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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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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건희 시대가 지금 막을 내리고 있다.
이건희 시대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변화를 약속했던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사과 성명과 퇴진 선언이 불법 비자금 조성과 조세 포탈 등 불법·비리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기만행위로 판명되었음에도, 국가는 물론 언론도 침묵했다. 한국 사회는 삼성 재벌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삼성을 묻는다. "변화를 거부하는 삼성, 미래가 있는가?"

이제 이건희 시대를 마감하며 이건희 체제도 함께 폐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 재벌 불법·비리의 구조적 요인 두 가지를 제거해야 하는데, 그것은 총수 일가의 지배·경영권의 독점·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이다. 이건희 체제의 악습이 폐기되지 않는다면 이건희 시대가 끝나도 ‘이건희 없는 이건희 체제’는 지속될 것이다. 그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3대 세습일 뿐이다.

삼성, 한국 사회의 빛인가 그림자인가?
이건희 시대의 삼성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어두운 그늘이 없이 밝게 빛나는 ‘포스트 이건희 체제’는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 사회, 다시 삼성을 묻는다

삼성은 한국 사회의 무엇인가?

삼성은 한국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세계 일류의 대기업 집단인가 아니면, 온갖 불법과 탈법 행위를 일삼는 범죄 집단에 불과한 것인가. 쉬운 대답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직장이자 삶의 기반이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꼭 입사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자신의 기업을 지탱해 주는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연매출 300조 원에 이르는 초일류 대기업으로, 한국 사회와 경제가 성정하는 데 필수적인 성장의 견인차이다. 반면, 누군가에게 삼성은 ‘사실상’의 고용자이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기만 하는 참 나쁜 기업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삼성의 작업 현장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그로 인한 산업 재해의 온상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삼성은 무노조 원칙을 기반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조차 가로막는 불법 집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삼성은 감히 맞서 싸울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거대한 힘 그 자체이다.

삼성은 과연 한국 사회의 희망인가, 아니면 문제인가?
이 책이 기획된 의도는 너무나 분명하다. 삼성의 ‘빛과 그늘’ 가운데 어두운 그늘을 걷어 내고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기업집단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취지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삼성에 대한 따가운 비판이기도 하지만, 또한 따뜻한 비판이자 제언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의 필자들 가운데 여럿은 이미 2008년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후마니타스)를 통해, 삼성 기업이 불법과 비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이를 통해 비자금 조성 등 불법 비리 행위가 폭로되면서, 국민적인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직접 나서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 재산의 사회 환원 등을 언급하며 직접 사과한 바 있었다. 비록 이건희 회장의 사과 성명에 지배 · 경영권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 등 삼성 재벌의 고질적인 악습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은 포함하지 않았지만, 미흡하나마 일정한 개혁 의지와 조치들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삼성그룹의 자정 기능에 대해 최소한의 신뢰나마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6년여가 흐른 지금, 이런 약속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것들이 지켜졌을까? 잘 알려졌듯이, 이건희 · 이재용 부자는 사과 성명 발표 후 2년 만에 다시 경영 일선에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복귀했다. 전략기획실은 해체되었지만, 그 자리에는 미래전략실이 다시 들어섰다. 불법 조성한 차명계좌에 대한 사회 환원 약속 은 예의 그렇듯 여전히 환원되지도 않고 있다. 그 사이 무노조 원칙은 여전히 고수되고 있으며, 경영권은 아무런 탈 없이 3세에게 세습되고 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삼성은 그 사이 불법과 비리의 그늘로부터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어둠을 걷어 냈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 속에서 다시 기획되었고 시작되었다. 삼성의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국가도, 언론도, 정치도 질문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학계와 노동운동 진영,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이 다시 모여, 다시 삼성에게 묻고 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삼성, 미래가 있는가?
이 책은 개인적 작업의 결과가 아니라 20명 이상의 연구자 · 활동가들이 만들어 낸 집합적 노력의 산물이다. 또한 순수 학술적 연구가 아니라 실천적 관심에 기초한, 실천적 활동을 담보한 학술적 연구라는 점이 또 다른 차별성이라 할 수 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함께 이 책의 출판을 위한 여섯 차례의 토론회를 공동 기획한 참여사회연구소,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그리고 이를 후원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삼성의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실천적 활동을 함께할 연대 단체들이다.

