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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둘에 별이 된 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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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책은 캐나다의 최고 영웅 테리 폭스의 감동적인 삶을 한 편의 영화처럼 인상적으로 그린 평전입니다. 저자는 캐나다 유수 일간지 '토론토 스타' 기자 레슬리 스크리브너(Leslie Scrivener)로, 테리 폭스의 대륙 횡단 '희망의 마라톤'을 취재한 뒤 테리의 일기, 테리 생전의 인터뷰, 테리 가족과 지인들의 인터뷰 등을 재구성해 이 평전을 완성했습니다.
저자는 유려한 글솜씨로 독자들이 마치 테리 폭스와 함께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특히 테리 폭스가 왜 달려야 했으며, 달리는 과정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얻었으며, 그리고 테리가 어떻게 우리들의 영웅이 되어갔는지를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좋아하고 무슨 일에든 집중력을 갖고 열심히 하던 테리는 17세이던 1976년 겨울 오른쪽 다리에 종양이 생겨 병원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결국 이것이 당시만 해도 완치율이 아주 낮았던 암인 악성 골종양(Bone cancer)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의사들은 처음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지만 결국 암세포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수술 전날 테리는 자신이 따르던 농구 코치 플레밍의 병문안을 받습니다. 플레밍은 테리에게 마라톤 잡지 '러너스 월드'를 던져줍니다. 거기에는 뉴욕마라톤에 휠체어를 타고 출전해 완주한 딕 트라움에 대한 얘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 기사를 본 테리는 '나도 그 사람처럼 뭔가를 해볼 수 있을까? 나도 의족을 하고 달릴 수 있다면, 어쩌면 캐나다 대륙을 횡단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 그는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아무런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처지였지만 그 아이디어는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수술한 뒤 한쪽 다리가 없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던 테리는 주변의 도움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10대 후반이었지만 소아병동에 머물게 된 테리는 그곳에서 자신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이 암으로 고통 받고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무척 안타까워 합니다. 자신도 화학요법을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다 빠져나가고 몸이 말라갔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아이들의 암 극복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래서 테리는 암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우선적이라고 생각했고, 암연구기금을 모으기 위한 캐나다 대륙횡단 마라톤을 기획하게 됩니다.


이후 테리는 1년반 정도 준비기간을 갖습니다. 처음엔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가 나중엔 의족을 차고 걷기 연습부터 하지만, 마침내는 걷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제법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무렵 그는 대륙횡단 마라톤을 '희망의 마라톤(The Marathon of Hope)이라고 이름 붙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갑니다. 포드 재단에 편지를 띄워 잠을 잘 수 있는 캠핑용 차를 지원 받고, 둘도 없는 친구 덕을 설득해 차를 운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1980년 4월 11일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캐나다의 동단 뉴펀랜드의 세인트 존스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테리는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테리는 전체 8000km에 이르는 여정을 완주하기 위해 거의 쉬지 않고 하루에 28마일(약 42km)씩 달리기 시작합니다. 매일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은 건강한 사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테리는 그만큼 철저한 준비를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달리기 여정은 그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테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먼저 캠핑차를 운전해 1마일 앞으로 나가 기다리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던 친구 덕과도 불화가 생깁니다. 거기에다 살을 에는 추위, 사람들의 무관심, 의족의 고장과 절단 부위에 생기는 상처 같은 문제들이 '희망의 마라톤'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그럴수록 테리의 의지는 더욱 강해집니다. 처음엔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서서히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십시일반 기금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은 대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던 사회 분위기였지만 테리는 자신의 '치부'이기도 한 의족을 드러낸 채 달리기에 나섰다는 것에 사람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간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암 연구기금이라는 이타적인 목적을 갖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테리가 수많은 고난을 딛고 143일을 달려 캐나다 대륙의 3분의 2(5373km)를 횡단했을 무렵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암이 재발했고, 암세포가 허파로 전이돼 '희망의 마라톤'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전 국민이 이를 슬퍼했고,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그는 "설령 제가 끝을 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희망의 마라톤을 계속할 다른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 없이도 계속돼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희망의 마라톤' 기간에 300억원의 암연구기금이 조성됐고, 이후에도 그의 뜻을 이어받아 전세계 56개국에서 해마다 '테리 폭스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면서 암연구기금을 조성해 이제까지 2억5000만달러가 모였으며, 수많은 암 연구자들이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가고 없지만 25년이 지난 지금도 캐나다에서는 테리 폭스가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25주기를 맞아 올해 봄 캐나다는 1달러 화폐에 테리가 달리는 모습을 새겨넣었고, 9월 16에는 캐나다 전역의 학교에서 같은 날 '테리폭스달리기'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테리 폭스 달리기'는 국내에서도 1991년 25명이 시작해 해마다 참가 인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3000여명이 참가해 그의 뜻을 기렸고, 이제까지 모인 25만142달러가 암퇴치기금으로 한국의 연구단체에 기증되었습니다. 올해 테리폭스달리기(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주최, www.ccck.org/social_event/terryfoxrun_info_kor.htm)는 9월10일 여의도에서 개최됩니다. "노력하기만 하면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해요. 꿈은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겁니다."라고 말했던 테리 폭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목차

