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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다원적 적대들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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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변화하는 민주주의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는 현대를 특징짓는 되돌릴 수 없는 이념이자 제도가 되었다. 심지어 현존했던 많은 독재 권력조차도 자신들이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박정희 정권은 ‘한국적 민주주의’를, 전두환 정권은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내세웠다. 박정희의 정당은 ‘민주공화당’이었고, 전두환의 정당은 ‘민주정의당’이었다. 그들은 대중을 기만할지언정 민주주의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런 현실은 민주주의가 결코 고정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라클라우와 무페는 “민주주의 혁명의 담론적 범위가 한편으로는 우익 포퓰리즘(민중주의)과 전체주의, 다른 한편으로는 급진적 민주주의와 같이 다양한 정치적 논리들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고 본다. 말하자면 민주주의라는 기표에 다양한 기의들이 접합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 실질적(내용적) 민주주의 등 민주주의가 다양한 수식어들과 접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런 접합의 형태는 다양한 사회적 조건들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헤게모니 투쟁, 담론 투쟁의 과정이자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헤게모니 투쟁 또는 담론 투쟁의 꺼리로 본다면, 민주주의가 서로 다른 다양한 요구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민주주의를 둘러싼 투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갈등들과 적대들을 발생시키는 현실적 조건들, 사회적 관계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록 논리적으로 민주주의가 다양한 정치적 논리들과 접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조건들은 접합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한국에서 1987년 6월 항쟁은 민주주의를 이룬 투쟁이자 이후 민주주의의 현실적 전개 방향을 전환시킨 하나의 사건이었다. 6월 항쟁 이전의 민주화운동은 다양한 잠재적 적대들 또는 쟁점들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 군사독재의 해체를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요구로 중심화되는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중심으로 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성취되면서 노동운동을 비롯해 점차 다양한 적대들, 갈등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남북관계의 변화, 자본주의의 발달, 시민사회의 분화와 다원화 등 현실적인 변화 속에서 계급(노동), 통일, 환경, 여성, 소수자, 평화, 인권, 일상적 권리 등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되었고, 이제 서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쟁점들 속에서 민주주의의 내용이 어떻게 채워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다양한 사회적 요구들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적 행위주체들이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흔히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고 얘기되듯이, 시민운동과 다양한 사회운동이 소수의 운동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을 뿐, 과거와 같은 거대한 집합적 주체의 적극적인 운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의 적대들이 다원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실천적 주체 형성, 즉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면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제기 자체가 적절한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즉 과연 과거에 비해 현재의 시민사회에서 시민들의 실천적 참여가 쇠퇴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절한가? 또는 일정한 쇠퇴를 인정하더라도 과연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면서 변화된 사회현실 속에서 사회운동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하고 또 이것들이 지향해야 할 대안적 길을 모색하고 있다.


