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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다는 것 : 채운 선생님의 예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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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다른 무엇을 만나 둘을 이루고 열을 이루고 무한이 되는
예술의 세계로 이끄는 유쾌한 초대장


상상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필’이 오는 순간, 냄새 하나로 온몸이 과거의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 사랑에 빠져 온몸이 붕 뜬 듯한 느낌. 이러한 느낌의 순간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생각하고 말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능력이자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고 서로 나누면 열 배, 만 배로 커지고 즐거워지는 것, 그것이 바로 느낌과 예술이다.

[느낀다는 것]은 삶의 중요한 기술인 ‘느낀다’는 말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느낌의 달인’인 예술가들의 삶의 방식을 우리의 일상으로 가져올 것을 제안하는 책이다. 국어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연구공간 수유+너머 남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공부를 해온 저자 채운 선생이 생동감 넘치고 유쾌한 필치로 40여 점의 미술품, 문학, 음악, 만화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 느낌의 세계로, 예술의 향연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현대 문명의 넘치는 자극이 주는 짜릿함이 아니면 일상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외롭고 무력하다고? 그렇다면 철창에 갇힌 ‘원숭이 피터’가 했던 것처럼 열심히 배워 자신을 가뿐하게 넘어 볼 일이다. 사과를 그리기 위해 자신이 알던 사과를 모두 잊어야 했다고 한 ‘세잔’처럼,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계를 버젓이 한 화면에 담은 ‘르네 마그리트’처럼 세계를 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자. 나무와 곤충의 마음을 읽었던 나우시카처럼 세계와 교감하며, 필름을 카메라에 감고 끈질기게 기다렸던 ‘브레송’처럼 애정을 갖고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포착하는 결정적 순간’이 온다. ‘유희왕’이 되어 그 과정을 놀이처럼 즐길 때, 이 세상에 유일한 ‘나만의 쓸모’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감동하고 감동을 주는 존재들이다!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느낌의 풍요로운 의미와 다양한 양상들

자, 숲을 걷는 상상을 해보자. 맑은 공기와 흙 밟는 소리와 새와 벌레가 소곤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도심을 걷는 상상을 해보자. 번쩍거리는 간판, 시끄러운 소리, 각종 냄새…, 숲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느낌의 세계로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초대한다. 몸의 감각을 통한 경험뿐 아니라,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변화가 오는 ‘느낌’이라는 신비한 세계로! 느낀다는 건, 두 세계(사물이든 사람이든)가 만나 전류가 부딪치고 그 결과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사건이다. 우리에게는 느끼는 능력이 있고, 느낌은 매번 다른 빛깔을 띠기 때문에, 우리는 단 한순간도 같지 않은, 생동감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다.

“물론 우리의 머리는 생각합니다. 그게 사실은 다 어제와 같은 거라고요.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제와 다른 방식으로 느낍니다. 생각은 어제의 이것과 오늘의 이것에서 공통점을 뽑아내지만, 느낌은 그 둘에서 차이를 발견합니다.”
(/ p.21)

느낌은 그저 느낌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즉 우리가 아는 것이 느끼는 데 영향을 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준이, 우리의 소망과 의지가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몸이 어떤 상태인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서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진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단지 생각만으로는 위대해질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가 누리는 예술은 느끼는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인 거죠. 우리는 느낍니다. 공기를 느끼고 바람을 느끼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지요. 그래서 우리는 움직입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춤추게 하는 건 ‘느낌’입니다.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 pp.40~41)

저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느낌의 양상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느낀다는 것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근본적인 일인지 설명한다. 움베르토 보초니의 그림「마음의 상태」, 세잔의 ‘사과’ 그림, 고흐의 자화상,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연암 박지원의 글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독자들이 스스로 그 느낌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느낌의 달인에게 배우는 느낌의 기술
- 공감하고 치유하고 변신하고 전달하고 비우고 함께하기


