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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판 마스터의 소설『빌랄의 거짓말』. 열세 살 인도 소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 소설의 주인공 빌랄은 북인도의 작은 마을에 사는 열세 살 소년이다. 빌랄에게는 암 투병 말기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는 다섯 해 전에 돌아가셨고 형이 하나 있지만 형은 아버지와의 불화로 좀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조국을 사랑하는 한 시민이자 지식인으로서 아버지는 분열 직전에 놓인 인도의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아버지와 형의 반목도 인도 분리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데서 비롯한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분열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2012년 노미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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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분리의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통일 인도의 꿈

인도ㆍ파키스탄 분리사는 우리 현대사와도 너무나 닮아 있다. 인도가 독립하자마자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뉜 것처럼 우리도 1945년의 해방과 함께 남북으로 나뉘었다. 인도는 종교에 따라, 우리는 이념에 따라 나뉘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인도가 분리 과정에서 백만 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된 것처럼 우리 역시 한국전쟁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된 지 벌써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 지역의 종교 갈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간 세 번의 큰 전쟁이 있었고 지금도 국지적인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서로 으르렁대느라 정신없는 지금의 남북한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의 사회적 독서의 유용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립 60주년 행사가 진행되던 어느 날, 허리 굽은 노인이 된 빌랄은 옛 고향을 찾아 그날의 추억에 잠긴다. 그 쓸쓸한 모습은 이산가족 상봉 자리에서 서로 끌어안고 오열하던 우리의 어르신들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진 노인들의 얼굴 너머로 그 옛날 이 땅에도 있었을 소년 빌랄의 얼굴을 본다. 열세 살 인도 소년의 실현되지 않은 꿈은 그렇게 우리에게도 실현되지 않은 꿈으로 남아 있다.

열세 살 인도 소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

소설의 주인공 빌랄은 북인도의 작은 마을에 사는 열세 살 소년이다. 빌랄에게는 암 투병 말기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는 다섯 해 전에 돌아가셨고 형이 하나 있지만 형은 아버지와의 불화로 좀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조국을 사랑하는 한 시민이자 지식인으로서 아버지는 분열 직전에 놓인 인도의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아버지와 형의 반목도 인도 분리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데서 비롯한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분열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빌랄은 인도 분리 계획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아버지의 병세를 더 악화시키리라 생각한다. 고심 끝에 소년은 조국의 현 상황에 대해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한다. 설령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시더라도, 통일 인도의 모습으로 아버지의 기억 속에 남는 게 소년의 바람이었다.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아버지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소년은 생각한 것이다.
빌랄은 거짓말이 탄로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병문안을 오는 마을 사람들을 돌려보내기도 하고 신문을 보고 싶어 하는 아버지를 위해 가짜 신문을 만들기도 한다. 열세 살 소년에게 하나같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죽마고우 세 친구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헤쳐 간다. 빌랄의 애틋한 효심에 마음이 움직인 주변 어른들도 소년의 거짓말에 적극 동참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세처럼 인도의 운명도 시시각각 악화된다. 빌랄이 살던 마을도 불과 두어 달 만에 전쟁터처럼 변한다. 불타 버린 집과 나뒹구는 시체들 사이에서 빌랄의 운명도 위태로워진다. 주변의 이슬람 이웃들은 이미 고향을 떠난 상황이지만 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르는 터에 다른 이웃들처럼 피신할 수도 없다. 그렇게 집에 숨어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던 빌랄의 귀에 인도 분리 계획이 확정됐고 곧 나라를 가로지르는 국경선이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947년 인도ㆍ파키스탄 분리

1947년 8월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수백 년간 이어 온 식민 지배의 종지부를 찍은 감격스러운 독립이었다. 하지만 신생 독립국 인도는 곧바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고 만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이 양국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이다.
종교적 색채에 따라 국경선이 그어졌고 무려 1,4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대이주가 시작됐다. 이슬람교도들은 인도에서 파키스탄으로 향했고 힌두교도들은 그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하나의 나라가 둘로 나뉘는 역사적 격변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졌고 가족과 친구들을 잃었다. 어림잡아 이 과정에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종 테러와 폭력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 추천사

“이르판 마스터는 1947년 북인도의 모습을 풍부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냈다. 그의 책엔 개연성 있는 인물들로 가득하고 그들 모두가 소설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내는 데 성공했다.” - 가디언 The Guardian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에 있었던 인도ㆍ파키스탄 분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관용을 다룬 그 주제는 현대를 사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 북셀러 The Bookseller

“영국의 후기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빼어난 작품이다. 이르판 마스터는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은 작가다.” - 북스 포 킵스 Books for Keeps

“도전적인 그러나 매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 - 데일리메일 Dailymail

“아주 매력적이며 정말 흥미진진한……” - 북백 The Bookbag

프롤로그
몬순의 계절 1
빌랄의 계획
왕자의 방문
크리켓 시합
운명
이웃 마을에서
가짜 신문
닭싸움
흩어지는 친구들
몬순의 계절 2
아버지의 인도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인도ㆍ파키스탄 분리에 대하여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이 또렷해졌다. 아버지는 바깥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떠도는 소문을 무조건 몰라야 한다. 사람들이 최악의 사태를 이야기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었다. 몬순이 한 번 몰아치면 모든 게 바뀐다. 그런 엄청난 상황에 인도가 휘말려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버지가 앞으로 벌어질 진실을 모른 채 눈을 감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아버지에게 인도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인도를 기대하며 숨을 거두실 것이다. 그때 나는 거짓말을 선택했다. - 23쪽, 몬순의 계절 1

그럼 나는 뭔데? 과일 서리 정도는 거짓말할 수 있어. 아버지에게 세상의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나야말로 거짓말 대장이야. 언젠가 초타는 그런 시시한 장난을 그만두겠지만 난 시간이 갈수록 더 뻔뻔하고 지독스레 거짓말을 늘어놓을 거야. 끝내는 진실과 거짓의 차이도 구분 못하게 되겠지. - 111쪽, 크리켓 시합

양쪽 패거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시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우르르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양쪽이 맞닥뜨리자 구경꾼들은 재빨리 흩어졌다. 먼지가 가라앉을 무렵엔 노점상들이 자취를 감췄다. 아직 중간에 그대로 서 있던 몇몇도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보더니 어느 한쪽을 선택해 걸음을 옮겼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선택은 간단했다. 이편이거나 저편이거나, 그도 아니면 겁쟁이였다. - 117쪽, 크리켓 시합

“넌 어떤데, 만지트? 어떻게 생각하는데? 넌 날 알아. 내 이름은 이슬람교도가 아니야. 난 빌랄이야. 그냥 빌랄이라고!” - 257쪽, 흩어지는 친구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인도를 비추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일이면 해는 다른 인도 위로 떠오를 테니까. - 263쪽, 몬순의 계절 2

“빌랄, 우리 아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릴락 말락 했다. 무슨 말인지 들으려고 몸을 기울였다. 아버지의 머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버지…….” “네가 나의 인도란다.” 아버지가 속삭였다. 광장에서 여러 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아버지는 다급하게 공기를 들이마시느라 점점 호흡이 가쁘고 거칠어졌다. 별안간 마지막 숨이 아버지의 입술에서 길게 새어 나왔다. 휘파람처럼 가느다란 숨소리는 그 무엇보다 순수했다. - 283쪽, 아버지의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