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무기력한 도피인가,인간만의 특권인가. 여전히 터부로 남아있는 자살에 대한 본격 문제제기! 인간만이 꿈꾸는 자유로운 죽음 인간은 왜 자아에 직면하는 공백공포를 감수하며 세상과 이별하려 하는가? 이 책은 자살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짚어봄으로써 그에 대한 다양한 학문,학자들의견해를 고찰한다. 의학에서부터 심리학,사회학,인류학,철학에서 종교적인 문제까지 아우르면서 자살에 대한 정확한 설명,자살기도의 배경에 대한 개관,그 형태들과 원인,위험신호.예방,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1. 이 책에 대하여
이끌리오 비센 시리즈의 두 번째인《자살 - 인간만의 파괴적 환상》은 지금까지 터부시 되어온 자살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짚어봄으로써 그에 대한 다양한 학문, 학자들의 견해들을 고찰한다. 의학에서부터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철학에서 종교적인 문제까지 아우르면서 자살에 대한 정확한 설명, 자살기도의 배경에 대한 개관, 그 형태들과 원인, 예방, 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자살학'은 젊은 학문이며, 의학이 필요로 했던 만큼의 기회와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통계 결과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고, 구체적인 위기 개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들을 살펴보면서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자살에 대한 올바른 접근과 이해
오늘날 우리는 일상적으로 자살을 접하고 있다. 성적을 비관한 학생,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과중한 학습 부담에 시달린 초등학생이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실직을 당하거나 사업에 실패한 가장은 가족과 함께 잔인하게 목숨을 끊기도 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주부가 자신의 갓난아이를 죽이고 자살하기도 하며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는 서로 의기투합하여 동반자살을 공모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의 수가 헝가리,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고, 자살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독일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살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능가했다고 한다. 요즈음은 중국의 높은 자살률이 심심지 않게 회자되기도 한다. 이렇듯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은 점차 중요한 사회적 코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자살은 여전히 터부의 대상이다. 자살은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주제이지만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자살'이라는 현상을 통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시대와 한 사회의 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고, 어차피 죽음은 삶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접하고 있지만 아무도 살펴보려 하지 않는 자살에 대한 올바른 접근과 이해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이 책의 주요 내용
자살에 대한 연구는 매우 복잡하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자살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접근방법에 따라 설명방식 또한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이 책은 자살학 입문서라는 취지와 시도에 걸맞게 자살의 정의, 자살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에서부터 철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등 자살에 관한 다양한 입장과 담론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종교적 관점에서는 자살이 죄악의 문제로 다루어지는 반면, 사회학적 관점은 통계적인 수치를 통해 자살의 원인을 찾고 자살현상을 통해 사회의 성격을 분석한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자살의 유전인자를 밝히려고 하거나, 자살을 정신병과 관련 있는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대상으로 파악한다. 또한 자아를 향한 공격성의 표현이라거나 도와달라는 호소라고 해석하는 등 심리학적 차원에서 원인을 규명하기도 한다. 철학적으로 자살은 가장 인간적인 특성으로 설명하거나, 삶과 죽음의 문제 등 실존적인 차원에서 설명한다.

누가 자살하는가
자살자나 자살기도자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역학 연구에서는 질병이나 장애, 증상이 시간이나 공간 또는 다른 특징, 주로 나이와 성별, 사회계층 같은 인구 사회학적 특징과의 관계에 따라 어떠한 분포양상을 나타내는지를 학문적으로 다룬다. 많은 나라에서 자살기도는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실제 자살률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다. 그러나 인도 등 몇몇 낙후하거나 봉건적인 국가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자살률이 더 높다. 일반적으로 이혼, 사별, 미혼의 경우 자살률이 높게 나타나고, 농촌지역보다는 도시에서, 계절적으로 볼 때에는 봄과 여름에 자살이 많이 일어난다. 종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특히 카톨릭 국가나 아미쉬 같은 사회에서 자살률과 자살기도율이 낮게 나타난다.

왜 자살하는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자살을 하는 것일까? 단지 유전적인 성향일까? 아니면 정신병의 한 형태일까? 인간은 왜 자아에 직면하는 공백 공포를 감수하며 세상과 이별하려 하는가?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 전문의인 저자는 환자를 직접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는 임상 연구를 통해 자살 전 징후, 자살성향이 우울증이나 공격성, 또는 다른 정신병적 장애와 맺는 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또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 자살적 태도에 대한 발생 이론을 개별적으로 개관하며 고찰한다.

