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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와 남성심리학을 접목시킨 책.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20년간 임상을 통해 알게 된 남성들의 모습에서 그리스 남신들을 반영하여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하도록 명쾌하게 길을 열어준다. 인간과 같이 장점과 약점을 두루 가진 그리스 신들을 분석해 신화의 인물들이 3000년 동안 각 남성의 내면에 잠정적으로 존재해 온 원형이라는 것을 밝히고 자기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여성신문]
행방 불명된 남신을 찾습니다 / 유승희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과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사람들은 저마다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기운이 넘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호기심 많아 늘 두리번거리는 아이도 있고 혼자 노는 것을 즐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주위 사람들을 늘 필요로 하는 아이도 있다. 어린 나이에도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듯이 보이며 쾌활하고 상냥하게 걸음마를 하는 아이는 만사를 몸으로 때우는 아이와는 아주 다르다. 이러한 아이의 기질은 부모, 또래 집단, 학교, 기타 제도에 의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한다. 아이는 점차로 사회 - 특히 오늘날에 있어서는 가부장제 - 가 요구하는 표준 여성상, 또는 남성상에 자신을 꿰어 맞추려고 애쓰게 되면서 본래의 자기의 일부분들을 잘라내 버리게 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융 심리학자, 진 시노다 볼린Jean Shinoda Bolen은 이십여 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융의 유형론과 여성주의를 결합하여 여성과 남성을 보는 새로운 심리학적 관점을 제시한 책을 펴냈다.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Goddesses in Everywoman>> (조주현과 조명덕 옮김, 도서출판 또 하나의 문화, 1992)과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Gods in Everyman>> (유승희 옮김, 도서출판 또 하나의 문화, 1994). 볼린은 오늘날 우리의 지각과 행위에 영향을 끼치고 우리를 형성시키는 심리학적 유산인 그리스 신화에서 가부장제 성립 과정의 단서들을 찾아낸다.

이 두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소개하자면, 자율적이며 독립심이 강한 처녀 여신들인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스티아, 상처받기 쉬운 여신들로 아내·엄마·딸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대표하는 헤라, 데미테르, 페르세포네, 창조적인 여신 아프로디테, 올림포스 1세대로 가부장제를 확립한 아버지 신인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아들 세대의 남신인 아폴론, 헤르메스, 아레스, 헤파이스토스, 디오니소스, 그리고 행방 불명된 남신(이름 없음). 이들 여신 또는 남신은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내면으로부터 여성 또는 남성을 규정짓는 타고난 유형들 또는 원형들로, 인성·일·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시대에 따라, 인생의 단계에 따라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신, 남신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신들도 생애 주기에 따라 그 모습이 변화한다.

아르테미스는 사냥과 달의 여신으로 자신감에 넘치며 독립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여성의 기질을 의인화한다. 여성 운동이 이상형으로 생각해 온 성향 - 경쟁력과 성취력, 남성들로부터 독립, 고통받는 자들과 힘없는 여성들과 어린이에 대한 배려 - 을 지니고 있다.

아테나는 지혜와 수공의 여신으로 승리할 수 있는 전략과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가슴보다는 머리로 움직이는 논리적이면서도 자기 확신에 찬 여성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원형이다. 이 원형은 교육 과정과 직장 생활을 통하여 개발된다. 객관적인 사실을 배우며 정확히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아테나는 성숙하게 된다.

헤스티아는 화로와 신전의 여신으로 홀로 있는 데서 편안함을 찾으며 때묻지 않고 완전함이 스며나오는, 인내심이 강하면서도 안정된 여성을 유형화한다. 이 원형을 지닌 여성은 각각의 일을 열중해서 하되 서두르지 않고 일의 결과를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명상을 통해서, 또 인생에서 예기치 않은 고독을 겪어 나가야 하는 기간을 갖게 될 때 우리는 헤스티아를 발견하게 된다.

헤라는 결혼의 여신으로 남편을 찾아 결혼하는 것을 첫째 가는 목표로 하는 원형이다. 이 여신은 숭배를 받는 동시에 욕을 먹고 존경을 받는 동시에 수모를 당하는 등 누구보다도 장점과 단점을 분명히 보여준 여신이었다. 이 원형은 여성의 성격에서 보이는 쾌락과 고통을 향한 강렬한 힘을 나타낸다. 결혼을 하려는 욕구가 강하지 않을 때는 의도적으로 헤라와 같은 아내가 되려는 결심을 통해서 자신 속의 헤라 원형을 강화시킬 수 있다.

