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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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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임범
  • 출판사 : 씨네21
  • 발행 : 2008년 10월 31일
  • 쪽수 : 256
  • ISBN : 978899320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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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해석 고우영을 읽다

    1장 개관론의 필자 임범은 60-70년대 당시의 만화계를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 당시를 싸워오면서도 자신은 버텼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의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품 읽기의 김낙호는 고우영 캐릭터의 매력을 ‘인간적인 약점이 있는’, ‘사연이 있는’, ‘그림체의 매력’으로 꼽는다. ‘고전 읽기’의 이상수는 고우영의 ‘파격적인 고전 해석’을 고전들과 비교해 가며 고우영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의협정신을 살펴본다. 이명석은 여러 작품들을 통해 드러난 고우영의 다양한 취미활동과 작업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박인하는 1970-80년대의 고우영 스포츠 신문만화가 연재되던 당시의 한국사회의 여러 사건들과 대중문화 풍경을 다루며 ‘고우영과 시대’를 풀어나간다.

    전시 고우영 만화:네버 엔딩 스토리

    작가 주재환은 고우영의 해학에 반응해 정치권력의 속성을 꼬집고, 윤동천은 ‘유머’로 현실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고, 강경구는 수묵화과 글로 <열국지>에 대한 얘기를 풀어가며, 피아송은 고우영 만화를 재구성해 사운드와 스토리를 입힌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다. 이순종은 고우영의 여성적인 캐릭터들로 벽화 작업을 하고, 김홍준은 고우영 연출작 <가루지기>를 익살스런 단편으로 다시 만든다. 프로젝트 그룹 잼·홀릭은 시대와 얽힌 부분을 확대해, 고우영 만화가 얽어낸 시대의 속살을 해석하려 한다. 고영일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만화가로서의 삶을 다룬다. 홍승우는 ‘고우영’을 만화로 다시 추모한다.

    연대기 고우영 이야기

    한때 소설가가 되려고도 했던 고우영의 유머와 깊이가 있는 자필 원고들과 가족, 지인들의 그에 대한 인터뷰를 연대기 순으로 엮었다. 그의 작품과 인생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또 작품의 뒷배경과 일화들을 제공한다.

    아! 내 마음 속의 고우영
    지난 8월 만화가 최초로 미술관에서 열린 ‘고우영 만화: 네버 엔딩 스토리’ 전시가 열린 대학로에는 장마로 인해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로 인해 보행마저 어려운 거리에는 인적이 끊긴 상태. 그 빗속을 뚫고 흠뻑 젖은 옷을 털며 한 아저씨가 전시장에 들어오셨다. 평소 미술관에는 그리 발길을 않는 듯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고우영의 작품들을 살펴보셨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작품들을 대하자 얼굴엔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운 미소가 감돌았다. 그런 악천후에 그를 전시장으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54년 <쥐돌이>로 데뷔한 이래, 2004년 타계할 때까지 <임꺽정><수호지><삼국지><일지매> 등 우리는 수많은 그의 작품과 함께 웃고 울었다. 이 책에 참여해주신 많은 만화 평론가, 문화 평론가, 미술 작가, 만화가, 영화감독 들은 모두 고우영 팬을 자처하며 비평가로서의 엄격함 속에서도 팬심(?)을 숨기지 못했다. 30대, 40대, 50대, 60대의 서로 다른 시공간의 추억 속에 고우영은 공통분모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 책은 어쩌면 작가론이기보다는 ‘팬북’일지도 모른다. 아직 고우영은 현재 진행 중인 뜨거운 작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전시장에 부모님 손을 잡은 초등학생들이 들어온다. 아버지 세대가 즐겨보던 만화를 이제 그 아들 세대가 이어서 본다. 유머와 해학으로 인간 군상에 대한 애정과 삶의 질펀함을 이야기하던 그의 수사는 70년대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 고우영과 만화가 고우영
    이 책에 참여하기도 한 젊은 만화가 고영일의 작품 제목은 ‘한국사회에서 만화가로 산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다지만 이십년 전 삼십 년 전 고우영의 시대는 더욱 그랬다. 한 원로 만화가는 당시 만화가들이 모여서 까뮈 얘기를 하는데, 옆 자리에 앉은 취객이 “만화가 주제에 무슨 까뮈냐”고 시비를 걸어왔던 일화를 전하며 웃는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대중과 호흡하며 만화에 대한 시각을 바꾼 고우영의 지난 삶은 투쟁이었다. 이삼십 년을 매일같이 심문의 ‘운동장’만한 지면을 메꾸며, 알래스카, 사하라 사막을 누비고, 91센티미터나 되는 잉어와 한판을 벌이고 복싱시합을 하는 가 하면 십이 년간 거의 애꾸로 지내고, 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매일 같이 출근해 일을 하던, 나의 육십을 넘기고도 좀 더 견문을 쌓아야겠다고, 만화가는 늙어서도 뛸 수 있다고 다짐하던 그의 삶의 뜨거움. 작품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의, 치열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던 작가로서의 삶의 이야기 또한 풍요롭게 담겨 있다. (3장)

