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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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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문제적 인간 칼리오스트로


    본명 : 주세페 발사모. 가명 : 조셉 펠레그리니 대령, 알레산드로 칼리오스트로 백작.

    직업 : 건달, 가톨릭 수사, 위조기술자, 연금술사, 마법사, 강령술사, 의사, 프리메이슨 지도자, 죄수.

    생몰연도 : 시칠리아의 빈민가에서 1743년 출생. 1795년 산 레오 감옥의 독방에서 사망.



    짤막한 신상명세로만 본다면 이 인물은 사기꾼임이 분명하다. 다양하고 수상쩍은 직업도 그렇거니와 발사모, 펠레그리니, 칼리오스트로라는 전혀 다른 세 가지 성을 사용한 것도 그의 사기성을 증명한다. 더구나 비천한 출생에 비참한 죽음 또한 뒷골목 인생에 썩 어울리는 듯하지 않은가? 그러나 발사모 혹은 칼리오스트로는 당대에도 그 이후에도 단순한 사기꾼 이상이었다. 웨일즈의 왕자를 비롯한 많은 왕과 귀족들이 가는 곳마다 그를 환대했다. 반면 예카테리나 여제는 민주주의를 선동한다는 이유로 그를 러시아 밖으로 내쫓았으며, 나폴레옹은 그가 프랑스 혁명을 시작했다고 단언했다. 카사노바는 은밀히 그를 염탐했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를 바스티유 감옥에 가뒀으며, 교황 피우스 6세는 그를 종교재판에 회부했다. 당대인들에게 그는 해독하기 힘든 암호와도 같았다. 죽은 자와 소통하고 가난한 자들을 거두고 불치의 환자를 치료하는가 하면, 아내의 뚜쟁이노릇을 하고 방탕과 탐닉에 몸을 맡겼다. 뒷골목의 발사모와 전유럽을 풍미한 칼리오스트로 백작이라는 두 얼굴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간극을 단순한 사기나 거짓으로 치부하기에는, 이탈리아 빈민가 출신의 이 사내가 서구 문화사에 남긴 흔적이 너무나 크고 심대하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칼리오스트로의 이름을 따서 오페레타를 지었고, 프리메이슨 모차르트는 오페라 좰마술피리좱에서 ‘자라스트로’라는 이름으로 그를 등장시켰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급진적 예언시 좰프랑스 혁명좱에서 그를 반체제문화적인 저항인물로 묘사했고, 알렉상드르 뒤마는 열 권짜리 역사소설을 통해 그를 불멸케 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 우동은 그의 흉상을 조각했고, 천재화가 루테르부르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칼리오스트로를 불멸의 순교자로 형상화하는 데 힘썼다. 또한 괴테와 쉴러와 칸트에게 칼리오스트로는 질투의 대상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20세기에도 그의 명성은 시들지 않아, 오손 웰즈와 크리스토퍼 워켄은 헐리우드의 커다란 스크린에 그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변변한 교육도 받지 못한 그가 왜 수 세기에 걸쳐 뛰어난 지성들의 화두가 되었을까?
    토마스 칼라일은 칼리오스트로가 자신의 시대에 충격을 가함과 동시에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동시대의 상징이자 징조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칼리오스트로는 18세기가 사기와 협잡의 시대였음을 보여주는 원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움베르토 에코는, 칼리오스트로는 다양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공허한 상징이라면서, 그에게서 연유한 음모론이 어떻게 20세기의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는지 분석했다. 반면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칼리오스트로야말로 억압적 세상에 창조적 불합리성을 설파한 불온한 천재라고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칼리오스트로라는 인물은 18세기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라는 사실이다. 저명한 문화사가 이안 맥칼만이 ‘최후의 연금술사’ 칼리오스트로에게 주목한 이유도 그것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칼리오스트로가 당대 유럽사에 미친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 만큼 매우 크다. 그의 그림자는 18세기 사상과 문화에 깊고 넓게 드리워져 있으며, 영국으로부터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 맥칼만은 『최후의 연금술사』에서 이 잊혀진 신화를 복원한다. 그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에 산재해 있는 공식·비공식 문서들을 꼼꼼히 수집 분석하여, 신비의 베일 뒤에 가려진 칼리오스트로 백작과 그의 시대를 파헤친다.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최후의 연금술사』를 통해 맥칼만은 격동하는 18세기 역사에 대한 새로운 역사서술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예언자


    칼리오스트로는 시칠리아 뒷골목의 건달로부터 프리메이슨이라는 이국적인 브랜드의 최고 지도자로 스스로를 재창조했으며, 이를 통해 18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올랐다. 특히 그가 당대는 물론 후대의 조명을 받은 데에는 프랑스 혁명과의 직간접적인 연관이 작용했다. 부르봉 왕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희대의 스캔들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의 주역 중 하나인 칼리오스트로는, 이 사건을 통해 ‘민중의 사람’으로 떠올랐다. 사실 이것은 그가 예견한 것도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부르봉가와 앙시앵 레짐에 염증을 느낀 민중들에게, 쇼맨십 넘치는 이 신비의 예언자는 즐거움과 함께 희망을 주는 존재였다. 그가 바스티유에서 풀려나던 날 만 명이 넘는 대군중은 환호하며 그를 맞았다. 칼리오스트로는 언제나처럼 동물적 감각으로 상황에 적응했다. 망명지 런던에서 발표한 「프랑스 국민에게 보내는 칼리오스트로 백작의 편지」에서 그는 예언적 수사를 구사했다. “어떤 사람들은 금지가 풀리면 프랑스로 돌아가겠느냐고 묻습니다. 물론입니다. 바스티유가 대중이 산책하는 곳으로 바뀐다면 말이죠. 신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겁니다.” 1789년 7월 14일, 그의 예언은 실현되었다. 그가 정말로 혁명을 예언했는지, 진정으로 혁명의 승리를 확신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의 진실성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앙시앵 레짐을 위협하는 불길한 상징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를 읽는 것은 혁명과 이성의 시대로 불리는 18세기의 이면을 읽는 것이며, 인간의 감춰진 본성과 욕망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이성의 시대, 그 이면을 파헤친다