데미테르는 곡식의 여신이자 모성 본능의 원형으로 자기 아이에 대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주 노릇을 하려는 여성의 욕구를 대표한다. 이 강력한 모성 본능은 한 여성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그 여성의 주변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그녀의 보살핌이 거부되거나 좌절될 경우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자식을 가질까 말까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신 내부에 있는 데미테르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이며 이 원형이 더욱 능동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게끔 하는 것이다.

페르세포네는 지하 세계의 시녀이자 여왕으로 굴종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의 경향과 그러한 여성의 호감을 사고 싶어하는 다른 이들의 욕구를 표현한다. 또한 처녀로서의 페르세포네는 여성으로 하여금 영원히 젊어 보이게 한다. 이 원형이 지닌 이해심이나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는 태도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려는 것을 귀담아 듣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하며 비판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삼감으로써 의식적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여성의 사랑, 미, 성욕, 관능의 즐기는 연금술의 신으로 여성들에게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부추긴다. 예리한 지각이나 즉각적인 통찰력을 기르는 것은 아프로디테 원형을 부르는 것이다. 죄의식과 단죄하는 태도는 사랑을 나누거나 예술품을 창조하는 기쁨에 장애 요소가 된다. 이러한 장애 요소는 사람들이 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쾌락, 유희 그밖에 다른 비생산적인 활동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낄 때 생긴다. 미술·시·무용·음악 등에 대한 관심을 개발하는 것도 아프로디테의 가치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우스는 하늘의 남신으로 의지와 정신 세계를 다스리며 가부장제 사회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정하며 권력과 부를 쌓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며 일단 지위를 갖게 되면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하는 남성들에게서 제우스 원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남성들 중에는 결혼 생활과 성생활이 제우스의 바람둥이 기질을 닮고 있을 수도 있다. 하늘은 모든 다른 자질들 위에 존재하는 의식적인 태도, 통제력·이성·의지 등을 상징한다. 벼락과 독수리는 제우스를 나타내는 주요 상징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재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그의 특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으로 감정과 본능의 세계를 지배하며 홍수를 가져오는 자, 대지를 흔드는 자로도 불리웠다. 그가 의인화하는 감정, 그가 다스리는 심리적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는 파도가 넘실대는 사나운 바다를 생각하면 된다.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격렬한 감정에 예기치 않게 휩싸여 전율감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포세이돈을 직접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를 상징하는 말은 신체적 본능이 지닌 힘과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그는 또한 아주 깊이가 있고 아름다운 심리의 세계로 알려질 수 있는 원형이기도 하다. 감정적 깊이에 가까이 간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인간의 심리 세계의 일면이며 가부장제 문화에서 낮게 평가되고 억압되어 온 부분이다.

하데스는 저승의 신으로 영혼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스린다. 그는 오직 꿈을 통해서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며 뚜렷하지 않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보이지 않는 원형의 세계를 의인화한다. 하데스가 사는 곳을 사람들은 사탄이 지배하는 악마들의 소굴, 산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피해야 하는 곳으로 여긴다. 그런데 저승은 풍요로움의 원천일 수도 있다. 집단 무의식과 같은 것으로 그곳에 사는 망령들은 생명력, 곧 출생을 기다리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잠재력을 필요로 하는 원형, 형태 같은 것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으로 멀리서 지켜보고 행동하는 남성적인 태도를 구현한다. 그는 제우스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으며 그의 속성을 지녀야 가부장제 사회에서 출세할 수 있다. 아폴론은 황금 화살로 먼 거리에 있는 과녁을 맞출 줄 아는 궁수이자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음악가였다. 그는 분명한 정의를 원하는 인물의 모습을 의인화하고 있으며 기술에 정통하고 질서와 조화를 존중하며, 외양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보다는 겉모습을 보기를 좋아한다. 그는 느낌보다는 생각을, 친밀하게 지내기보다는 거리감을 두기를, 주관적인 직관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좋아한다. 우리 문화에서 아폴론의 기질은 학교 교육 등을 통해 강화되기도 한다.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이자 영혼의 안내자, 마술사, 길과 경계의 신이었다. 이러한 원형을 구현하는 남성은 안정되게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어렵다. 변덕장이 또는 수은처럼 이러한 남성은 그를 붙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는다. 뛰어난 말 솜씨, 발명의 재주, 원만한 대인 관계, 민첩한 사고력과 행동력은 일을 완수하거나 남을 속이는 데 창조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특질들이다. 그는 의미의 전달자이자 어린아이의 구조자로서 긍정적인 원형이기도 하다. 헤르메스 원형은 우리가 새롭게 만나는 사람과 사물 사이를 스스럼없게 해준다. 발견의 계기들을 열어 주고 동시적인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게 해준다.