    “만화 단행본 한 권을 완성하고 출판사로 수금을 나가는데 아내가 새끼줄에 꿰인 연탄, 그것도 단 한 장을 달랑 들고 오다가 마주치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비록 얄팍하나마 원고료를 받은 즉시 집으로 달려와야 옳았을 사람이 인천 부둣가에는 왜 서있었을까? 차가운 5홉들이 소주병을 나팔 불며, 넋 나간 듯이 어두운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송이는 무엇 때문에 쳐다보고 있었을까?” (/ p.178)

    인문, 문화, 예술 등 다각도로 접근한 작품론
    그의 다양한 삶의 역정 만큼이나 그의 작품의 자장 역시 폭넓다. 소년용 모험 만화인 <대야망>이 있는가 하면, 성인만화의 문을 열었던 <임꺽정> <수호지>, 독특한 고전 해석으로 새로운 고전이 된 <삼국지>, 에로물 <가루지기>, 여행만화, 스포츠만화, 자전적 일상을 다룬 <무지개>, 창작극 <일지매> 등 소재의 폭이 넓을 뿐 아니라, 유려하면서도 독특한 그림체, 캐릭터로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시각, 현실과 사회, 역사에 대한 인식 등 인문, 예술적 폭 또한 넓고 깊다. 이에 골프, 낚시, 만화, 자동차, 야구, 권투, 여행,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그의 ‘메타장르’적 삶처럼, 미술, 역사, 사회인식, 대중문화 등 작품 또한 다양한 장르에서 접근한 작품론, 작가론이다. (1, 2장)

    “고우영 수호지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만화가 아니었다. 거기에는 부조리한 사회와 인간의 축축하고 노골적인 욕망이 배경을 이루고 있었고,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몸부림치는 벌거벗은 인간들의 사악한 음모와 간교, 너절한 배반과 씁쓸한 좌절, 고혹적인 섹스와 잔혹한 폭력이 화면을 메우고 있었다. 그건 적나라한 어른들의 세계였다. 아직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않았던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진검 승부의 금지된 지식과 금지된 쾌락이 있었다. 한국에서 새로운 장르의 만화는 그렇게 탄생하고 있었다.” (/ p.45)

    목차

    해석 고우영을 읽다
    인간 고우영과 만화가 고우영 - 임범
    진득한 인간사의 해학:고우영 작품 읽기 - 김낙호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의협의 세계관:고우영 고전 읽기 - 이상수
    항상 어린 아이 같이:골프, 낚시, 사냥 등 유희인간 고우영 -이명석
    7080 대중문화 풍경과 고우영 스포츠 신문만화 - 박인하

    전시 고우영 만화:네버 엔딩 스토리

    고우영 만화:네버 엔딩 스토리 - 김형미
    농담 같은 현실, 현실 같은 농담 - 김형미
    헤피엔딩 스토리: 고우영 전시에 대한 보고서 -잼·홀릭
    고 고우영 선생님께 - 이순종
    겸허히 소통하다 - 윤동천
    <가루지기 Redux>에 대한 열두 개의 각주 - 김홍준
    허공을 가르는 청룡언월도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 고영일
    <열국지> 열독의 변 - 강경구
    캐릭터에 관한 몇 가지 딴 얘기 - P.A.Son
    <대야망>, 소년에게 불을 지피다 - 홍승우

    연대기 고우영 이야기

    고우영 자필 원고들
    인터뷰 박인희, 신문수, 이상무, 박재동, 방학기, 허영만

    본문중에서

    당시 그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닦아가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 있던 때에 “어쭙잖은 스포츠 신문의 무슨 부장인가를 한다는 대머리 까진 사람이 만나자더니 일간 스포츠가 신문 최초로 네 칸짜리 시사만화가 아닌 신문 한 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운동장’을 채울 극 만화를 긷기로 결정하고서 그 만화를 고우영에게 그려달라고 청한 것이었다.
    한국일보사가 일간 스포츠에 만화를 연재하기로 한 건, 일본 스포츠 만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지만 당시로서는 무척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앞에 인용한 고우영의 글에 보면 이 결정을 앞두고 한국일보사 회의실에서 갑론을박하는 과정에서 재떨이가 몇 차례 날아갔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만화는 천대받는 장르였고, 이걸 일간신문에 싣는 건 좀 과장하면 저잣거리에서 놀던 아이를 궁궐로 데려오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 p.16)

    어린이는 놀아야 기운이 난다. 그런데 만화가는 숙제가 많은 어린이다. 특히 고우영처럼 수십 년간 최고의 인기 작가로 군림하면서도 문하생 하나 없이 끝없는 연재와 청탁에 매달린 신세를 생각해보라. 방학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그는 짬만 나면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아 그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갔다. 한두 분야가 아니다. 누군가 ‘고우영배 올림픽’ 같은 걸 연다면 금메달을 아주 넉넉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탁구, 축구, 승마, 스키, 낚시, 사냥, 테니스, 등산, 골프, 자동차 레이싱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목들이 기다리고 있다. (중략) 낚시대를 들면 파로호에서 91센티미터짜리 잉어를 건져 올리고 희대의 낚시꾼들을 만나 온갖 무용담을 챙겨 들어야 했다. 자동차를 타면 리비아의 사막을 내달리고 신문사 주최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야 직성이 풀렸다.
    (/ p.78)