3. 논쟁 - 시민사회와 사회운동

1부에서는 1990년대 초반 한국의 시민사회 논쟁부터 그람시 시민사회론의 비판적 재구성까지, 다양하게 전개되는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에 관한 논쟁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필자는 우파·중도 이론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시도해 왔다. 이 이론들은 일정한 특징들을 지니는데, 서구의 급진적·진보적 이론을 실천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한국적 특수성을 내세워 왜곡하거나 부적절하게 해석한다. 말하자면 신사회운동의 등장, 제3의 길과 사회민주주의의 혁신, 복지국가의 위기 등 유럽의 선진 사회민주주의 사회의 혁신을 요구하는 다양한 진보적 담론들을 그 사회적 조건이나 맥락과 무관하게 보수주의나 자유주의를 정당화하는 담론으로 변신시키고 있는 것이다. 탈권위주의, 제도정치에 대한 급진적 도전, 풀뿌리민주주의 등 급진적 이념을 담은 유럽의 신사회운동이 민중운동과 차별화된 온건노선의 시민운동을 옹호하는 논리가 되고(3장 “유럽 신사회운동과 한국 시민운동의 유사성과 차이”), 사회민주주의의 혁신을 주장한 제3의 길이 중도우파(개혁적 자유주의)의 노선을 정당화하는 일반적 중도 이데올로기로 이용되며(8장 “기든스 ‘제3의 길’의 탈맥락화와 한국적 특수성의 이데올로기”), 서유럽 복지국가의 위기와 혁신에 관한 담론이 복지 없는 한국사회에서 복지병을 거론하는 논리(4장 “시민사회와 NGO 논쟁”)가 되고 있다.
그래서 보수적인 학자나 보수 세력은 선진국의 사회발전 과정에서의 오류나 한계를 학습함으로써 한국적 특수성을 넘어 선진국과 같은 진보적 발전을 이루는 데 시행착오를 줄이는 ‘후발효과’를 누리려 하기보다는, 선진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만 부풀리면서 후진적인 현실적 조건들을 진보적 발전에 대한 요구들을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데 급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선진국과 같은 사회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선진국의 문제점을 부각시켜서 진보적인 요구들을 억누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중도주의적 이론들에서도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이론으로 다원주의적 시민사회론이 있다. 이 이론은 적어도 서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를 되돌릴 수 없는 진보적 성과로 전제하고 있는 좌파적 이론이다. 하지만 이 이론을 수입한 한국의 학자들은 이런 전제를 무시하고 ‘국가, 시민사회, 시장(경제)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피상적인 논리만을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의 공적 개입과 국가복지제도의 확대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킨 진보적 성과를 따라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진보세력의 급진성을 무조건 비판하면서 무원칙한 중도 통합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한국적 특수성은 진보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특수한 조건으로 사고되기보다는 급진적 요구를 비판하고 억제하기 위한 근거로 이용된다. 그래서 다원주의적 시민사회론을 형성시킨 서유럽의 사회적 맥락과 무관하게 균형과 견제의 논리만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여, 한국사회의 특수한 대립과 갈등의 양상들에 대한 근원적 분석 없이 추상적인 균형, 안정, 통합만을 강조하는 기회주의적 중도 담론들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단지 이론적인 참/거짓의 문제만은 아니며, 학자들의 규범적, 정치적, 실천적 입장이 이론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이론에서의 논쟁은 이론 내에서의 헤게모니 투쟁이자 담론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시민사회의 헤게모니 투쟁과 담론 투쟁의 한 과정으로서 공론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서 헤게모니의 정치 논리(그람시)와 공론 또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규범 논리(하버마스)를 대립시키는 관점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람시에게서 헤게모니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수의 동의에 기반을 둔 지적, 도덕적 지도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특수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규범적 정당화를 지향하는 것이 헤게모니의 근본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의사소통적 합리성에 기반을 두어 보편적 공론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헤게모니적 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것을 ‘헤게모니와 정당화의 변증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실의 공론장이 늘 공정하거나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공론 형성의 중심적 매체인 언론과 대중매체는 무엇보다도 자본에 의해 지배되거나 국가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대중들에게 홍보될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또 자유롭고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투쟁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질적인 가치들로서 평등, 정의, 인권, 생명, 안전, 공공선 등 급진적인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데, 이것들은 헤게모니 투쟁과 담론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투쟁에서의 승리는 무엇보다도 시민 대중들 다수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좌파적 전통이 취약했던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탈냉전과 남북화해의 시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진보적 이론, 정치, 사회운동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으며, 다수의 시민이 심정적으로는 자신을 진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오랜 독재와 권위주의적 억압, 반공 이데올로기 등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권력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런 심정적 진보에 분명한 이념적 좌표와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진보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일이다. 현재 벌어지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과 한미FTA 반대 투쟁은 진보세력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의 확대와 불평등의 감축, 교육 공공성 강화, 부동산 투기 및 주택가격 상승 억제, 성장주의 개발정책에 대한 비판과 친환경적 정책의 요구, 성차별, 소수자 차별 등 각종 차별 철폐와 인권 보호 등 시민 대중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진보적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제도정치와 시민사회 진보세력의 사회운동 정치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4. 다원적 적대들과 민주주의

