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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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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권용선
  • 출판사 : 그린비
  • 발행 : 2009년 12월 07일
  • 쪽수 : 288
  • ISBN : 978897682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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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발터 벤야민과 함께 꿈꾸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법
    '아케이드 프로젝트'로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초대장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통해 동서양 고전의 새로운 독법을 제시해 온 그린비출판사의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 그 열두번째 타이틀로 발터 벤야민 필생의 역작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다시 쓴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출간되었다. 동 시리즈의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를 소개한 바 있는 저자 권용선은 “시작도 끝도 없이 종횡무진 무궁무진한 사유와 상상력을 자랑하는”(저자 소개글)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해 냈다.

    주지하다시피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수많은 인용과 메모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벤야민은 19세기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판타스마고리아― 흔히 ‘환등상’(幻燈像)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환등기를 쏘아 만든 상, 즉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허구적 대상을 지칭하는 비유적 표현이다―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권용선은 그의 이러한 독특한 방법론과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나아가 ‘잠-꿈-깨어남’의 도식을 활용하여 그의 사상 속에 잠재되어 있는 혁명의 가능성을 읽어 냄으로써 ‘주권자로서의 삶’이라는 실천을 모색하고자 한다.

    파편들을 모아 전체를 조망하는 동시에 그 파편들 사이의 ‘빈틈’들을 사유하고자 하는 벤야민의 독특한 ‘인용’ 방식은 영화의 몽타주 혹은 회화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비견된다. 권용선은 이를 “각각의 파편들이 하나의 별처럼 자기를 드러내고, 그들 사이에 관계의 선분이 그어질 때마다 매번 하나의 별자리가 만들어지도록 배열하는 것”(본문 85쪽)에 비유한다. 이러한 ‘별자리 그리기’야말로 벤야민이 19세기 파리라는 시공간을 표현하는 최상의 형식이자, 그가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읽어 주기 바랐던 방식일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무수히 많은 독해 가능성 중 하나’를 맛보는 동시에 자신만의 벤야민 읽기 방법을 계발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은 벤야민의 사상을 처음 만나는 데 있어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특히 벤야민의 저술들이 처음 읽기에 그리 녹록치 않다는 중평(?)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거나 도전을 했다가 번번이 좌절했던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은 벤야민에 흠뻑 빠진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벤야민으로의 초대장이자, 저자가 함께 열어 주는 벤야민으로 통하는 문이다.

    발터 벤야민, 그 무엇이기도 하고 그 누구이기도 한 사람

    문예비평가? 역사학자? 혹은 정치철학자? 그를 무엇이라고 부르든 어느 정도는 옳고 어느 정도는 그를 것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음에도 그 무엇도 되지 않았던 애매한 혹은 탁월한 위치 감각의 소유자 발터 벤야민. 저자는 그를 ‘어디에도 자리 잡지 못하고 우울하게 살다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대인 지식인’이라는 기존의 암울한 이미지에서 탈피시켜, 끊임없이 위치를 이동하고 시선을 바꾸며 자유롭게 공간을 만들어 내는 ‘파괴적’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그렇기에 벤야민은 어디에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는 존재였다. 그는 철학, 문학, 역사학, 신학, 문화연구 등 다양한 분야를 (무)의식적으로 넘나들며 자신의 사유를 펼쳤고, 수많은 동시대인들의 시선 속으로 자신을 던져 세계를 바라보았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지성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발터 벤야민이라는 인물의 걸출한 특징이자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 그리고 그의 저작들을 읽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렇듯 끊임없이 동시대인들의 시선 속으로 자기 자신을 투영했던 벤야민 안에는, 그리고 '아케이드 프로젝트' 안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웅성거리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자는 곳곳에서 그들의 공명 지점을 찾아낸다. 예컨대 ‘소비에트 혁명의 현현지’ 모스크바를 여행하는 벤야민의 무사심한 시선은 ‘성스러운 기적의 나라’ 유럽을 여행하며 물신숭배와 부르주아의 속물근성을 읽어 낸 도스토예프스키의 사물 인식 태도와 통한다(40~54쪽 참조). “서사극은 줄거리를 전개시키기보다는 상황을 묘사해야 된다. 그리고 서사극은 줄거리를 중단함으로써 그러한 상황을 갖게 된다”라는 브레히트의 말은 ‘변증법적 이미지’라는 벤야민의 인식론·방법론과 궤를 같이하며(165~166쪽 참조), 과거와 현재의 변증법적 대화 속에 미래의 이미지를 획득하는 ‘무의지적 기억’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벤야민과 프루스트 사이의 친연성을 엿볼 수 있다(234~256쪽 참조). 이 외에도 보들레르, 맑스, 푸리에, 카프카, 루카치, 르코르뷔지에, 베르그손, 에드거 앨런 포 등 수많은 이들이 벤야민의 사유 속에서 제각기 빛을 발하고 있다.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그 자신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들에게서 쥐어 짜낸 것”이라는 벤야민 자신의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파괴적 성격’의 표상인 벤야민에게는 기존의 글쓰기 형식마저도 대결의 대상이 된다. “틀에 맞춰진 글쓰기만으로는 새로운 종류의 사유를 표현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에게 새로운 종류의 글쓰기를 실험하고 창안하는 문제, 즉 어떻게 말할 것인가의 문제는 무엇에 대해 말할 것인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된다”(91쪽).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독특한 형식도, “단 한 줄도 이해할 수 없다”는 혹평을 받으며 반려당한 박사학위 논문의 난해함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벤야민은 더 이상 불행하고 우울한 인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벽이나 산과 마주치는 곳에서조차 하나의 길을 보는 사람”, 진정으로 자유로운 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판타스마고리아, 그 속에서 꿈을 꾸고 깨어난다는 것

