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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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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계승범
  • 출판사 : 역사의아침
  • 발행 : 2011년 12월 06일
  • 쪽수 : 30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3119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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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선비들의 본모습, 그리고 그들이 지배한
조선의 실상을 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11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조선 선비, 그 고상한 이미지에 대한 발칙한 검증


선비는 개인으로서는 전인격체의 이상적인 인간상이었으며, 사회적으로는 독점적 지배층이자 유일한 지식인 계층이었고, 정치적으로는 500년 조선왕조의 오랜 실세들이자 주인공들이었다. 따라서 어느 특정 사안만을 드러내어 마치 그것이 선비의 전체 이미지인 것처럼 단정하고 평가해버리면, 선비의 실체를 설명하는 데에는 과장과 왜곡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저자는 선비들이 중요시한 덕목, 유교 이론, 그들의 생활 모습, 그들이 중요시한 가치관, 그들에게 주어진 지위와 직책에 대한 임무 수행 능력, 그리고 그들이 지배한 조선의 실상 등을 종합해 선비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동안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기존의 선비 평가를 뛰어넘어 선비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꾀하고 동시에 500년 동안 조선을 통치한 위정자로서 그들의 모습을 규명하고자 한다.

선비가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좋아질까

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선비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하고 평가했지만 유교적 가치와 덕목을 지키는 것을 지상과제로 하며 살아온 그들을 한 마디로 단언하기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선비를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유교적 지식과 윤리로 무장하고 지배층을 형성한 최고 엘리트 집단, 곧 사대부”로 정의한다. 선비는 곧, “성리학적 가치를 체득하고 실천한 유학자와 그 학생들로 조선시대라는 특정 기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한 특권 지식인 계층”이다. 그러나 이렇게 유교적 가치와 덕목으로 무장하고 경제력과 지식뿐 아니라 정치권력까지 독점한 선비들이 지배한 조선은 가난했으며, 왜란과 호란 동안 국가의 존망이 백척간두에 섰을 정도로 군사력은 약했고, 민심은 조정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선비들은 조선이 당면한 문제들과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그들은 왜란과 호란이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겪었으면서도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와신상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조선의 부국책에도 진정 어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선비들의 지조와 의리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지조와 의리는 선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개념으로 실제로도 조선의 선비들이 목숨보다 중시한 유교 덕목들 중 하나다. 선비들이 의리를 가장 잘 실천한 예로 의병 활동을 꼽을 수 있는데, 저자는 ‘난신적자를 처단하기 위해 일어난’ 의병은 실제로 ‘명나라가 주도하는 중화 질서 혹은 중화 문명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한다. 왜란 때 조선에서 봉기한 의병이 조선에서만이 아니라 명나라에서도 의병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호란 때 삼학사가 죽음까지 불사하며 지키려 했던 지조와 의리 역시 그 본질은 중화 질서였으며, 그 바탕이 되는 유교적 가치였다. 후금을 치기 위한 명나라의 파병 요청을 거부하려는 광해군에게 비변사의 당상관들이 “차라리 전하에게 죄를 범할지언정 천자에게 죄를 범할 수 없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을 풍미한 위정척사 운동에서 선비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 역시 중화에 바탕을 둔 보편적 유교 문명이었다. 이렇게 조선의 선비들이, 조선의 사대부들이 충성을 바치고자 한 궁극의 대상은 조선 왕이 아니라 명나라, 그리고 중국의 천자였다.

선비들이 이야기한 청빈과 안빈낙도 바로 보기

흔히 가난한 선비가 선비의 진정한 기질을 잘 간직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조선이라는 역사적 공간에 실재했던 선비는 대개가, 토지와 노비를 소유하여 특정 직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도 먹고 사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재산가들이었다. 500년 동안 선비들이 조선에서 독점적 지배권을 누릴 수 있었던 까닭도 그들이 노비와 전토를 소유한 재력가였기 때문이다. ‘사림’의 상징으로 알려진 김굉필, 정여창, 김일손, 이황, 이이 등 역시 서울과 지방에 막대한 노비와 전택을 보유한 부호였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선비들이 이야기한 청빈과 안빈낙도는 절대빈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가진 자들만의 유유자적이었으며 그들이 꿈꾼 이상적인 생활방식의 표현이었음을 강조한다.

