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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욱의 시집 『누군가의 누군가는』. 이 시집은 김원욱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나기철(시인)
김원욱의 이번 시집은 섬에서 부른 절제된 비가悲歌이다. 그는 제주 섬의 섬인 마라도, 비양도, 우도로 거처를 옮겨가며 밤 수평선과 하나가 된다. 그의 장소는 확대 되어 입도조의 고향인 오래 전 황해도 연안까지 가기도 하나 늘 이 섬에 와 머문다. 그의 시를 읽으며 릴케가 말한 체험의 시가 자꾸 떠올랐다. 신산스런 경험이 많은 그의 심안에 비친 물상들은 하나하나 진한 내음과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경험이 육화 되어 빛을 발한다. 새로 선보이는 단시들도 뚝 뚝 가슴을 친다. 이제 바야흐로 김원욱의 시가 이룩한 한 풍경을 본다.

강영은(시인)
쉽게 정의되지 않는 시의 본질을 독자적 언어와 세계를 품은 초월적 존재라고 한다면, 초월적 존재와 합일되려고 노력하는 김원욱의 시들은 구원의 서정으로 쓰여진 노래이며, 고통으로 고통을 승화시킨 울음인 점에서 미학적 가치를 획득한다. 시의 내부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혼은 그가 억지로 시를 만들지 않는 진정한 시인임을 증명한다. 그는 이제 스스로 몸을 가두는 파도의 울음이 아니라 수평선처럼 타자의 고통을 안으려 한다. 그 진정성이 “주머니 가득 파도소리 주워담던 그날”처럼 더 많은 열매를 맺기 바라면서, 이파리 돋아나고 큰 바다 일어서듯 ‘몸속의 우주에서 몸 밖의 우주’로 확장되는 시세계가 어디에 가 닿을지 다음 시집이 기대되는 바이다.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김원욱 시인의 시편들은 제주도가 거느리는 마라도, 우도, 비양도 같은 섬들이 오히려 중심에 있다. 그가 제주도를 벗어나 다시 섬으로 스며드는 건, 마음의 오지(奧地)를 향하여 섬에서 섬으로 가는 변방의 시심(詩心)일 것이다. 저잣거리를 작파하고 변방의 꽃과 바람으로 자족하는 시심이라는 건, 어지간한 야문 마음자리가 없다면 어떻게 가능할까. 시집 『누군가의 누군가는』이라는 표제시가 웅변하듯, 모든 누군가의 나침판은 그리움을 향하여 부표처럼 방랑하고 있다. 화려한 불빛을 멀리하고, 적막한 먹빛에서 별이 빛나듯, 고립무원의 공간에서 벌거숭이 상처로 노래하고 있다는 것도 김원욱 시의 특장이다.

“인동초처럼 말라서 꽁보리밥 눈물 송이로 쌓이던, 다가설 수 없는 저 단단한 밑뿌리는 얼마나 먼 곳”(「검멀레의 봄」)인가. 한 소식 그리움보다 한 뼘 보이지 않는 그리움은 측량할 수 없다. “풍경 소리에 귀가 열린 듯// 내 안 깊숙한 밑동까지 밟아 내려가는”(「달팽이」) 시인은 소리를 얻음으로써 드디어 마음자리를 찾아간다. “먹쿠슬 열매 떨어질 때마다 주머니 가득 파도소리”(「먹쿠슬낭」)를 주머니마다 채우는 것처럼, 김원욱 시인의 주머니마다 시가 가득하여 언제나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는 날이 기다려진다.

1부 누군가의 누군가는
몸속의 우주
기원정사에서 길을 잃고
누군가의 누군가는
문득, 꽃잎
무심에 대하여
거룩한 한때
시신이 되어
근원
거울은 투명하다
날마다 꽃을 치네
변기에 앉아
절규
칼의 소리
쓰레기를 치우며
맛나식당

2부 물살을 가르며
모슬포
섬에 들어
금잔화
밤비에 젖어서
마라도
마라도에 서면
우도에 들다
우도에서 하룻밤
물살을 가르며
징징징징
눈발처럼
봄!
검멀레의 봄
하르방 어디 이수과
게메마씀

3부 떠도는 달
빈집
에덴요양원
빈들에 서서
어떤 겨울
어느 꽃잎에 묻히던 날
달과 함께
추석, 달 가네
상현달이 뜨고
떠도는 달1
떠도는 달2
떠도는 달3
떠도는 달4
떠도는 달5
떠도는 달6
떠도는 달7

4부 먹쿠슬낭
달팽이
젤라의 꽃에게
제비와 함께
아가리
그가 오신다
가을, 뒤란으로 오시다
단풍에 기대어
억새에게
오승철 시인에게
강정에 서다
파치밀감
공황장애
촛불은 타오르는데
새벽을 바라보며
먹쿠슬낭

해설 강영은
구원의 서정, 고통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