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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드업 걸

원제 : THE WINDUP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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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다국적 기업들의 탐욕만 남은 영혼을 잃어버린 세계
전 세계를 휩쓴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전염병과 기아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뒤, 인류는 각기 고립된 채 메탄가스와 압축 스프링을 이용한 동력에 의존해 살아간다. 유전자 변형 작물을 이용해 다시 세계를 지배하려는 다국적 기업들과 해수면 상승으로 침몰해 가는 도시를 지키려는 베일에 가려진 타이 왕국. 전염병과 폭력, 음모와 배신으로 가득한 암울한 현실 속에서 앤더슨과 에미코는 세상의 운명이 걸린 위험한 밀애를 시작한다.

망설이지 말고 와인드업 걸이 보여주는 어둡고 복잡한 미래 속으로 빠져들어라_워싱턴포스트
올해 최고의 SF 소설!_퍼블리셔스 위클리


휴고상.네뷸러상을 동시에 석권한 21세기 최고의 작품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유전자 변형의 부작용으로 인한 각종 전염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백 년 후의 미래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 [와인드업 걸]을 통해, 바치갈루피는 선과 악이라는 흔해 빠진 장르 소설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인간과 자연, 팽창과 수축이라는 인류 역사의 오래된 주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장르 소설로는 유일하게 타임지에서 올해의 소설 Top 10에 선정할 정도로 빼어난 문학성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레드셔츠와 옐로우셔츠로 갈라져 각기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격심한 내분을 겪은 태국의 소요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생생한 배경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식량을 무기로 삼은 다국적기업들의 탐욕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전염병과 기아, 극심한 빈부 격차, 인공 생명체와 영혼의 문제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작품 내내 읽는 이의 긴장을 떨어뜨리지 않는 작가의 놀라운 재능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와인드업 걸 에미코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다양한 인물들의 입을 통해 드러내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짧지만 강렬한 직관에서 절정을 이룬다. ‘너무나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인 미래’라는 독자들의 평처럼 [와인드업 걸]이 보여주는 어둡고 복잡한 세계 속을 거닐다 보면 마치 미래의 오늘을 보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의 탐욕으로 부서진 세계에서 살아남은 영혼들
“오늘날 인간은 적응하기를 거부해. 수천 년 동안 환경과 더불어 진화해온 인간성에 매달리면서 정작 그 환경의 순리는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지. 수포녹병은 인간의 환경이야. 시비스코시스, 유전자 변형 바구미, 체셔 고양이도 마찬가지고. 그것들은 적응했어. 자연적으로 진화했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허튼 짓이지. 인간의 환경은 변했다네. 계속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길 바란다면 인간은 진화해야 해. 그걸 거부하면 공룡이나 집고양이의 전철을 밟게 될 테고.”


23세기 무렵.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유전자 변형 작물로 인한 전염병과 화석연료 고갈로 인류는 생존의 극한상황에 내몰린다. 미국이 지배하던 세계 질서는 이미 붕괴되었고, 유럽연합과 중국은 여러 세력으로 갈라져 더 이상 주변국들을 강력한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 생명공학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는 이른바 칼로리 회사라고 불리는 애그리젠, 퍼칼 같은 다국적기업들이 유전자 변형 작물을 이용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식량을 무기로 밀려드는 기업들에게 유일하게 지배당하지 않은 국가는 태국뿐이다. 해수면보다 낮은 수도 방콕은 방벽과 펌프로 간신히 수몰을 면하고 있다. 어린 여왕의 섭정과 무역성, 환경성이 대립하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도 태국은 종자 은행을 보존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국가의 자주권을 지킬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탄소 배출이 엄격하게 규제되기 때문에 인류는 수동으로 감는 스프링을 에너지 저장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킹크스프링을 만드는 공장의 지배인인 앤더슨 레이크는 실은 애그리젠에서 보낸 칼로리맨이다. 각국의 숨겨진 종자 은행을 찾아내고 이를 탈취함으로써 다국적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다. 킹크스프링 설계도를 노리는 중국인 사업가 혹생과 암흑가를 지배하는 덩 로드, 태국의 안전을 지키는 호랑이 짜이디와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부관 깐야. 각자 자기가 속한 집단을 위해 음모와 배신을 거듭하며 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한편 방콕의 한 섹스 클럽에서는 밤마다 기묘한 쇼가 벌어진다. 일본인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와인드업이 수많은 손님들 앞에서 능욕당하는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에미코. 태국에서는 이런 와인드업을 들여오는 것이 불법이다. 에미코는 유전자 조작으로 모공이 아주 작게 만들어져서 피부가 부드럽지만, 그로 인해 체열이 제대로 발산되지 않아 쉽게 과열된다. 어느 날 쇼를 마치고 우연히 앤더슨을 만난 에미코는 북쪽에 해방된 와인드업들의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꿈에 부푼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우기가 가까워질수록 칼로리 회사와 무역성, 환경성의 갈등은 점차 심각해지고, 방콕의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운명의 짓궂은 장난으로 앤더슨과 에미코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본문중에서