목차

프롤로그: 선비 천국

1장 역사를 보는 눈
쉽고도 힘든 인물 평가
너무 일방적인 선비 평가
선비정신의 탄생

2장 선비 덕목과 조선 선비의 실상
선비의 조건
지조와 의리
청빈과 안빈낙도
공선후사와 극기복례
조선 선비의 실상

3장 검증된 바 없는 유교 이론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덕치와 교화
상고주의
왕도와 신도
군자와 소인

4장 선비가 꿈꾼 나라, 그들이 만든 나라
차별의 나라: 서얼
또 차별의 나라: 노비
새로운 차별의 나라: 여성
철저한 차별의 나라: 명분
특권층의 나라: 양반
소인배의 나라: 작당
가난한 나라: 곤궁
모화의 나라: 소중화
상복의 나라: 장례와 제사

5장 유교적 선비와 21세기 대한민국
유교사회: 조선 버전의 세계화
트라우마: 식민지 경험
무서운 도박: 유교 부흥 운동
본말전도: 유교자본주의
견강부회: 유교민주주의
소통의 부재: 선비권력의 유산

에필로그: 이제 그만 선비를 역사로 놓아주자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그렇다면 조선 사회가 추구한 선비의 덕목이자 조건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다른 말로, 선비란 어떤 사람이었나? 조선시대의 정리는 이이가 참 선비의 의미로 말한 ‘진유’와 홍대용이 역시 같은 뜻으로 말한 ‘진사’에 잘 드러난다. 곧, 재화에 대한 물질적 욕망을 누르고, 권력에의 탐욕을 배제하고, 덕행과 의리를 존중하는 유교 이념 구현의 인격적 주체로서의 선비를 이상적인 진짜 선비로 규정한 것이다.
(/ p.49)

영남사림파의 종장의 위치에 오른 김종직은 선산과 밀양과 금산 일대에 전답을 보유했으며, 소유한 노비는 그 전답에 따라 사는 외거노비를 제외하고도 뜰에 가득할 정도로 많았다. 정여창도 전택이 서울과 함양과 악양 등지에 널려 있었으며, 소유한 노비도 수백 명에 달할 정도로 부호였다. 김굉필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전택은 서울에 두 채를 비롯해 현풍·성주·야로·성남·미원 등지에 분포했으며, 노비도 그만큼 넓게 산재해 있었다. 김일손의 전택과 노비도 경향 각지에 분포했는데, 가는 곳마다 큰돈을 들여 정사와 누정을 세울 정도로 공고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었다. 조선시대 가장 대표적인 선비라 할 수 있는 이황도 소유 노비가 367명이었으며, 예안·봉화·영천·의령·풍산 등지에 걸쳐 논은 1,166마지기, 밭은 1,787마지기라는 엄청난 규모의 전답을 보유했다. (중략) 그는 굳이 벼슬을 하면서 국가의 봉급을 받을 필요조차 없는 부호였다.
(/ p.68)

이렇듯, 유교 정치 이론의 근간이랄 수 있는 덕치와 교화 이론은 3,000년에 가까운 긴 유교 역사 중에 그 효과가 백일하에 드러난 실례가 없다는 점과 공자와 맹자가 말한 덕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적어도 정치 무대에서는 통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3,000년 동안 검증된 바 없는 이론이라면,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3,000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들어맞지 않는 반증 사례들만 무수한데,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그것이 갑자기 현실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까?
(/ pp.103~104)

조선의 선비들이 국왕을 ‘우습게’ 여긴 이면에는 그들의 사대적事大的·모화적慕華的 문명관도 자리하고 있었다. 조선의 왕은 하늘로부터 직접 권위를 받은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있는 천자라는 대리인을 통해 그 정통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조선의 왕은 하늘과 직접 교통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하늘의 유일한 ‘에이전트’인 명나라의 천자로부터 받는 책봉이 조선에서 정통성의 가장 강력한 요건이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미 앞 장에서 다루었듯이 조선의 사대부들이 충성을 바칠 최종 대상은 자기 나라 왕이 아니라 중국(명)의 천자였던 것이다.
(/ p.118)

이런 정약용조차도 호포제의 실시를 주장했을 뿐, 양반들도 스스로 무기를 갖추고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선비들이 장악한 조선 후기에는 어떤 식의 논의도 실질적인 국방력 강화로 나아갈 수 없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선비가 건설한 조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전혀 없는 나라였다.
(/ p.182)

문제는 조선이었다. 전쟁 당시의 기록을 보면, 언제나 문제는 군량이 없다는 것이었다. 명나라 장수와 병사들이 겪은 어려움 가운데 하나도 조선에서는 은을 주고도 필요한 용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동아시아 전체가 은을 교환화폐로 한 경제권으로 완전히 묶였는데도 오직 한반도의 조선만이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자급자족 농업경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전쟁 당시 조선에는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화폐조차 없었다.
(/ p.201)

위정척사 선비들은 결코 조선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으려 한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조선 그 자체로서의 조선이 아니라 중화의 문명을 간직한 조선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논리는 중국으로부터 전수 받은 보편적 유교 전통의 수호 논리에 지나지 않았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위정척사 선비들이 목숨을 던져 지키고자 한 ‘정’은 중화문물을 계승한 조선이었다.
(/ p.21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
출생지 -
출간도서 6종
판매수 433권

미국 워싱턴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UCLA대 방문연구원 및 고려대 연구교수를 역임하였다. 관심분야는 조선시대 역사와 동아시아 역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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