에스퀴롤의 생물학적 이론
"인간은 미쳤을 때에만 자살한다. 그러므로 자살자는 미친 자이다."
자살과 자살기도에 관한 생물학적 이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유전이론이다. 에스퀴롤은 자살이 거듭 일어난 가족들을 관찰했다. 자살행동이 일어났던 가족 내에서 또 다른 자살과 자살기도가 빈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우울증에 주목한 수많은 연구가 이를 뒷받침했다.

뒤르켐의 사회학적 이론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획기적인 저서《자살론》에서 자살의 네 종류를 도출하여 묘사했다. 개인이 사회에 적응했다는 것은 개별화가 너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개별화가 강할 경우에는 사회에서 절연되어 고립에 빠지기 때문에 '이기적인 자살'이 나타난다. 개별화가 지나치게 약할 경우에는 '이타적 자살'이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사회 규범이 너무 편협하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으며 막연하지도 않을 때에는 개인과 사회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규범이 너무 편협할 때에는 '치명적 자살'을 불러오기 쉽다. 순교나 가미가제 같은 희생적 죽음이 이에 속한다. 반대로 규범이 너무 느슨하거나 막연할 경우에는 '아노미적 자살'이 증가하기 쉽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적 이론
인간에게는 자기를 파괴하려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쾌락 원칙을 넘어서》에서 프로이트가 묘사한 이러한 파괴충동은 보통 충동을 조절하는 자기자아를 통해 통제된다. 이는 물론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다가 자아가 약해지면 나타나게 된다. 프로이트의 자살론은 기본적으로 우울성 이론이다. 우울증 환자의 공격성이 자기자아를 향하게 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공격성을 표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울증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느끼는 사랑과 미움의 양면적 태도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용기인가 비겁함인가 - 철학자들의 견해
일찍이 다양한 철학 학파가 다뤄온 자살이라는 주제에 대해 간략하게 개관한다. 고대 그리스의 견유학파와 스토아 학파가 자살을 받아들였던 반면 에피쿠로스 학파는 자살을 인정하지 않았다. 플라톤은 기본적으로는 자살을 반대했는데,《파이돈》에서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나 피할 수 없는 치욕을 당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살을 인정했다. 이와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니코마 윤리학》에서 자살이 공동체에 대해서는 부당한 행위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부당한 행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살펴본다.

"나는 그대들에게 자유로운 죽음을 설교하노라. 이죽거리며 웃는 그대들의 죽음처럼 몰래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오는 그러한 죽음을." - 프리드리히 니체

"윤리적으로 완전한 존재에게 누구나 헌신해야 한다. 국가가 목숨을 요구하면 개인은 목숨을 내주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내게 그럴(내 생명을 앗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답은 개인으로서의 나는 내 생명에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 헤겔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속한다. 죽음을 통해 세상을 중지시킴으로써 자살자가 자기 자신에게 속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 자유죽음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며 마지막 형태이다." - 장 아메리

"자살은 삶의 종말이라고 간주될 수 없다. 삶의 고유란 토대는 나일 것이다. 자살은 내 삶의 행위이기에 스스로 의미를 요구하는데 그러한 의미는 미래만이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살은 내 살의 마지막이기에 미래를 부정한다. … 자살은 내 삶을 부조리 속에서 몰락하게 만드는 부조리이다." - 사르트르

자살의 예방과 치료
의학분야에서 예방조치는 치료조치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자살률도 예방조치를 통해 감소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데 정신장애의 예방은 일차적, 이차적, 삼차적 예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차적 예방
자살분야에서 일차적 예방은 최초의 자살기도와 자살을 방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구조적 조치와 정보전달 조치가 구별된다. 구조적 조치는 사회와 그 관리자들에 의해 촉진된 자살경향을 방지하고 차단하는 아주 일반적인 조치를 말한다. 국민에 대한 심리적·정신의학적 관리를 개선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고, 자살을 금지하고 형법상 처벌규정을 만드는 것도 한 형태로 간주될 수 있다.

이차적 예방
이미 자살의도와 자살적 태도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자살 및 자살기도를 막는 것을 뜻한다. 이차적 예방을 위한 기관은 전화상담 서비스, 인명구조협회, 자살예방센터가 있다.

예방에서 치료로
자살성향에 대한 예방에서 치료로 넘어가는 경계는 유동적이다. 자살기도 후의 전문적인 도움과 치료는 자살의 재시도를 방지하는 일과 더불어 자살성향의 예방 차원과는 구분되며, 치료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자살성향의 치료에서 위기개입과 정신의학적 치료를 구분하고, 약물치료, 심리치료, 사회 치료적 조치와 자살환자 치료를 위한 특수기관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살이란 무엇인가
누가 자살하는가:역학연구
왜 자살하는가:임사연구
자살발생이론
실존적 물음로서의 자살
자살의 예방과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