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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괴벨스 :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의 기원을 찾아서

원제 : Joseph Goebb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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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권력을 훔쳐 세계를 파괴한 선동가
"증오는 우리의 임무다"
"독일은 유럽 문명을 지키는 구원자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독재자 히틀러를 독일의 신화로 창조한 극악무도한 선동가였다. 그는 최초로 라디오와 영화라는 현대적 미디어를 이용해 여론을 장악한 프로파간다의 선구자였다. 또한 총통 신화의 창시자였다. 전쟁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히틀러는 오류를 저지를 수 없다"며 총력전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에게 히틀러는 ‘섭리의 도구’였다. 그는 독일인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주입하지 않았다. 단지 선전이란 도구를 이용해 모두의 가슴 한 곳에 담고 있던 욕망과 감정을 극도로 끌어올렸을 뿐이다. 그는 단연코 20세기의 문제적 인물이다.
그런데 왜 지금 ‘괴벨스’인가? 미국에서는 가짜뉴스의 숙주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극우정당이 약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가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고, 중국의 시진핑은 이미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극우는 놀랍게도 세계적인 흐름이다. 한국은 2016년 겨울 수백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며 극적으로 극우의 패배를 끌어냈다. 그러나 극우는 잠시 패퇴했을 뿐 여전히 한국 사회에 잔존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적 극우정치의 교본이자 선전선동의 전략가였던 괴벨스를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잔존하는 극우의 상당수가 괴벨스의 전략을 21세기에 맞춰 변형 또는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괴벨스의 후예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독재자를 찬양하고 부당한 권력을 정당화하며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미디어를 장악하라

괴벨스는 제국국민계몽 선전장관에 임명되자 언론을 통제하고 미디어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미하엘]이라는 소설을 통해 "전심전력을 다해 증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에게는 혁명의 원동력인 ‘증오’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양한 독일인의 증오를 한데 묶을 수 있는 이슈가 오직 유대인뿐이라고 판단했다. "피는 언제나 우리가 그 다음의 투쟁에서도 단합할 수 있는 최고의 접합제"라고 외치며, 군중의 감정과 본능에 호소했다.
괴벨스는 "국민들은 일치단결해 사고하고, 정부에 적극 동조하고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선전은 정치적 예술이었고, 선전가는 흔들리는 국민의 영혼을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는 예술가였다. 또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 정부가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라디오에 주목했다. 당시 최첨단 신생매체였던 라디오를 "본질상 권위주의적"으로 보았고, 대중 선동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받아들였다. 오직 라디오만이 전 국민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라디오는 ‘괴벨스의 입’이었다.
‘국민 수신기’라 불리며 76마르크에 판매된 라디오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 독일 가정의 70퍼센트 이상이 갖게 되었다. 이는 세계 최고의 보급률이었다. 반면 청취 범위를 제한해 외국 방송을 들을 수 없게 했다. 그는 제국방송사 인사권과 프로그램 편성권 등 모든 권한을 갖게 되었고, 방송사 사장들에게 "방송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에게 속한다. 우리는 방송이 우리의 이념에 복무하도록 할 것이다. 방송에서는 그 어떤 다른 이념에 대해서도 발언해선 안 된다"고 협박했다. 독일의 미디어는 선전선동으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괴벨스의 선전 원리 : 단순화, 집중공격, 확대