    루소, 흄, 애덤 스미스 같은 계몽사상가들이 활약한 18세기는 한마디로 이성의 시대다. 천년간 지속된 신의 왕국이 무너지고, 신의 권위에 기댄 인군人君의 왕국마저 종말을 고하던 시대. 18세기는 그 반역과 전복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던 격동의 세기였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였을까? 토마스 칼라일은 어떻게 용모도 변변치 않고 지성도 없는 칼리오스트로가 그처럼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한다. 칼리오스트로의 성공은 18세기라는 시대 자체의 문제를 보여주며, 그 시대는 이성과 합리의 시대가 아니라 사기와 미신이 판치던 시대라고. 물론 칼라일의 이런 단정적 주장에 대해 이안 맥칼만은 일정한 거리를 둔다. 대신 그는 이성과 미신 사이의 끝없는 긴장과 갈등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최후의 연금술사』에서 맥칼만은, 최고의 교육을 받은 당시 엘리트들조차 내면적으로는 이성에 완전히 투항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성과 미신이 뒤섞인 이 시대에, 칼리오스트로라는 이름과 그가 가진 신비한 힘이 불러일으킨 두려움과 의혹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비록 양자의 갈등은 이성의 승리로 귀결되지만, 맥칼만은 이 승리가 혹 일시적 봉합은 아닌지 은밀히 반문한다. 『최후의 연금술사』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새삼 놀랄 것이다. 여기에 묘사된 시대가 과연 우리가 알던 그 18세기가 맞는가? 비천한 물질에서 금을 구하는 연금술이 여전히 신봉되고, 영혼과의 접신을 통한 치유의 힘을 믿었던 시대, 신비의 광천수를 마심으로써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리라는 신념을 놓치 않았던 시대. 신비주의는 변방의 미신이 아니라 여전히 시대의 활력이었으며, 모차르트와 블레이크 같은 위대한 예술을 낳은 마법의 연금술이었다.

    또 한 가지 『최후의 연금술사』가 가진 매력은, 이성의 지배에 맞서 새로운 종교적 실천을 추구했던 프리메이슨史의 일단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메이슨에 대한 본격적인 서술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당시 지배층과 민중이 메이슨운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게 된다. 신에게서도 왕에게서도 버림받은 민중은 자신들에게 다가온 ‘위대한 콥트’ 칼리오스트로를 성인으로 추대했다. 반면 칼리오스트로의 애제자였던 엘리자나 러시아의 황녀 예카테리나 같은 지배층들은, 프리메이슨이 광기와 사견邪見을 통해 혁명을 꾀했다는 모반론을 퍼뜨렸다. 메이슨의 사도 칼리오스트로는 종교를 이용한 사기꾼이라는 권력층의 시각과, 종교와 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 선지자라는 민중의 믿음 사이에는 화해할 수 없는 차이가 놓여 있다. 이것은 칼리오스트로의 정체가 아니라 종교의 정체에 대한 끝없는 회의와 닿아 있으며, 『최후의 연금술사』는 우리를 이 근본적 질문으로 이끈다.




    최고의 문화사가가 쓴 새롭고 즐거운 역사서


    칼라일, 뒤마, 트로브리지, 카르피 …… 지난 2백여 년간 여러 작가들이 이 악명높은 인물에 대해 전기를 쓴 바 있다. 그러나 호주 국립대학교의 인문학 연구소 소장인 이안 맥칼만이 쓴 이 귀여운 악당의 전기는 이들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칼리오스트로의 일생과 그 시대의 정치와 감정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우아하게 서술한다. 이 점에서 『최후의 연금술사』는 한 인물의 평전을 넘어, 한편의 박진감 넘치는 시대사이며 소설 이상의 재미를 주는 즐거운 역사서이다. 맥칼먼은 칼리오스트로의 시대에 쓰여진 일기들, 법적 문서들, 교회의 기록들, 정치적 소책자들에 나타난 그에 대한 기록, 또 후대의 작가들이 쓴 전기들, 그 모두를 취합하여 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안타깝게도 칼리오스트로는 회고록이나 일기를 남기지 않았고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다. 하지만 맥칼만은 카사노바, 잔느 라모트, 엘리자 폰 데 레케 같은 동시대인의 회고록과 일기 등에서 칼리오스트로의 육성을 끌어내어 죽은 역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칼리오스트로가 태어나 자란 시칠리아의 “오줌 골목”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시공을 넘어선 박진감 넘치는 묘사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맥칼만은 저명한 문화사가답게, 칼리오스트로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을 통해 그가 부딪혔던 혁명과 이성의 시대를 생생하게 복원해내고 있다.

    목차

    프리메이슨

    영혼을 부르는 강령술사

    영의 힘으로 치료하는 샤먼

    신의 뜻을 전하는 콥트

    위험한 예언자

    불멸을 약속하는 회춘 전문가

    회개를 거부하는 이교도

    저자소개

    이안맥칼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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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뒤 [코리아 타임즈]와 [연합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미국 대사관 문화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우리말과 영어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우먼에서 휴먼으로]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시선]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스키피오의 꿈] [실낙원] [소피의 달빛담요] [필리파 페리 박사의 심리치료극장] [풍차 소년 캄쾀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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