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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고은을 주목하는가!

고은의 문학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본격 연구서 『고은이라는 타자』.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시련, 그리고 그에 대한 투쟁과 극복이라는 역사적 전환점과 늘 함께 해온 고은 시인의 시세계를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최근 관심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만인보〉 읽기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전쟁과 4.19 혁명, 군사 쿠데타와 독재정권으로 이어진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제외하고 고은시를 이해하기 어렵듯이, 〈만인보〉는 이 같은 시련의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근대적 주체의 탄생으로 묘사하고자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앞으로 이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심화하여 〈만인보〉의 문학적 의미를 밝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세계는 왜 고은을 주목하는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듭 거론되고 있는 고은 시인과 『만인보』!
그의 문학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본격 연구서!

이 책은 한국 시문학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고은 시인의 시세계를 집중적으로 분석 조명하고 있는 연구서이다. 고은 시인은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시련, 그리고 그에 대한 투쟁과 극복이라는 역사적 전환점과 늘 함께 해왔다. 이는 바로 그의 시가 역사적 보편성을 띠며, 한 시대의 삶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에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도 그의 발언에 주목하게 되고, 그의 시를 다시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고은인가?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그 물음에 대해서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분명한 답을 할 수 있다. 현실사회주의권이 몰락하고 독일이 통일되었으며,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던 시점에 한국문학이 체험했던 놀라운 변화들과 고은의 문학은 상관성을 지닌다. 여전히 지속적으로 변화된 상황을 맞이하여 변하지 않는 열정으로 이 땅 위의 삶에 대해 노래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지금, 여기의 삶이라는 해묵은 질문이 진정으로 무의미한 것인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은의 시를 제외하고는 저 독재시대의 눈물겹던 투쟁의 노래도,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유희와 쇄말적인 언어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들의 시에 대해서 고은은 거울이자, 우리 시대의 타자이며, 시와 정치의 상관성을 외화(外化)하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은의 시쓰기가 최근에 완간된 『만인보』에서 절정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관심과 애착은 그의 산문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최근에 자주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역시 『만인보』와 깊은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의미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많은 연구자들은 시집의 분량과 함께 한 가지 주제를 갖고 수십 년 동안의 시쓰기가 가능했다는 점에 대해 놀라고 있다. 더욱이 작품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움은 『만인보』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가 독립된 세계를 이루고 있으면서 언어적 운치 역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문단적 관심은 이미 여러 차례 곳곳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이 책은 최근 관심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만인보』읽기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전쟁과 4.19 혁명, 군사 쿠데타와 독재정권으로 이어진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제외하고 고은시를 이해하기 어렵듯이, 『만인보』는 이 같은 시련의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근대적 주체의 탄생으로 묘사하고자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물론 저자가 내놓은 하나의 가설이자, 방법론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앞으로 이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심화하여 『만인보』의 문학적 의미를 구명해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고은 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더욱 진지한 연구와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하여 고은 문학의 내면이 드러나고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문학적 접점이 찾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은의 열정과 시쓰기 역시 당분간, 여전히 지속될 것이므로.

1. 『만인보』와 근대적 주체
서론/자기의식과 승인운동/욕망의 존재론/주체의 시학/결론-근대적 주체와 ‘개인의 발 견’
〈보유〉 역사적 진실과 문학적 진실

2. ‘누이콤플렉스’의 극복과정
변화와 동일성/단절과 연속/내면적 근거․1:‘문학적 자기동일성’이라는 개념/내면적 근 거․2:열망의 존재론과 현실주의

3. 시적 진실과 정치적 진실 : 산문집 『우주의 사투리』에 나타난 내면성 연구
서론/제도적 장치로서의 고백/정치적 욕망으로서의 고백/시적욕망과 정치적 욕망/결론

4. ‘고은’이라는 타자
질문의 존재론/새로움의 미학적 근거/자작나무 숲길을 향하여/생성과 변화의 시원/‘고 은’이라는 타자

5. 발견과 여정
고은을 읽는 몇 가지 이유/모순의 보편성에 대해 사유하는 일/상호승인, 혹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하여/길과 폐허의 시, 여전히 불러야 할 노래/유보적 결론

6. 변화와 동일성의 시학 : 1990년대까지 시적 전개과정
초기시 개작의 유형 및 텍스트 선택의 문제/작품의 ‘지속성’과 ‘변화’의 양상/고은 시의 문학사적 의미/결론

