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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전공자를 위한 이론서. 그리스 비극의 기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현존하는 비극 31편 및 사튀로스 극 1편에 관한 해설을 담았다. 또한 주요 주제들과 모티프들을 한데 묶어서 설명하지 않고 개별 작품들의 해설에 포함시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대인들은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고 신문 잡지를 읽고 각종 레저와 오락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렇다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까. 그들은 1년에 한 번 국가적 행사인 디오니소스 축제 때 모여 비극 경연을 감상하며 비로소 1년 동안 울적했던 감정으로 벗어나 경쾌한 기분을 되찾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이 지닌 카타르시스의 효용성이 상당히 컸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스 비극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이론화되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의 본질과 카타르시스의 실체를 밝혀낸 바 있다. 그는 비극은 음악과 장경(場景)을 갖고 있고 짧은 시간에 보다 압축된 효과를 산출할 수 있으며 긴밀한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이유 등으로 서사시보다 더 우수한 예술 형식이라고 못박으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가장 완결된 전범으로 간주했다.
현대 서구의 문학 장르들 대부분은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해 시작되었거나 형성되었다.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일리아스 Ilias』와 『오뒷세이아 Odysseia』가 고대 그리스의 언어, 문학 및 조형미술과 그리스인들의 자의식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그런 의미에서 호메로스야말로 그리스 문학, 나아가 서양 문학의 아버지라는 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리스 비극은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를 우주 또는 자연보다는 인간 자신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시대정신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하려던 진지하고도 치열한 노력의 결실이었다는 점에서 그리스 문학, 아니 세계 문학의 금자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그리스 비극에 대한 안내서가 부족한 것이 국내 학계의 현실이다. 때마침 그리스 비극의 길라잡이가 될 『그리스 비극의 이해』(문예출판사)가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비극은 원래 디오니소스 신을 찬양하기 위해 공연되었으면서도 죽음과 재난의 그늘 아래 펼쳐지는 삶의 문제와 상황이라는 철저하게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영웅들은 의지나 환경, 치명적 무지, 혹은 책임감 등에 자극을 받아 견딜 수 없어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결국 어김없이 불행한 결과를 낳는 냉혹한 운명의 작용에 직면한다. 비극은 인간이 운명에 대해 저항하지 못하고 그 지배를 받게 된다는 입장에서 쓰여졌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은 의심할 바 없이 그가 전부터 지니고 있던 위대함과 존엄성을 보여주면서 삶, 쇠퇴, 죽음, 재생이라는 인간의 주제를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지칠 줄 모르는 탐구정신에 힘입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극이 시와 노래와 춤과 웅변술을, 그리고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을 한데 묶은 종합예술로서 모든 국민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비극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연되고 읽힐 뿐 아니라 철학적 의미를 함축한 많은 예술 작품들에 소재와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 비극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이 책의 1부에서는 상세한 사료 검토와 함께 근대 학자들의 이견까지 종합한 그리스 비극의 기원에 관한 저자의 견해가 밝혀진다. 3대 비극 작가들의 생애에 관한 자료들과 현존하는 그들의 비극에 대한 해설이 제공되는 아이스퀼로스(그리스 비극의 창시자) 편, 소포클레스 편, 에우리피데스 편을 보면 주요 주제들과 모티프들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 그때 그때 개별 작품들의 해설에 포함시킨 점이 눈에 띈다. 작품의 주제와 모티프에 대한 이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작품 이해의 테두리 내에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개별 작품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작품의 줄거리가 제시되는데, 이는 그 작품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기억을 새롭게 해주고 눈여겨보지 않았던 부분에 주목하게 해준다.
내에서는 처음으로, 그리스 비극의 걸작으로 꼽히는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아가멤론』 『코에포로이』 『엘렉트라』뿐만 아니라 3대 비극 작가의 현존하는 모든 작품을 그 시대의 역사와 더불어 해설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책만이 지니는 엄밀한 연구 성과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3대 비극 작가 이후의 비극들을 살핀다. 책의 말미에 그리스 비극의 국내 권위자답게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참고문헌은 일반 독자들에게 비극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일깨워주는 동시에 그리스 비극을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그 길을 제시해주는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제1장 그리스 비극의 시작
1. 그리스 비극의 기원 ...9
2. 테스피스 ...27
3. 코이릴로스, 프뤼니코스, 프라티나스 ...29

제2장 아이스퀼로스
1. 시대적 배경 ...33
2. 생애 ...37
3. 공연 연대 ...40
4. `페르시아인들` ...43
...
9. 사튀로스 극 `프로테우스` ...74

제3장 소포클레스
1. 생애 ...77
2. `아이아스` ...86
3. `안티고네` ...93
4. `트라키스의 여인들` ...101
...
9. 사튀로스 극 `추적자들` ...147

제4장 에우리피데스
1. 생애 ...149
2. `알케스티스` ...156
3. `메데이아` ...159
4. `힙폴뤼토스` ...162
...
21. 철학자 시인 ...210

제5장 3대 비극 작가 이후
1. 이온, 아가톤, 크리티아스 ...213
2. 그리스 비극의 끝물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