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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라캉을 경유한 헤겔주의자, 주디스 버틀러

인문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석학들만을 엄선하여 그들의 이론을 정리한 인문학 입문서『LP ROUTLEDGE CRITICAL THINKERS』시리즈. 해당 인물의 사상사적 위치를 짚어보고, 창조적 사고를 이끌어낸 근원적 비밀을 탐색하며,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이론 전체를 설명하고, 그 사상이 후대에 남긴 영향을 추적하고 있다. 개성적 시각에서 풀어낸 옮긴이의 글을 함께 실어, 세계적 사상가들의 사상과 이론이 한국적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준다.

라캉이 헤겔적 주체를 잘못 이해했다고 선언한 헤겔주의 주체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20세기 말 서구 철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였다. 1990년「젠더 트러블」이란 저서로 미국 철학계에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주체를 해체하려는 급진적인 시도로 찬사와 비판을 두루 받았다. 제10권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은 버틀러의 연구를 연대기에 따라 검토한 개설서로, 그녀의 새롭고 급진적인 사유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퀴어.패러디.드랙.페미니즘.수행적육체.우울증적 젠더.레즈비언 팔루스…….
프로이트와 라캉을 경유한 총명한 헤겔주의자 버틀러의 ‘정체성의 정치학’.

★버틀러는 누구인가
● 주디스 버틀러는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대학의 수사학 및 비교문학 전공 교수이다.
● 헤겔 철학의 프랑스 수용사를 검토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 1990년 오스틴의 언어 이론에 바탕한 ‘수행성’ 개념으로 섹스화되고 젠더화된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젠더 트러블로 미국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 난해한 문체와 복잡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철학과 문학〉이라는 미국의 학술지는 매년 ‘그해 출판된 학술서나 논문 가운데 가장 유감스러운 문체를 구사한’ ‘최악의 저자’를 선정하는데, 1999년에 버틀러가 뽑혔다.)
● 본인이 레즈비언 동성애자이다.
이상은 20세기 말 서구 철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주디스 버틀러라는 여성 철학자를 서술하는 몇 가지 기본 정보이다. 그러나 이 책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을 쓴 토론토대학의 영문학 교수 사라 살리가 충고하듯이, 이 이력은 버틀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버틀러가 다루는 주제는 철학과 정신분석학, 페미니즘과 정치학, 그리고 해체와 푸코의 계보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젠더가 일으키는 트러블
버틀러의 대표작인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과 이 책의 속편 격인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는 젠더 연구 추천도서 목록에서 흔히 발견된다. 퀴어 이론, 페미니스트 이론, 게이 레즈비언 이론 연구자들도 이 두 권의 책을 공부한다. 버틀러의 다른 책들은 철학, 정치학, 법학, 사회학, 영화학, 문학을 포함하는 여러 학문 분야와 관련된 문제도 다룬다.
그렇다면 젠더 트러블은 어떤 책인가? 이 유명하지만 읽기 어려운 책은 ‘주체’를 다룬 주체서이다. 이 책에서 버틀러는 ‘수행적 정체성’이란 개념을 이론화한다. 버틀러에 따르면, 존재란 ‘행위들’의 연쇄이다. 이 주장은, 정체성이 선행하는 본질 자체라는 개념의 토대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버틀러가 이론화한 수행적 정체성은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필수 조건으로 간주된다. 물론 이 개념이 페미니즘 이론을 낯선 영역으로 밀어낸다는 주장도 있지만, 젠더 트러블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사상가도 이 책이 여러 분야에 두루 영향을 미친 중요한 책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하리라고 본다.

