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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의 확립이란 남에게 휘둘림을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홀로 서기이자, 인간의 기본 권리이다. 제도에 의해,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휘둘림을 당하는 집단주의적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이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성의 자아 실현을 억압하는 성차별주의와 이와의 연계 속에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획일주의, 상업주의, 계급 불평등의 실상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 우리 스스로가 창조적이며 민주적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
목소리를 위한 시간 / 이성애

좌담
열린 사회, 자율적 여성

논설
창조적 인간과 민주 사회 / 오세철
가정과 사회, 그리고 여성의 일 / 조옥라
획일 문화와 성차별 언어 / 김숙희
인간 해방 운동의 구조 / 조형
문화와 사회 운동의 양식 / 조혜정

여성의 직업 활동 영역
한국 여성 문학의 흐름 / 고정희
여성 언론인의 역사 / 김경희
여성 은행원의 지위는 향상되었는가? / 우혜전
농촌 여성은 초인인가? / 김주숙
첨단 과학은 여성을 환영하는가? / 한현옥 외

현장 연구
공간 활용 방식과 표정에 나타난 남녀의 차이 / 김수근
광고에 나타난 여성상 / 고석주
일상적 언어 생활에 나타난 성차별주의 / 윤양헌 외
자라나는 세대가 가진 자아상 / 안정남
내가 바라는 삶 / 고교생들의 글
중학생이 즐겨 읽는 로맨스 소설 분석 / 민채원·김소연

획일 문화를 거슬러 사는 여성들
먹고 자고 숨쉬듯 해온 나의 일 / 김화련
자유로운 삶을 춤에 담으며 / 남정호
나는 국민학교 선생님 / 한청희
노조 활동에서 얻은 삶의 자각 / 이영순
농촌, 도시, 근로, 불우 여성과 더불어 / 김근화
농촌, 농민, 그리고 나의 삶 / 한명석
엄마는 현대판 현모양처 / 김화숙
내 삶에 최선을 다하여 / 박용희
나의 일이 가져다 준 것 / 박경아
해녀 / 안택근

고정란

자유로운 어린이를 위한 창작물

시와 노래
너의 새, 우리는 나무 / 박상천
엄마도 일하고 아빠도 일하고 / 캐롤 홀

동화
멧돼지와 집돼지 / 조장희
흰나비의 날개옷 / 조장희
별배꼽 오리 / 닥터 쉬즈

창작과 평

평론
평범해지기를 거부한 60년대 여성, 전혜린 / 우명미

촌극
선배의 삶과 후배의 삶 / 박선희

서평
『여성』이 제시하는 '올바른' 여성 운동의 방향은? / 조은
진정한 모성 / 서지문
사랑과 결혼의 실체 / 김수경

적응과 성장
우리 엄마는 일해요 / 정진경
글자 하나 모르는 어머니, 경우 바른 어머니 / 김언호
제 이름 아세요? / 이인영

여성학 자료
한국 도시 주부의 정신적 갈등에 관한 연구 / 한혜경

지구촌 자매들
25세 여성 조기 정년 철폐를 위한 여성 운동 / 정경환
나이로비 여성 대회 / 지영선
비정부 국제 기구와 세계 여성의 해 / 주준희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 봅시다 / '또 하나의 문화' 동인 태도 스케일

또 하나의 문화 창간호는 '평등한 부모, 자유로운 아이'라는 주제 아래 좀더 합리적이고 인간다운 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엮어졌었다.
이번 2호는 대상을 좁혀서 젊은 여성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엮었다. 이번에도 지난 호처럼 좀 거리감이 있는 '열린 사회, 자율적 여성'으로 제목을 달았다. 너무 먼 곳에 있는 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구태여 닫힌 사회를 강조하기보다 긍정적 면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자율성의 확립이란 남에게 휘둘림을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혼자 섬이요, 이는 인간의 기본 권리이다. 우리 사회처럼 집단주의적 사회에서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끊임없이 제도에 의해, 타인에 의해 휘둘림을 당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자율적, 주체적이 된다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임은 사실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은 두 개의 범주이자 어머니와 아들, 누이와 오빠, 아버지와 딸, 부부로서 끊임없이 밀접한 상호 작용을 갖는 관계이므로 한 편의 자율성은 곧 다른 한 편의 자율성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자율은 여성을 통해 표현된 자율이지 꼭 여성만의 자율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혼자 섬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협력자로서 손을 맞잡고 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자율성은 또한 공동체의 운명에 적극 참여하는 필요 조건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자율성 확보는 현대 산업 사회에 사는 구성원의 의무이며, 개개인은 구체적으로 경제 자립과 아울러 생산적 일과 주체적 태도를 가질 것이 요구된다. 현대 사회의 진정한 발전은 근본적으로는 주체적인 시민 세력의 형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에 여성의 자율적 확립의 과제는 더욱 그 당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이 하는 일이 이미 다양해졌다. 세기 전에는 안채에만 머물던 여성들 또한 이미 각계에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 틀은 여전히 엄격히 고정되어 있고, 그 틀을 바꾸려는 노력은 아직도 달걀로 바위를 깨는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1세기 내 증가한 인구의 수와 그에 따른 제도의 복합성, 일의 다양화를 고려할 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획일주의와 동질성에의 집착이 갖고 오는 인간성 억압의 폐단은 실로 지대하다. 이번 호 좌담과 논설에서는 구체적으로 여성의 자아 실현을 억압하는 성차별주의와 이와의 연계 속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획일주의, 상업주의, 계급 불평등의 실상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 우리 스스로가 창조적이며 민주적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글 군데군데에서 대안적 문화의 내용과 양식이 제시되고 있다.
여성의 직업 활동 영역에서는 문학 창작, 신문, 은행, 농업, 전산 분야를 선택하여 그 동안의 여성의 친출 양상과 현황을 살펴보았다. 비범한 영웅의 시대가 아닌 평범한 창조적 인간의 시대로 향해가고 있는 지금은 여성의 삶을 진정한 여성의 관점에서 나타내는 여성주의적 문학이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정보화 시대를 맞아 탁월한 능력, 뚜렷한 관점, 책임감을 요구하는 대중 매체 분야는 뛰어 넘어야 할 담이 높으나 그만큼 보람이 큰 영역이다. 금융 분야 중에 은행이 선택된 이유는 현재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집단적 노력을 통해 제도적 개선을 해나간 사례가 비교적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농촌 여성을 선택한 것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양의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의 삶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분야로 생각되어서였다. 전산계는 여성들이 개척해 나갈 새로운 전문직으로서 여성 차별의 불합리한 일들이 여성 자신의 적응력을 높임으로써, 때로는 집단적인 힘을 활용함으로써 깨져 나가는 모습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현장 연구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성차별주의와 획일주의의 문제가 다루어졌다. 우리가 예사롭게 지나치던 많은 것들의 뿌리가 실은 성차별 문화에서 나온 것임을 제시하고 이 사소함이 가질 수 있는 커다란 의미를 보여 주고 있다. 작은 것에서부터 철저하게 변화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다음에 이어지는 여성들의 생애에 관한 글은 애초에 다양함을 보이려는 의도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자주적인 여성들의 내면적 성장의 흐름을 보여 주고 겉으로는 순조롭게만 보이는 이들의 삶도 실제로는 많은 어려운 결정과 방황의 여정이라는 것을 있는 대로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원고를 다 모은 후 우리는 뭔가 좀 미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왜 다양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못했을까? 과연 고민과 방황과 고통스런 깨달음보다는 믿음과 추진력이 더 강하고,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자율성을 이미 확보했던 특수한 경우들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는 스스로 묻고 또 얘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