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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문화 산책 : 신윤환의 동남아 깊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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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동남아시아 하면 이주노동자, 저개발국가, 저렴한 여행지를 떠올리며 약소국·후진국 따위로 치부하기 십상이지만 정작 동남아인들은 한국인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느낀다.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9퍼센트만 행복하다 대답한 반면, 베트남은 49퍼센트, 필리핀은 38퍼센트, 인도네시아는 20퍼센트가 행복하다고 한다. 2008년 한국의 자가주택비율은 5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탁월한 복지정책 덕분에 싱가포르는 그 비율이 95퍼센트에 육박한다. 해묵은 영호남의 지역감정과 수도권과 지방의 ‘신(新)지역감정’으로 사회분열증을 겪는 한국과 달리 수많은 종족·언어·종교가 뒤섞여 있지만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동남아시아의 힘. 우리가 몰랐던 그 힘의 연원을 찾아, 25년간 동남아 연구에 천착해온 필자는 우리를 친절하면서도 깊이있는 문화여행으로 안내한다.

    동남아 사람들이 지닌 특유의 ‘끈기’
    내로라하는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대까지 유학한 필자는 왜 동남아 연구에 25년째 진력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동남아의 매력을 국민총생산(GDP) 같은 거시적 지표에서 드러나지 않는 동남아 특유의 ‘부치는 힘’으로 설명한다. 이는 여유와 배짱 같은 것인데 이는 특히 동남아시장의 흥정과정에서 발견된다. 흥정에서 상인이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고 화를 낸다든지 덜렁 사면 안된다. 이렇게 시작된 흥정은 상품의 장단점, 얽힌 사연 심지어는 개인적 처지의 토로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이런 ‘포괄적’ 흥정을 거치면 가격이 내려가고 서로의 이해도는 높아진다. 결국 서로가 더이상 인간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없을 때 ‘인간적’ 가격이 결정된다. 이처럼 동남아인들이 발산하는 ‘끈기’의 힘은 시장과 경제영역뿐 아니라 일상적인 인간관계나 전반적인 사회체계, 나아가 정치영역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동남아문화의 정수다.

    ‘신성한 권력’의 역설적인 힘
    2006년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청렴지수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을 뺀 모든 동남아국가들은 바닥권을 기록했다. 이같은 후진적인 동남아의 정치문화는 어디서 기원하는 것일까. 필자는 식민지유산이나 종속적 개발독재 때문이라는 기존의 정치경제적 설명을 넘어 ‘신성한 권력’이라는 동남아 특유의 국가 관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동남아에서 왕은 신과 같은 ‘반신(半神)적’ 존재로 간주된다. 이는 신을 ‘대신’하는 서구적 왕권신수설의 관념을 넘어선다. 이는 신왕(神王)이 ‘직접’ 백성을 다스림을 의미하고 왕권에 도전하는 반역행위는 신성모독으로 잔인하게 처벌된다. 이처럼 권력자가 신처럼 절대적 힘을 소유했다는 인식은 현 권력자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을 낳았고 이것이 동남아가 아직도 후진적 정치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라고 필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신성한 권력’은 뒤집어 생각하면 통합의 기점이기도 한다. 물론 역사적으로 절대왕권 관념은 잦은 전쟁을 야기했으나 과거의 전쟁은 왕과 일부 지배층 교체 정도에 머물렀고 오히려 질서와 평화의 빠른 회복이 완전무결한 왕권의 시금석으로 간주됐다. 그래서 ‘신성한 권력’의 관념은 역설적이게도 잦은 국가권력간 다툼이 일반 백성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게 막는 방어막 역할을 했다. 킬링필드 같은 찬혹한 민간 대학살은 근대 이후 서구제국주의의 교활한 분할통치가 낳은 참극이었을 뿐이다.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동남아여성들의 힘
    여성의 권리는 근대에 이르러서야 신장됐다고 익히 배웠지만 이는 서구중심적 역사 서술의 기준에서만 맞다. 동남아는 근대 이전부터 남녀가 평등했으며 어떤 영역에서는 여성의 힘이 더 강하기까지 했다. 서양의 보편종교가 이식되기 전까지는 금녀(禁女)의 영역이라 불리는 성직조차도 여성이 독점하다시피 할 정도였다. 정치·외교 부문에서도 여성의 힘은 강한 편이다. 필리핀의 아끼노와 아로요, 인도네시아의 메가와띠 같은 여성대통령과 버마 민주화투쟁의 중심인 아웅산수찌여사가 이를 방증한다. 친족·가족제도에서도 동남아는 오래전부터 양성평등적이었다. 부모의 양쪽 친족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양변적 친족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재산도 아들딸에게 공평하게 상속되며 결혼·이혼에서도 남녀가 모두 자유롭다.
    동남아는 어떻게 하여 여성차별적인 동북아, 서양사회와는 다른 경로를 걷게 되었을까. 필자는 먼저 경제기반의 여성 친화성을 지적한다. 과거 국가경제의 중추이던 논농사는 거의 여성이 담당했고 이는 자연스레 권력의 기반인 경제력 확보로 이어졌다. 19세기부터 시작된 근대화도 남성노동력이 필수인 제조업보다 여성에게 유리한 써비스업이 주도했다. 이는 기존 전통시장에서 흥정에 능숙한 여성들에게 유리했고, 타협이 중요한 정치·외교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는 문화적 해석을 필자는 내놓는다.

    동아시아공동체를 꿈꾸며
    유사한 역사경험(식민지, 내전, 빈곤에서 경제발전 등)과 최근의 한류는 동남아시아와 한국이 동아시아공동체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반자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매춘관광과 현지 기업들의 노동자 착취 그리고 베트남전쟁에서 가해자로서의 진정한 사과의 결여, 한국내 이주노동자 차별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필자는 이런 문제의 근원에는 우리네 인식이 강대국과 동북아중심주의에만 쏠려 있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일침을 가한다.
    특히 미·중·일 관계에만 시야가 한정되어 강대국에 의존하는 외교안보체제보다 협력과 평화를 추구하는 다자주의적 평화안보체제의 확립을 주장한다. 즉 한국이 중간국가(middle power)가 되어 힘의 균형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방국들과 대등한 관계의 유지가 가능한 다자주의적 안보체제가 구축되면 '한국-아세안(ASEAN)' 연대는 외교적 힘의 한축을 차지할 수 있다. 이처럼 필자는 평화적인 ‘동아시아공동체’ 건설에 동참할 것을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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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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