    ‘모더니티의 수도’인 파리에 세워진 아케이드들은 물건이 사고 팔리기만 하는 단순한 상점가가 아니었다. 19세기 자본주의의 원-현상들이 다양하게 수집되어 있는 그곳은 그 자체로 “그 시대의 자본과 문화, 정치, 사회적 풍속 등을 읽어 낼 수 있는 밀도 높은 자료의 더미들”이었다. 바로 여기서 상품은 본격적으로 그 물신적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예술조차도 귀족 후원자들의 손에서 벗어나 상품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더하여 아케이드 그 자체를 즐기는 군중들의 태도는 자본주의가 경제적 차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전유되었음을 보여 주는 징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9세기에 만들어진 문명의 창조물들, 예컨대 아케이드, 만국박람회, 부르주아의 실내 공간 등은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결합된 사물의 형태로 나타나며, 현실을 가리는 베일의 역할을 하는 판타스마고리아를 만들어 낸다(73~74쪽). 이러한 판타스마고리아 속에서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용어를 빌리자면) ‘생산하는 욕망’을 찾아볼 수 없다. 소비문화를 향한 열광 속에서 사람들은 자본과 권력이 만들어 낸 욕망만을 욕망하게 되는 것이다. “파리의 모든 거리를 유리 지붕으로 덮으려 한다고 들었어. 그렇게 하면 아름다운 온실이 되겠지. 그러면 우리는 안에서 멜론처럼 살 거야”('아케이드 프로젝트'의 [A 10,3] 항목)라는 벤야민의 인용은 아케이드와 그 시대가 제공하는 만들어진 욕망과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통렬하고도 섬뜩한 비유이다.

    하지만 벤야민이 이러한 현상 그 자체의 분석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무엇보다도 주목하는 것은 벤야민이 암시하고 지향하는 ‘각성의 가능성’이다. 분명 아케이드는 ‘그 시대인들의 꿈(환상)의 집’이었지만, 우리는 꿈이란 곧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예비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꿈은 현실을 왜곡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왜곡된 이미지 속에는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 ‘혁명을 위한 에너지’가 꿈틀대고 있다. 따라서 벤야민에게는 “잠을 자고 꿈을 꾸고 꿈에서 깨어나는 활동은 ‘각성’과 혁명의 실천을 위해 반드시 경험해야 할 중요한 삶의(혹은 역사의) 과정이 된다”(76쪽). 꿈 없이는 각성도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역사 기술은 깨어나는 것[각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른 것은 일절 다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19세기로부터의 각성을 다룰 것이다”('아케이드 프로젝트'의 [N 4,3] 항목)라는 벤야민의 선언은 개인의 인식론적 성숙과 삶의 비약, 집단의 혁명적 의지를 추동하고자 한 실천적 표지였던 셈이다.

    세계를 얻기 위해 자신의 본질로서 행위하는 ‘주권자’ 되기

    자본주의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던 19세기라는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세 개의 집단이 있다. 거리를 수놓은 ‘군중’들은 도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고, ‘산책자’는 그들의 일부이자 외부로서 도시에 이질성과 개성을 부여했다. 한편 ‘프롤레타리아’는 계급성의 자각과 소비자로의 투항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했다. 경제적 산업화, 그리고 정치적 혁명과 반동의 경합이라는 거대한 동력들이 교차하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의 프랑스 역사 속에서 이 집단들의 존재는 ‘집단 수면’에서 깨어나 ‘집단 각성’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벤야민에게 흥미로운, 아니 절실한 분석 대상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벤야민의 사유 속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면모와 의의를 세밀히 분석한다.

    그 중에서도 프롤레타리아는 혁명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계급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시기에 프롤레타리아가 어떤 허위의식 속에서 자신의 계급성을 망각하게 되는지, 생산자로서의 노동자가 어떻게 소비자로 훈련받게 되고 그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곧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이었던 것이다. 벤야민에게 프롤레타리아는 “한편으로는 여전히 시대의 잠 속에 한 발을 담그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발은 자신의 계급성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되는 각성의 순간을 향해 내딛고 있었”(213쪽)던 존재, 즉 ‘꿈에서 막 깨어난 존재’였다. 자신을 소외시키는,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를 자기화하는 허위의식을 타파하고 사적 소유의 지양을 통해 모든 감각의 해방과 새로운 문화의 창조에 기여하는 프롤레타리아트, 이들은 곧 “하나의 세계를 얻기 위해 자신의 본질로서 행위하는 자인 것이다”(233쪽).