책의 구성

제1부┃삼성 재벌의 지배 구조와 축적 체제

삼성그룹은 어떻게 자본을 축적하며 총수 일가가 그룹과 계열사들을 지배하는지를 분석한다. 삼성그룹은 총수 일가의 지배 경영권의 독점 세습을 위해 불법 비리를 일삼고 있으며, 삼성그룹은 다수의 희생을 수반하며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 혜택은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한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장 송원근의 "이재용 시대, 삼성 재벌의 지배 구조"는 이건희 이후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는 삼성의 지배 구조의 변화가 ‘위기의 삼성’에 대처하는 삼성의 사업 구조 재편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삼성전자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펴보았다. 나아가 그간 빠른 추격자로서 삼성전자의 기업 경영 방식, 혹은 삼성 웨이가 이재용 시대를 맞이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제시했다.

2장 이병천 · 정준호의 "삼성전자의 축적 체제 분석"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과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변화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축적(생산과 분배) 방식을 분석한다.

3장 조승현의 "법을 조롱하는 자"는 총수 일가의 지배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탈법행위와 특권들을 분석한다.

제2부┃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과 노동 인권 유린
삼성 재벌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생산 현장에서 어떻게 관철되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한다. 삼성 재벌의 무노조 경영 방침은 철저한 노동자 감시와 억압적 노동 통제 방식과 함께 추진되고 있으며, 그 결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유린되고 노동관계법 조항들은 무시되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다.

4장 조돈문의 "삼성의 노동 통제와 노동자 조직화"는 복수노조 합법화와 민주 노조 결성이라는 변화된 조건 속에서 삼성이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는지,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한다면 이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노동 통제 전략을 구사하는지, 노동 통제 전략은 어떤 점에서 연속성을 보이고 어떤 점에서 변화를 보이는지를 분석한다.

5장 김진희의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현주소"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삼성 계열사 작업장에서 공통 적으로 나타나는 노동삼권의 부재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분석한다.

6장 류성민의 "삼성의 성과주의 임금, 문제는 없는가?"는 삼성그룹의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높은 임금수준의 이면에 숨겨진 두 가지의 문제점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개된 자료를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7장 권영국 · 류하경의 "삼성전자서비스의 인력 운영과 위장 도급"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자사의 핵심 업무인 제품 서비스 업무를 협력 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있는데, 이런 하도급을 이용한 인력 운영 방식을 분석한다.

제3부┃삼성의 사회적 책임
삼성그룹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삼성그룹이 협력 업체와 지역사회 등 주요 이해 당사자들에 기여하고 납세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한편,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속가능보고서]는 계열사들의 사회적 책임 경영 실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검토한다.

8장 김주일의 "삼성의 하도급, 상생인가, 기생인가?"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협력 업체와의 관계를 분석한다.

9장 한인임의 "삼성의 산업재해 발생과 지역 주민에 대한 영향"은 삼성그룹의 산업재해 실태를 확인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10장 강병구의 "삼성 · 재벌의 세제 혜택"은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세제 혜택의 실태와 변칙적인 상속 및 증여 행위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세제 개편 방안을 모색한다.

11장 이승협 · 신태중의 "삼성의 [지속가능보고서], 이대로 좋은가"는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근간으로 하여 삼성그룹 계열사가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제4부┃삼성의 사회적 지배력
날로 강화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삼성의 지배력을 분석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법조계에 대한 삼성의 지배와 엑스파일 사건을 검토하는 한편, 자금력과 광고를 매개로 삼성이 언론을 통제하고 지배 담론의 변화를 주도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12장 백주선의 "삼성의 법조 지배"는 삼성 재벌이 어떻게 법조계의 지배를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왜곡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13장 박갑주의 "삼성 엑스파일 사건을 통해 본 삼성의 사회적 지배"는 삼성 엑스파일 사건을 통해 삼성그룹이 통제되지 않는 영향력과 지배력을 이용해 민주주의의 제도와 절차조차 왜곡 파괴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14장 김서중의 "삼성의 언론 지배 방식과 현실"은 삼성이 어떻게 언론을 관리하며 삼성에 호의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15장 전승우 · 지주형 · 박준우의 "삼성 광고의 변천으로 살펴본 한국 사회 지배 담론의 변화"는 삼성의 텔레비전 광고를 분석해 한국의 사회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다시 한국 사회에 대한 삼성의 이데올로기적 개입을 보여 준다.

제5부┃삼성의 지배와 사회적 비용
삼성의 지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검토한다. 삼성이 그룹 계열사들의 이윤 축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료 민영화를 주도하고 부동산 개발로 도시 주거 문화를 파괴하며 전력 다소비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삼성 성장의 비용을 사회화하고 우리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16장 송태수의 "삼성의 로비학"은 정부 정책 및 입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의료 민영화와 유U헬스케어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삼성의 로비학을 분석한다.

