 티베트학에도 T. 롭상 람파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다. 자신이 전생에 티베트의 고승이었다가 환생했다고 주장하는 그는 대중들에게 티베트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댓가로 400만부의 책을 팔아치웠다. 유럽의 티베트학자들 및 불교학자 중 상당수는 롭상 람파의 [제3의 눈]을 읽고 티베트학자가 되었다고 고백한다(본문 220면 참조). 국내에도 1980년대에 이미 그의 책이 [나는 티벳의 라마승이었다](전3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 롭상 람파의 존재는 대중들이 원하는 티베트와 전문연구자들이 밝힌 티베트 이야기의 경계를 확인하게 한다.
티베트학의 위상을 정립한 도널드 로페즈 교수에게 T. 롭상 람파는 계륵 같은 존재다. 롭상 람파의 주장이 이상하다고 해서 이를 가볍게 묵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티베트 고승의 환생이라는 주장은 불교경전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사례이며, 불교에서 정통성을 획득하는 가장 오래된 수법 중 하나인 ‘문헌의 발견’을 들먹일 때는 반격하기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롭상 람파가 책 내용의 정확성을 입증하기보다 그저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권위를 입증할 때는 더욱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또 롭상 람파를 사기꾼으로 몰 수도 없다. 그는 거짓말을 일삼는 장사꾼이 아니라 진짜 자신이 환생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로페즈 교수는 티베트학자들이 자신들을 학자의 길로 접어들게 한 고마운 책을 부인해야 하는 곤란을 겪는다고 지적하며,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티베트라는 이상한 나라뿐만 아니라 동양의 철학을 훌륭하게 소개해낸 람파의 솜씨"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불법을 전하는 ‘방편’의 하나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찾아오는 것은 이 환상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학문적으로 환상을 깨는 작업을 함으로써 티베트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자리를 잡게 하자는 주장이다. 학문의 경계를 뚜렷이 하는 데만 몰두하는 서구 지성계의 풍토에서 로페즈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신선하다.

티베트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7가지 키워드

이름, 라마교와 티베트불교 _
‘라마교’는 흔히 티베트불교의 동의어로 여겨진다. 그러나 티베트 지역의 불교라는 의미의 티베트불교와 달리 라마교라는 이름에는 티베트가 사제와 왕을 겸한 ‘라마’가 지배하는 정교일치의 미개한 사회라는 왜곡된 시각이 들어 있다. 초기 선교사들은 천주교와 매우 흡사한 이 이상한 종교를 부인하기 위해 타락한 불교라는 낙인으로서 이 이름을 사용했다. 또 티베트가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할 거라 예상한 동양학자들도 티베트를 수사적으로 정복하기 위해 ‘라마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오늘날 티베트를 이 땅에서 지워버리기를 바라는 중국은 이러한 담론을 가져다 자신들의 티베트 침략과 식민지화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로페즈 교수는 티베트를 알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라마교’라는 이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 자체가 편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책, 샹그릴라의 비밀교리 _ 티베트를 세상에 알린 가장 중요한 경전은 [티베트 사자의 서], 즉 [바르도 퇴돌]이다. 로페즈 교수는 이 책이 대중적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심령주의가 유행하고 사후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블라바쯔끼 여사가 1875년에 뉴욕에 신지학협회를 창설하면서 이 문헌은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융이 자신의 심리학이론과 결합시키면서 고전의 지위를 획득했다. 블라바쯔끼 여사와 융의 공통점은 티베트의 지혜를 과학 맹신주의에 대한 비판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달라이 라마가 불교와 과학의 조화를 꾀하는 시도는 이러한 전통의 기반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로페즈 교수는 [티베트 사자의 서]에 대한 섣부른 해석을 경계한다. 8세기경에 쓰인 이 귀중한 문헌은 당대인들조차 심오한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겨 숨겨둔 책이기 때문이다.