테리가 달린 길 지도

추천의 글 하나/ 조안 배론 - 주한 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

추천의 글 둘/ 김성규 - 1급 장애인

저자 서문



1. <오즈의 마법사>보다 더 굉장한 모험

2. "모든 일이 내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라면"

3. 수줍음 타는 아이

4. 운명의 장난

5. 깡 마른 송아지에서 근육질 청년으로

6. "엄마 캐나다 대륙을 횡단할래요"

7. 희망의 마라톤 일기

8. '진짜 기사 거리가 될지 한 번 알아봐'

9. 온타리오의 열광

10. 영혼을 고양시키는 달리기

11. 너무나 고통스러워 숨조차 쉴 수 없다

12. 옛날의 적과 다시 맞서 싸우다

13.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준 용기있는 영혼

14. "그는 우리 마음 속에서 언제나 달리고 있어요"

15. 함께 했던 사람들의 추억

16.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어요"



테리 폭스의 짧지만 큰 삶

본문중에서

1980년 4월 12일 테리 폭스는 캐나다의 동쪽 끝 세인트존스 해변에서 뒷짐을 진 채 앞을 똑바로 쳐다보고 서 있었다. 그의 마음은 먼 해변에 고정되어 있었다. 8530km의 먼 거리, 10개 주에 이르는 거대한 캐나다가 그의 눈앞에 꿈처럼 펼쳐져 있었다. 잠시 뒤면 그는 캐나다 횡단 마라톤이라는 거대한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디디게 될 것이었다.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 주의 세인트존스에서는 평범한 몽상가들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대서양의 거대한 바위섬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이 도시는 대륙 횡단 여행가들의 출발점이거나 혹은 종점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테리 폭스처럼 강하고 확신에 차서 대륙 횡단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어쩌면 일주일에 한 명 정도씩은 나올 만큼 흔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큰 꿈을 위해 캐나다 대륙을 뛰거나 혹은 자전거로 횡단하곤 한다. 어떤 이들은 좀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아예 혼자만의 고독한 행사로 그치기도 한다.

겨울이 여전히 떠나지 않아 추운데다가 비까지 내리던 이날 아침. 세인트존스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대륙 횡단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도록 비는 조촐한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테리는 단연 눈에 띄었다. 철저한 사전 준비 덕분에 그는 캐나다 암연구센터와 국영방송 CBC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방송 카메라는 그의 출발을 녹화하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테리는 잘생긴 얼굴에, 건강한 치아를 가진 곱슬머리 청년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다리였다. 왼쪽 다리는 성했지만 오른쪽 다리는 의족이었다. 무릎 위 15센티미터까지 다리를 잘라냈기 때문에 그 아래는 다리를 감싸는 통(bucket)과 강철 심을 그대로 드러낸 의족을 차고 있었다. 장애인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테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보잘것없는 다리를 드러냈다. 추운 날씨에도 그가 짧은 팬티를 입은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반면 왼쪽 다리는 누구의 다리보다도 더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져 있었다.(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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