“내가 개발한 킹크스프링은 사람 주먹만 한 크기에 1기가 줄의 파워를 담을 수 있다네. 중량 대비 저장률이 현재 시중에 나온 모든 스프링의 네 배에 달하지. 한마디로 혁명적인 에너지 저장 장치라네. 자넨 그걸 내팽개치려는 거야.”
그가 몸을 앞으로 숙이고 덧붙였다.
“가솔린 내연 기관 이후로 이런 동력 장치는 없었다네.”
“생산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죠.”
(/ p.16)

“우린 늘 그런 식으로 발뺌하지. 안 그런가? 칼로리 회사가 어딘가로 진출하면, 우린 모두 뒤로 물러서서 손을 씻지. 아무 책임도 없는 척하면서. 칼로리 회사가 버마 시장에서 소이프로 콩을 철수시키면, 우린 모두 옆으로 비켜서서 지적 재산권 논쟁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변함없이 굶주린다네.”
(/ p.18)

혹생이 들은 소문에 따르면, 체셔 고양이는 어느 칼로리 회사-십중팔구 퍼칼이나 애그리젠-의 중역이 자기 딸의 생일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꼬마 공주가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만큼 컸을 때 주려던 선물이었다.
그날 손님으로 온 아이들이 집에 가져간 새 애완동물은 일반 고양이와 짝짓기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20년 뒤 도깨비 고양이가 모든 대륙에 퍼지자 번식률이 98퍼센트에 이르는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 펠리스 도메스티쿠스(집고양이의 학명-옮긴이)가 지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 p.57)

“네, 저는 부끄럽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신인류가 흔한 교토에서였다. 그곳에서 신인류는 사람들을 잘 보필했고, 때로는 좋은 대접도 받았다. 물론 인간은 아니지만, 이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문화권의 사람들이 에미코를 보고 생각하듯 위협적인 존재도 아니다. 그레어마이트 무리가 신도들에게 멀리하라고 경고하는 악마도 아니고, 숲속 승려들이 주장하듯 지옥에서 불려나온 영혼 없는 괴물도 아니다. 또한 생사를 반복하고 열반을 추구하는 윤회의 고리에서 자신의 자리와 영혼을 찾지 못하는 존재도 아니며, 그린헤드밴드 무리가 믿는 코란에 대한 모욕도 아니다.
일본인들은 현실적이었다. 그들의 고령화 사회에는 다양한 분야에 젊은 일꾼들이 필요했으며, 시험관에서 만들어져 양성소에서 길러진 것이 그들에게는 죄가 아니었다.
(/ p.74)