17장 전규찬의 "아파트 공화국 삼성의 래미안 공간 지배"는 뉴타운 계획에 편승해 아파트 공화국의 건축을 선도하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아파트 건축에 관한 일종의 르포르타주이다.

18장 이보아의 "지속 가능 사회를 향한 삼성의 진심"은 삼성전자의 성공과 그에 대한 한국 경제의 높은 의존도가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큰 위협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편저자 조돈문 인터뷰

후마니타스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을 바라보는 이 책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조돈문 삼성은 성공한 세계적 기업이라는 국민적 자존심인 동시에 불법행위와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의 ‘빛과 그늘’ 가운데 어두운 그늘을 걷어 내고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기업집단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취지이다. 이 책은 20명 이상의 연구자·활동가들이 실천적 관심에서 출발해, 공동으로 연구하고 토론한 집합적 노력의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의 삼성’을 좀 더 입체적으로 조명한 ‘삼성 연구서’가 가능했다. 또한 2008년 출간된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의 후속 작업으로, 삼성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두 번째 결과물이다.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몇 년 후 세 번째 책이 나올 수도 있겠다.

후마니타스 2008년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를 출간할 때와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조돈문 2008년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통해 삼성재벌의 불법·비리 행위들을 공개하면서 ‘삼성 특검’이 진행되었고, 이건희 회장은 그 해 4월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지배·경영권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 등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총수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 재산의 사회 환원 등의 조치들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당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공언했던 이런 약속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잠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듯했던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삼성전자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복귀했고, 해체되었던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로 복원되었으며, 불법 운용 비자금의 사회적 환원 약속 또한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변화를 약속했으나 변한 것이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 기대했던 신뢰가 많이 약해졌다. 삼성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변화를 들자면 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삼성이 자정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 국가기구나 언론 등 외부 또한 삼성에 변화의 계기를 부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규제와 감시 역할을 포기했다는 점을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삼성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의 출간 작업을 추진하고 [삼성노동인권지킴이]를 출범시키게 된 것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후마니타스 포스트 이건희 시대, 삼성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지, 달라진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조돈문 언론이 이건희 회장의 심각한 상태를 보도하는 가운데 삼성재벌은 주식형 사채의 헐값 발행과 이재용 몰아주기로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에버랜드(현 제일모직)와 삼성SDS의 연내 상장을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 보유 주식의 상속과 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경영권에 대한 총수 일가 세습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3세 경영을 이야기하며 소유권과 함께 지배·경영권이 이재용에게 세습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과 불법적으로 취득된 지분은 사법부의 판단을 거쳐야 하겠지만, 소유권은 법적 절차에 따라 승계하면 된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소유권과 함께 지배·경영권을 세습하겠다는 것은 삼성그룹의 불법·비리의 구조적 원인인 지배·경영권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이 이룬 경제적 성공에 가려진 문제들이 공감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이 제작비 모금과 상영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런 움직임들이 지속되어 외부의 압력으로 작용해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를 기대한다.

후마니타스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은 한국 사회 재벌들이 공통으로 갖는 문제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삼성인가.

