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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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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장희빈과 김만중의 단칼 승부!

    젊은 소설가 김탁환의 신작장편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은 시인 이성복의 아름다운 연시(戀詩) <남해 금산>과 함께 시작한다. 이 소설은 조선 중기에 관한 탐구를 마치고 조선 후기의 깊고 다채로운 세계의 문을 막 밀어젖힌 김탁환의 또 하나의 역작이다. 17세기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꼼꼼한 실증을 바탕으로, 그는 고전소설의 가슴 절절한 사랑에 맥이 닿는 따뜻한 로맨스를 만들고, 남인(장희빈의 추종세력)과 서인(김만중, 송시열의 추종세력)의 대결이라는 정치적 회오리를 날카로운 추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또한 이 소설은 교양소설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다. 17세기의 풍속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다양한 관련 작품을 훑어가면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교양소설이 점점 줄어드는 현재 김탁환의 ‘교양’에 대한 거듭되는 천착은 주목할 만하다.독일의 작가 에커만이 만년의 괴테와의 만남을 기록하여 『괴테와의 대화』란 책을 낸 것처럼,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의 주인공인 젊은 소설가 모독은 노대가 서포 김만중을 만나 소설의 본질과 미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김탁환 식 ‘서포와의 대화’인 것이다. 이 대화는 300년 전 필사본 소설판을 향한 비판이면서, 신변잡기에만 매달려 독자들에게 점점 외면당하고 있는 21세기 한국 소설판을 향한 비판으로 읽힐 수 있다.특히 이 소설은 지금까지 베일 속에 가려져 왔던 <사씨남정기>의 창작시기와 창작동기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김탁환은 <사씨남정기>가 단순한 가정소설이 아니라 당시 인현왕후를 버리고 장희빈을 총애한 숙종을 향해 김만중이 던진 마지막 충언이라고 주장한다. 즉 <구운몽>에서 보여준 달관의 자세와는 달리, <사씨남정기>는 철저하게 인현왕후의 복위와 서인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창작된 정치적 함의가 강한 목적소설인 것이다. <사씨남정기>에는 착한 처 사씨와 악한 첩 교씨가 등장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지만, 김탁환은 오히려 가장인 유연수에게 주목한다. 유연수의 선택에 따라 한 집안이 평안하기도 하고 풍비박산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즉 김만중은 <사씨남정기>를 통해, 숙종이 성심을 돌려 정치를 올바로 해야지만(그 속에는 인현왕후를 복위시키고 장희빈을 내쫓는 것까지 포함되겠지만) 나라가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집안에서는 가장이, 나라에서는 군왕이 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이렇듯 <사씨남정기> 자체가 가정의 애정문제를 다루면서도 정치적 성격이 또한 강한 것처럼, 김탁환의 신작장편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역시 애정소설이자 추리소설이며 정치소설이자 역사교양소설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본문중에서

    흰 파도가 어둠을 뚫고 바위를 칠때마다 섬은 풋잠에서 깨어난 아기처럼 몸을 떨었다. 일찍 둥지를 떠난 갈매기 한 마리가 순식간에 날개를 접고 바위 사이를 빠져나갔다. 아직 그 빛을 잃지 않은 샛별이 벼랑에서 횡으로 뻗은 소나무 가지에 걸렸다.

    짓눌려 바싹 마른 풀과 돌무더기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곧바로 가면 스무 걸음도 되지 않는 거리지만 그 길을 따르면 백 걸음이 넘었다. 그런데도 김만중은 늘 이 길만을 고집했다. 빨리 간다고 무슨 이득이 있으리. 최대한 걸음을 늦추며 시를 생각하고 문을 읊조렸다.

    오늘도 백능파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그길을 따랐다. 메에에 메에에. 방목하는 염소들의 울음소리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녀를 뒤따르는 것은 검은 그림자뿐이다.

    (/ p.99)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8.10.27~
    출생지 경상남도 진해
    출간도서 86종
    판매수 51,630권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하소설 『불멸의 이순신』, 『압록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목격자들』, 『조선 마술사』 , 『거짓말이다』, 『대장 김창수』, 『이토록 고고한 연예』, 『살아야겠다』 등을 발표했다. 소설집 『진해 벚꽃』과 『아름다운 그이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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