괴벨스 선전의 주요 개념은 ‘단순화’·‘집중공격’·‘확대’다. 그에게 참과 거짓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의미 부여가 중요했다. 고정관념을 사용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택하고 제목을 과장하고 편견이 담긴 사진을 내보내며 특정 주제를 반복했으며, 상대에게 불리한 부정적 측면을 확대하며 프레임을 구성했다. 그는 대중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인종적 편견이나 증오 또는 공포심을 극대화해 선전에 활용했다. 대중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그들의 태도에 동조하는 식으로 효과를 얻으려고 했다.
괴벨스의 선전에는 체계가 있었다. 그의 선전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선전가는 여론과 사건에 관한 첩보에 접근해야 한다. 선전은 반드시 하나의 권위에 의해 계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선전 활동의 결과는 계획 당시의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선전은 적의 정책이나 활동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선전은 청취자의 흥미를 유발해야 하며 주의를 끄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전파되어야 한다. 적 선전에서 얻은 자료는 우리 측 선전에 사용할 수 있다. 흑색선전(허위 주장)은 백색선전(공식 보도)에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될 때만 사용한다. 선전은 뚜렷한 문구나 표어로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특징을 부여해야 한다. 국내 선전은 미래의 어떤 사건에 부딪히게 되면 폭발할 수 있는 허황된 희망을 예방해야 한다. 국내 선전은 적정한 불안을 만드는 선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국내 선전에 좌절을 주는 메시지는 제거되어야 한다. 선전은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대상을 공격 매개물로 삼아 촉진되어야 한다."

괴벨스의 유산

1946년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된 조지프 매카시는 자신에게 국무성에 근무하는 공무원 가운데 공산당원 205명의 리스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순 조사 대상자였고, 명단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국무성을 그만두었지만, 그는 거짓말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정치적 성공을 위해 ‘반공’을 정치적 상품으로 키웠다. 그는 늘 틀리거나 왜곡된 숫자를 말하고 보고서 페이지 번호까지 대는 수법을 썼다. 그의 정치적 자산은 반지성주의였으며,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은 ‘매카시즘’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21세기에도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는 반복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뉴스가 페이스북에 등장했다. 출처도 명확하지 않았던 이 가짜뉴스는 무려 96만 건이나 공유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이슬람국가)와 연루되었다는 가짜뉴스도 70만 건 이상 공유되었다. 괴벨스의 라디오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옮겨간 셈이다. 가짜뉴스는 기사처럼 유통된다. 우리가 진실이라 믿고 있는 세계는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편집되고 있다. 괴벨스가 21세기에 존재했다면 그 역시 제일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을 공략했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 : 왜 지금 괴벨스인가? - 005

20세기 최악의 세대, 자본주의를 경멸하며 성장하다 - 013
언론사 취업 실패와 첫 직장 해고 청년 백수, 히틀러를 만나다 - 023
[미하엘]의 메시지, "전심전력을 다해 증오해야 한다" - 031
수도 베를린으로 유대인과 공산주의를 향한 공세 - 045
세계대공황, "정치적 파산자들을 때려잡자!" - 057
공산주의자와 전쟁에 나서다, 그리고 독일을 거머쥐다 - 067
선전장관의 임무, 미디어를 장악하라 - 077
20세기 독재자들의 멘토, 괴벨스의 선전 원리 - 085
총통을 ‘하늘 위에 있는 지도자’로, "진정한 위협은 볼셰비즘과 유대인이다" - 095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고 선전중대를 꾸리다 - 109
"총통은 명령하고 우리는 따릅니다!" 공포와 증오로 광기를 이끌다 - 117
"한 민족, 한 제국, 한 총통" - 123
소련 침공을 위한 선전, "독일은 유럽 문명을 지키는 구원자다" - 135
극단으로 더 극단으로, 유대인 학살과 총력전 - 143
"증오는 우리의 의무", 청산가리로 생을 마감하다 - 151
괴벨스를 파멸로 이끈 파시즘은 무엇이었는가? - 159
괴벨스가 죽은 뒤에도 반복되는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 - 167
패배자 괴벨스의 유산 - 175
최고의 선전가 - 183

본문중에서

그는 1921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낭만주의 극작가 빌헬름 쉬츠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분명 공부에 소질이 있었다. 가족들은 그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안카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유서를 쓰기도 했다. 연애하기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안카는 변호사 남자와 결혼했다. 훗날 시간이 흘러 이혼을 하고 생활이 어려워진 그녀는 당시 선전장관 괴벨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괴벨스는 베를린 여성지 편집부에 그녀를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박사 괴벨스는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1921년 독일은 패전 이후 실업과 빈곤으로 가득했다. 일자리가 부족했다. 1919년 체결된 베르사유조약은 보복적인 성격으로 패전국들에 가혹한 배상을 강요했다.
('20세기 최악의 세대, 자본주의를 경멸하며 성장하다' 중에서/ p.19)