조돈문 삼성은 여타 재벌 그룹은 물론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의 준거 모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재벌은 법위에 군림한다는, ‘삼성 예외주의’를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이 변화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재벌 기업이 변화해도, 우리 사회의 시장 질서와 법질서는 바뀌었다고 할 수 없다. 조사차 방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파기하는 행위를, 다른 재벌 그룹들이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사회 회의 자료를 조작해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인 지주회사격 계열사의 주식형사채를 헐값으로 발행, 총수 자녀에게 몰아주고도 무죄를 선고받는 것, 다른 재벌 그룹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일일까?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는 삼성 예외주의가 헌법 체계 위에서 또 하나의 초법적 질서를 구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이 이처럼 ‘치외법권’의 영역이 된 것은 삼성을 규제해야 할 국가기구들과 삼성을 감시해야 할 언론들이 도리어 삼성의 관리를 받고 있는 현실과 깊은 관계가 있다. 삼성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복원하고 바람직스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후마니타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국은 삼성 공화국을 넘어 ‘삼성 사회’인 것 같다. 사회 모든 부문 곳곳에 삼성이 있다. 삼성이 많은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그 이면에 삼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망과 긍정적 이미지가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돈문 삼성그룹 계열사 구성원들만이 아니라, 국가기구와 언론의 담당자들, 나아가 삼성과 무관한 일반 시민들까지도 삼성을 보고 있다. 한국 사회가 삼성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거대한 옵티콘(panopticon, 원형감옥)인 셈이다. 판옵티콘의 죄수들은 중앙 감시탑의 감시자가 늘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그가 원하는 행위 양식을 수행한다. 국가기구와 언론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삼성의 시각에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은 삼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을 보도하기를 거부하고, 출판사들은 삼성에 비판적인 원고의 출판을 거부하고, 영화관들은 삼성이 불편해 하는 작품([또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 등)의 상영을 거부한다. 삼성의 사회적 지배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지배로 완성된다. 시민들은 삼성을, 경제적 성공을 이룬 국민적 자존심으로 보고 있으며, 그 이면의 불법 비리 문제 또한 잘 알고 있다. 삼성에 대한 이 같은 이중적 시각은 삼성 자체가 갖고 있는 양면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그늘’을 삼성의 ‘빛’을 키우기 위한, 삼성의 ‘빛’이 만들어 내는 불가피한 산물로 치부하는데, 이렇게 ‘삼성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함으로써, 삼성의 지배를 주어진 현실로 받아들이고 불법행위들을 정당한 것으로 수용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인식이 삼성그룹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불법·비리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후마니타스 삼성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둘러싸고 우려하는 기사들이 최근 많았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삼성이 잘돼야 한국 경제가 잘된다’는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조돈문 많은 사람들이 "삼성이 한국 사회를 먹여 살린다"거나 "삼성이 망하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 "삼성이 잘돼야 한국 경제가 잘된다"는 논리를 말한다.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 초반에서 20% 중반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애플 아이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의 두 배에 달하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삼성전자의 성장에 힘입어 삼성그룹은 수출 총액과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 안팎을 점하고 있는 만큼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이처럼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자명하지만, 삼성그룹이 한국 사회를 ‘먹여 살리’는 것은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를 보면, 경제적 비중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반도체-휴대폰 산업은 자동차-조선에 비해 생산 유 계수와 부가가치 유발 계수 등으로 추정되는 산업 전후방 연관 효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수출 증대 과정에서 유발된 고용 창출은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주로 이루어져서, 2010~11년의 경우를 보면 국내 1만6천여 명에 비해 해외 4만7천여 명으로 해외 고용 창출이 국내 고용 창출 규모의 2.8배에 달한다. 물론, 삼성전자 제품의 국내 판매로 인한 AS 부문의 고용 증대는 이루어졌지만 삼성전자나 삼성전자서비스가 AS 기술 인력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 고용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탓에 열악한 노동조건이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가 지난해 말부터 금년 여름까지 이어진 노동자 자결과 총파업·노숙 투쟁이었다. 그렇다면 삼성은 누구를 ‘먹여 살렸’을까? 삼성그룹은 노동자들에게 배분하는 노동 소득 분배율이 평균 수준보다 낮은 반면,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현금 배당 성향은 평균 수준보다 높아, 삼성그룹 성장의 과실 또한 노동자들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3년 말 기준 주식 1백 주 이상 보유한 주주들이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9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식 1백 주의 가치가 1억5천만 원 정도였는데, 한 업체의 주식을 1억5천만 원어치 이상 보유했다면 개미 투자가가 아니라 주식 부자/주식투기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그 피라미드의 최정점에는 총수 일가가 있으며, 현재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만 합쳐도 20조 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은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한 주주들만 ‘먹여 살린’ 것이 아니다. 삼성재벌의 불법 행위들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데 협력하는 이들도 포함된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10조 원에 달한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이를 수령한 청와대, 행정부, 정치인, 사법부, 검찰, 국세청, 공정위 등의 고위 인사들이 일차적인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삼성그룹의 실효법인세율은 2011~12년의 경우 16.9%로 현대자동차그룹 19.6%, SK그룹 24.2%, LG그룹 23.2% 등 여타 대그룹들에 비해 월등히 낮아 특혜 수준의 세금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재벌은 일제 강점기 일본 제국과 개발독재 시기 독재 정권의 수혜자로 급성장한 이래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도 수출 주도, 대기업 중심, 선성장 후분배 경제성장 전략의 최대 수혜자로서 위치를 견지하고 있다. 삼성이 한국 사회를 먹여 살렸다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삼성그룹을 먹여 살린 것이며, 이제 삼성이 한국 사회를 먹여 살릴 차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후마니타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 대표를 맡고 있는데, 계기가 있다면?