    이러한 벤야민의 사유들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주는 실천적 영감은 과연 무엇일까? 계급 담론에 대한 이야기가 해묵은 것이 되었다는 수사조차도 해묵은 것으로 취급해 버리는 이 시대에 ‘프롤레타리아’ 운운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로 하여금 자본주의 사회의 교환적 관계가 문화 일반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케 하고 그로부터 ‘주권자’로서의 자기 자신을 회복하려는 주체적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 이는 “하나의 세계를 얻기 위해 자신의 본질로서 행위하는 자”로서는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권용선은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미몽이 아닌, 스스로가 구성하는 꿈을 꾸는 자, 그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자를 벤야민은 혹은 우리는 ‘주권자’라고 부른다. 주권자는 ‘투쟁하는 피지배계급 자신’의 다른 이름이다”(272쪽).

    철저한 역사 인식에 기초해 정립한 ‘가장 객관적인 당파성’을 근거로, ‘가장 세밀한 파편’들을 무기로 하여 세계와 역사를 새롭게 구축해 낸 책, 그리고 그것을 통해 시대의 각성과 혁명을 이야기하는 책 '아케이드 프로젝트'야말로 어쩌면 ‘가장 혁명적인 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그러한 혁명적인 책의 매뉴얼이자 그로부터 파생된 또 하나의 혁명적 무기로서 독자들과 만나고자 한다.

    목차

    머리에

    1장 여행의 명수, 혹은 사방으로 펼쳐진 책들의 저자

    1 _ 어두운 시대의 우울한 사람?
    2 _ 파괴적 성격 혹은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사나이
    3_ 여행의 명수, 세계를 기록하다

    2장 세계의 파편들로 사유의 식탁을 차리는 방법

    1_ 아케이드 프로젝트, 완결되기를 거부한 책
    2_ 두 개의 개요
    3_ 방법의 창안

    3장 판타스마고리아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_ 상품들의 신전과 꿈꾸는 실내
    2_ 미디어, 복제기술의 승리와 혁명의 기표들
    3_ 군중·산책자·프롤레타리아트

    4장 이것은 역사가 아니다?

    1_ 왜 1848년인가
    2_ 무의지적 기억과 각성의 방식들
    3_ 집단의 기억 혹은 ‘역사’ 개념에 관하여

    부록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원목차
    이 책에서 참고한 글의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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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중에서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두꺼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벤야민을 상상한다. 글자 상자 속에 손을 넣어 낱말이 적힌 종이를 꺼내 드는 아이처럼, 하나의 문장을 만나기 위해 그는 수도 없이 파리의 국립도서관 장서들 틈으로 손을 밀어 넣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마다 그는 자기 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무한한 희망들을 보았을지도 모른다.……이 책은 벤야민의 사유와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읽어 내는 가능한 독해 중 하나, 그것을 즐기는 놀이의 한 방식일 뿐이다. 어떤 항목, 어떤 개념을 손에 쥐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서사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놀이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고, 나는 그 가능성들 중 하나를 내 자신의 문장으로 다시 ‘번역’해 내는 방식으로 그의 놀이에 동참하고 싶었다.
    (책머리에/ p.6)

    그가 특별한 존재인 이유는 그가 그 무엇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들에 대한 빛나는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도 되지 않았던(하지만 때로는 될 수 없었던) 그의 선택, 혹은 탁월한 위치 감각에 있다. 그는 어느 하나의 장소 혹은 위치를 점유함으로써 영향력 있는 지식의 권력자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끊임없이 위치 이동하고 시선의 위치를 바꾸며 글쓰기의 패턴을 교정하면서 매번 다른 것들을 만들어 냈다. 그가 원했던 것은 분류 불가능한 것들의 존재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1장 여행의 명수, 혹은 사방으로 펼쳐진 책들의 저자/ p.20)

    참을 수 없는 세계란 어떤 것인가. 불편과 부당, 폭력이 만연하는 세계 혹은 차별과 빈곤과 착취로 얼룩진 세계 물론 이런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가리는 세련된 판타스마고리아의 세계에서 배짱 좋게 잠자는 일이 아닐까. …… 반복되는 삶의 패턴들 속에서 사유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조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아무것도 사유할 수 없는 상태를 사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그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출구는 그때 만들어진다.
    (3장 판타스마고리아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pp.167~16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태어나서 40여 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즐겨 탐닉했고,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은 문학 자체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식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깨닫고 역사와 철학의 세계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친구들과 공동체를 실험하며 삼십 대를 보낸 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발동하여 미국으로 이주, 지금은 동부의 작은 도시에 살면서 인종과 계급, 여성, 언어 등에 대한 생각을 넓혀 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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