아레스는 무사, 춤꾼, 연인, 전쟁의 신으로 남성적인 체력, 격정, 즉각적 행동의 이미지를 갖고 잇다. 그의 마음과 본능은 그로 하여금 결과에 아랑곳없이 몸으로 행동하고 반응하게 했다. 가부장제가 그의 속성들을 낮게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제우스는 그를 미워하고 따돌렸다. 이 원형은 자기 감정과 몸에 충실할 소지를 심어 준다. 구애를 할 때 이 점은 아주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화가 날 때 그는 본능적으로 반응을 하며 가끔은 그에게 이롭지 못하고 남들에게 해가 되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헤파이스토스는 대장간의 남신이자 절름발이였으며 올림포스 신들 가운데 유일하게 일을 한 신이다. 그는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물건들을 창조하려는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충동을 의인화한다. 올림포스 산에서 박대당하고 내팽겨치진 헤파이스토스는 권력과 외모를 중시하는 제우스가 다스리는 고상한 세계에서는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해 이 남신을 닮은 남성들은 출세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원형이 출현하면 미적 감각과 풍부한 표현력이 자유롭게 펼쳐져 형태를 부여하게 된다. 이 원형을 지닌 사람은 일에 몰두하여 자기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작업장·스튜디오·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자 황홀경과 공포의 신, 야성의 신이자 가장 축복받은 구출의 신이었다. 그는 올림포스의 막내 신이면서 유일하게 인간을 어머니로 둔 남신이었다. 디오니소스 원형은 긍정적인 잠재력과 부정적인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감정이 지닌 가장 고상한 부분과 가장 천박한 부분을 건드리며 마음 속의 갈등과 사회와의 갈등을 일으킨다. 신비주의자 남성들과 살인자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원형이다. 황홀경의 순간들과 굉장히 모순적인 충동을 경험하는 사람들 속에 있는 원형이다. 디오니소스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청하는 것은 일상적 환경, 일상적인 옷차림, 습관적인 역할들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외에 올림포스 신들 가운데 행방 불명된 남신이 하나 있다. 그는 사랑으로써 세상을 다스리고 가부장제를 극복할 남신이었다. 지혜의 신 메티스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날 예정이었으나 태어날 아들이 자기를 무너뜨리고 자리를 차지할 것을 두려워한 제우스가 메티스를 삼켜 버리고 말아 여성의 지혜도 또 사랑으로 다스릴 남신도 행방 불명되었다. 남신들이 통치권을 장악한 그리스 신화에는 여러 신들이 등장하지만 그 누구도 강건하고 현명한 어머니와 강하면서도 사랑에 넘치는 아버지를 가져 보지 못했으며 그 점에 있어서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 남성들과 여성들이 위대한 어머니, 메티스의 지혜와 연결되어 권력이 아니라 사랑에 근거한 선택을 내릴 때 우리 속에 있는 행방 불명된 남신을 찾게 된다.

1부 우리속에 있는 남신들
1. 우리 속에는 남산들이 있다
2. 아버지와 아들: 신화는 우리에게 가부장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2부 아버지 원형
3. 제우스: 하늘의 신, 의지와 권력의 세계
4. 포세이돈: 바다의 신, 감정과 본능의 세계
5. 하데스: 저승의 신, 영혼과 무의식의 세계

3부 아들세대
6. 아폴론: 태양의신, 궁수, 입법자, 총애받는 아들
7. 헤르메스: 전령의 신과 영혼의 안내자, 전달자, 책략가, 여행가
8. 아레스: 전쟁의신, 무사, 춤꾼, 연인
9. 헤파이스토스: 대장간의 신, 장인, 발명가, 외톨이
10. 디오니소스: 술과 황홀경의 신, 신비주의자, 연인, 방랑자

4부. 우리 자신을 기억해 내기
11. 우리의 신화 찾기: 자신을 기억해 내기
12. 행방 불명된 남신

부록: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남신 원형 도표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우리 속에는 남신들이 있다. 당신 속에는 어느 남신이 숨 쉬고 있는가?
감정적으로 격렬한 남성이 있는가 하면 냉랭한 남성이 있고, 정신적으로 예민한 남성이 있는가 하면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남성이 있고, 미적 정서에 민감하여 무아 경의 몰입 상태에 있고 싶어 하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노라마같이 전개되는 일치감을 맛보고 싶어 하는 남성이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남성들 간의 다양성과 남성 내부의 복잡성은 바로 여러 남신들로 대표되는 원형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이 무의미하고 맥 빠지게 될 때 또는 사는 방식과 하고 있는 일이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남성들은 자기 속에 있는 원형과 눈에 보이는 역할 사이의 불일치를 알아챔으로써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