눈, 사기꾼의 눈에 비친 티베트 _ 진위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T. 롭상 람파의 [제3의 눈]은 티베트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로페즈 교수는 티베트학과의 신입생들에게 이 책의 내력을 알려주지 않고 책을 읽어오게 했는데, 학생들은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책보다 현실적인 티베트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로페즈 교수는 [제3의 눈]이 위작임을 입증하는 것에 혈안이 된 학계에 이 책을 달리 볼 것을 주문한다. 비록 티베트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는 했으나, 이 책을 통해 티베트불교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진언, 세상에서 가장 편한 기도 _ 티베트에서 쓰이는 물건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된 물건인 마니차, 즉 ‘옴 마니 빠드메 훔’이 적힌 기도 바퀴는 티베트불교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이를 처음 접한 서구인들은 교리체계도 형식도 불분명한 낯선 종교를 비난하는 잣대로 사용했으며, 현란한 해석을 통해 낯선 종교를 신비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 진언을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호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연꽃 속의 보석’으로 볼 것인가에 맞춰졌지만 모두 이 진언을 제대로 본 것은 아니다. 로페즈 교수는 불교문화권에서 진언을 읊는 것은 불교수행과 교화의 한 방편임에도, 티베트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티베트에 대한 환상에 갇힌 결과라고 지적한다.

미술, 극락정토를 담는 그릇 _ 서구 세계에 비교적 뒤늦게 알려진 티베트미술에 대한 각종 추측과 상상력 넘치는 해석을 살펴보는 것도 티베트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미술사가들에게 티베트미술은 독창성이 없는 복제품에 불과했다. 대신 그림 속에 나타난 신들의 연원, 외부세계의 영향, 티베트인의 의식세계를 밝히는 까다로운 작업에 초점을 맞추며 숭고한 예술작품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 결과 티베트미술은 ‘이국풍의 서양미술’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티베트미술품의 본질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고도의 상징주의 미술이 아니라는 것이 로페즈 교수의 지적이다. 티베트의 도상은 신의 재현이 아닌 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학문, 사기꾼과 학자의 결정적 차이 _ 티베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티베트학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법을 알려주는 학문’과 ‘오랜 기원을 갖는 불교학’이라는 갈림길에 서게 했다. 이러한 측면은 서구에서 티베트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티베트학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되기도 한다. 로페즈 교수는 티베트불교경전의 서구 전래를 비롯해 서구권에 티베트학이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오늘날 미국의 티베트불교학은 부처를 1대 교수로 여기며, 티베트에 대한 환상이 아닌 티베트의 철학, 논리, 해석학, 윤리학, 명상 등을 공부하고 있다. 실제로 티베트사원의 교육과정이 미국 대학교 박사과정의 모델이 되고 있다(티베트사원 교육은 본문 324~27면 참조).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친 이들은 티베트가 가장 위험에 처한 오늘날, 티베트문명의 깊이와 가치를 드러내 보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감옥, 달라이 라마의 꿈과 현실 _ 티베트 신성화의 정점에 선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도 로페즈 교수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어쩌면 달라이 라마는 불교의 보편화, 티베트의 자유, 전세계 티베트 애호가들의 유토피아적 염원을 모두 겨냥한 장기전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달라이 라마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티베트 역사를 살펴볼 때 몽골에 항복한 티베트의 전략은 ‘보호자와 사제’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으며, 오늘날 티베트인이 서구권과 맺고 있는 관계도 이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 티베트의 대사제를 선정할 권한을 가로챘다는 사실에 있다.

부처를 1대 교수로 모시는 사람들,
서구 불교학의 지형도를 그리다


짧은 기간에 티베트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것은 20세기 중반의 티베트의 위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티베트불교학이 ‘그 자체로’ 정식 학문분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1959년에 중국이 티베트정부를 해산하고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함에 따라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티베트의 지도자들이 인접 국가로 망명한 사건인 티베트 디아스포라 이후의 일이다. 티베트어의 해독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동양학자들에게 티베트어는 산스크리트어 문헌의 티베트어 번역본을 읽기 위한, 둔황에서 발견된 방대한 사료들 속의 비중국어 문헌을 읽기 위한 목적일 뿐이었다.
1959년 티베트 디아스포라 이후에야 비로소 티베트 승려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후원을 받아 북미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티베트불교가 미국과 캐나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티베트불교학의 발전과정에서 제프리 홉킨스는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미국 티베트불교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셰 왕걀을 사사했으며, 버지니아 대학교에 부임한 이후 달라이 라마가 직접 선발한 교수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티베트어로 직접 강의하도록 하고, 티베트 사원의 교육과정을 본떠 버지니아 불교학 대학원의 교과과정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겔룩빠 교육과정에서 가장 높은 학위를 받은 사람이 종신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시아 출신의 승려들만으로는 미국 각지의 수요를 채우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듯 서구가 식민주의에서 비롯된 자신들의 과오를 씻고 티베트를 본격적인 학문으로 정립하는 동안 우리는 여전히 티베트인, 티베트 애호가, 티베트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거울로 뒤덮힌 미로에 갇혀 있었는지 모른다. 서구권이 가진 동양문화에 대한 인식이 일천하다고 평가절하하며 그들의 논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탓도 크다. 서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환상, 즉 역사에 근거하지 않는 이상향으로서의 티베트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우리에게 로페즈 교수의 [샹그릴라의 포로들]은 제대로 된 티베트학 교과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_ 환상 속의 티베트불교
감사의 글