    출근길 가판에서 부담 없이 사서 손에 든 스포츠 신문, 일간지들처럼 사회·정치·경제 기사가 주는 팍팍함 대신 운동선수들의 선전과 흥미로운 기사들로 가득했던 스포츠신문에는 꼭 고우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있는 것만으로도 지면은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중략) 한국의 대중은 1972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근 20여 년의 시간을, 시기적으로 보자면 1970~80년대라는 시간을 고우영의 극화와 함께 통과했다. 고우영의 만화는, 고우영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당의정’으로 암흑의 70년대와 80년대를 통과하는 복화술로 팍팍한 대중의 삶을 위로했고, 또 다양한 대중문화의 풍경을 조율해갔다.
    (/ p.94)

    그때 나는 어마어마한 양의 피를 통하고 뻗어버렸던 시절이라 하루하루의 원고를 보내기에도 필사의 노력을 경주했어야만 했다. 펜대를 들어올릴 기력조차 쇠잔해서 대략 30커트쯤 되는 그림을 아침부터 시작해 쉬엄쉬엄 오후 너댓 시가 되어야만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옆에서 발을 구르며 기다리던 어느 편집부 기자는 “자! 힘내요 힘! 오늘 것만 끝내고 죽어라!” 이렇게 소리 소리 지르고 있었지.”
    (/ p.200)

    고우영 선생하고 나하고 또 한 사람, 셋이서 모여 작업하고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요즘처럼 위에 앉는 책상이 아니라 앉은뱅이책상이었다. 그것도 여관에서 주는 밥상 같은 데 앉는다. 그러니까 초라하기 짝이 없지. 그렇게 앉아서 셋이 그리는데 그 원고를, <소년중앙> 같은데 연재를 하면 원고를 갖다주고 몇 푼의 원고료를 받아서 조금씩 나눠 쌀을 사고 연탄을 사고 그래야 되는데, 그떄 빠져있던 우리의 공포감의 밑바닥 실체가 뭐냐 하면 원고를 만들어 갔을 때, 잡지사나 언론사 쪽 관리자가, 그때는 관리자가 지금보다도 파워풀했으니까, 그 사람들이 “야 원고 재미없다, 끊어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불쌍한 상황에서 놀라운 내러티브 작업이 시작됐다.
    그때 우리는 뭔가를 이기려고 그랬다. 뭘 이기려고? 그때 여관은 너무나 열악해서 벽과 벽 사이에 베니어판 한 장 밖에 없었다. 옆방에서 창녀들의 숨넘어가는 교성 같은 게 들려오는데 그걸 잊으려고 끊임없이 그리면서 다른 것을 상상하는 거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거 자체가 하나의 영화고 하나의 만화고 누군가 써서 기록을 남겨야 될 그런 상황이었다.
    (방학기 인터뷰 중에서 / pp. 198~199)

    여덟 살의 여름철에 떠나서, 참 더러운 밑바닥 삶을 기어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은 물론 형아, 아우야 죄다 저세상으로 보내고 외톨이가 되어 나이만 환갑 띠 두르게 된 내가 다시 번시를 찾아나선 것은 반세기가 흐른 뒤가 된다. 물어물어 배낭객이 어느 산굽이 하나를 돌아선 순간, 그 하늘빛과 구름과 흘러가는 물소리마저, 그리고 몸담고 있는 대기가 나를 일깨워주고 있었지. 알에서 부화했던 연어가 수십만 마일을 돌아와 느끼는 그 탄생의 오르가즘 같은 거. 50년의 시공을 잘라내고 맞닿은 생리가 번쩍 눈을 뜨던 그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네.
    빈터만 남은 옛집 주위를 참담한 시인 행색이 되어 거니는데 그날도 하늘 빛은 여전히 푸르러서 서러워, 정시용 시인인가? 아니면 내 입에서인가? 읆조리던 한 마디 “먼 항구로 떠도는 구름”
    (/ p.16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2~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겨레 신문사에서 18년 동안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기자와 문화부장을 지냈다. 이십 대엔 술을 많이 마셨고 삼십 대엔 폭음했고 사십 대에 술을 즐기다가 지금은 애주가가 됐다. 이삼십 대엔 사건 기사를 썼고 사십 대엔 영화 기사를 쓰다가 신문사 그만둔 뒤 영화 일을 하며 ‘대중문화 평론가’, ‘애주가’ 등의 직함으로 여러 매체에 문화와 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다큐멘터리 [술에 대하여]를 연출했으며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저서 [내가 만난 술꾼], 공저 [한국 만화의 선구자들], [나는 어떻게 쓰는가], [고우영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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