괴벨스가 선전을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만한 이들은 동시대를 살았던 월터 리프먼과 에드워드 버네이스다. 1889년생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은 [여론]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흔들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이 가정이 신화에 가깝다는 게 리프먼의 주장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숭상하는 여론의 실제란 이미지의 결합, 표피적인 인상, 스테레오타입, 편견, 이기심의 반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리프먼은 "우리는 먼저 보고 나서 정의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정의를 내린 뒤 본다"고 지적했으며 "진실과 뉴스는 동일하지 않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언론은 어둠 속에서 꺼내 빛을 밝히는 서치라이트와 같은데, 이 빛만으로는 세상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세기 독재자들의 멘토, 괴벨스의 선전 원리' 중에서/ pp.91~92)

괴벨스는 6월 17일 "한 민족, 한 제국, 한 총통", "우리는 제국으로 돌아가리라!", "독일, 모든 것 위의 독일" 같은 준비된 구호와 함께 영국의 포위를 주장했다. "그들이 허약하고 무기력하고 부르주아적인 독일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나치 제국은 막강하다! 오히려 현재 세계 최강의 국방군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비겁한 부르주아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 아니라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전쟁을 지원하는 선전은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과 함께 적절히 녹아들었다.
('한 민족, 한 제국, 한 총통' 중에서/ p.125)

괴벨스는 1943년 4월 소련군의 카틴 학살을 언론을 통해 부각시키며 소련과 폴란드 망명정부 사이의 갈등을 유도했다. 분노 유발. 그의 전문 분야였다. 그러나 새로운 패배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문제를 겪었다. 로멜의 패배도 마찬가지였다. 괴벨스는 로멜의 명망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는 ‘사막의 여우’가 2개월간 요양을 위한 휴가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튀니지에서 24만 병력이 항복했다. 괴벨스는 패배에 함구했다. 반면 베를린 공습이 남긴 피해는 부인하지 않았다. 공습은 민간인의 사기를 높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결과를 두고 회의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게슈타포가 체포했고 비판적 언론인들에게 테러를 가했다.
('극단으로 더 극단으로, 유대인 학살과 총력전' 중에서/ p.149)

괴벨스는 1941년 6월 20일 일기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영화와 라디오, 언론의 도움으로 국민들을 교육한다. 국가는 그것들을 결코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언제든 빈민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곳일수록 극단주의가 지지를 받고, 선전은 효과적으로 먹혀든다. 전쟁과 대공황을 겪은 그들 앞에 나타난 파시즘은 그래서 먹힐 수 있었다. ‘선전’은 설득을 위한 도구다. 그 자체로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전의 주체에 따라, 선전의 목적에 따라, 선전의 방식에 따라 선전의 결말이 정해졌다. 괴벨스의 일기에 적힌 대로 국가권력이 선전의 주체가 되는 경우, 결말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괴벨스의 발자취는 대게 독재자의 참고서였다. 또는 독재자를 추종하는 이들의 교본이었다.
('패배자 괴벨스의 유산' 중에서/ p.179)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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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9년째 미디어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2012년 MBC의 170일 파업을 취재했다. 2016년 12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이 드러나기까지 과정을 언론비평 관점에서 쓴 [박근혜 무너지다]를 펴냈다. 2017년 6월, 비공식 공영방송으로 활약 중인 JTBC의 성공을 ‘손석희’라는 언론인을 중심으로 풀어낸 [손석희 저널리즘]을 펴냈다. 공저로 [저널리즘의 미래],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대한민국 프레임 전쟁]이 있다. 현재 [미디어오늘]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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