“그럼 도망가지 그래?”
에미코는 씁쓸하게 미소 짓는다.
“어디로요? 저의 수입 허가 기간은 만료되었어요. 롤리 상의 보호와 인맥이 없으면 화이트셔츠들이 저를 박살낼 거예요.”
남자가 묻는다.
“북쪽으로 달아나지 그래? 거기 사는 와인드업들에게로 말이야.”
“와인드업들이라뇨?”
남자가 빙그레 웃는다.
“롤리가 말해주지 않았나 보군. 고산 지대에 사는 와인드업 부족, 석탄 전쟁에서 도망쳐 온 와인드업들, 해방된 와인드업들에 대해서 말이야.”
(/ p.96)

“할아버지? 어디 아프세요?”
소녀가 혹생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크고 검은 눈으로 쳐다본다.
“목이 마르시다면 우리 엄마가 따뜻한 물을 가져다드릴 거예요.”
혹생은 대답을 하려다 말고 고개만 끄덕이고 돌아선다. 말을 하면 그가 난민이라는 사실을 소녀가 눈치 챌 것이다. 그냥 사람들과 섞이는 게 최선이다. 위조 도장이 찍힌 황색 카드를 가지고 화이트셔츠들과 덩 로드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이곳 사람들이 친절해 보여도 아무도 믿지 않는 게 최선이다. 오늘은 미소 짓는 계집아이가 내일은 돌멩이로 아기의 머리를 찍으려 들 수도 있다.
(/ p.145)

너어. 대기에 직접 노출된 상태에서도 수포녹병과 시비스코시스에 걸리지 않는다. 일본 유전자 변형 바구미와 입말이병에도 내성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장할 리가 없다. 완벽한 작물이다. 애그리젠을 비롯한 모든 칼로리 회사들이 유전자 추출에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재료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줄 과일.
이 나라 어딘가에 종자 은행이 숨어 있다. 수천 개, 어쩌면 수십만 개의 잘 보존된 종자들,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고가 이곳에 있다. 하나하나가 잠재적인 쓸모가 있는 무궁무진한 DNA 사슬. 태국인들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생존 문제의 해답을 이 금광에서 뽑아내고 있다. 태국의 종자 은행을 손에 넣기만 하면 디모인에서 향후 수 세대를 위한 유전자 코드를 캐낼 수 있고, 변종 전염병을 물리칠 수 있다. 조금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 p.173)

해그가 오만상을 짓는다.
“난 그런 불경한 짓에 가담할 생각 없습니다. 작물은 그것이 발생한 곳에서 재배되어야 하고, 거기서 유통되어야 합니다. 이익을 위해 지구를 누비고 다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과거에 한 번 그 길을 걸었고, 그로 인해 파멸했습니다.”
(/ p.185)

그럴 때마다 짜이디는 가슴이 아프다. 무에타이 선수 시절에 그는 딱 한 번 링 위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껏 환경성을 위해 일해 오면서는 수없이 두려웠다. 두려움은 그의 일부이다. 두려움은 환경성의 일부이다. 두렵지 않다면 어째서 국경을 폐쇄하고, 마을을 불태우고, 5만 마리의 닭을 죽여 땅에 묻고 깨끗한 흙으로 덮은 다음 잿물을 흠뻑 뿌렸겠는가? 톤부리 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휩쓸 때, 짜이디와 그의 부하들은 보호 효과도 없는 작은 라이스페이퍼 마스크를 쓰고 조류 시체 더미를 거대한 무덤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는 동안 두려움이 망령처럼 그들 주위를 맴돌았다. 어떻게 그토록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퍼졌을까? 더 퍼질까? 확산 속도가 계속 빨라질까? 결국 이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끝장나는 걸까? 짜이디와 그의 부하들은 30일 동안 격리된 채 죽음을 기다렸으며, 두려움만이 그들의 벗이었다. 짜이디가 일하는 환경성은 눈앞에 닥친 모든 위험을 막아낼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늘 두렵다.
(/ p.248)

