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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제 생명공학 연구는 거대한 사업이 되었고, 인간은 실험용 동물이 되었다.
과연 금이빨 대신에 가치있는 효소나 호르몬 같은 것들을 뽑아갈 아우슈비츠 같은 사회가 도래하는 것인가!

2005년 말부터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황우석 사태’에서 연구 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의 엄청난 규모가 세간의 눈을 사로잡았다. 황 교수 연구팀은 논문조작뿐 아니라, 실험실 하급자에 대한 난자기증 강요, 난자기증 여성에 대한 동의 미확보, 연구비 유용 등 거의 백화점급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현실은 생명공학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법적·사회적·윤리적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사실상 접어둔 채 생명공학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여겨온 한국사회의 인식틀에서 비롯된 결과다. 생명공학에 대한 논쟁과 사회적 합의는 뒷전으로 하고 ‘육성’에만 열을 올려온 정부와 과학 언론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 때문에 생명공학의 급격한 상업화가 대학과 과학 연구에 미치는 영향, 생명공학이 새롭게 제기하는 사람 몸의 상품화와 거기에 내포된 윤리적 문제 등은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의제가 되지도 못한 채 묻혀버렸고,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작금의 황우석 사태를 가능케 한 토양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다고 선전되는 휘황찬란한 미래의 모습에서 조금 눈을 돌려, 그러한 발전이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논쟁으로 발전시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인체 시장』은 그러한 숙고와 논쟁을 위한 첫걸음으로 좋은 길잡이 구실을 할 수 있는 책으로, 저자와 역자가 모두 생명공학의 사회적 문제들을 꾸준히 연구해 왔으며, 특히 역자들은 시민과학센터에서 활동하면서 과학논쟁과 과학언론, 대중의 과학이해, 과학 연구윤리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생명공학산업에서 사람의 몸에 관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생명공학회사들은 신체조직을 추출하여 앞으로 경제적 이익을 낳을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상품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피부, 혈액, 태반, 생식세포 등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가 진단 목적으로 흔히 내놓는 혈액이 이제는 생물학적 과정과 질병의 유전적 근거에 대한 연구에 유용하게 쓰이며, 유아의 포피(包皮)는 인공피부를 위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 난자와 정자는 연구와 체외수정 시술을 위해 매매되고 있으며, 배아도 줄곧 도용(盜用)되었다. 죽은 아기의 신장에서 뽑아낸 세포주는 혈액응고 방지제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인간의 뼈는 인류의 역사를 연구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생물수집품으로 상점에서 팔리고 있다. 또한 혈액, 머리카락, DNA와 같은 신체조직은 미술가들의 표현수단 중 하나로도 쓰이고 있다. 이처럼 생명공학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의 몸은 새로운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한다.

<사람의 인체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
● 시애틀에 거주하는 사업가 존 무어는 털세포 백혈병 판정을 받자 캘리포니아대학(로스앤젤레스) 의대의 최고전문가를 찾아갔다. 그는 의사의 지시를 따랐고, 비장 제거수술과 다른 치료들을 받았다. 무어는 담당의사가 자신의 혈액뿐 아니라 골수, 피부, 정액 샘플을 계속해서 채취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신체조직이 진료목적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무어는 자신이 특허번호 4,438,032번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의사들을 부정 의료 및 절도혐의로 고소했다.

● 국민 전체가 게놈을 경매에 넘긴 일도 있다. 디코드 지네틱스 사는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유전자를 조사, 저장,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아이슬란드인들은 몇 세기 동안 고립되어 살아왔을 뿐 아니라 매우 잘 정리된 가족계보와 의료기록을 갖추고 있다.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 돌연변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이질적으로 구성된 인구집단보다 아이슬란드인들과 같이 고립되고 동질적인 인구집단을 검사하는 편이 더 낫다.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하기 위해 한 스위스 회사는 이미 2억 달러를 지불했다.

● 아인슈타인의 사체 부검을 맡았던 프린스턴병원의 토머스 스톨츠 하비 박사는 부검시 아인슈타인의 뇌를 빼내어 보관해 두었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죽기 전에 미리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아인슈타인의 뇌를 170조각으로 잘게 잘랐다. 그는 이를 분리하기 전에 각 조각들의 위치를 보여주기 위해 번호를 붙인 도표를 만들었다. 그는 이 조각들에서 미세한 일부분을 떼어내 이를 셀로이딘에 담근 후 다시 절편들로 잘라 보관해 현미경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이후로 하비는 누가 아인슈타인의 뇌 조직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자기 뜻대로 결정했다.