★주체의 문제, 나의 자발적 선택이란 것이 있는가?
“우리는 주체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며, 우리가 주체가 되는 것은 권력에 대한 복종을 통해서이다.”
버틀러는 헤겔의 주체부터 라캉의 주체에 이르기까지 ‘주체’ 문제에 천착한다. 버틀러가 보기에, 의식과 행동의 주인이라는 행위자는 담론과 권력이 작용하는 지점이자, 담론과 권력이 작용한 효과일 따름이다. 나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회가 나에게 제시한 보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버틀러는 특정한 주체들을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독립적 행위자의 행위 역시 또 다른 구속이라는 견해에서, 구속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주체가 던지는 질문들
버틀러의 연구물들은, 특히 버틀러 개인의 경험이 반영된 저서들은 손쉽게 범주화되지 않는데, 그럼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시도한다. 버틀러의 모든 책은 많든 적든 정체성과 주체성 형성에 관한 질문을 포함한다. 버틀러는 현존하는 권력구조 안에서 우리가, 우리를 구성하는 섹스화된/젠더화된/‘인종화된’ 정체성을 취하여 주체가 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버틀러는 계속해서 ‘주체’에 대해 질문한다. 주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존재하게 되며, 어떤 수단을 통해 구성되는가. 그러한 구성은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거나 실패하는가?
버틀러의 ‘주체’는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형성 중인 언어적 구조이다. ‘주체성’은 주어진 것이 아니며, 주체는 언제나 끝없는 생성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주체성을 다시 취하거나 반복할 수 있다. 버틀러는 묻는다.
여기에서 주체가 되는 것은 누구인가? 하나의 인생으로 간주될 만한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일관된 정체성을 구성하고, 나의 정체성을 행함으로써 나는 누구를 억압하는가? 만약 우리의 정체성들이 실패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와 같은 실패가 정체성을 전복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까? 전복적인 것과 기존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정체성을 행하는 방법을 우리는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가?

★버틀러의 영향력
주체, 육체, 정치, 언어 등과 관련한 버틀러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 이론가들도, 버틀러의 사상이 비판 이론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는 점은 인정한다. 옥스퍼드판 ??20세기 철학자 인명사전??에 기재된 ‘버틀러’ 항목은 수행성을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 기술하며, 페미니즘 이론?레즈비언과 게이 이론?정신분석학?인종 연구 등에 끼친 버틀러 저작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이 책은 버틀러의 연구를 연대기에 따라 검토하는 개설서이지만, 버틀러의 새롭고 급진적인 사유 방식을 충실히 소개하기 때문에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독자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버틀러의 책처럼, 이 개설서 또한 그러한 노고에 걸맞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즐거움이란 버틀러도 읽어볼 만하겠다는 어림짐작 혹은 자신감이다.

옮긴이의 글 _버틀러, 우리 시대 철학의 최전선

왜 버틀러인가?
정체성을 행하는 사상가
변증법, 과정 혹은 생성의 방법론
버틀러 안의 이론적 패러다임
‘퀴어’라는 용어
주체 구성의 계보학적 탐구
‘악과 공모한다’는 비난
스타일의 정치학
의미 한정에 반대하여

01_주체
욕망의 주체들
헤겔의 불행한 영웅
욕망의 목적지
자아와 타자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프랑스에서의 헤겔 수용
코제브, 이폴리트, 사르트르
차연과 확산
사랑, 결핍, 언어
변증법을 넘어서

02_젠더
현상학에서 ‘여성성’으로
주체는 (어디에) 있는가?
과정-중의-용어, 젠더
젠더 계보학
강제적 이성애를 폭로하라
벽장 밖으로
푸코의 렌즈로 본 정신분석학
프로이트의 영향
우울증적 이성애
우울증은 ‘기입’된다
법/금기의 생산성
이론에 나타난 육체들
젠더와 수행성
행위자는 없다
패러디와 드랙
젠더 트러블의 고민

03_섹스
육체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육체와 담론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호명과 섹스라는 가설
담론과 의미작용
구성주의에 대한 불만
프로이트, 라캉, 레즈비언 팔루스
‘여자애’로 명명하기
인용적 기호들
인종과 섹슈얼리티
전복적인 인용과 수행

04_언어
흥분하기 쉬운 발화
말과 행위
혐오 발화 드러내는 ‘법’
수정된 호명
법정에서의 폭력
군대의 우울증
검열에 반대하여
최종적인 질문들

05_정신
권력의 정신적 삶
정신의 출현과 형성
불행한 의식
주체와 종속
법과 사랑에 빠져
푸코의 감옥들
역호명
다시 우울한 젠더에 대하여
긍정적인 우울증

버틀러 이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즘 철학자
버틀러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버틀러 이론의 파장
주체/젠더
육체
언어
정치
문학
역동적 결론

버틀러의 모든 것
주디스 버틀러가 쓴 글
‘필수적인’ 이론적 읽을거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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