“이건 관점의 문제가 아니요. 서양의 선교사들이 이 땅에 처음 발을 들인 이후 당신들은 줄곧 우리를 파멸시키려고 했소. 옛 팽창 시대에 당신네는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했지. 이 나라의 팔다리를 잘라내면서 말이오. 태국 왕들의 지혜와 영도가 없었다면 당신들의 악랄한 공세에 무릎을 꿇고 말았을 거요. 하지만 당신들의 침략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수축 시대가 도래하자, 당신들이 떠받드는 세계 경제로 인해 우리는 굶주리고 고립되어 버렸소.”
그는 앤더슨을 노려보며 덧붙인다.
“그리고 당신들의 칼로리 전염병이 몰아닥쳤지. 그 바람에 하마터면 당신들에게 쌀을 완전히 빼앗길 뻔했지.”
(/ p.297)

“네가 돈을 많이 벌어 북부로 갈 수 있을 때가 되면 알려주마. 하지만 그때까지는 일을 해야 해. 그것도 열심히. 더 이상 까탈 부리면 안 돼. 손님이 널 원하면 언제든 따라 나가. 다시 와서 진기한 놀이를 하고 싶어지게끔 즐겁게 해줘. 이곳에는 진짜 섹스를 제공하는 진짜 아가씨들이 쌔고 쌨어. 네가 북부로 가고 싶다면 그년들보다 더 나은 걸 제공해야 해.”
(/ p.315)

에미코는 짐승이다. 개처럼 비굴하다. 하지만 그가 아무 요구도 하지 않고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 그녀에게서 전혀 다른 와인드업 걸이 나타난다. 살아 있는 보리수처럼 귀하고 드문 존재. 만들어진 DNA의 얽히고설킨 끈들 사이에 갇혀 있는 그녀의 영혼.
앤더슨은 에미코가 진짜 사람이라면 능욕 당하는 그녀를 보고 더 화가 날까 생각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존재, 봉사하도록 설계되고 훈련받은 존재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에미코는 자신의 영혼이 갈등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부분이 그녀 자신의 것이고 어느 부분이 유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늘 봉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인간에게 개처럼 충성해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복종의 DNA? 아니면 단순히 그녀가 받았다는 훈련 탓일까?
(/ p.362)

우리는 살아 있어. 모든 왕국과 나라가 사라지는 동안 우린 살아남았어. 말레이시아가 살육의 아수라장일 때도, 홍콩의 주룽 반도가 물에 잠길 때도, 중국이 분열되고 베트남이 파괴되고 버마가 기아에 허덕일 때도. 미국이 건설한 제국은 더 이상 없어. 유럽 연합은 쪼개지고 갈라졌지. 하지만 우리는 견뎌내고 있고, 심지어 국토를 넓히고 있어. 타이 왕국은 건재해.
(/ p.420)

“사람은 누구나 죽지. 하지만 오늘날 인간은 과거에 매달리기 때문에 죽는다네. 이제 우린 모두 와인드업이 되어야 해. 과거의 인간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수포녹병에 걸리지 않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게 훨씬 쉬워. 앞으로 한 세대만 지나면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거야. 지금의 아이들이 수혜자가 되겠지. 하지만 오늘날 인간은 적응하기를 거부해. 수천 년 동안 환경과 더불어 진화해온 인간성에 매달리면서, 정작 그 환경의 순리는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지.
수포녹병은 인간의 환경이야. 시비스코시스, 유전자 변형 바구미, 체셔 고양이도 마찬가지고. 그것들은 적응했어. 자연적으로 진화했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허튼 짓이지. 인간의 환경은 변했다네. 계속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길 바란다면 인간은 진화해야 해. 그걸 거부하면 공룡이나 집고양이의 전철을 밟게 될 테고. 진화 아니면 죽음. 그게 바로 자연의 순리이거늘, 자네 같은 화이트셔츠들은 필연적인 변화를 막아서려 하고 있어.”
(/ p.474)

지금 확실한 것은 이곳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뿐이다. 어차피 그녀의 영혼은 이 세계로 되돌아올 것이 뻔하다. 잘하면 인간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개나 바퀴벌레로. 무슨 짓을 저지르고 죽건 간에 그것을 또, 다시 또 마주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배신의 대가. 그녀는 자신의 캄마가 마침내 씻길 때까지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지금 자살로 거기서 달아난다면 내생에 더 흉측한 형태로 그것과 마주하게 되리라. 그녀 같은 사람이 달아날 곳은 없다.
(/ p.489)