●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의 의사들은 불임수술 등을 받는 여성들로부터 은밀하게 난자를 채취했다. 피임약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수정란을 특히 탐냈기 때문에, 병원 스태프들은 여성들이 골반수술을 받기 전의 가임기간에 피임도구를 쓰지 말고 성관계를 갖도록 권장하기까지 했다. 한 연구에서는 피임약 개발자들이 여성들로부터 수정란을 34개나 채취했는데, 이 여성들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신체조직의 일부를 광물처럼 추출하고, 작물처럼 수확하는 사람들!

신체조직이 지닌 가치와 이로부터 얻은 특허에서 수익을 얻게 되자, 의사나 연구자들은 인간에 대해 과거와는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몇몇 과학자들은 사람의 몸을 하나의 ‘프로젝트’ 내지 ‘연구대상’으로, 즉 분자 수준으로 분할해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본다. ‘수요 및 공급, 계약, 교환, 보상’ 등과 같은 상업적 언어들이 과학의 언어 속으로 점차 침투하고 있다.

이러한 몸의 파편화와 상품화에서 어떤 점이 그토록 우려스러운가? 신체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가? 과연 몸의 일부는 경제적 교환의 단위일 수 있는가? 신체조직들이 과학연구를 앞당기고,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혜택을 가져다주는 상황에서 사람의 몸을 유용한 자원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 신체조직의 분리, 저장, 변형에 따른 발전은 왜 논쟁거리가 되는가? 세포주의 상업화를 막으려는 법정 소송과 유전자 특허에 반대하는 항의는 왜 나타나고 있는가?
인간의 신체물질을 이용하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는 근본적이면서도 어려운 딜레마를 제기한다. 신체조직의 분리는 과학연구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몸의 경계를 침범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포기하게끔 강요한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DNA 신원확인 시스템을 위해 샘플을 수집하는 것은 범죄와 싸우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감시사회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저자는 특히 신체조직 기증자의 인지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DNA, 세포주, 혈액, 장기, 생식물질과 같은 신체조직을 채취할 때 생겨날 수 있는 법적·사회적·윤리적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기술을 사회적·문화적 가치보다 우선할 때 생기는 문제들을 보여준다.

몸을 바라보는 과학적 관점과 사회적 의미를 돌아봐야 할 때다!

이 책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신체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둘러싸고 서구사회에서 진행된 논쟁이다. 가령 아인슈타인의 뇌 전시나 독일에서 시작되어 국내에도 들어온 ‘인체의 신비’전은 사람의 몸을 누가 소유하며, 사람의 몸에 대한 합당한 대우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서구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전시회들이 대중적 차원의 이의제기나 논쟁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오히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기한 볼거리로 조명을 받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대비는 우리가 두고두고 숙고해야 할 문제를 던져준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줄서서 ‘벗겨진 시체’들을 관람하고, 아인슈타인의 작은 뇌 조각을 보려고 관람객이 떼지어 몰리는 진풍경은 생명공학의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해 무감각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전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둔감함 역시 마찬가지다. 유전자 감식기술의 활용과 정보은행 구축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수사기관을 중심으로 범인 검거 등에 유전자 감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그 대상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검찰과 경찰은 범죄자 유전자은행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이미 법률을 마련한 상태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논쟁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이런 시스템이 일방적으로 도입된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의 출간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중적 공론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유전자 검사, 제품개발, 장기이식을 위한 환자의 신체조직 이용을 관장하는 정책들은 계속해서 논쟁에 휩싸일 것이다. 이러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몸의 사회적 의미를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개인의 심리적 안녕에, 중요한 사회적 가치의 유지에, 과학 그 자체의 미래에 위협을 제기할 것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로리 앤드루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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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넬킨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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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Kim Myong-Jin)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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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미국 기술사를 공부했고, 현재 동국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면서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래 전공인 과학기술사 말고도 과학 논쟁, 대중의 과학 이해, 과학기술 의사 결정의 시민 참여, 과학자들의 사회운동 등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야누스의 과학](사계절출판사, 2008), [탈핵](공저, 이매진, 2011), [할리우드 사이언스](사이언스북스, 2013)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공역, 그린비, 2009), [시민과학](공역, 당대, 2011), [과학의 새로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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