2부에서는 1부의 이론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국 시민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6장 “녹색사상과 환경 논쟁”에서는, 환경주의에 대한 비판의 입장에서 국내외의 환경이론들 또는 환경사상들을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고, 특히 ‘생태적 마르크스주의’나 ‘환경문제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들’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한계를 지적하고 궁극적으로 생태사회주의적 대안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7장 “지방화와 지구화의 딜레마”에서는 국민국가로서의 한국 내에서 지역 불균형, 지역 간 시장경쟁체제, 지구화 등이 지방자치에 어떤 딜레마를 안겨주는지, 그리고 이런 딜레마의 해결에서 국민국가적 조절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국가 간 체제로서의 지구사회가 시장경제 통합과 국가 간 불평등으로 인해 어떤 갈등과 딜레마에 처하게 되며, 이런 딜레마의 해결을 위해 국민국가 민주주의를 넘어선 지구적 차원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한다.
1998년에 번역된 기든스의 ??제3의 길??(한상진·박찬욱 역, 생각의 나무, 1998)의 겉표지에는 유럽의 좌파정권 지도자들인 블레어 영국 총리, 조스팽 프랑스 총리,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의 사진과 함께 한국 우파정권 지도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을, 그것도 두 장씩이나 나란히 실어 놓았는데, 이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제3의 길”이 김대중 정권의 주도세력이 ‘제3의 길’을 탈맥락화하고 왜곡하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이 점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8장 “기든스 ‘제3의 길’의 탈맥락화와 한국적 특수성의 이데올로기”에서는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의 상호작용이라는 서유럽 선진국들의 역사로부터 역사적 교훈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제3의 길을 검토한다. 현실적으로 급진적인 정치적 대안을 실현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제3의 길은 전략적으로 적극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며, 우선 제3의 길에 관한 정략적 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통해 제3의 길에 대한 논의의 방향을 전환시키고 한국적 특수성 속에서 좌파적 수용이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 본다.
9장 “벡의 재귀적 현대화 이론과 개인화의 딜레마”에서는 생태위기, 생명공학과 식량산업에서 유전자 조작 문제, 핵 문제, 노동시장의 개인화와 양성관계의 개인화로 인한 일상생활의 위험 등 ‘산업사회 제2단계의 위험들’에 주목하는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개념에 대해 논평하며 현대성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본다.


5.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미래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절차(형식)와 실질(내용)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절차적으로는 개인들이 주권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신들의 삶과 관련된 것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결정하며 그 책임을 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개인들 각각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불평등과 차별, 지배와 억압이 없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다원적 영역들에서 평등과 해방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민주주의의 실현은 궁극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자유, 생명, 인권, 정의, 공공선, 평등 등 실질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민주주의 실현의 과정은 다양한 세력들 간의 투쟁과 갈등, 타협과 연대의 과정이다. 그리고 국가, 시민사회, 경제 영역들을 가로지르는 다원적, 복합적 투쟁의 과정이다. 현대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민주주의 개념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개념 자체가 담론 투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 담론은 다원적 평등, 인권 보장, 분배적 정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론장에서 진보적 민주주의 담론이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실현하려면 현대사회의 복잡한 현실과 다양한 문제들을 해명하기 위한 총체적 시각이 제시되어야 하며,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이념적, 정책적 담론들이 다양하게 생산될 필요가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자동화, 정보화 등에 따른 일자리의 감소, 노동시장의 불안정화와 개인화, 성장과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와 생태위기, 과학기술적 위험의 증대 등으로 인해 다원적 위험과 불안에 처해 있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복지 없는 시장자본주의, 투기, 불로소득, 정경유착 등 불공정한 경쟁사회, 치열한 사교육 경쟁과 승자독식 사회, 비정규직 사회 등 공정한 경쟁, 분배적 정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 미약해 그러한 위험과 불안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개인적 이익을 위한 권리 추구에는 익숙하지만 공익과 공공선을 위한 연대와 정의의 추구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특히 치열한 개인주의적 생존 경쟁 속에서 상향적 평등주의 의식이 하향적 차별주의 의식과 결합함으로써 사회적 연대의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조건들은 한편으로는 성장주의에 대한 막연한 기대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출산, 양육, 교육, 일자리, 노후 등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성장주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의 발전은 시민들 모두가 물질적 풍요를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외양적 성장을 위한 토목, 건설 사업에 몰두하는 토건국가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자연환경 파괴와 생태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성장논리 속에서 시민들을 끊임없이 소비주의적 삶 속으로 몰아가기보다 이제 성장보다 복지와 분배적 평등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는 친환경적 삶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노동 없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나누기, 사회적 서비스 분야에서의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부를 공유하려는 공동체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복하기 위해 양성평등에 기반을 둔 저실업 복지국가로 사회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또한 권위주의적·위계적 문화를 청산하고 여성, 아동,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지구화 시대에 시민들을 지구적 불평등과 차별에 저항하는 지구적 민주주의를 위한 주체로 구성해내기 위해서는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족, 인종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와 교류하는 열린 민족주의 의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냉전적·반공주의적 사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한동안 민주주의는 제도정치의 절차적 문제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점차 일상생활의 다양한 문제들 속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제도정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담론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평등, 정의, 인권, 생명, 안전, 공공선 등 실질적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제도정치를 넘어서 참여민주주의와 일상생활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다원적·급진적 민주주의 담론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6월 항쟁에서 분출된 민주주의적 에너지를 불평등과 차별에 저항하는 평등주의적 에너지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담론의 급진화를 통한 다원적, 등가적 연대를 추구해나가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불평등, 차별, 적대가 사라지고 누구나 안전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변화된 사회 속에서 시민들을 새로운 주체로 구성해 낼 수 있는 길이며,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목차