조돈문 삼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지도 15년은 족히 되었다. 15년이면 단독 저서도 몇 권 냈어야 하지만, 고작 공동 편저 2권이 전부다. 자료의 제약 때문이라 하더라도, 삼성 연구자로서 전혀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그동안 삼성 노동자들도 많이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난 15년 동안 삼성의 생산 현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노동조합 결성도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2011년 7월 사업장 복수 노조 합법화를 계기로 에버랜드, 삼성전자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민주노조가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 뿐이다. 아직 대다수 삼성그룹 계열사들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일터에는 백혈병 등을 유발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 물질들이 난무하지만 기계를 멈출 수도 없고, 현장 진단을 요구하지도 못하며, 유해 물질에 시달리다가 결국 목숨을 잃곤 한다.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임금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업장, 그것이 우리 현실에 실제로 존재한다. 노동조합이 결성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노조 경영 방침의 고수는 결국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며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곤 한다. 노동 연구자로서, 삼성 문제 연구자로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쩌다 외국의 노동문제 연구자나 활동가 친구들을 만나면, "어떻게 한국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관철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럴 때면 한편으로는 상당히 부끄럽고, 다른 한편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긴장을 갖게 된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직은 내가 이런 곤혹스러움을 모면하고 ‘내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회’다. 내가 어찌 하늘이 내린 기회를 거역할 수 있겠는가?

목차

책머리에
다시 삼성을 묻는다 | 조돈문

제1부 삼성 재벌의 지배 구조와 축적 체제

1장 이재용 시대, 삼성 재벌의 지배 구조 | 송원근
2장 삼성전자의 축적 방식 분석: 세계화 시대 한국 일류 기업의 빛과 그림자 | 이병천, 정준호, 최은경
3장 법을 조롱하는 자: 삼성 재벌의 탈법행위와 특권 | 조승현

제2부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과 노동 인권 유린
4장 삼성의 노동 통제와 노동자 조직화 | 조돈문
5장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현주소: 삼성전자 여성 노동자들과 노동권의 실종 | 김진희
6장 삼성의 성과주의 임금, 문제는 없는가?: 근로시간 및 임금격차를 중심으로 | 류성민
7장 삼성전자서비스의 인력 운영과 위장 도급 | 권영국, 류하경

제3부 삼성의 사회적 책임
8장 삼성의 하도급, 상생인가, 기생인가? | 김주일
9장 삼성의 산업재해 발생과 지역 주민에 대한 영향 | 한인임
10장 삼성 재벌의 세제 혜택 | 강병구
11장 삼성의 [지속가능보고서], 이대로 좋은가 | 이승협, 신태중

제4부 삼성의 사회적 지배력
12장 삼성의 법조 지배: 사례와 대안 | 백주선
13장 삼성 엑스파일 사건을 통해 본 삼성의 사회적 지배 | 박갑주
14장 삼성의 언론 지배 방식과 현실 | 김서중
15장 삼성 광고이 변천으로 살펴본 한국 사회 지배 담론의 변화 | 전승우, 지주형, 박준우

제5부 삼성의 지배와 사회적 비용
16장 삼성의 로비학: 의료 민영화와 유(U)헬스케어를 중심으로 | 송태수
17장 아파트 공화국 삼성의 래미안 공간 지배 | 전규찬
18장 지속 가능 사회를 향한 삼성의 진심: 전력 다소비 산업의 대표 삼성은 친환경 기업이 될 수 있는가? | 이보아

부록
1. 삼성 반도체 백혈병 등 산재 인정 투쟁: 직업병 제보, 산재 신청 현황을 중심으로 | 이종란
2. 삼성 왕국의 완결, 충남 삼성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 박준영
3. 삼성 관련 사건 일지 | 조대환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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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근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병천 |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준호 |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최은경 |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승현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조돈문 |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
김진희 |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
류성민 | 경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권영국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류하경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김주일 |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
한인임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강병구 |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승협 |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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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문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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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영역은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계급 관계와 노동계급 형성, 대안 체제와 사회운동 등이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겸 이사장,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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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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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였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전후 한국자본주의발전의 기초과정], [식민지반봉건사회구성체론의 이론적 제문제] 등과 역서로는 [북한학계의 한국근대사 논쟁] 등이 있다.

송원근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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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창곤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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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한겨레] 기자로 한겨레신문사에서 사회부 기동취재팀장, 정치부 대선기획팀장, 지역편집장(사회2부장),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논설위원 등을 거쳤다. 중앙대 객원교수(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로 [한국의 복지정치와 정책], [언론과 사회정책] 수업을 지난 2012년부터 맡아 오고 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부회장, 시민건강증진연구소와 사회복지법인 나눔과미래,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등의 단체에서 이사를 맡고 있으며,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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