7. 등단 50주년의 두 시인 : 고은과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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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살아본 만큼 쓴다’는 논리에 기댈 경우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후보가 거론된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적인 삶과 글쓰기가 세계의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의미있는 상황변화일 수 있다. 고은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어떤 시인,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면 근대한국문학사에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노벨문학상은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 정치적 관점이나 역학관계를 통해서 문학이 완성될 수는 없지 않는가. 오로지 치열한 작가의식과 수준 높은 작품만이 최종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을 통한 지속적인 소통의지만이 가능한 최대치의 정치적 후원 행위라고 할까. 시인 고은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은 오로지 전적으로 고은 문학 자체에 달린 문제이다. 그의 시에 대한 학문적 관심 역시 절대 이와 같은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한원균 〈머리말〉에서

[추천의 말]
한원균 교수의, 고은 시인을 향한 비평적 열망은 매우 뜨겁고 치열한 정신을 동반하고 있다. 한 시인에 대한 비평적 관점은 작품의 내적 구조의 미학 원리를 해명하면서, 동시에 작품이 외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가치의 문제를 놓치지 않는 천칭 감각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비평적 심연과 외연에 대한 천칭과 같은 시선을 한 교수의 비평적 상상력에서 감지할 수 있다. 이 연구서 『고은이라는 타자(他者)』는, 고은이라는 한국 시의 거울 같은 존재의 시적 도정을, 때로는 근대적 주체의 욕망 이론으로, 때로는 존재론적 자아 동일성의 의식지향으로, 변화와 생성의 시원으로서의 미학 원리로 고은 시의 중심의 시적 자장을 밝히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런 비평적 시선은 변화와 역동적인 내적 미학으로 무장되어 있거나, 비평적 해부를 거부하는 침묵과도 같은, 변화무쌍한 미학적 세포로 발산되어 있기도 한 고은 시를, 현미경과 같은 비평 시선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망원경과 같은 상상력의 시력으로 조망하기도 한다. 그는 이 연구서에서 고은 시의 지향이 세계사적 관심으로서의 한반도의 지역성이 세계성으로 확대시켜 나아가는 선험적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김수복(시인,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고은 시의 연구에 첫 발길을 힘차게 내딛은 이후 계속되어 온 연구의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간행하는 한원균 교수의 노력이 있어서 고은의 문학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고은 선생님을 통해서 한원균을 만나고 다시 한원균을 통해서 고은 선생님 시의 깊이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와서 나는 고은 선생님과 만나던 처음의 순간을 떠올려 본다. “너 평생 문학할래?” 첫 대면의 자리에서 30분간의 대화 가운데 세 번에 걸쳐 물어보시던 그 말씀. 세 번째 물음에 “네, 선생님께서 도와주십시오.” 그때 선생님의 눈동자와 나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마주쳤다. 선생님은 내가 문단에 등단하자 크게 기뻐하시고 유리잔에 축배를 들어주시며 “자, 이제 10년을 밀고 나아가라. 그리고 그 뒤에 또다시 10년을 밀고 나아가라!”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돌이켜 내가 시인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 너무 멀다. 그 먼 길에서 나는 다시 한원균을 만나고, 그를 통해 고은 선생님을 다시 만난 것이다. 그의 이번 연구서가 내게 문학의 길에서 만난 운명적 동지처럼 보이는 이유이다.
--김완하(시인.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어떤 일이든 일만 시간을 바치면 그에 통달한다는데, 일만 시간에 또 일만 시간을 바쳤다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그러고도 또 일만 시간을 기꺼이 바치려 한다면 그것은 어떤 경지에 관한 일이 될 수밖에 없겠다. 고은을 붙들고, 고은과 함께, 고은을 통하여 한국문학사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온 한원균의 글이 그 하나의 예가 되지 않겠는가. 20세기 중반에서 현재에 이르는 한국문학사에서 한원균은 ‘고은’이라는 ‘타자’를 발견하면서 ‘질문의 존재론’을 구성한다. 진실과 문학과 역사의 층위를 고루 넘나들며 동일자와 타자, 승인과 파기, 재승인의 숨가쁜 역정을 가로지르는 주체는 한원균의 질문의 존재론을 경유하면서 고은을 넘어, 한국문학사와 우리 자신이 된다.
--김수이(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