서문

1부 논쟁 - 시민사회와 사회운동

1장 / 1990년대 초반 한국의 시민사회 논쟁
시민사회론 부흥의 계기 / 서구 시민사회 이론의 다양한 흐름 / 서구 시민사회 이론의 도입과 국내 논쟁 / 시민사회 개념의 비판적 의미 찾기
2장 / 한국 시민사회의 변화와 사회운동론의 이데올로기
시민사회의 다원화와 시민운동의 위기 / 1987년 이후 시민사회의 다원화와 사회운동의 분화 / 시민사회론 또는 사회운동론의 이데올로기 /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
3장 / 유럽 신사회운동과 한국 시민운동의 유사성과 차이
한국 시민사회의 다원화와 시민운동 / 한국의 시민운동에 대한 신사회운동론적 해석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유럽 신사회운동과 한국 시민운동의 등장의 사회역사적 맥락들 / 유럽 신사회운동과 한국 시민운동의 성격의 유사성과 차이 / 한국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의 전망
4장 / 시민사회와 NGO 논쟁 : 이론(담론)과 정치
한국 시민사회 이해에서 현실과 담론(이론)의 변증법 / 시민사회와 NGO 논의의 흐름과 쟁점 / 시민사회와 NGO로 무엇을 할 것인가?
5장 / 그람시 시민사회론의 비판적 재구성 : 적대들과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활성화와 좌파적 해석 / 그람시 시민사회론의 의의와 한계 / 시민사회의 다원적 적대들과 등가적 민주주의 / 민주주의 사회에서 헤게모니와 정당화의 변증법 / 포스트그람시주의 시민사회론의 구성을 위하여


2부 적대의 다원화와 민주주의

6장 / 녹색사상과 환경 논쟁 : 생태사회주의의 전망
현대성과 환경 /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의 한계’ / ‘산업주의’와 ‘자본주의’ / 생태주의와 사회주의: ‘환경과 계급’ / 환경에 대한 사고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하여 / [보론] 자본주의와 지구환경의 미래: 지탱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7장 / 지방화와 지구화의 딜레마 : 시장통합과 민주주의의 전망
국민국가의 약화와 다중적 경계 형성 / 한국사회에서 지역 간 시장경쟁과 지방자치의 딜레마 / 세계시장통합과 지구적 민주주의의 딜레마 / 차별과 배제의 경계를 넘어서: 경계의 다원성과 다수준적 민주주의
8장 / 기든스 ‘제3의 길’의 탈맥락화와 한국적 특수성의 이데올로기
고유명사로서의 제3의 길: 고전적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 현대 사회민주주의의 딜레마와 제3의 길 / 한국적 특수성과 ‘제3의 길’의 탈맥락화 / 제3의 길 정치의 ‘후발 효과’를 위해
9장 / 벡의 재귀적 현대화 이론과 개인화의 딜레마
어떤 위험사회인가 / 위험사회와 재귀적 현대화 / 개인화와 일상생활의 위험 : 직업과 사랑 / 일상생활의 위험과 풀뿌리정치 / 재귀적 현대화 이론의 적합한 수용의 탐색
결론 / 민주화 이후의 시민사회 : 적대의 다원화와 민주주의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들’ / 시민사회의 역사적 변화와 시민의 다양한 얼굴들 /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운동 방식들 /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미래

후기 / 한국의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미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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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
출생지 경북 영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1991년에 석사학위를, 199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동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전북대학교에서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학문적 관심 분야는 사회이론, 시민사회론, 정치사회학, 환경사회학, 문화사회학 등이며, 현재 비판사회학회 회원으로서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고, 한국환경사회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작으로는 [환경사회학 이론과 환경문제](2013, 공저), [사회학: 비판적 사회 읽기](2012, 공저),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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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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