에미코의 눈에 보석처럼 눈물이 맺힌다. 까니까는 더 열심히 하라고 다그친다. 만약 에미코 안에 매가 있다면, 매가 존재한 적이 있다면, 그 매는 죽어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살거나 날거나 달아나기 위한 매가 아니다. 그저 복종하기 위한 매다. 에미코는 자신의 위치를 새삼 깨닫는다.
밤늦도록 까니까는 복종의 가치를 가르친다. 그러는 동안 에미코는 복종을 갈망하고, 고통과 폭행이 멈추길 갈망하고, 봉사를 갈망하고,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하길 갈망한다. 와인드업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해줄 일이라면 뭐든 하려 든다. 까니까는 웃고 또 웃는다.
(/ p.502)

이 여자는 와인드업일 뿐이다. 인간의 동작을 흉내 내지만, 선을 넘어선 위험한 실험의 산물일 뿐이다. 와인드업.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생물임을 알려주는 딱딱 끊어지는 움직임. 영리한 짐승. 그리고 강한 자극을 받으면 위험해지는 존재.
(/ p.590)

혹생이 시신 밑에서 기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전열을 짜고 메고돈트 무리에게 총을 쏘기 시작한다. 혹생이 보기에는 타마쌋 대학교 학생들 같지만, 그들이 누굴 위해 싸우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자신들이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는 알까?
메고돈트들이 방향을 바꿔 돌진해 온다. 사람들이 길 밖으로 벗어나려고 혹생 쪽으로 몰려든다. 혹생이 그들에게 눌린다. 숨이 막힌다. 혹생이 소리를 지르면서 공간을 만들려고 기를 쓰지만, 밀어대는 힘이 너무 세다. 그가 비명을 지른다. 달아나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무게에 짓눌려 숨을 들이쉴 수가 없다. 메고돈트 한 마리가 그들 쪽으로 돌아선다.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돌진해 오면서, 군중 사이로 치고 들어와 낫이 달린 엄니를 휘두른다. 학생들이 메고돈트 무리에게 기름병을 던지고는 횃불을 빙빙 돌리다가 냅다 던진다.
(/ p.619)

“그렇게 우울해 할 것 없다! 난 유전자 연구 재료로서 난소를 썩 좋아하지 않아. 네 머리카락 한 올이면 충분해. 너를 고칠 수는 없지만 네 자식들-직접 낳은 자식들이 아니라 유전학적 자식들-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게다. 자연계의 일부가 되는 거지.”
에미코의 가슴속에서 심장이 뛴다.
“정말 그럴 수 있나요?”
“물론이지. 널 위해서 해줄 수 있단다.”
노인이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스친다.
“널 위해서 해주마. 더 많은 것들도.”
(/ p.694)

저자소개

파올로 바치갈루피(Paolo Bacigalup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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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상과 네블러 상을 비롯한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함께 받고 있는 인기 작가다. 1972년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사회학 교수인 아버지와 잡지사의 부편집장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히피적 삶을 살았던 부모님과 함께 잠시 히피 공동체에서 살기도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 어머니와 각각 따로 시간을 보내며 이사를 자주 했기 때문에 여러 학교를 다녔다. 학창 시절은 외로웠고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종종 아웃사이더처럼 느꼈다. 대학에서 동아시아 연구를 전공했으며 한자에 매료되어 중국어를 배웠다. 인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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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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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존 스칼지의 [조이 이야기], [휴먼 디비전], [모든 것의 종말]을 비롯해, 파올로 바치갈루피의 [와인드업 걸],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 [포스트 캡틴], [H.M.S. 서프라이즈 호], 팀 세버린의 '바이킹' 시리즈 [오딘의 후예], [의형제], [왕의 남자]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책도 번역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맨날 말썽 대체로 심술 그래도 사랑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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