서문 _ 티베트를 읽는 7가지 키워드
1장 _ 이름, 라마교와 티베트불교
2장 _ 책, 샹그릴라의 비밀교리
3장 _ 눈, 사기꾼의 눈에 비친 티베트
4장 _ 진언, 세상에서 가장 편한 기도
5장 _ 미술, 극락정토를 담는 그릇
6장 _ 학문, 사기꾼과 학자의 결정적 차이
7장 _ 감옥, 달라이 라마의 꿈과 현실

역자후기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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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환상에 갇힌 서구의 시각을 뒤흔든
티베트학의 현대적 고전


1941년 12월 7일에 이루어진 진주만 폭격과 뒤이은 필리핀 함락 이후, 미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는 저하된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일본의 통치자들이 난공불락의 요지라 자부해온 일본 본토를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 결과가 바로 오늘날 ‘두리틀 공습’(Doolittle Raid)으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1942년 4월 18일, 제임스 두리틀(James Doolittle) 중령이 이끄는 열다섯대의 B-25 폭격기는 미국 항공모함 USS 호닛(Hornet) 호의 갑판에서 이함해 30초 동안 토오꾜오에 폭탄을 투하했고 폭격 이후 서쪽과 남쪽으로 비행해 중국으로 무사히 탈출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공습에 대한 공식발표 직후 폭격기들이 어디서 발진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대규모 미해군 기동함대가 일본에서 불과 몇백 마일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접근해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그는 폭격기들이 샹그릴라에서 날아올랐다고 답했다. 훗날 항공모함 USS 호닛 호는 싼타크루즈섬 해전(海戰)에서 침몰했고 호닛 호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새 항공모함, USS 샹그릴라 호는 1945년 일본을 향해 출항했다. 당시 해군중장 존 매케인(John McCain, 그는 2008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였던 존 매케인 3세의 조부이기도 하다)이 탑승했던 기함, USS 샹그릴라호는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기에 앞서 토오꾜오에 마지막 폭격을 가했다.
이처럼 1940년대의 샹그릴라는 열대의 태양을 만끽하며 커다란 파라솔 밑에 누워 조그만 우산 장식이 꽂힌 음료를 홀짝일 수 있는 머나먼 휴양지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유와 문명의 요새요, 선(善)의 세력의 본거지이자, 포악하고 무질서한 적들의 침입을 막는 장소로 여겨졌다. 만일 ‘샹그릴라’에 본래의 뜻이 있다면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의미는 그 뜻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이 단어에 분명한 애착을 가졌고 이것이 1940년대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을 보면 이 단어에 오랜 역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샹그릴라’라는 이름은 이보다 수년 앞선 1933년,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처음 쓰였다. 이 책은 당시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프랭크 캐프라(Frank Capra) 감독이 1937년에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1939년, 이 책은 페이퍼백으로 출간된 최초의 책이 되었다.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은 세명의 영국인과 한명의 미국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중앙아시아의 교전지역을 벗어나던 중 자신들이 탄 비행기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은 티베트 어딘가에 불시착하고 ‘장’이라는 이름의 중국인이 이끄는 무리에게 구조되어 카라칼 산꼭대기 아래의 푸른달 골짜기로 호송된다. 이들이 머물게 된 샹그릴라 라마사원은 골짜기 바닥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절벽 틈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이 사원이 수세기 동안 티베트 승려들이 거주해오다 결국 버려진 불교사원임을 알게된다. 까뿌친 수도회의 벨기에인 신부 뻬로는 1734년에 이 사원을 재건해 살기 시작한 인물이다. 그는 수십여년에 걸쳐 우연히 푸른달 골짜기로 오게 된 다양한 유럽인 여행자들?영국인, 스페인인, 그리스인, 스웨덴인, 독일인, 러시아인 등?을 새로운 교단에 입회시켜 이 세상의 모든 선하고 진실한 것들을 보존하는 데 전념하게 만든다.
납치된 일행의 리더 격인 콘웨이는 샹그릴라의 도서관에서 이제껏 분실된 것으로 알려진 온갖 귀중한 예술작품과 문학작품들을 발견한다. 그중에는 심지어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쇼뺑의 연습곡
도 있다. 그러나 이 교단에 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무엇보다 그들의 긴 수명이다. 콘웨이가 뻬로 신부를 만났을 때 그는 250세가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또 샹그릴라의 주민들은 약물요법과 호흡수련을 통해 자신들의 수명을 현저하게 늘릴 수 있다.