느낀다는 것은 무언가를 알고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예술가들이나 위대한 성인들은 일반인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더 잘 느끼는 사람이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더 많이, 깊이, 잘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다르게 살고 싶어 하고 세상의 변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 느낀다는 것은 무엇일까? ‘느낌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예술가의 특성을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공감, 치유, 변신, 전달, 비움, 우정으로 요약된다. 이 특성들은 특별한 사람의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누구든 연마할 수 있고, 우리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가꾸어 가는 데 중요한 기술이다.
예술가는 만물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공감의 달인이자, 눈에 안 보이는 아주 미세한 징후까지 민감하게 느끼는 치유의 달인이다. 또한 두 세계의 경계에서 서로 다른 세계를 전달하고(전달의 달인), 그 경계를 넘어서 자신과 세상의 변신을 꿈꾼다(변신의 달인). 자기의 시선, 습관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게 스스로를 비우며(비움의 달인) 다른 사람과 느낌을 나눔으로써 소통과 흐름을 만들어내는 우정의 달인이다. 이 여섯 가지 특성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중 변신의 능력과 우정의 능력을 살펴보도록 하자.

“예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을 보면 나비의 신체로, 바다를 보면 파도의 신체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알고 있던 꽃과 바다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우리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꽃과 바다를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르게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를 전과 다르게 변신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 p.76)

이런 변신이 가능하려면 선명한 가치 판단으로 세상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르네 마그리트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빛의 제국]이라는 작품을 통해 고정관념에 얽매인 사람들의 습성에 일침을 가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예술은 바로 이런 느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경계 위에서 이것과 저것이 동시에 느껴질 때,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하나의 판단을 방해할 때, 그때 우리는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예술은 결국 다르게 느끼는 것이고, 다르게 느끼는 연습을 통해 예술가는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형성합니다.”
(/ p.75)

이렇게 형성된 독창적인 세계는 다른 사람과 나눌 때 힘을 갖게 된다. 느끼는 것은 고독한 행위가 아니라 고독을 넘어가는 행위이므로! 감(感)하고 통(通)하는 순간, 1+1=2가 아니라 10도 100도 무한도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느낌과 소통의 위대한 힘이다. 그러므로 예술가가 고독한 존재라는 생각은 오해이다. 그들은 공감과 소통의 위대한 힘을 잘 알 테니까 말이다. 화가, 작가, 음악가들이 함께한 예술가 그룹 ‘플럭서스’가 우정의 달인으로서 예술가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여러 갈래로 흐르는 물줄기들처럼 우연히 만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면서 다양한 예술활동을 펼쳐냈다. 이렇듯 예술가들은 고립된 존재도 아니었고 존재여서도 안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누구나 느낌이 달인이 될 수 있다! ? 잊지 말아야 할 여섯 가지 실천사항

느낌의 달인들이 지닌 구체적인 기술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저자는 ‘네가 느끼는 것을 펼쳐 봐’ 챕터에서 여섯 가지 실천사항을 제안한다.
① 온몸의 레이더를 작동하라 ② 기다려라, 그 순간을 위해! ③ 사랑하라, 후회 없이 ④ 대화가 필요해 ⑤ 유희하라, 웃어라! ⑥ 쓸모없는 쓸모를 만들어라
우선 필요한 건 애정이다. 우리는 아는 만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만큼 본다. 그다음에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사물들의 독특함이 느껴질 때까지. 그러나 그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내게만 찾아올 그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게 온몸에 레이더를 작동해야 한다.

“필이 꽂히는 순간, 나와 세상이 만나는 그 ‘결정적 순간’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필름을 감아 넣고 ‘바로 그 순간’을 기다렸을 브레송처럼, 세상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온몸의 세포들을 다 열어 놓고 열심히 기다리는 자에게만 무언가가 와서 꽂히는 거죠.”
(/ p.116)

이렇게 기다리다 보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만나는 ‘결정적 순간’이 온다. 그 과정에는 자신과의 대화, 다른 사람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사방의 문을 닫은 채 대화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유희’로서의 예술을 즐겨야 한다.