소설 속 샹그릴라는 티베트에 위치해 있지만 그곳에 진정한 기반을 두고 있진 않다. 샹그릴라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푸른달 골짜기 저 높은 곳에 우뚝 솟아 있다. 사원은 티베트불교를 기반으로 세워졌지만 사원의 건축양식은 유럽식이다. 또 샹그릴라에 사는 사람들, 특히 오랫동안 사원 안쪽에 살아온 사람들은 유럽인이었다가 이제 미국인으로 바뀌었다. 티베트인들은 훨씬 아래쪽에 위치한 골짜기에 산다. 그들은 온화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며 샹그릴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접촉 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
결국 콘웨이는 자신과 동료들이 사실상 납치된 것이며 샹그릴라라 불리는 이 유토피아의 포로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콘웨이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승정 뻬로 신부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선택된다. 뻬로 신부는 거의 모든 문명을 파괴하는 세계대전이 일어날 거라고 예견한다. 전쟁이 끝나면 샹그릴라에 보존된 귀중한 문화유산들은 새로운 르네상스의 토대이자 문명을 부흥시키는 근원이 될 것이다. 콘웨이는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고 샹그릴라에서 도망쳐나오지만 결국 마음을 바꿔 그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서 소설과 영화는 각기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영화는 콘웨이가 몸을 휘청거리며 푸른달 골짜기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이 나지만, 소설은 그가 샹그릴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났다고만 서술할 뿐 돌아가는 데 성공했는지 아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샹그릴라의 포로들]은 1998년 영어로 처음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서양이 티베트에 매혹되어온 역사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쓰인 것이다. 이러한 매혹의 역사는 먼 과거, 즉 [잃어버린 지평선]이 출간되기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올라가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 책은 놀랍게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었다(논란의 대상이 되는 다른 많은 책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티베트와 티베트불교를 둘러싸고 수세기 동안 이어져내려온 다양한 환상을 기록하려는 나의 시도는 일부 사람들에게 티베트불교를 비하하고 티베트 독립이라는 대의를 문제 삼는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내 목적은 이와는 정반대에 있었다. 서문에서 분명히 밝히겠지만,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티베트 독립이라는 대의?티베트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지할 수밖에 없는 대의?가 기본적인 인권, 즉 민족자결권과 문화적?종교적 자유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대의는 결코 티베트 국민의 영적 성취에 달린 것이 아니다. 내 주장은 다음과 같다. 티베트가 상상 속의 공간인 샹그릴라로 여겨지는 한, 티베트가 처한 인간적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동양과 서양, 서양과 동양 사이에 서로에 대한 환상이 오가는 가운데 티베트를 샹그릴라로 보는 유럽의 견해는 근대 이후 아시아에까지 전해졌다. 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더없이 기쁜 이유도 바로 이 점과 관련되어 있다. 이제 한국독자들도 티베트에 대한 서양의 견해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역사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티베트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에까지 영향을 미친 역사적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에 대한 신화는 20세기 동안 지구를 한바퀴 돌아 아시아 그리고 한국에까지 퍼졌다.
오늘날 한국에서 티베트에 대한 견해는 양극단 사이를 오간다. 우선 티베트불교는 한국불교와 비교되어 어딘가 결핍된 종교로 여겨진다. 티베트불교에 쓰이는 강렬한 색채와 분노존들은 원시시대의 잔존물로 여겨지는데, 이는 19세기 빅토리아왕조 시대의 학자들이 주장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부 한국인 승려들은 티베트불교를 불법(dharma)의 타락한 형태로 간주한다. 동시에 한국인들은 티베트인들을 유례없이 영적인 민족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티베트인들이 결코 탐욕과 욕심에 지지 않고, 약초를 이용해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곤궁한 환경에 용감히 맞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묘사 속의 티베트인들은 푸른달 골짜기나 샹그릴라 라마사원에 사는 행복한 주민들과 다를 바가 없다. 2012년 4월 4일자 [법보신문]에는 티베트에서 자살을 하는 경우가 없다는 글이 실렸다. 그러나 당시 분신이나 자살을 통한 자기희생의 물결이 동티베트를 휩쓸고 있었고 이는 곧 중국의 티베트 점령에 대한 절망이 표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글에는 티베트인들에게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그들은 우울해지지도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티베트에서 가장 흔한 여자 이름 중 하나는 문자 그대로 ‘행복’을 뜻하는 ‘데키’(Bde skyid)이다.
이처럼 양극을 오가는 한국 내 티베트에 대한 견해는 거의 한 세기를 거슬러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18년 5월 20일자 [조선불교월보]에서 이능화(李能和, 1869~1943)는 티베트불교를 대체로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그는 선(禪)불교 승려였던 카와구찌 에까이(河口慧海)의 티베트 여행기를 인용해 티베트 승려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강조하고 그들이 섹스와 술, 고기에 탐닉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9년 후인 1927년 1월에 발행된 [불교]를 보면 백성욱(白性郁, 1897~1981)은 한국불교가 티베트불교(또는 그의 표현대로 ‘라마교’)에서 유래했을지도 모른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교가 한반도로 전해진 후 불교사원 내의 온갖 형식과 제도는 점점 더 확실하게 티베트불교의 형식과 제도를 연상시키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들은 그곳에서 왔을지도 모른다."
물리적 세계에서 보면 한국은 아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다. 한편 티베트는 아시아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티베트와 한국은, 적어도 서구의 상상 속에서, 이웃에 있는 국가들 때문에 비교적 왜소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티베트는 인도와 중국에 비해,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약소국으로 여겨져온 것이다. 한편 티베트와 한국은 둘 다 오래되고 유서 깊은 불교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불교전통은 최근까지만 해도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 티베트는 인도불교경전의 보고(寶庫)로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인도불교경전의 경우 산스크리트어 원본이 분실된 후 티베트어 번역본으로 보존되어온 것이다. 한편, 한국도 중국불교경전의 보고로서 중요시되었다. 중국에서 분실된 줄 알았던 불교경전들이 한국에서 판목 위에 아름답게 새겨진 채로 보존되어온 것이다. 티베트와 한국의 불교는 둘 다 비하대상이었다. 티베트불교를 비하한 것은 외부세력인 유럽인들이었다. 이들은 티베트의 불교를 불교의 타락한 형태라고 보았고 적절한 명칭을 얻을 자격조차 없으므로 ‘라마교’라 불려 마땅하다고 여겼다. 한편 한국불교를 비하한 것은 내부세력인 유생(儒生)들이었다. 이들은 불교승려들이 서울의 사대문을 드나드는 것을 금지했다. 티베트와 한국은 20세기 중반에 사회적 대변혁을 겪었다. 티베트는 중국의 침략을 받았고 한국은 6?25전쟁을 겪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후, 두 나라의 상황은 매우 판이하게 달라졌다. 한국, 아니 적어도 남한은 좀처럼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헤쳐나왔다. 그에 반해 티베트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세기 중반 이래로 티베트가 겪은 변화는 주로 상징적인 것으로 티베트는 가장 타락한 형태의 불교가 있는 곳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불교가 있는 곳으로 거듭났다.
티베트와 한국의 지난 한 세기 역사를 돌이켜보면 많은 악마화 작업이 이루어졌고 이 작업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티베트의 경우, 중국인들은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불교를, 티베트인들은 마오 쩌둥(毛澤東) 주석과 공산주의를 악마화한다. 한편 한국의 경우, 북한과 남한이 서로를 악마화한 사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티베트의 경우 악마화는 신성화를 동반해왔다. 나는 이 책 [샹그릴라의 포로들]에서 서양이 티베트불교를 신성화해온 사례들을 소개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이것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행동이며, 악마화된 쪽에도 신성화된 쪽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저자소개

도널드 S.로페즈 주니어(Donald S. Lopez J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2~
출생지 미국 워싱턴 D.C.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2년 워싱턴 D.C.에서 태어났으며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종교학 및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주로 번역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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