“어린아이와 예술가가 유희의 대가가 될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죠. 유희왕은 ‘진짜/가짜’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재미난 것, 새로운 것, 신기한 것, 다른 것을 찾을 뿐이죠. 유희왕이 제일 싫어하는 건 ‘재미없음’이에요. 예술가는 아주 재미있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 하지만 그 거짓말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사람입니다.”
(/ p.134)

옳고 그름, 일등과 꼴등이 없는 느낌의 세계! 그 속에서 자신의 느낌대로 쓰고, 노래하고, 그리면, 세상에서 누구나 하나뿐인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다고 버림받은 걸 가장 유용하게 만들 수 있다. 버려진 안장으로 [황소 머리]라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 피카소처럼 말이다. 세상의 기준이 정해놓은 ‘쓸모없음’에 상처받지 말고, 내가 꿈꾸는 세상의 쓸모, 나만의 쓸모를 만들어 내자. 그러할 때 느낌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고 우리가 가진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한 권의 화집과 같은 아름다운 책, 다양하고 알찬 정보

케테 콜비츠의 판화 속 농부와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를 나란히 놓고 느낌의 차이를 비교하여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 것처럼, 이 책은 한 권의 화집을 보듯 자연스럽게 느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 구성되었다. 반 고흐, 피카소, 마티스, 세잔 등 잘 알려진 화가의 작품부터 요셉 보이스, 로버트 라우션버그, 움베르토 보초니, 케테 콜비츠 등 조금은 생소한 현대 작가의 작품까지 40여 점의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각 장 끝에 두 미술작품을 비교하며 그 안에서 잘 느끼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세잔과 피카소처럼 보기’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중요성을, ‘재료 속에 숨은 형태 발견하기’에서는 어떤 물질을 만났을 때 발생하는 느낌을 낚아채어 표현하는 방법을, ‘반 고흐적인 배움과 훈련’에서는 막연한 느낌을 ‘다이아몬드’로 빚어내기 위해서는 ‘절차탁마’의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책 말미에 실린 ‘예술가 작은 사전’에서 책 본문에 소개되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 및 사상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한다.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는 십대 청소년들과 삶을 구성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첫 번째 책 [생각한다는 것]은 ‘2009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으로, 출간되자마자 인터넷 서점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2010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되어 청소년을 위한 좋은 철학 입문서로 인정받은 바 있다. 뒤이어 출간된 [탐구한다는 것] 역시 호응을 받으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0 제7차 청소년에게 좋은 책’ ‘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었다.

목차

기획자의 말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느낌의 순간들
느낌의 달인들
네가 느끼는 걸 펼쳐 봐
넌 감동이었어!

예술가 작은 사전

본문중에서

우리가 사는 날들은 매일이 다르고 우리도 매일 조금씩 성장합니다. 그래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지요. 당연히, 어떤 느낌의 순간들이 생겨날지도 알 수 없고요. 그건 좋은 느낌일 수도 나쁜 느낌일 수도 있고, 익숙한 느낌일 수도 낯선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무언가를 느끼면서 세계를 경험하고 타인을 배워 나가는 것이지요.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 그건 바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 p.16)

물론 우리의 머리는 생각합니다. 그게 사실은 다 어제와 같은 거라고요.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제와 다른 방식으로 느낍니다. 생각은 어제의 이것과 오늘의 이것에서 공통점을 뽑아내지만, 느낌은 그 둘에서 차이를 발견합니다. 우리한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단 한 번’뿐인 것처럼, 느낌은 매번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과 마음의 문을 두드리죠.
(/ p.21)

느낀다는 건 앎 이전의 문제, 혹은 앎 밖에 있는 문제입니다. 아는 것과 무관하게, 무언가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거지요. 아는 것만 꽉 움켜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말을 걸어오지 않습니다. 느낀다는 건, 어떤 대상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닐 뿐 아니라 틀릴 수도 있음을 받아들일 때 발휘되는 능력입니다. 아는 걸 잠시 내려놓고 보고 듣고 만질 때, 같은 것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법이거든요.
머리로 아는 사람은 종종 자신이 보는 것과 자신이 있는 자리를 부정하지만, 몸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은 경험은 통해 생각을 수정하고 더 풍요롭게 만들면서 성장합니다.
(/ p.30)

목마른 사람은 물에 세상의 모든 맛이 담겨 있음을 압니다. 배가 고픈 사람은 흰 쌀밥에 최고의 맛이 담겨 있음을 알 거고요.
누군가의 아픔이나 슬픔을 진심으로 느낀 사람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겠지요. 이유를 따지고 논리를 만들기 전에 마음이 먼저 발이 먼저 도달합니다. 가만히 앉아 세상을 구경하려는 자들에게는 어떤 느낌도 오지 않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는 무시한 채 먼 곳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자들에게도요. 잘 느끼는 사람들은 열심히 구하고, 열심히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면 목이 마르고 배도 고프고, 그럴 때 바로 가까이에서 가장 맛있는 물과 밥을 찾게 되는 거죠. 모든 게 다 재미없고 시시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가장 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일지도 모릅니다.
(/ p.48)

느끼는 것은 고독한 행위가 아니라 고독을 넘어가는 행위입니다. 혼자서는 느낄 수도, 통할 수도 없으니까요. 느끼는 것은 다른 것과 만나고, 다른 것을 통과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다른 것이 되는 경험을 하며, 거대한 전체와 한 덩어리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큰 호흡으로 아침 공기를 들이마셔 보세요. 이 계절 전체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사실은 이 우주 전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거랍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숨어드는 사람은, 마치 “난 죽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 p.52)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책을 읽었을 때, 멋진 그림을 봤을 때, 아주 낯선 음악을 들었을 때,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아플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예전의 생각이 다 틀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예전에 알던 세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시시해지기도 하지요. 그 순간이 바로 마음이 감기에 걸린 순간입니다. 아이들이 감기 한번 앓고 날 때마다 쑥쑥 크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를 잘 이겨내면 성숙해지고 조금 더 큰 세계로 나아가게 되지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기술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 p.62)

예술은 나와 함께 느낄 수 있는 자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은 겁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느끼기 위해 무언가를 합니다. 화가는 자신이 본 것을 나누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음악가는 자신이 들은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느끼기 위해 악보를 그립니다. 또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긴 이야기를 늘어놓죠. 자신의 느낌을 아무와도 나누지 않으면 그 느낌은 이내 사라지고 말지만, 사람들과 나누면 그들을 통해 느낌이 배가되고 전달되면서 거대한 세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니 좋은 것일수록 혼자 느끼지 말고 나누세요. 느낌은 붙잡을 수도 없고, 축적할 수도 없고, 소유할 수도 없고, 오로지 나누고 전할 수 있을 뿐입니다.
(/ p.96)

느낌에는 법칙이 없습니다. ‘이렇게 느껴야 올바른 거다’라거나 ‘이렇게 느끼면 틀린 거다’ 같은 정해진 법칙이 없다는 거죠. 오늘 게임을 즐기려면 어제 게임을 잊어야 하듯이, 잘 느끼려면 그저 잘 잊으면 됩니다. 알고 있던 것, 기억하는 것, 전에 느꼈던 것을 담아 두고서는 새로운 걸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느낌은 모방할 수가 없습니다. 친구가 어떤 음악을 듣고 느낀 걸 아무리 따라 하려 해도 따라 할 수가 없는 거죠. 느낌은 자신만의 것이고, 자신이 만들어 내는 능력이며, 세상과 만나는 자신만의 방식입니다.
(/ p.13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0~
출생지 -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3,355권

‘고전비평공간 ‘규문’에서 동서양의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면서 강의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미술사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은 책으로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 [재현이란 무엇인가],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느낀다는 것], [철학을 담은 그림] 등이 있고, 기획하고 함께 쓴 책으로 [고전 톡톡], [인물 톡톡] 등이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인형 놀이를 무척 좋아하는 어린이였습니다. 지금도 손으로 만들고 꾸미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합니다. 대학에서 만화를 공부하고, 졸업한 뒤에는 게임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림 그리고 이야기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해서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나는야, 늙은 5학년], [누가 뭐래도 우리 언니] 같은 책에 그림을 그렸고, [다 내 거야!], [순분 씨네 채소 가게]를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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